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17
322화〉
복수2
“이 씨발 좆같은 새끼들아!!”
짜아아악!!
솥뚜껑 같은 손이 어린 소년의 귀싸대기를 올려붙였다.
소년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가더니 바닥으로 핏방울이 떨어졌다.
“류지환 이 개새끼야! 누가 동네 어린애들 패고 다니래!! 너 때문에 항의 전화가 빗발치잖아! 우리 고아원 말아먹을 일 있어?! 이러다 지원금 더 깎이면 네가 애들 벌어먹일래!”
류지환은 입가에 흘러내리는 핏물을 더러운 소매로 닦아 냈다.
새빨갛게 물든 양쪽 볼과는 달리 그의 표정은 표독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때 옆에서 무릎 꿇고 손을 들고 있던 정민준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워, 원장 선생님··· 제, 제 잘못이에요. 혀, 형은 저 때문에···.”
“넌 닥쳐, 이 자식아!!”
원장이라 불린 중년의 남자가 울컥하며 정민준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
터억!
“류지환···. 너, 이 건방진 새끼야! 감히 내 손을 잡아?”
“저 때린 거로 족하잖아요, 씨발!”
“허ㅡ 뭐라고?!”
“그, 그만해, 형아···.”
수염이 텁수룩하게 난 원장이 눈알을 희번덕거렸다.
“그럼 우리는 처맞기만 하고 살란 거야, 뭐야! 그 새끼들이 먼저 시작한 건데, 씨발 알지도 못하면서!”
“하하···. 우리 지환이, 많이 컸다? 나한테 대들기도 하고?”
원장은 피우고 있던 독한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그리곤 와이셔츠 소매를 천천히 걷어붙이더니 차고 있던 가짜 명품 시계를 풀어 너클처럼 손에 끼웠다.
“애들이 때린다고 너도 때리면 그게 사람이야? 입은 뒀다가 처먹는 데만 쓰고?!”
“아이, 씨발! 맞아서 때린 건데 정당방위잖아!”
“그럼 나한테 처맞아도 정당방위 지껄이겠구나? 오늘 정신 교육 좀 받자, 류지환이. 요즘 들어 부쩍 존경심이 줄어들었구나.”
“애초에 그딴 거 없었어, 씨바ㅡ 커억!!”
빠아아아악!!
원장의 주먹이 류지환의 얼굴에 무섭게 내리꽂혔다.
여린 그의 체구가 벽에 날아가 부딪히며 쿵, 하는 탁한 소리를 냈다.
아무리 깡다구가 좋은 성격이라도 소년은 소년.
류지환은 맥없이 나가떨어졌고, 그의 입과 코에선 조금 전보다 더 많은 피가 흘러나왔다.
“이 어린놈의 새끼가!! 봐주니까 씨발, 한도 끝도 없이 개기네! 내가 우습냐! 우스워!!”
퍼어어억! 뻐어어어억!!
원장은 이를 빠득빠득 갈면서 주먹을 연신 휘둘렀다.
“커허억!! 크으윽! 조, 좆 까!!”
“하하하! 그래, 더 짖어 봐라, 이 새끼야!!”
“그, 그만하세요···! 워, 원장 선생님···!”
원장실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류지환은 피떡이 된 채 고아원 내 보건실로 실려 갔다.
반쯤 혼절한 상태로 침상에 누운 그의 곁에 애들이 모여들었다.
몇몇 애들은 걱정스럽다는 듯 표정을 찡그렸고, 몇몇 애들은 너무 어려 말똥말똥한 눈망울로 류지환을 바라보았다.
“그러게 원장 선생님한테는 덤비지 말라니까.”
“닥···쳐크···로···.”
류지환이 피가 덕지덕지 묻은 입술을 달싹였다.
크로우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더러운 행주를 깨끗하게 빨아 와 그의 상처를 닦았다.
“아··· 씨발···. 사, 살살··· 좀 해.”
“살살한 거야.”
“오빠! 아야 해?”
“그래, 호저. 오빠는 머리가 아파. 혹은 성질머리가 아프든가.”
“야, 이···. 닥···쳐.”
류지환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노려봤다.
“늘 그렇듯이 원장 선생님께 욕부터 날렸겠죠. 이유는 형님이 길거리 애들을 두들겨 패서 그런 걸 테고요.”
“칼레오, 똑똑하다. 네가 누구누구보다 더 의젓한 것 같은데?”
“감사합니다, 크로우 누님.”
“이··· 씨발···. 환자 두고··· 농담질···이야.”
“그나저나 동네 애들 건드리지 말랬잖아. 왜 때린 거야?”
크로우가 묻자 류지환 대신 옆에서 훌쩍이던 정민준이 입을 열었다.
“애, 애들이··· 먼저 나, 나를 때렸어. 괴, 괴물이 어쩌고··· 하면서.”
그가 그렁그렁한 눈으로 류지환을 바라봤다.
크로우는 나직하게 숨을 내쉬더니 정민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민준아. 남을 미워하는 것들이 괴물이지, 우리는 괴물이 아니야.”
“그, 그런 거야···? 흑··· 나, 나 때문에 지환이 형이···.”
“아니야. 얘는 원래 성질이 개차반이라 너 아니었어도 괜히 시비 트고 때렸을 거야.”
“이··· 미친···년아. 애···한테 헛···소리 할래?”
“봐 봐. 지금도 누나한테 시비 걸고 있잖아. 참고로 환자는 간호사한테 까불면 안 돼.”
그녀는 류지환의 퉁퉁 부은 볼을 손가락으로 꾸욱 누르며 말했다.
“아아아···아악!! 너 주··· 죽인다!!”
“봤지? 사람 성질머리는 하루아침에 고쳐지는 게 아니야.”
크로우가 행주를 들어 류지환의 눈, 코, 입을 먼지 닦듯이 박박 문질렀다.
“푸흐읍··· 으아! 야, 이···! 크흡···!”
“하하하. 봤지, 민준아? 이게 바로 멍청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거야. 너는 절대 이렇게 크면 안 돼.”
“어, 어? 아, 알았어···.”
정민준은 크로우를 두려워하는 눈빛으로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크로우, 우리 괴물 아니야?”
그때 호저가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응, 당연히 아니지.”
“그런데 왜 괴물 자식이라고 해?”
“···글쎄. 부모가 누구인지보다는 내가 누구인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우리는 엄마 아빠가 다 똑같아?”
“아니야, 다 달라.”
“그러면 우리는 무슨 사이야?”
조금 크거나 조숙한 애들은 알지만, 아직 어린애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관계.
크로우는 호저를 향해 빙긋 웃음 짓더니 능숙한 솜씨로 말을 이었다.
“우리는 모두 가족이야. 가족끼리는 서로 돕고, 믿어 줘야 해. 우리끼리는 언제나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거야. 알았지?”
“응, 알았어.”
“내··· 얼굴에서··· 걸레나 치우고··· 말해라.”
류지환의 말에 크로우는 그의 얼굴에 다시 행주를 문대기 시작했다.
이지 고아원.
마계와 인간계 사이에 위치한 이곳은, 버림받은 인간 아이들과 반마족 아이들을 모아 기르는 유일한 기관이었다.
당시엔 인류와 마족이 한창 싸우고 있어서 서로에 대한 감정이 무척이나 나빴다.
그 때문에 ‘이지 고아원’은 사람들에게도 마족에게도 인정받지 못했고.
회색 지대에 놓인 고아원은 마치 쓰레기처럼 여기저기서 버려지고 도망 온 아이들을 한데 그러모아 일종의 터전을 만들었다.
그들을 키우는 원장은 못 나가는 헌터였다.
그는 뒷돈을 받고 수많은 유흥업소의 뒤를 봐주다 적발돼 퇴출당했는데, 뇌물을 갖다 바치던 지역 국회 의원의 도움으로 정부 지원금을 노려 고아원을 차린 것이었다.
그러나 원장의 예상만큼 정부 지원금이 쏠쏠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간신히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의 지원금만 들어왔고, 필요한 돈은 원장이나 조금 큰 원생들이 부업으로 벌어 와야만 했을 정도였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좋은 혜택이나 복지가 돌아갈 리 만무.
그들은 교육이 부족했고, 입을 옷이 없었으며 , 자주 굶주려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거라면 원장이 애들을 일부러 학대하거나 몸을 탐하는 쓰레기가 아니란 점과 아이들이 이곳을 마음에 들어 한단 점이었다.
어차피 바깥세상에 나가 봐야 온갖 냉대와 차별만이 존재할 터.
“다··· 꺼져··· 이제. 잘··· 거야.”
류지환이 쓰라린 입술을 간신히 움직여 주위 애들에게 말했다.
“자, 이제 돌아가자. 이반, 라펠, 너희들도 얼른 일어나.”
크로우는 구석에서 자고 있던 이반과 라펠을 깨워 애들을 전부 데리고 나갔다.
류지환은 그제야 한숨을 돌리더니 크로우가 머리맡에 두고 간 약을 먹고 잠에 빠졌다.
그리고 그날 밤.
고아원이 사라졌다.
낮에 류지환에게 맞은 애가 고아원에 불을 지른 것이었다.
짜악!! 짜아악!!
누군가 류지환의 볼을 연달아 거세게 내리쳤다.
“그아아악!”
류지환은 갑작스러운 봉변에 비명을 질렀다.
안 그래도 입 안이 다 터졌는데 뺨까지 얻어맞으니 고통이 새로 피어올랐다.
그는 입 안에서 비릿하게 퍼지는 피 맛을 느끼며 쏟아지는 잠을 억지로 몰아낸 뒤 어둠 속을 노려봤다.
크로우가 준 약에 강한 수면 효과가 든 탓.
“뭐, 뭐야···! 어떤 씨발···!”
“일어나라, 이 쌍놈의 자식아! 아주 다 구워삶아질 때까지 자빠져 잘 참이냐?!”
“무··· 워, 원장님?”
“흐하하. 처맞고 나니까 존칭을 쓸 마음이 생기나 보군.”
원장은 큼지막한 손을 들어 류지환의 멱살을 잡고 끄집어 올렸다.
“가, 갑자기 왜···?!”
“병신 같은 자식아! 뜨거우면 자다가도 깨서 나갈 생각을 해야지! 뒈지고 나면 누굴 또 원망하려고!”
“에···?”
그때야 류지환은 창밖으로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길을 눈치챌 수 있었다.
의식하지 못했던 위기가 눈으로 확인이 되자 갑자기 숨이 턱 하니 막혔다.
“쿨럭! 쿨럭! 쿨럭!”
어느새 방 안에 가득한 매캐한 연기가 그의 호흡을 틀어막은 것.
“얼른 나가자, 이 새끼야.”
원장은 그를 어깨에 들쳐 업고는 서둘러 밖으로 향했다.
밖에는 생각보다 아이들이 많지 않았다.
조금 전 류지환의 문병을 왔던 크로우와 다른 아이들뿐이었다.
그들은 문병을 마친 뒤 따로 주방에 가서 물러 버린 채소로 끓인 수프와 찐 감자를 차려 먹다가 운 좋게 불을 발견하고는 먼저 나올 수 있었다.
주방에 따로 난 후문 덕분.
“쿨러억! 웨엑···!”
“애새끼 졸라 약해 빠졌네. 내가 네 나이 땐 불도 씹어 먹었어, 이 새끼야.”
“마, 말도 안 되는···.”
류지환은 인상을 찡그리며 원장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원장은 그를 보지 않고 화염에 타고 있는 고아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이, 류지환이. 그리고 크로우.”
원장이 무뚝뚝한 어투로 그들을 불렀다.
“뭐, 뭐야··· 갑자기.”
“무슨 일이세요, 원장 선생님.”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그때는 너희들이 애들을 보살펴 줘야 한다.”
그는 마당에 뒀던 빗물통을 들어 안에 든 썩은 물을 온몸에 끼얹었다.
“쿨럭! 빌어먹을··· 원장! 그딴 개···소리하지 말라고!”
“······.”
원장은 자신을 향해 따가운 눈총을 보내는 류지환을 보더니 그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이 씨···발! 이딴 거··· 안 반가워!”
“그러냐? 하긴 너한텐 이게 더 어울리지.”
그러더니만 원장은 그의 머리통을 주먹으로 빡, 소리 나게 때렸다.
“아악!!”
“하하하! 크로우, 이 반지를 받아라. 시내에 있는 ‘제로 술집’에 가서 점장한테 건네주면 뭔가를 줄 거다.”
“저기, 선생님은···?”
“나중에 보자.”
제멋대로 말을 마친 원장이 화마가 들끓는 고아원 속으로 몸을 날렸다.
아직 그곳에 남아 있는 아이들을 구출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는 다시 나오지 못했다.
얄팍한 슬레이트와 얼기설기 나무로 엮은 고아원은 순식간에 불에 잠겼고, 수십 명의 아이가 목숨을 잃었다.
류지환은 멍한 눈으로 까맣게 타오르는 자신의, 아니 그들의 안식처를 멀거니 바라봤다.
입 안 가득 솟구치는 피 맛이 질척이는 증오와 뒤섞인다.
살아남은 아이들은 엉엉 울었다.
그들은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그저 불안해서, 원장이 돌아오지 않아서, 집이 뜨거워서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크로우.”
류지환이 메말라 버린 음성으로 불렀다.
그의 두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이 불길을 닮아 새빨갛게 보였다.
“왜.”
“살자, 우리는.”
“···응.”
류지환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원장이 그를 구출해 나오면서 바닥에 떨어트린 담뱃갑이 눈에 들어왔다.
선선히 담뱃갑을 주워 든 류지환은 익숙하지 않은 손놀림으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지 않았는데도 어디선가 원장한테 항상 나던 퀴퀴한 담배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크로우가 그를 보며 물었다.
류지환은 담배 필터를 잘근 깨물며 입을 열었다.
“어딘가에··· 반마족끼리 모여 사는 곳이 있대. 머리카락이 새하얀 여자가 그곳의 왕이라더라.”
“그래? 그럼 그곳으로 가자.”
“아니, 너희끼리 가.”
그는 멍한 눈으로 하늘을 잠시 올려다보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어디 가는건데?”
“나는··· 이 세상을 부술 힘을 찾으러 간다.”
류지환은 피눈물 가득 찬 눈동자를 부릅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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