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22
327화〉
차원의 문3
제1 계 마왕은 본궁이 떠나가라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아아아아악!! 감히! 감히이이이이이!!!』
그의 절절한 절규와 분노가 한데 뒤섞이며 사위에 가득한 어둠을 찢고 진실을 견인했다.
그가 마주한 진실이란 견디기 어려운 것.
단 한 번도 그럴 것이라 가정해 본 적 없는 끔찍한 상황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크, 크라켄ㅡ 네놈이!! 네놈이이이이!!』
제1계 마왕이 핏발 선 눈으로 자신에게 무기를 드리운 상대를 노려봤다.
그의 두 눈에서 마치 피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
그러나 크라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크으으윽···!』
제1계 마왕은 크라켄에게 방금 맞아 박살 난 어깨를 흘깃거렸다.
검붉은 선혈이 그의 몸이 붙박여 있는 캡슐과 기둥을 따라 바닥에 흘러내리고 있었다.
만약 연결된 관을 흔들어 머리를 틀지 않았다면 지금쯤 골이 쪼개져 절명했을 터.
제1계 마왕은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죽을지도 모른단 생각보다는 자신을 죽이려 하는 상대가 믿었던 권속이란 것이 더 뼈아프게 다가왔다.
『이 빌어먹을 놈들이!! ‘최후의 마왕’이 될 이 몸에게 맞설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냐!!!』
그는 크라켄과 제4계의 권속인 바블레너를 향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투두두둑···!!
그가 머무르고 있던 캡슐이 점차 기둥에서 분리되기 시작했다.
돌가루가 흩어져 떨어지고 거대한 중앙 기둥에 금이 갔다.
『바블레너!!!』
마기와 어우러진 노성이 단단한 대리석 바닥을 짓이긴다.
쿠그그그그그그그!!!
마왕의 격이 용솟음치며 본궁의 건물이 통째로 흔들린다.
물리 방어와 마법 방어가 겹겹이 쳐진 공간이건만, 제1계 마왕의 기세에 속절없이 부서져 갔다.
『제4계가 어떤 수작을 부려 크라켄을 끌어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덕분에 오늘 나는 ‘최후의 마왕’에 한 걸음 나아갈 것이다!!』
크라켄을 잃는 건 팔을 잘라 내는 것보다 아픈 일일 것이다.
단순히 아끼는 수하여서가 아니라, 그만큼의 전력이 깎이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살기를 드러낸 이상 죽이는 수밖에.
『크라켄, 네놈은 가장 고통스럽게 죽여 주마.』
하지만 무엇을 보장받고 이런 짓을 벌였는지는 알아내기 어려울 터였다.
‘크라켄이 먼저 배신하려고 하진 않았을 텐데···. 꼬드기거나 부추긴 세력이 있을 거다.’
마왕 중 누군가가 크라켄에게 의뢰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크라켄이 특정 마왕 아래에 들어갔을 수도 있다.
혹 그것도 아니라면···.
‘마왕들이 손을 잡고 크라켄에게 차기 마왕 자리를 넘겨준다고 했을 수도 있다. 제1계 마왕 자리에 크라켄을 앉히겠다고 하면 다른 상위 마족들도 반대는 하지 않을 터.’
제1계 마왕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는 마계의 온갖 권모술수에 입매를 비틀었다.
그 어떤 것도 가능성이 있었다.
저놈들의 머리 뚜껑을 열어 뇌를 헤집고 정보를 캐고 싶지만, 크라켄이 상대에게 붙은 지금 그럴 여유가 없었다.
이 마계에서 믿을 건 오직 자신의 힘뿐.
제1 계 마왕에게서 표독스러운 격이 폭포수처럼 분출된다.
마왕이란 위치는 다시 말해 마계에서 가장 강한 넷 중 하나라는 뜻.
쿠과가가가가가가가가!!!
그에게서 줄기줄기 흘러넘치는 막대한 기세에 거대한 공간이 으스러지고 천장이 무너져 내린다.
『크흐흐흐!! 배신자들에게 걸맞은 최후를 안겨 주지!!』
주변을 압도하는 마기가 제1계 마왕을 중심으로 응집하며 새까만 섬전을 내뿜었다.
추락하는 천장 벽돌에 섬전이 닿자 가루가 되어 흩어지고, 날카로운 돌풍이 일정 반경 안에 있는 것들을 잘근잘근 부수었다.
그야말로 무자비한 힘의 향연.
칠흑같이 어둡고 칼날처럼 벼린 마기가 본궁 전체를 뜯어먹고 우뚝 솟았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거대한 기운에 멀리 떨어져 있던 마족들마저 그 광경을 보게 되었다.
『죽어라!!!』
제1계 마왕의 격렬한 외침과 함께 쓰나미 같은 공격이 짓쳐 들어가려 한다.
그러나 이상했다.
제아무리 크라켄이라 할지라도 이만한 공격을 온전히 막아 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었는데, 그는 피하거나 막으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듯 보였다.
‘뭐냐, 대체 이 위화감은.’
제1계 마왕은 등줄기를 타고 서늘하게 흐르는 묘한 감각에 입술을 짓씹었다.
불길하고 또 불길하다.
그 순간,
『흐읍···!!』
크라켄과 바블레너에게 들이닥치던 마기가 촛불이 꺼지듯 사라진다.
본궁을 통째로 집어삼키고 타오르던 제1계 마왕의 기세가 삽시간에 잦아들고, 으르렁대던 태도 역시 잠잠해진다.
아니, 제1계 마왕은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커허어억···! 꺼어어억···!!』
자신의 목덜미를 손에 그러쥔 그는 호흡이 가빠 오는지 숨을 씩씩거렸다.
둥둥 떠 있는 캡슐 안에서 발버둥 치는 그의 표정은 너무도 갑작스러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바블레너와 크라켄은 잠잠히 그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끄으으으읍··· 꺼어어어억!! 대, 대체··· 흐으으읍! 무, 무슨 짓··· 끄으으윽!!』
제1계 마왕이 보랏빛으로 물들어 가는 낯짝을 한 채 질문을 토해 냈다.
그로서는 당최 이해되질 않는 상황이었던 것.
“독을 주입했다.”
흉측한 소머리에서 쇠를 긁는 음성이 들려왔다.
제1계 마왕은 피를 울컥울컥 토해 내며 크라켄을 노려봤다.
그 시선에 의문이 가득 들어 있단 것을 안 크라켄은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언제, 어떻게 중독되었는지 모르는 듯하군.”
제1계 마왕이 알기로 크라켄에게 독과 관련된 능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설마 옆에 있는 바블레너란 애송이의 기술인가 싶어 그를 바라봤지만, 바블레너는 처음부터 시종일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 파악할 수가 없었다.
“틀렸다, 1계 마왕. 독은 내가 넣은 것이다. 네가 섭취하는 영양분에 말이지.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평소의 수십 배를 넣었고.”
『끄으으으읍···! 끄으으으윽! 서, 설마···!!』
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몸에 연결된 관으로 향했다.
굵직굵직한 호스는 마치 생물의 혈관처럼 제1계 마왕의 목숨을 이어 가게 해 주고 있었다.
그는 그곳으로부터 모든 영양분과 마기, 호흡까지 의지하고 있었다.
만약 크라켄이 그곳에다 독을 넣었다면··· 제1계 마왕은 속절없이 그 독을 흡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
“당신의 예지력이 괜히 저하된 게 아니다. 그것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주는 먹이에 만족하며 환자처럼 매달려 있는 꼴이라니.”
크라켄의 냉소가 쏟아졌다.
『네··· 네놈···!!!』
제1계 마왕의 전신이 모욕감으로 덜덜 떨렸다.
그는 어금니에 금이 갈 정도로 턱을 꽉 깨물었다.
이제는 단순한 배신감을 넘어서 굴욕과 비참한 모멸감이 그의 혼을 들쑤셨다.
“나는 약한 존재에게 내 운명을 맡기고 싶지 않다. 1계, 당신은 ‘최후의 마왕’이 되기엔 그릇이 너무 작아.”
『으그으으윽···!! 끄아아아아악!!』
제1계 마왕이 짐승의 절규 같은 울음을 내질렀다.
그의 불거진 혈관이 곳곳에서 터지고 독액 섞인 피를 흘렸다.
『끄으으읍···! 기필코··· 기필코··· 너희들만은 내 손으로···!!』
두두두두두두두둑!!
제1계 마왕에게 꽂혀 있던 관들이 해제되며 바닥으로 축 늘어졌다.
스스로 관을 물린 것.
그와 동시에 제1계 마왕에게서 회광반조처럼 마기가 솟구쳐 올랐다.
죽음을 앞둔 생명체가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그러모아 불쏘시개로 사용했다.
『주, 죽어라ㅡ!!』
콰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그 순간 어마어마하게 강대한 힘이 사위에서 제1계 마왕의 전신을 송두리째 옭아맸다.
거스를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힘.
제1계 마왕은 사지가 뒤틀리고 부서진 캡슐이 온몸을 조각조각 파고드는 걸 느꼈다.
『끄허어어어그으···.』
그의 입에서 애처로울 정도로 비루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마지막으로 죽음도 불사한 채 모든 생명력을 걸고 공격을 감행했건만, 바블레너와 크라켄에게 터럭만큼의 대미지도 주지 못했다.
절망이 한가득 차오른다.
“이제 끝이다.”
크라켄이 금쇄봉을 다시 치켜들었다.
단단한 쇠몽둥이를 그러쥔 그의 팔뚝 근육이 부풀었다.
그로테스크하게 생긴 소머리에서 붉은 안광이 피어오른다.
『자아··· 잠끄아아···!』
제1계 마왕이 전신의 구멍에서 피를 쏟으며 소리쳤다.
빠가아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약!!!
부서진 골통에서 피와 뇌가 사방으로 비산한다.
마왕의 최후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처참하고 끔찍한 최후.
크라켄은 금쇄봉을 휘둘러 무기에 묻은 살점과 피를 털어 냈다.
옆에서 제1 계 마왕의 시체가 움찔거리며 피를 토했다.
크라켄은 저벅저벅 걸어 바블레너 앞에 마주 섰다.
털썩.
크라켄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상대에게 머리를 숙인다.
바블레너는 익숙한 듯 그의 모습을 바라봤다.
“명령 받들어 처리했습니다.”
크라켄이 덤덤히 말한 뒤 고개만 들어 바블레너와 눈을 마주쳤다.
“제4계 마왕이시여.”
그의 보고를 들은 바블레너의 입이 느릿하게 열렸다.
『수고했다, 크라켄. 내 권속이여.』
***
시우의 주먹을 맛본 멀린은 두말하지 않고 그에게 협력하기로 했다.
아래턱이 반쯤 으깨진 그는 시우에게 턱을 치료해 달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지만, 시우는 오히려 콧방귀를 뀌었다.
“아가리로 술식 해제하냐?”
멀린은 덜그럭거리는 턱을 붙잡고 ‘차원의 문’이 진행되고 있는 마법진 앞에 섰다.
“시작하미아(시작합니다).”
그의 마력과 마기가 단전에서 흘러넘쳐 공간을 에워쌌다.
허공에 빙글빙글 돌고 있는 수백 개의 아티팩트 사이로 그의 기운이 스며들며 거대한 술식에 덧대어졌다.
끼리릭.
태엽처럼 돌고 있던 아티팩트들이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나 그건 아주 찰나에 불과했다.
드르르르륵!
마법진이 다시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이번엔 더 빠른 속력으로 움직였다.
이미 진행률이 상당히 진행된 탓에 통제가 불가능한 것.
“마여기 우효하히다(마력이 부족합니다)!”
“빌어먹을.”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다.
시우는 단숨에 3코어까지 개방해 에테르의 힘을 전신에 순환시켰다.
말로 형언키 어려울 만큼 무시무시한 기세가 단숨에 솟구치자 멀린은 저도 모르게 덜덜 떨었다.
마기를 지닌 그의 몸이 본능적으로 에테르의 힘을 두려워한 것.
“후우, 간다.”
시우가 옆에서 자신의 마력을 술식에 개입했다.
손끝에서 퍼져 나간 막강한 힘이 새파란 빛을 뿜어내며 복잡한 회로로 파고든다.
콰그그그그그그그그!!
멀린이 할 때와는 다른 마찰음이 마법진에서 흘러나왔다.
수백 개의 아티팩트가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을 강제로 멈춘 것과 같은 상황.
애초에 이런 발상은 오직 시우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뭐 해! 얼른 술식 해제 안 하고!”
시우가 멀린을 향해 소리쳤다.
“아에으이아(알겠습니다)!”
멀린이 허둥지둥하며 스태프를 마법진에 겨누었다.
기본적으로 그가 구상한 틀로 움직이는 형태라 힘만 가해진다면 해제 역시 불가능하진 않았다.
물론 해제를 상정하고 설계한 구조는 아니었기에, 대마도사인 멀린조차 엄청난 섬세함을 발휘해 술식을 풀어 나가야만 했다.
철커덕!
‘차원의 문’ 술식이 비틀리더니 아티팩트들이 천천히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성공한 거냐?”
“어으어도으(어느 정도는).”
이제 한시름 놓을 수 있겠다.
술식이 다 해제되는 대로 아티팩트는 전부 파기할 것이다.
그리고 밖에 있는 악마들도 전부 죽인 뒤 전장으로 돌아가 남은 권속들을 처리해야 할 터.
“크라켄, 타타르, 바블레너. 이 셋이 문제겠군.”
타타르를 죽인 게 같은 마족인 바블레너라는 사실을 아는 이가 없어서, 다른 이들은 현재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
그건 멀린 역시도 마찬가지.
『아항~ 너희들 나쁜 짓 하는구나.』
그 순간 오싹할 만큼 소름 끼치는 음성이 그들의 뒤편에서 미끄러지듯 들려왔다.
멀린이 흠칫하며 고개를 돌렸다.
『읏흥~ 너, 맛있게 생겼네.』
대악마 중 하나인 아스모데우스가 시우를 보며 혀를 날름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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