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08
313화〉
적의 적2
땅바닥에 고인 지독한 흑마법의 기운이 흙을 새까맣게 녹여 냈다.
시우가 구축한 실드가 깨지며 그 사이로 어두컴컴한 마기가 쏟아져 흘러 들어왔다.
숨 막히는 악취와 들끓는 살의가 피부를 적신다.
“구역질이 치미네. 이딴 기술은 쓰라고 해도 못 쓰겠는데.”
시우가 소매로 코를 막으며 인상을 구겼다.
마력이 세상에 퍼져 있는 마나라는 생명 에너지를 빌려 쓰는 것이라면, 마기는 그 대척점에 있는 텅 빈 에너지를 가져다 쓰는 것에 가까웠다.
다시 말해 죽음에 가까운 이질적 힘.
바닥이 끈적거리는 타르와 같이 변하며 부글부글 기포를 뿜었다.
마치 시궁창 물에 빠져 죽은 쥐의 사체처럼 부패한 역함이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시우는 발이 빠지지 않게 얼른 자리를 박찼다.
순식간에 늪으로 변한 지대가 시우의 날카로운 눈망울에 들어온다.
조금 떨어진 곳에 착지한 그는 샷건 하나를 해제한 뒤 앞으로 내달렸다.
“적이 여기 있다! 이놈을 죽ㅡ 크흡!”
가까이 있던 마족의 목덜미를 움켜쥔 시우가 놈을 방패로 삼았다.
콰ㅡㅡㅡㅡㅡ앙! 콰ㅡㅡㅡㅡㅡ앙!
한 손으로는 고기 방패를 앞세우고 다른 손으로는 샷건을 연발한다.
“크허거억!”
“상관 말고 공격ㅡ 꾸엑!”
마족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후방에 있던 원거리 공격수들이 시우를 향해 활을 발사한다.
퍼버버버버버벅!!
“으갸가가가각!! 끄아ㅡ!!”
졸지에 고기 방패가 된 놈의 입에서 안타까운 절규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 소리도 몸에 박힌 화살의 개수가 4발이 넘어가자 멈춘다.
“이거 괜찮은데.”
시우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마족에게서 흐르는 마기가 화살의 마기를 적당히 상쇄해 주며 부담감을 줄여 줬다.
에테르의 힘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마력을 웃도는 마기를 막아 내기란 힘든 일이었으니 말이다.
다만 고기 방패의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퍼버어ㅡ억!
화살이 몸통에 처박히더니 손에 쥔 마족의 상반신이 터져 버렸다.
내구성이 너무 빈약했던 것.
“쯧.”
시우는 들고 있던 마족을 앞으로 힘껏 내던졌다.
궁병에게 날아간 시체가 마족 세 놈을 뒤로 날려 버리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철컥.
콰ㅡㅡㅡㅡㅡ앙! 콰ㅡㅡㅡㅡㅡ앙!
시우는 그 와중에도 적들을 향한 총격을 멈추지 않았다.
지근거리에 도착한 그는 샷건을 마저 해제한 뒤 무라마사를 손에 들었다.
샷건은 편하고 살상력도 괜찮았으나, 마탄을 사용할 때마다 마력이 많이 소비된다는 점이 문제였다.
지휘관 격인 솔라소와 히카탄이라는 상위 마족이 있는 이상 마력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
검날이 은빛 궤적을 그리며 반원을 그린다.
서거어ㅡㅡㅡㅡ억!!
사과를 베어 물 때나 들릴 법한 소리가 울리고, 마족들의 몸뚱이가 반으로 쪼개진다.
컴파운드 보우에서 발사된 화살이 공기를 가르고 시우에게 쏟아져 들어왔다.
마기가 화살촉에 덧대 더욱 날카로워져 있다.
“놀지 말고 일하자.”
【너 혼자 처리 못 해서 나한테 부탁하는 것이냐?】
“혼자 가능한데, 너 노는 꼴이 보기 싫어서 그렇다.”
시우가 날아오는 화살을 검날로 전부 쳐 내며 대답했다.
【나는 좁밥 혼자서 애쓰는 꼴이 보기 좋은 것이다.】
“······.”
태연자약한 프레의 대답에 시우가 대꾸할 말도 잊어버리고는 어이없다는 눈빛을 보냈다.
【왜 썩은 동태 눈깔로 쳐다보는 것이냐? 나는 무척 솔직한 것이다. 푸르미르도 동의하는 것이다.】
– 히힝!
프레를 등에 태우고 있던 푸르미르가 작게 울부짖었다.
두 놈 다 인형같이 작달막하게 생겨서는 잘도 까불었다.
“너 아무것도 안 하면 저놈들 마기고 나발이고 그냥 다 죽여 버린다?”
시우가 솔라소와 히카탄을 흘깃거리며 말했다.
프레는 시우의 마력을 공급받아 살아가고 있지만, 정순한 마기를 흡수해 능력을 향상시키기도 했다.
그 때문에 발록이나 오로바스를 해치우고 나서 그들의 심장을 먹었던 것.
【앗···! 비겁하다, 식량! 세상에서 제일 나쁜 게 먹는 거로 장난치는 거라고 했다!】
“그 먹을 거를 주는 사람이 나라는 걸 잊지 마라, 병아리.”
시우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너 지금 표정 삼류 악당 같은 것이다.】
“···필요 없다 이거지?”
【아··· 아니, 필요한 것이다! 삼류 악당이 아니라 일류 악당 같은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나쁜 놈 같은 것이다! 네가 흑막 같은 것이다!】
“어······.”
시우는 이걸 칭찬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물 먹이는 걸로 봐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왜 그런 표정인 것이냐?】
“아니다.”
시우가 프레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짓누르듯이 쓰다듬으며 고개를 저었다.
【끄앙ㅡ! 내가 너보다 어른인 것이다! 쓰다듬는 건 내 역할인 것이다! 끄앙!】
프레가 뺙뺙거리며 난리를 쳤지만, 시우는 신경 쓰지 않고 마족에게 걸음을 옮겼다.
그때 적군 사이로 덩치 커다란 놈 하나가 걸어 나왔다.
“후취ㅡ 내가 이 부대 돌격 대장이다. 네놈을 찢어 죽이라는 히카탄 님의 명령이 있었다.”
근육질의 새까만 물소 두 마리를 합친 것 같은 우락부락한 몸과 이마에서부터 시작해 양옆으로 뻗어 나간 뿔.
자신을 돌격 대장이라고 칭하는 놈이 등장하자 적진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울려 퍼졌다.
“퀴엉가 님이다!!”
“돌격 대장 퀴엉가 님이 출전하셨다!”
“우리 부대 최고의 전력이 나섰다! 놈은 죽은 목숨이다!”
마족들은 승리가 눈앞에 있다는 듯 자신들의 무기를 하늘 높이 치켜들며 사기를 북돋웠다.
“후취ㅡ 히카탄 님의 경호원이자 돌격 대장인 내가 네놈의 목을 꺾어 히카탄 님께 선물로 드리겠다.”
각 권속의 경호원은 수준 높은 전투 마족이 담당하고 있었다.
크라켄의 경호원이었던 사콘, 야콘처럼 말이다.
퀴엉가 또한 마계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지닌 존재.
그는 적어도 무력으로는 크라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자명하고 있었다.
“뭐라는 거야, 물소같이 생긴 게.”
시우가 놈의 도발에 같잖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자, 놈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하기 시작했다.
퀴엉가는 쥐고 있던 바위만 한 크기의 배틀엑스를 바닥에 쿵, 찍으며 소리쳤다.
“무, 물소?! 후취ㅡ! 이 자식!! 칭찬 고맙다! 적 주제에!”
“······음?”
시우는 눈을 깜빡이며 상대를 쳐다봤다.
“퀴, 퀴엉가 님 그건 저놈이 비아냥거린 거예요!”
그때 뒤에 있던 마족 하나가 퀴엉가에게 쪼르르 달려가 속삭이듯 외쳤다.
“뭐라?! 감히 나한테 비아냥을! 후취ㅡ! 역시 인간 놈들은 가만히 둘 수가 없다!”
시우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퀴엉가 옆에 있는 마족을 바라봤다.
“대체 뭐야··· 이 새끼 진짜 물소 아니냐?”
“어?? 후취ㅡ 고맙다, 이 자식!! 역시 좋은 놈이잖아?! 너 우리 부대 안 들어올래?”
퀴엉가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말했다.
“퀴, 퀴엉가 남 상대가 퀴엉가 님을 무시한 거예요!”
“뭐?! 역시 안 되겠군! 후취ㅡ! 놈의 팔다리와 목을 잘라 내마!”
다시 표정이 변한 퀴엉가가 무지막지한 속도로 시우에게 달려들었다.
“하··· 진짜 단순한 놈일세.”
시우가 헛웃음을 지으며 무라마사에 마력을 불어 넣었다.
“우오오오오오오오!!”
높은 상공에서 가속도를 받아 떨어지는 단두대처럼 퀴엉가의 배틀엑스가 시우를 쪼개 죽일 듯 휘둘러졌다.
ㅡㅡㅡㅡㅡㅡㅡㅡ쩌어어어어엉!!!
시우가 한 손은 검의 손잡이를, 다른 손으로는 검날을 잡는 하프 소드 자세로 공격을 막아 냈다.
마력을 전신에 순환시키고 있음에도 확연히 다른 힘에 몸이 짓뭉개지는 듯하다.
어깨뼈가 빠지는 것 같고 팔뚝과 다리에 있는 근섬유가 죄다 터져 나가는 기분.
만약 시우 정도의 마력을 지니지 않은 자가 이 자세로 공격을 막으려 했다면 검과 함께 통째로 잘려 나갔을 것이다.
날에 두른 검기와 무라마사라는 신화급 아티팩트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
“크으으윽! 이 물소 같은 게 힘만 세서는!!”
“뭐라ㅡ! 후취ㅡ! 자꾸 그렇게 칭찬하면 너무 좋잖아! 너 이 자식, 진짜 우리 부대에 들어오지 않을래?”
“안 들어가··· 인마!!”
시우는 각도를 틀어 퀴엉가의 도끼를 흘려 낸 뒤 재빨리 몸을 한 바퀴 돌려 놈의 옆구리를 베어 냈다.
푸슈우우우우욱!!
핏물이 왈칵 쏟아지며 퀴엉가의 웃옷을 적셨다.
“으아아아아악! 이 망할 인간 놈이···! 침 발라야지.”
“······.”
퀴엉가는 손가락에 침을 묻혀 옆구리에 슥 문질렀다.
“다 나았다!! 후취ㅡ!”
“그럴 리가 없잖아!”
시우가 저도 모르게 놈에게 소리치며 반박했다.
“진짜 다 나았다! 모든 상처는 침을 바르면 낫는다고, 인간! 후취ㅡ!”
“뭔 미친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ㅡ 나았네?”
퀴엉가의 옆구리에서 솟구치던 피가 멈춘 것을 본 시우가 황당하다는 얼굴을 했다.
“돌격 대장님의 침은 치료 효과가 있어서 마계 내에서 포션으로도 쓴다고!”
“후취ㅡ 다친 놈들이 나한테 오면 구석구석 침을 뱉어 주지!”
“······.”
옆에 있던 마족이 설명하자 퀴엉가 본인이 말을 덧붙였다.
시우는 대꾸하기가 싫어졌다.
【미친놈들인 것이다.】
프레가 옆에서 혀를 찼다.
“전쟁터만 아니면 더 노닥거렸을 텐데.”
그는 무라마사에 마력을 욱여넣고 날카로운 눈으로 적을 노려봤다.
“응? 그, 그렇게 구애하는 눈으로 보지 마라. 후취ㅡ 나는 인간과 사, 사랑을 나눌 수 없다. 미안하다.”
“···죽이겠다.”
시우가 다짐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가 벼락처럼 달려들며 검기를 줄줄이 흩뿌렸다.
“좋은 자세다, 인간!! 후취ㅡ!”
퀴엉가도 상대의 저력에 흥분되었는지 배틀엑스를 있는 힘껏 휘둘렀다.
그러나 다시 한번 시우와 힘으로 맞대결하리라 예상했던 퀴엉가는 눈을 홈뜨며 당 황한 표정을 지었다.
어느새 뒤로 돌아가 놈의 어깨에 앉은 시우.
“미안하지만, 아까 건 페이크였어.”
콰드으으으으윽!!
무라마사가 퀴엉가의 정수리를 꿰뚫고 턱밑으로 빠져나왔다.
퀴엉가의 눈이 빙글빙글 돌아가더니 이내 그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쿠우웅ㅡ
시우는 놈의 몸에서 내려 무라마사에 묻은 핏물을 털어 냈다.
처음 퀴엉가의 강격을 굳이 맨몸으로 받아 낸 이유는 녀석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고 단순하게 돌격해 힘으로 승부하는 타입.
따라서 시우는 이번 공격도 먼젓번과 같이 수직으로 내려칠 것이란 걸 예상하고 가볍게 공격을 피해 놈의 급소를 찔렀다.
“아쉽네, 재밌는 친구였는데.”
【넌 이상한 놈들을 좋아하는 것이다.】
“야. 너도 이상한 놈 중 하나거든?”
【나는 좋아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나도 인간 수컷은 내 스타일이 아닌ㅡ 꾸앙!! 왜 때리는 것이냐!】
프레가 날개로 이마를 매만지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시우는 마족들을 일별했다.
그들은 돌격 대장이 허무하게 죽자 할 말을 잃었는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시우와 퀴엉가를 번갈아 바라봤다.
“이제 네놈들 차례다.”
시우가 살기등등한 기세를 내뿜으며 성큼 걸음을 옮겼다.
“으, 으아아악!! 도망가라!”
“돌격 대장님이 죽었다!”
“후퇴! 후퇴하라!!”
마족들이 허겁지겁 뒤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파ㅡㅡㅡㅡㅡㅡㅡㅡ앙!!
그 순간 가장 앞서 도망치던 마족 하나가 온몸이 보라색으로 부풀더니 자리에서 터져 죽었다.
“어, 어 딜, 어딜 가냐! 내가 우, 우습게 보여?!”
“민시우하고 싸우다 죽든지, 우리한테 죽든지 선택해! 선택해! 선택해!”
히카탄과 솔라소가 도망가는 마족들을 노려보았다.
병사들이 지휘관인 상위 마족과 뒤에서 다가오는 시우 사이에서 안절부절못하며 침을 삼켰다.
“그러지 말고 너희들이 직접 나와야지.”
그때 시우가 히카탄의 코앞에 나타나더니 검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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