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07
312화〉
적의 적
움츠러드는 상대의 마기.
아니, 움츠러들었다기보단 순간적으로 마기를 압축했다는 표현이 적절할 터.
레디아크는 갑자기 들이친 적의 기세에 풀풀 피워 올리던 마기를 한곳으로 그러모았다.
간다르바보다 새로 등장한 남자의 마력이 더 강한 것은 아니었지만, 펼친 스킬이 예사롭지 않다고 느낀 것이다.
그가 두른 마기가 단단한 갑주 위를 감싸고 실드를 구축했다.
그 순간 최강율에게서 생(生)의 짙푸른 에너지가 끓어오르듯 넘실거리며 그의 전신을 녹빛으로 물들였다.
[자청비 : 일곱 개의 꽃 이파리]일단 각성하기만 하면 하이 랭커가 되는 건 시간문제라는 신화급 스킬, 자청비.
마치 신의 힘을 끌어다 쓰는 듯하여 ‘신화급’이란 명칭이 붙은 이 계열의 힘은, 제대로 활용하기만 하면 초인적인 막강함을 선보일 수 있었다.
“우선 한 방.”
최강율의 몸에서 뻗어 나간 청록의 기세가 나뭇가지 사이로 비추는 햇살처럼 레디아크의 갑주를 향해 뻗어 나갔다.
쿠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우우웅!!!!!
마기로 구현한 실드가 으깨지고 갑주가 흉측하게 구겨졌다.
만약 실드가 없었다면 갑주는 박살 나고도 남았을 터.
“크으으윽···!! 이 애송이 새끼가 감히 누구한테···!”
레디아크가 기함하며 바닥에 깔린 채 장창을 휘둘렀다.
각도도 잘 나오지 않는 불편한 자세임에도 그가 휘두른 글레이브가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최강율에게 들이닥쳤다.
그때 나미르가 레이피어를 내질러 장창을 가로막았다.
카드드드드드드득!!
검날을 타고 글레이브가 내려오며 거센 마찰음을 낸다.
그녀는 입 안에 비릿한 피 맛이 도는 걸 느꼈다.
레이피어와 맞닿은 장창에서 묵직한 마기가 전해져 온 탓.
채애애애애앵!!
나미르는 레디아크의 글레이브를 바로 뿌리치고 등에 메고 있던 메이스를 잡아 수직으로 내리찍었다.
닿으면 바로 석화화되는 게 그녀의 기술이지만, 마기나 마력으로 막아 내면 스킬이 발휘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최강율의 공격으로 마기가 흩어진 상황.
그녀의 메이스가 들이닥치려는 찰나, 레디아크의 투구가 벌컥 열렸다.
– 크아아아아아아아아!!
기묘한 음파가 레디아크의 벌어진 입에서 벼락처럼 쏘아진다.
나미르의 몸이 통째로 뒤로 날아갔고, 일대가 그 공격의 여파로 짓뭉개진다.
“쿨럭···! 흐억···!”
그녀는 입에서 피를 한 움큼 내뱉은 뒤 앞으로 고꾸라졌다.
너무 느닷없이 처맞은 일격이라 미처 아무런 방어도 하지 못했기 때문.
투구 안에서 흉측한 얼굴을 드러낸 레디아크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글레이브를 그러쥐고는 어마어마한 마기를 내뿜었다.
“크하하하핫!! 여자들은 죄다 노예로 삼고 남자 놈은 최하위 마족에게 간식으로 넘겨주마!”
그가 뿜어낸 마기가 다시 입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뭉쳐진다.
조금 전에 쏘았던 음파를 다시 일으킬 요량.
“같은 기술을 두 번이나 허용하지는 않지!”
그 순간 최강율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마력이 끓듯이 솟아올랐다.
시우와 훈련하며 익힌 새로운 기술.
[자청비 : 수라멸망꽃]신이 현현한 듯한 기세가 들불처럼 전장에 번져 간다.
***
이제 10대 초중반이나 되었을까.
앳된 소년의 입에서 나올 말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할 문장이 흘러나온다.
『나를 복종하고 섬겨라. 그러겠다고 맹세하면 너희들의 안위는 약속하겠다.』
거부할 수 없는 압박감이 전해지며 클럽 내에 형언키 어려운 무시무시한 기운이 가득 들어찼다.
겨울철 바깥 공기를 들이마시면 냉기가 전해지듯, 바블레너의 음성은 듣는 것만으 로도 소름이 끼치고 공포가 전해졌다.
‘빌더버그 클럽’에 속한 사람들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들이었다.
개중에는 각성자도 있었고 전쟁에 참여했던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은 순간적으로 상위 헌터에 가까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만큼의 아티팩트를 착용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어중간한 위압이나 마력으로는 그들에게 어떠한 위협도 가할 수 없다는 뜻.
하지만 바블레너의 기운은 그 모든 아티팩트를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의 영향력을 끼쳤다.
그야말로 최상위 마족다운 엄청난 마기.
‘빌더버그 클럽’의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무릎을 끓은 채 자리에 납작 엎드렸다.
‘이자에겐 도저히 당해 낼 수 없다.’
그들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아티팩트와 세계를 음지에서 조종하는 자신들을 강제로 끓게 만든 마족의 강함 앞에서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잘못하다간 그냥 죽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
『내 발등에 입을 맞춰라. 그러면 자연스럽게 계약이 성립된다.』
바블레너가 의자에 앉더니 다리를 꼬았다.
가장 먼저 키신저가 다가가 그의 발아래 무릎을 꿇었다.
“오ㅡ 제가 당신의 신실한 종이 되겠습니다.”
그가 납작 엎드리며 바를레너의 발등에 입을 맞췄다.
『허한다.』
그리고 바블레너가 음성을 내뱉자 그에게서 검은색 마기가 솟아나며 키신저의 심장으로 파고들었다.
일순간 키신저의 안색이 검게 변하다가 다시 원래의 피부색으로 돌아왔다.
“크윽! 마족 따위가!!”
“뒈져라!!”
그때 한쪽에 엎드려 있던 멤버 몇 명이 동시에 일어나 바블레너를 향해 아티팩트를 겨눴다.
쿠과가가가가가가가ㅡ!!
대부호들의 무기답게 그 위력은 어지간한 하이 랭커들의 공격과 맞먹을 정도.
물론 일회용 무기라 호신용품에 불과했지만, 그 세기는 무시할 수 없었다.
바블레너가 앉았던 자리에 폭격이 내리친 듯 무시무시한 파공음이 울려 퍼졌다.
가까이 있던 키신저는 놀란 나머지 앉은 채로 엉거주춤 뒤로 물러났고, 근처에 있던 사람들 또한 자신들의 아티팩트를 사용해 방어하기 시작했다.
마법 방어가 수 겹으로 쳐진 실내인 덕에 천장이 무너지거나 바닥이 꺼지진 않았다.
“해, 해치웠나?”
소란이 점차 가라앉고 마력파로 생긴 충격이 가실 때쯤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콰드드드드득···!!
그 찰나 아티팩트를 사용했던 이들의 몸이 붕 떠오르더니 마른걸레 짜이듯이 몸이 비틀어지며 피가 콸콸 쏟아졌다.
“크가가가각!!”
“꾸이이익···!”
그들은 제대로 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자리에서 으스러져 죽었다.
쏟아진 내장과 핏물이 바닥을 흥건히 적셨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한 채 그 광경을 멀거니 바라봤다.
차마 여기서 도망가거나 이 틈에 탈출하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만약 그런 시도라도 하게 되면 저 꼴이 날 거란 게 자명한 일.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긴장과 초조가 사람들 위를 떠다녔다.
『복종하지 않을 자는 저자들처럼 덤벼도 좋다.』
바블레너는 다리를 꼰 상태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 같은 폭격이 그에겐 자리를 이탈하거나 몸을 움직일 정도의 일도 아니었던 것.
“어리석은 것들···! 맹세만 하면 목숨도 부지하고 지금과 같은 위치도 유지할 수 있는데, 그런 머리도 굴리지 못하다니.”
자리에서 일어난 키신저가 혀를 차며 뇌까렸다.
애국심 같은 걸 지니고 그림자 정부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면서 이제 와 마족 운운하며 반발하는 꼴이 그로서는 우스워 보였다.
그의 상식에서는 돈이 되는 쪽을 지지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나머지는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군.』
바블레너가 죽음을 영위하는 눈빛으로 곤죽이 된 시체를 노려봤다.
그의 새까만 동공엔 죽은 사람들에 대한 일말의 동정도, 반란자들에 대한 분노도 존재하지 않았다.
벌레.
개미가 사람의 길목을 막았다고 해서 사람이 그 개미에 대해 노여워하거나 짜증내지 않는 것처럼, 바블레너에게 있어 인간이란 신발에 올라탄 벌레와 같았다.
아무런 감정조차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하찮고 비루한 존재.
그는 시체에서 눈을 돌려 다른 자들을 흘기듯 일별했다.
바블레너와 시선이 마주친 사람들이 황급히 몸을 납작 엎드렸다.
『네놈이 다른 놈들을 관리해라. 내 권한을 위임할 테니.』
“가, 감사합니다! 바를레너 님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키신저가 몸 둘 바를 모르며 감격에 찬 목소리로 대꾸했다.
사실 바블레너에게는 키신저나 죽어 나자빠진 놈들이나 가치 없기는 매한가지였지만, 말을 듣겠다는데 굳이 박하게 대할 필요도 없었다.
그때부터는 복종과 맹세가 수월하게 이어졌다.
‘빌더버그 클럽’ 멤버들은 키신저의 지휘에 따라 일렬로 길게 줄을 서 차례차례 바블레너의 발등에 입을 맞췄다.
모든 사람의 맹세가 끝나자 키신저가 그에게 다가갔다.
“위대한 마족이시여.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그 물음에 바블레너는 가만히 눈만 깜빡였다.
과연 이 방법이 먹힐진 모르겠지만, 시도를 안 해 보는 것보단 나을 터.
『민시우란 헌터를 제지해라. 전투에 나시지 못하게 정치적으로 압박해.』
***
시우는 공간 이동으로 날아간 곳이 적진 한복판이란 것에 그리 놀라지 않았다.
설령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갔어도 당황하지 않았을 테고, 제4계 마왕과 싸웠을 때처럼 이계로 전이됐어도 괜찮았을 것이다.
애초에 저런 마기만 가지고선 차원 이동 아티팩트를 사용할 수도 없었겠지만, 설령 보내졌다 하더라도 이제는 돌아올 수 있었기 때문.
“하··· 그래도 이왕 날려 보낼 거면 전망 좋은 관광지에다가 보내지.”
시우가 주섬주섬 양손에 샷건을 구현하며 들으라는 듯 한탄했다.
그때 막사 밖으로 나온 이곳의 지휘관 격 마족들이 그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미, 미, 민시우다! 소, 솔라소, 민시우가 왔다!”
“나도 보여, 히카탄! 너희들 뭐 하고 있어, 얼른 저놈을 죽여! 죽여! 죽여!”
히카탄과 솔라소의 명령에 엉거주춤 서 있던 마족들이 시우를 향해 무기를 빼 들고 들이닥쳤다.
“죽으려면 뭔 짓을 못 할까.”
【식량, 너도 우리 별에 있었을 때 죽으려고 별짓을 다했던 것이다. 그때도 수천의 군세에 혼자 쳐들어갔던 것이다.】
“그거야··· 죽으려고 한 건 아니지만.”
【쟤들도 죽으려고 덤비는 건 아닐 것이다.】
시우가 멋쩍은 듯 볼을 긁적였고, 프레는 마치 팔짱을 끼는 것처럼 날개를 구부리며 콧방귀를 뀌었다.
“아무튼 다 죽이고 말하자. 죽겠다고 덤비는 게 아니라도 죽이긴 해야 하니까.”
양손에 그러쥔 샷건이 달려드는 적들을 향해 불을 뿜었다.
철컥.
콰ㅡㅡㅡㅡㅡㅡ앙!! 콰ㅡㅡㅡㅡㅡㅡ앙!! 콰ㅡㅡㅡㅡㅡㅡ앙!!
마족의 몸을 휘저은 마탄에서 전격이 발발하며 근처에 있던 마족들까지 함께 지져 나가기 시작했다.
파지지 지지지지지···!!
“으그그그그극!”
“끄에기기기기기킥!”
샛노란 섬전에 구워진 마족들 입에서 게거품이 흘러나오고 그들의 근육과 내장이 녹아내렸다.
마기에 반응하도록 설계된 아티팩트답게 무시무시한 위력을 보이는 샷건.
시우는 격발을 멈추지 않고 들이닥치는 놈들에게 총을 발포했다.
한 발 한 발 쏠 때마다 팔뚝을 저릿하게 만드는 반동이 인다.
만약 평범한 사람이 이 총을 들고 쏜다면 그 즉시 뒤로 내동댕이쳐져 사지가 다 부러졌을 것이다.
“발사!!”
그 순간 후방에 있던 마족들이 컴파운드 보우를 겨누며 시우에게 활을 발사했다.
쉬시시시시시식!!
순식간에 수십여 발의 화살이 그를 향해 쏘아졌다.
모두 마기가 가득 들어차 새까만 기운을 뽐낸다.
시우는 마력 실드를 구축해 엄청난 속도로 회전시켜 날아오는 화살을 죄다 튕겨 냈다.
“하··· 쉽지가 않네.”
하지만 마기는 마기.
마력으로 구축된 실드가 곧장 파괴되자 그 틈으로 흑마법이 난사된다.
진흙처럼 질척거리는 기운이 발아래 고이며 흉측한 기세가 시우에게 퍼부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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