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3
33화〉
멘토
시우는 [제국 길드]의 가장 꼭대기 층에 도착했다.
한 층을 통째로 쓰고 있는 동생의 사무실.
“어서 오십시오.”
엘리베이터 입구 맞은편에 있던 비서들이 일어나 인사한다.
“현재 단장님께서는 부재중이십니다. 곧 오실 텐데 안에서 기다리시겠습니까?”
민시준의 형인 걸 아는 직원들이 시우를 안으로 안내했다.
시우는 테이블에 놓인 커피를 마시며 거대한 통유리 너머를 바라봤다.
많이도 변했군.
【식량, 또 꼴값 떤다.】
···미친놈이.
시우는 며칠 전 일을 회상했다.
동굴은 파괴되었다.
시우 일행이 빠져나갈 때를 맞춰 크로우가 폭파한 듯싶었다.
‘언니한테 혼난다고 했지.’
대충 누구인지 알 것 같지만 급한 건 아니니 나중에 확인해야겠다.
동굴이 붕괴한 탓에 황정구는 조사에 진땀을 빼고 있다.
수많은 헌터들이 붙어 동굴 잔해를 치우고 시신을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베스티아〉라는 뒷세계 조직을 궤멸시킨 덕분에 HMCS의 인지도가 껑충 뛰어올랐다.
당장 헌터 튜브만 들어가도 온통 그 뉴스뿐이다.
백건호는 황정구와 그를 도운 [백사자]의 추하민에게 표창을 수여했다.
시우는 귀찮은 건 딱 질색이라 자기는 빼달라고 했고, 이번 일은 그 둘이 해결한 거로 마무리 지었다.
“선배님,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표창이랑 상금도 나오는데.”
“어. 그거 받으면 대신에 인터뷰랑 보고서 써야 하잖아.”
“······.”
보고서는 그동안 황정구가 전부 써줬지만, 굳이 대꾸하진 않았다.
‘판데모니엄이라.’
이번 작전의 성과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정민준을 죽였던 킬러에게 복수했고, 킬러가 몸담았던 조직을 궤멸시켰다.
그리고 적귀와 볼크라는 좋은 수하를 얻고, 배후 세력을 알아냈다.
“그런데 왜 판데모니엄에서···.”
마왕을 숭상한 까닭에 일찍이 각 정부 차원에서 금지하고 해산시킨 조직이다.
시우는 돌아오자마자 HMCS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판데모니엄에 대해 조사했지만 별다른 건 얻을 수 없었다.
그가 알던 십여 년 전 약소한 조직만 나올 뿐.
그마저도 진작 해체되었으니 말이다.
얼굴만 보고 블랙맘바를 쫓을 때보다 훨씬 어려울 거란 직감이 들었다.
‘성급하게 찾지 말고 시간을 좀 들여야겠는데.’
【닥치고 맛집이나 찾아라. 배고프다.】
프레가 몸 밖으로 나오는 순간, 기필코 죽빵을 먹이리라 다짐했다.
벌컥.
“형, 언제 왔어?”
문이 열리며 시준이가 반가운 표정으로 들어왔다.
“방금 왔어. 네가 불러 놓고 어딜 갔다 오냐.”
“미안, 미안. 이번에 킬러 집단 하나가 몰살됐는데 헌터 협회 측에서 도와 달라고 공문이 왔거든 ”
“그래?”
“형도 알지 않아? 베스티아 사건. 형네 팀장이랑 형이 팼던 추하민 헌터랑 같이 갔다던데··· 형은 아는 거 없어?”
“모르겠는데.”
동생은 눈을 가늘게 뜨며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했다.
황정구와 추하민 사이에 허브 역할을 할 사람이 시우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너무도 안 어울리는 두 헌터의 조합.
물론 HMCS 백건호 지부장과 [백사자]의 최성일은 미리 의논된 내용이라 했지만, 믿을 수가 없었다.
“형은 그 동굴에 같이 안 갔어?”
“내가 뭐 하러.”
【너 엄청 뻔뻔하다. 나 이제부터 너 안 믿는다.】
시우는 손님용 소파에 털썩 앉았다.
민시준은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으나, 아니라는데 계속 걸고넘어질 수도 없어서 넘어가기로 했다.
“그나저나 용건이 뭐야.”
“아, 맞다! 형이랑 같이 튜토리얼 탑 나왔던 신지수 헌터 알지?”
“안 그래도 1층에서 마주쳤다.”
시우가 신지수 이름을 까먹은 건 아니었다.
그러는 게 재밌어서 모른 척했을 뿐이지.
“둘이 인연도 있고 해서 지난번 형이 강의할 때도 보냈었는데. 봤었어?”
“봤지. 개판인 거.”
“그··· 실전 경험은 없으니까.”
“아무튼 걔는 왜?”
동생이 어지간해서는 다른 사람 일에 자신을 부르진 않을 것이었다.
“혹시 그 친구 멘토 좀 해 줄 수 없을까?”
“멘토?”
시우는 눈썹을 찌푸렸다.
싫다는 기색이 단박에 나오자 민시준은 황급히 말을 이었다.
“아니, 매일 가르쳐 달라는 게 아니라. 스킬을 다룰 수 있도록 형이 옆에서 지도를 해 줬으면 해서.”
“스킬이 특이해서?”
“어! 어떻게 알았어?”
확실히 조금 전에 들었던 신지수의 스킬은 꽤 유니크했다.
기본적으로 다른 생명체를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능력이니.
어떤 스킬은 얻었던 당시의 능력이 고정되지만, 신지수 같은 경우는 성장형 스킬이었다.
시전자의 역량에 따라 미친 효과를 보일 수 있는 사기급 능력.
【아까 몸통 박치기하고 먹었어야 했다!】
“지가 이야기하더라.”
“그랬어? 형이 믿을 만하니까 말했나 보네.”
“글쎄. 멍청해서 그런 거 아닐까.”
“······음.”
시우는 피식 웃었다.
며칠 동안 함께 지내봤던 경험으로 신지수는 나름 똘똘했다.
단지 아카데미에서 받았던 교육이 이상했던 거였지.
“그래서··· 형이 기초만 가르쳐 줬으면 하고. 우리 측에서 가르쳐 주고 싶어도 비슷한 스킬을 가진 사람이 없어서.”
보통 멘토의 역할을 하는 사람은 멘티와 같은 계열의 헌터가 맡고는 했다.
예를 들어 화염 마법을 쓰는 근접 헌터는 같은 식으로 싸우는 선배 헌터에게, 추적형 마법을 쓰는 헌터는 추적 계열 헌터에게 배우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신지수 같은 조작계는 흔하지 않았고, 심지어 몬스터를 조작하는 능력은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었다.
시우는 동생의 말을 대충 이해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1세대 헌터에게 멘토-멘티 따위의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스킬 개발도 스스로 해야 했고, 몬스터와 싸우는 법도 옆 사람을 보며 따라 해야 했다.
‘시스템 좋아졌네.’
이러한 체계가 세워지며 헌터 사망률이 급감할 수 있었던 것.
물론 다양한 경험의 부재라는 치명적 단점이 존재했지만 말이다.
“백건호라는 양반한텐 미리 말했나 보지?”
“맞아. 포션이나 장비들 지원해 주기로 했지. 그리고 형한테는 [제국 길드]의 고문이라는 직책을 주기로 했고.”
아쉬운 건 HMCS가 아니라 민시준이었다.
친형이라는 입장으로 부탁할 수도 있었으나, 어차피 형이 HMCS에 속해 있는 이상 그쪽과 파이프를 연결해 놓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형 누구 가르치는 거 좋아하잖아.”
그리고 이 한마디가 시우의 마음을 움직였다.
“썩히기 아까운 능력이긴 하더라.”
시우는 첫 제자를 받아들였을 때부터 자신이 누군가의 능력을 개화시켜 준다는 게 즐거웠다.
지금의 민시준이 있기까지에 시우의 가르침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럼 잘 부탁합니다! 민시우 고문님!”
민시준은 시우에게 장난스레 고개를 숙였다.
“잘 부탁합니다, [제국] 길드장 님. 나중에 길드장 님 대련 지도도 해 드리죠.”
“······진심으로 사양하겠습니다.”
시우는 대충 손을 흔들고 문을 나섰다.
당분간 심심하진 않을 것 같다.
***
신지수는 헌터 트레이닝 룸에 있었다.
간단한 헬스 기구와 마력을 수련할 수 있는 장비들이 있는 곳
물론 일반인들은 들 수조차 없는 무게들이지만 말이다.
“흐읍!”
그녀는 벤치프레스를 힘껏 들어 올렸다.
온몸이 부들거리며 팔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탑에 오르기 전, 그녀가 들던 것보다 두 배는 더 무거운 무게였다.
각성 후에는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신체 능력이 향상되니 이 정도는 해 줘야 했다.
철커덩.
“후우ㅡ.”
진이 다 빠진다.
솔직히 매일 같이 헬스를 하기란 벅찼지만, 점점 근육이 붙는 모습을 보면 나름 뿌듯하기도 했다.
“이러다 막 트롤도 한 방에 잡는 거 아냐?”
“똥 싸고 있네.”
“아악ㅡ!!”
신지수는 느닷없는 목소리에 몸을 일으키다가 벤치프레스 바에 이마를 박았다.
“똥을 연거푸 싸고 있네. 박치기 연습하냐.”
“아야, 아파라··· 말도 없이 뭐예요!”
“말했잖아. 똥 싼다고.”
“그런 말 말구요!”
“야. 헛소리 그만하고 일어나.”
신지수는 구시렁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뭔데요?”
“시준이한테 못 들었어?”
“뭐, 뭐를요?”
“오늘부터 내가 너 가르치기로 했어.”
그녀는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시우를 쳐다봤다.
자신과 같은 계열 헌터가 없어 가르칠 사람을 찾는 중이라고 하더니.
“입 닫아. 파리 들어간다.”
“······네.”
“그리고 이게 뭐 하는 짓거리야. 웨이트?”
“근력을 키워야 몬스터 토벌할 때 무기를 휘두르죠!”
“마력 훈련은?”
“그때 시우 헌터님한테 배웠···잖아요.”
“그래서 그거 하고 있냐고.”
“······.”
신지수는 손가락만 꼬물거리며 시선을 피했다.
그녀 주변을 봐도 시우가 가르쳐 준 트레이닝을 계속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너무 어렵고 까다로워 다들 하다가 포기한 것이다.
“어? 지수 아냐?”
그때 누군가 다가오며 아는 체를 했다.
[제국] 소속 헌터이자 트레이너이기도 한 김병국과 그를 따르는 무리였다.“아, 안녕하세요.”
“편하게 말 놓으라니까. 하하, 운동하는 중이야? 오늘도 같이 할까?”
“그게··· 이제 나가 봐야 할 것 같아서···.”
“왜? 오빠가 가르쳐 줄게.”
신지수는 어쩔 줄 몰라 하더니 시우를 흘깃 보며 말을 이었다.
“새로 가르쳐 주시기로 한 분이 오셔서요.”
“아ㅡ 그래? 근데 우리 길드 분이 아니시네. 그래도 같은 길드 사람이 가르쳐야 하지 않나.”
김병국은 신지수에게 웃으며 말했다.
나름 플레이보이였던 김병국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많은 초보 헌터를 만나 왔다.
그런 그에게 신지수는 아주 매력적인 상대였다.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고. 이런 애들은 조금만 가르쳐 주면 호감도가 오른다니까.’
그래서 웨이트 하는 방법을 며칠에 걸쳐 조금씩 알려 주고 있었는데, 웬 이상한 놈이 나타나더니 낚아채려 한다.
“우선 운동으로 몸 좀 풀고 가. 뭘 하든 기초 체력이 있어야 하니까.”
김병국도 나름대로 경력 있는 헌터이자 A급이었기에 어지간한 헌터들 얼굴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신지수 옆에 있는 떨거지는 처음 보는 얼굴.
때문에 아예 없는 취급 하고 신지수에게만 말을 한 것이었다.
“다시 누워. 오빠가 자세 봐줄게.”
“예···? 하, 하지만···.”
신지수는 주춤거 리며 망설였다.
그때 옆에서 보고 있던 시우가 한숨 쉬며 말했다.
“야, 뭘 누워 눕기는. 이딴 거 백날 해 봐야 헌터짓 하는데 도움 하나도 안 된다.”
“···대체 누구신데 말씀을 그리 험하게 하시죠? 전 신지수 헌터 트레이너 되는 사람인데.”
김병국은 시우를 위아래로 훑더니 나름대로 판단을 내렸다.
신지수의 스킬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멘토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몇몇 껄떡대던 헌터들이 길드장에게 찾아가 자기가 가르쳐 보겠다고 했으나 단칼에 거절당했다고 한다.
‘내가 얼굴을 모르는 걸 보아하니, 급은 높지 않지만 지수랑 계열이 같아 강사로 데려왔나 본데.’
김병국은 인상을 찡그렸다.
“보아하니 어디 2류 길드에 소속된 강사 같은데. 쪽팔릴 짓 당하지 말고 옆에서 같이 배우세요. 저 [제국] A급 헌터입니다.”
“급은 무슨 소고기냐. 이딴 거나 하니까 실력이 안 늘지.”
“뭐라고요···??”
시우의 말에 김병국은 화가 치밀었다.
본인이 아무리 랭커는 아니라지만, 이런 놈한테 무시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어이가 없네요. 고블린 좆만 한 후배 님, 신지수 헌터 좋아해서 앞에서 가오 잡으시나 본데, 조용히 꺼지세요.”
“가오는 네가 잡는 게 가오고.”
“진짜 뒤지고 싶으세요? 전 여자 앞에서 함부로 폭력 행사하는 사람 아닌데, 자꾸 주먹을 부르시네. 날 잡고 한번 패 드려요?”
“오늘은 얘 가르치느라 바빠. 미리 약속 잡아라.”
김병국은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걸 느꼈다.
“따라오시죠.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개쪽을 줄 테니까.”
트레이닝 룸에는 그들 말고도 꽤 많은 헌터들이 있었고, 김병국은 자신이 무시당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 주게 됐다.
이런 수치를 겪고도 그냥 넘어간다면 후배들도 자신을 무시할 게 뻔했다.
‘씨발, 하필이면 신지수 앞에서.’
김병국이 자기 일행을 끌고 먼저 나섰다.
그 뒤를 시우와 신지수가 따랐고, 근처에 구경하고 있던 헌터들도 슬금슬금 따라가기 시작했다.
“저··· 괘, 괜찮으시겠어요? 제가 가서 사과할 테니까, 그 틈에 길드장님한테 연락하시는 건···?”
“걔는 왜?”
“김병국 헌터 재수는 없어도 경력 많은 A급이에요!”
“너 내가 이계 다녀왔다고 말 안 해 줬냐.”
“했···죠?”
시우는 신지수 머리를 헝클듯 쓰다듬었다.
아! 왜요! 하지 마요 이런 소리가 조그맣게 들렸다.
“첫 번째 강의는 관람이니까 잘 봐 둬.”
시우는 대련실로 들어가며 입술을 비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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