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30
335화〉
하나가 되어 가는2
왕성에 진입한 흑기사는 폭력에 가까운 무위를 펼쳤다.
용살검을 한 번 휘두르면 성벽이 반으로 갈라졌고, 두 번 휘두르면 지반이 초토화됐다.
“괴, 괴물이다···.”
“빌어먹을! 난 기사 때려치우겠어!”
“나, 나도!! 씨발, 이게 개죽음이지!”
“이 자식들아! 도망가는 놈들은 처벌ㅡ”
“좆 까! 당신 혼자서 싸워!”
수많은 병사들이 무기를 내던지고는 흑기사와 반대 방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사실 충성을 맹세한 기사가 아니고서야 왕을 위해 목숨 바쳐 싸울 병사는 그리 많지 않을 터.
새까만 갑주의 기사는 병사들이 달아나 여백이 생긴 곳을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쿠아ㅡㅡㅡㅡㅡㅡㅡㅡ!!!
그에게 달려들던 몇몇 병사와 도망치던 병사들이 검기에 맞고 사방으로 나가떨어졌다.
“누가 삼안족 아니랄까 봐.”
시우가 그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가 쳐들어간 왕국은 삼안족으로 이루어진 나라.
삼안족은 미간에 난 제3의 눈이 있어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걸 보고는 했는데, 근접 전투와 큰 관계가 없는 능력인 탓에 무력이 강한 전사는 그 수가 많지 않았다.
시우는 용살검을 종횡무진 휘둘러 사방을 뒤집어엎었다.
쿠과가가가가가가가!!!
그의 강격이 한 번씩 번쩍일 때마다 섬전이 바닥을 짓이긴다.
그 여파로 여기저기서 불길이 타올랐다.
순식간에 반파되어 버린 성벽과 거리, 주변의 집들 너머에서 신음과 거친 비명이 들린다.
궁병, 창병, 보병, 방패병들이 아무렇게나 바닥에 뒹굴고 여기저기서 피가 흥건히 고인다.
“하아ㅡ 오랜만에 제대로 싸우는 기분이네.”
시우가 용살검에 묻은 핏물을 털어 내며 말했다.
【옛날 생각나는 것이다. 그때도 매일매일이 즐거웠던 것이다.】
흑갑의 어깨 위에 앉은 프레가 대답했다.
“야, 너 거기 앉아 있으면 위험하다. 쬐깐한 게.”
【무슨 소리인 것이냐. 내 방어력은 지금 만렙인 것이다.】
프레가 자신이 쓰고 있는 금속 골무를 탁탁 두들기며 용기 있게 말했다.
왼 날개로 쥔 스테인리스 귀이개가 반짝거린다.
“아··· 그렇구나.”
시우가 영혼 없는 말투로 수긍했다.
어차피 이럴 때의 프레는 옆에서 누가 뭐라고 하든 듣지 않았다.
아니, 생각해 보면 평소에도 남의 얘기에 딱히 귀 기울이는 성격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
시우는 속으로 ‘내가 얘를 왜 데리고 다니지.’하는 자조 섞인 질문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갑자기 대륙 정벌은 왜 하는 것이냐?】
프레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계에서 지냈을 때도 시우는 영토 확장이나 대륙 통일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갖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 제국의 명성을 드높이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닐 테고···.
“이렇게 처리해 놓고 가야 제국 입장에서도 마음이 놓이지 않겠어? 뒤탈도 없고.”
【오··· 네가 남 걱정도 할 줄 아는 것이냐? 이제 다 큰 것이ㅡ 꾸앙!! 아픈 것이다!】
프레가 금속 골무 겉면을 날개로 쓰다듬으며 입술을 삐죽거렸다.
“아무튼 다치지나 않게 조심해라.”
대충 말을 마친 시우는 다시 용살검을 그러쥐고 푸르미르를 전진케 했다.
한 줄기 바람처럼 내달리는 푸르미르 위로 칠흑 같은 갑옷이 무시무시한 기세를 피워 올렸다.
쿠과가가가가가가가가가!!!
대륙에서 가장 막강한 검이 엄청난 마력을 내뿜으며 사방을 짓이겼다.
마치 흑룡이 나타나 거대한 발톱으로 할퀴기라도 한 것처럼 주변 지형이 남아나질 않았다.
“마법 부대ㅡ 마법 부대는 도착했는가?!”
기사단장이 턱을 딱딱 부딪치며 주변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삼안족은 무위는 높지 않았지만, 대륙에서 ‘현자의 나라’라 칭송받을 정도로 마법을 곧잘 다루는 종족이기도 했다.
그때 왕성 내부에서 로브 차림을 한 십수 명의 무리가 등장했다.
그들은 흑갑의 기사를 보며 뿜어지는 기운에 흠칫 놀라더니 곧장 스태프를 치켜들고 적에게 겨누었다.
“모두 마력량을 700에 맞추고 4-2의 술식을 펼쳐라!!”
마법 부대 지휘관이 다른 마법사들에게 일갈했다.
명령에 따라 마법사들의 마력이 한 곳으로 응집되며 어마어마한 크기로 부풀어 갔다.
제3의 눈으로 미세한 마력의 파장을 읽을 수 있는 삼안족들은 서로가 서로의 마력량에 맞춰 공통 마법을 사용한다는 미친 짓을 할 수 있었다.
마법이란 누가 뭐라든 철저히 개인적 능력이다.
혼자서 두 개의 마법을 사용하는 것보다 둘이서 하나의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몇 배는 더 어려운 작업.
우선 같은 틀의 마법 회로를 사용해야 하고, 마력 순환도 결이 맞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력량이 똑같아야지, 어느 한쪽이 높거나 낮으면 상대의 마력에 흡수되어 버리는 불상사가 생길 확률이 높았다.
그런 이유들 때문에 마법사들은 다른 마법사와 ‘공투(共關)’하는 것을 싫어했다.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
하지만 삼안족의 마법 부대는 그 일이 가능했다.
“모두 준비이이이이!!”
허공에 왕성보다 커다란 규모의 마력 덩어리가 생겨났다.
마치 별의 일부를 떼어 온 것처럼 찬란하고 눈부신 섬광이 일대를 빈틈없이 비춘다.
“제1발 발사아아아아아아!!”
마법 부대 지휘관이 외치자 하나의 술식 안에 그러모은 마력이 휘황한 빛을 내뿜으며 시우에게 낙하했다.
‘지반이랑 닿는 순간 아예 커다란 크레이터가 생길 것 같은데.’
공멸까진 아니겠지만, 적어도 시우 근처에 있는 것들은 한꺼번에 증발시켜 버릴 요량.
“누가 이기는지 해 볼까?”
시우가 코어를 개방했다.
시퍼런 한기가 그의 전신을 휘감고 짙푸른 마력을 내뿜는다.
착용할 때 에테르의 힘을 살짝 머금었던 갑옷과 용살검이 끝없는 힘에 다시 공명하며 무시무시한 기세를 흩뿌렸다.
시우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용살검을 낙하하는 마법에 대고 힘껏 휘둘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섬전이 빗발치며 하늘을 찢어발기는 듯한 굉음이 폭발한다.
시우를 둘러싸고 있던 병사들과 성벽 위에서 시우를 겨누고 있던 마법사들이 불어닥친 후폭풍에 모두 쓸려 나간다.
마치 거대한 폭탄이 터지기라도 한 것처럼 어마어마한 섬광과 함께 일대의 지반이 과자처럼 부서져 내린다.
새까만 투구 안에서 서늘한 안광이 빛을 발한다.
만약 그냥 마력을 써서 막아 냈다면 이 정도로 그치지 않고 반경 수십 미터는 그대로 증발했을 것이다.
마력을 씹어 먹는 에테르의 힘이기 때문에 저 거대한 구체를 베어 내고 마력 입자로 되돌릴 수 있었던 것.
“이제 들어간다.”
시우가 프레에게 중얼거렸다.
【그래, 엉아가 도와준다.】
그의 몸이 화살처럼 쏘아지더니 왕성 내부로 진격해 들어갔다.
삼안족이 자랑하는 마법 부대가 와해된 지금, 흑갑의 기사를 막을 수 있는 자는 왕국에 아무도 없었다.
시우는 삼안족의 왕에게 검을 겨누고 말했다.
“딱 한 번만 질문하겠다. 제국에 항복하겠나?”
삼안족의 늙은 왕은 이 기사의 말이 진심이란 것을 알았다.
여기서 거절하면 저 검은 지체하지 않고 왕의 목을 칠 것이다.
그 뒤에는 그의 아들들에게, 그의 아들들이 죽으면 대신들에게 칼을 겨누고 똑같이 물을 터.
게다가 삼안족의 왕이 제안을 거절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가 하나 더 있었으니.
“호, 혹시··· 용살자, 뇌황··· 제국의 황제이십니까?”
그는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흑갑의 기사를 향해 물었다.
삼안족의 왕은 과거 제국에 맞서 다른 연합국이 전쟁을 치렀을 때 뇌황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본 적이 있었다.
그건 두려움을 넘어 경외감이 드는 광경이었다.
뇌황은 늘 홀로 전쟁터에 앞장섰다.
그리고 그에게 들이닥치는 수많은 군대를 도륙하며 무시무시한 기세로 전장 구석구석을 날아다녔다.
제국의 황제가 나타난 곳은 무조건 필패.
대륙의 외곽이나 타 대륙에선 ‘제국’이란 나라 자체가 무서운 줄 알지만, 사실 연합국의 왕들과 장수들은 제국의 ‘황제’를 두려워했다.
따라서 그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정말 꿈인 줄로만 알았다.
이제 대륙에 무서운 존재는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지금까진 말이다.
“나를 알고 있나?”
흑색 투구 안에서 살벌한 눈빛이 활활 타오른다.
“히, 히이익···!!”
삼안족의 왕은 미간에 자리한 제3의 눈으로 그 모습을 보더니 엉덩방아를 찧었다.
마치 살아 있는 흑룡 한 마리가 그를 향해 눈을 부라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 알고 있습니다! 자,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대화가 쉽겠네. 정해, 뒈질지 항복할지.”
“항복하겠습니다!!”
삼안족의 왕은 고민조차 하지 않고 바로 엎드렸다.
여기서 버틴다는 건 불필요한 짓이었다.
신경을 건들 사람이 있고, 그러지 말아야 할 사람이 있는데, 그중 뇌황은 건들면 안 되는 사람이 었다.
“진심으로 항복하는 거 맞지?”
“무, 물론입니다! 오늘부로 이 왕국은 제국의 위대한 통치자, 뇌황의 것입니다.”
삼안족의 왕은 이마를 바닥에 박으며 절대복종의 자세를 취했다.
그때 국왕실이 열리며 얼마 안 되는 무리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아버지! 일어나세요!”
“맞습니다, 더러운 제국의 개한테 그러시면 안 됩니다!”
“국왕의 호위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인가?! 기사단장은!!”
그들은 뒤늦게 소식을 접한 삼안족 왕의 아들들이었다.
“삼안족의 마법 부대는 어딨는가?! 삼안족의 자랑인 기사단은 어딨는가! 우리가 적병을 잡았다고 전해라!”
둘째 왕자가 마치 연극을 하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저 말을 외쳤다.
“아들들이 소란스럽군.”
시우가 한숨과 함께 저 문장을 말하자, 삼안족의 왕은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아들들을 향해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어리석은 놈들!! 너희들이 지금 검을 겨누는 상대가 누군지는 알고 지껄이는 것이냐!!”
“하, 하지만 아버지···.”
“시끄럽다! 얼른 검을 거두고 무릎을 꿇지 못할까?!”
아버지이자 통치권자인 국왕의 반응에 아들들은 별다른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저 죽일 것 같은 눈빛으로 흑갑의 기사를 노려볼 뿐이었다.
“자꾸 말이 번복되면 귀찮은데.”
시우가 용살검을 어깨에 걸친 채 살짝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하자, 삼안족의 왕은 얼굴이 흙빛으로 변하며 다시 머리를 조아렸다.
“죄, 죄송합니다···! 제 아들들이 너무 어려 아직 사리 분별을 하지 못합니다! 제가 따끔하게 가르쳐 폐하의 위엄을 평생 기억하게 만들겠습니다!”
“폐하라뇨, 아버지!!”
“이 자식이!! 닥치지 못할까!!”
짜아악!!!
시우의 심기를 거슬러 모든 왕자가 죽는 사태를 만들고 싶지 않았던 왕은 방금 입을 벌린 둘째 아들의 뺨을 거세게 후려쳤다.
“아버지···?”
태어나서 뺨을 처음 맞아 본 둘째 아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아버지와 흑갑의 기사를 바라봤다.
다분히 억울하다는 듯한 눈빛이었지만, 왕은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
여기서 몰살당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
“현명하군. 키클.”
“부르셨습니까!!”
그 모습을 보던 시우가 낮은 목소리로 기사단장을 불렀고, 그 부름에 키클이 전광석화 같은 몸놀림으로 시우 곁에 날아왔다.
“제국 밑으로 들어오기로 했다. 서약 잘 받아서 챙겨.”
“알겠습니다, 폐하!”
“나는 먼저 나간다.”
“어디로 가시는지···?”
보통 이렇게 한 나라를 수복시키고 나면 지배자가 해당 나라에서 며칠이든 몇 달이든 지내고는 했다.
백성들의 분위기도 파악하고 한동안 기강을 잡기 위해서 당연하게 하는 일.
하지만 시우에게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았고, 관심사는 따로 있었으니.
“어디긴 어디야. 이제 옆 나라 쳐들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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