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38
343화〉
배신자2
기다란 빛의 흐름이 반원을 그린다.
역병 의사 가면의 목이 떨어지며 자리에서 허물어진다.
“주, 죽여어어어!!”
늑대인간의 비명이 회의장에 메아리친다.
그 소리에 다급함을 느낀 헌터들이 시우에게 들이닥치려 한다.
시우는 그들을 흐릿하게 일별하더니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티르칸.”
“크르르르르릉!!”
황제의 명령을 들은 호인족 두령 티르칸이 사나운 이빨을 드러낸 채 높은 천장에서 아래로 뛰어 내려왔다.
티르칸 하나만으로도 모든 헌터에게 겁을 주는 게 가능했을 텐데도,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크르릉ㅡ 시작해라!!”
그의 부름에 일백여 병사가 순식간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우에게 달려드는 헌터들의 사각에서 마치 그림자처럼 나타난 병사들은 상대가 눈치채기도 전에 날카로운 발톱으로 목을 그었다.
푸가아아아악!!
불과 1초도 되지 않는 시간.
“으아아악!”
“사, 살인이다!”
“이게 대체 뭐야···.”
회의장 전체에 흩뿌려진 피가 앉아 있던 사람들과 테이블, 바닥을 새빨갛게 적셨다.
비릿한 피 냄새가 사람들의 코끝을 자극한다.
느닷없이 벌어진 살육 참상에 모든 이들의 안색이 납빛으로 굳었다.
“또 부를 병력이 있나?”
시우가 남은 가면들을 향해 읊조리듯 물었다.
그의 서슬 푸른 시선을 마주한 자들이 움찔거리며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그들은 SSS급 헌터를 실제로 처음 본 상황.
마왕과 직접 계약한 ‘빌더버그 클럽’ 최고위 5인은 마왕의 기세를 입었기 때문에 어지간한 헌터를 마주해도 겁을 먹는 일이 없었다.
따라서 그들은 시우를 눈앞에서 보기 전까지 그의 실력을 폄훼하고 있었다.
게다가 대통령들마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을 손에 쥐었는데 무서울 게 없는 건 당연지사.
그들은 이 황폐해진 세상 속에서 자신들의 힘이면 그 무엇도 대적할 수 없으리라 믿었었다.
지금 이때까지는 말이다.
“잠깐···!! 자네에게 씌워진 혐의를 모두 지워 주지! 지명수배에서 풀어 주겠네!”
“맞아! 워, 원한다면 우리 경호원이 되는 건 어때?!”
“마왕님께 특별히 간청할 테니···!!”
시우는 그들의 비굴한 모습이 새삼스럽지 않았다.
어딜 가나 이런 것들은 바퀴벌레처럼 살아남았고, 그 알을 퍼뜨리고 다녔으니까.
“그럼 마왕한테 가서 전해라.”
“전해 주겠네! 말만 하게!!”
제이슨이 다급한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에 간절한 눈빛으로 시우를 올려다봤다.
하지만 그런 그의 판단은 오래가지 못했다.
시우의 안광에서 뿜어지는 오싹한 기운이 앞으로 있을 일을 예고하는 듯했기 때문.
“아······.”
“지옥으로 꺼지라고.”
콰ㅡㅡㅡㅡㅡㅡㅡ앙!! 콰ㅡㅡㅡㅡㅡㅡㅡ앙!! 콰ㅡㅡㅡㅡㅡㅡㅡ앙!!
어느새 구현된 샷건이 핼러윈 가면을 전부 박살 냈다.
잘 익은 수박처럼 으깨지는 머리통을 보며 회의장에 있던 사람들이 비명을 토해 냈다.
그들은 기겁하며 자리를 박차 출구로 내달렸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소란은 순식간에 진압되었다.
“크르르르르릉!! 탈출하려는 놈은 다 죽여라!!”
티르칸의 맹수와도 같은 울부짖음에 산개해 있던 병사들이 출입구를 통제하고 발톱을 내세웠다.
사람들은 무척이나 당황해하다가 도망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애원하기 시작했다.
“사, 살려 줘!”
“우리는 따른 죄밖에 없어!”
“블랙우드 백작! 대신 말 좀 해 주게!”
그들의 절절한 표정을 보던 시우는 에드워드에게 눈길을 돌렸다.
“내가 알아서 처리한다?”
“그래라. 어차피 ‘실무’는 네 몫이니까.”
시우는 고개를 끄덕인 뒤 사람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지금은 급박한 전황이다. 한가롭게 서류 싸움을 할 시간도, 여력도 되지 않는다. 따라서 당신들은 어떤 결과가 나와도 내 뜻에 따라 주기를 바란다.”
그 말에 회의장에 있는 사람들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당당한 얼굴을 한 사람도 있었지만, 찔리는 게 있는 자들은 입술을 짓씹으며 도망칠 궁리를 생각했다.
시우는 그 모든 상황을 눈에 새기며 말을 이었다.
“마족과 계약한 사람은 지금 자수해라. 참고로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될 거다.”
“······!!”
“아니···!”
지금 여기서 시우의 말에 따지고 넘어가거나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전 세계의 실권을 쥐고 있던 5인방이 쪽도 못 쓰고 죽는 꼴을 봤는데 누가 말꼬리를 잡겠는가.
다만 목숨이 달린 일이라 의구심을 가진 사람은 있었다.
“저, 저기···! 자수하면 용서해 주는 건가···요?”
유럽의 한 국가 수장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고 물었다.
시우는 그 사람을 찬찬히 훑어본 다음 입을 열었다.
“처벌이 있겠지만, 죽이진 않겠다.”
“처벌··· 죽이진 않는다니···?!”
“그렇다면 자수하지 않는 자들은 죽인단 소리잖아! 대체 당신이 무슨 권리로!”
“오, 옳소! 마족과 손잡았다는 걸 어떻게 증명할 건데!”
불안감에 휩싸인 사람들이 조금씩 목소리를 냈다.
마족과 손을 잡은 자들도 불안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운이 나빠 배신자로 낙인찍혀 죽게 되면 그것만큼 억울한 것도 없을 테니 말이다.
시우는 뻔하고 당연한 반발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예상했던 바다.
“이미 말한 것처럼 내 지시에 따르는 게 먼저야. 셋 센다. 하나, 둘ㅡ”
갑작스러운 카운트에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은 허둥지둥 난리 법석을 피웠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늘어나는 숫자를 막을 수는 없었다.
“셋.”
카운트가 끝났다.
사위에 적막이 감돈다.
모든 이들이 시선을 두리번거리며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려 했다.
“······.”
“아···.”
조심스럽게 손을 들고 있는 스무 명 정도의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그들은 질끈 눈을 감고 있거나 흙빛으로 변한 안색으로 불안한 듯 몸을 떨었다.
죽음을 면하게 해 준다고는 했지만,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는 일.
게다가 ‘처벌’의 수위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라 자수하기에는 꽤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티르칸.”
“예, 폐하!”
“지금 손든 사람들 따로 빼라.”
“알겠습니다!!”
명령받은 티르칸은 그 즉시 병사들을 시켜 그들을 한쪽으로 분류했다.
겁에 질린 사람들은 감히 반항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호인족이 시키는 대로 따랐고, 그렇게 잠깐의 분류가 끝나자 또 한 번의 정적이 흘렀다.
시우에게 모든 시선이 쏠렸다.
사람들은 그의 입이 벌어지기만을 기다렸다.
지금 당장 나눈 자들을 모조리 죽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
시우는 자리에 남은 사람들을 훑어본 뒤 미간을 찡그렸다.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HMCS 국제법에 의거, 인류를 배신한 자들을 즉결 처분하겠다.”
무척이나 덤덤한 어조.
마치 평범한 인사를 건네기라도 한 것처럼 무미건조하고 평이한 어투였다.
사람들은 그 의미를 바로 파악하지 못하고 1초 정도 뒤늦게서야 문장이 주는 심각성을 깨달았다.
“어···?!”
“잠깐··· 어, 어떻게 할···.”
자수한 무리는 자신들이 죽게 되는 줄 알고 사색이 되었다.
그 순간.
두ㅡㅡㅡㅡㅡㅡㅡㅡㅡ웅!
시우를 중심으로 회의장을 가득 뒤덮는 거대한 원이 생성되었다.
본래 시우의 능력인 마력 감지와 프레의 마기 흡수를 합친 술식.
새까만 마법진에서 수십 개의 손이 솟구치며 바블레너의 기운을 탐지해 뻗어 나간다.
콰드드드득!!
“끄아아아아악!”
“으거어어억, 사ㅡ 살려!”
“자, 잠깐ㅡ 으갸아악!”
흑색 손들이 사람들 사이를 휘저으며 계약으로 묶인 심장을 골라 산 채로 뜯어냈다.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거친 비명과 죽음의 단말마가 뒤섞여 회의장을 울린다.
“하.”
시우의 날카롭게 벼린 시선이 죽어 가는 자들에게 향했다.
일말의 동정조차 들지 않는다.
그들이 이때까지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많은 죽음을 방조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3초 남짓한 시간, 수십여 구의 주검이 생겨났다.
자수하지 않은 ‘빌더버그 클럽’은 그렇게 도망갈 시도도 하지 못한 채 자리에서 전부 죽어 버렸다.
“티르칸.”
“예, 폐하!”
“자수한 놈들 전부 감옥에 가둬.”
“알겠습니다!!”
시우는 멍한 시선으로 앉아 있는 에드워드를 바라봤다.
뭔가 지친 것 같은 기색이 보인다.
“새삼스럽게 동정심이 드는 건 아닐 테고. 피곤해서 그러냐?”
“후. 나는 너처럼 몸과 마음이 비브라늄으로 된 게 아니라 평범하다고, 이 슬라임 설사 같은 자식아.”
“실례군. 나도 몸과 마음이 여리다고.”
“······.”
에드워드는 똥을 일백 개쯤 씹은 표정으로 시우를 노려봤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에 대꾸할 가치조차 못 느낀 듯했다.
“아무튼 여기는 해결했으니까 나는 이만 간다. 나머지는 에드윈, 네가 알아서 해라.”
“뭐? 네가 남아 있어야지, 어딜 또 가려고. 너도 HMCS 회장인 건 알고 있냐?”
“나는 실무. 너는 서류. 회의는 이제 네가 꾸려서 하면 되잖아.”
시우가 있으면 모든 의사 진행이 원활할 수 있을 테지만, 확실히 그의 말대로 시우가 필요한 현장은 따로 있을 것이다.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 였다.
“알았다. 꺼져라.”
“···네 목숨을 구해 준 사람이 나란 건 안 까먹은 거지?”
“그래서 뭐 인마. 나는 네가 어디로 갔는지 불지 않다가 몇 날 며칠 고문도 받았거든.”
“그랬어?”
시우가 놀란 눈빛으로 에드워드를 마주했다.
에드워드는 단호한 얼굴로 옅은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이놈은 배신과는 거리가 멀긴 하지.
시우는 피식 웃으며 친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런데 말한다고 해서 따라올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했어도 상관없었을걸.”
“······?”
“나 간다.”
“······.”
에드워드는 시우가 사라진 곳을 보며 분노의 주먹을 꽉 쥐었다.
다음에 보면 기필코 얼굴에 주먹을 꽂을 것이다.
***
“타천사 하나의 연결이 끊어졌다고 합니다.”
크라켄이 옥좌에 앉은 존재를 향해 말했다.
칠흑 같은 옷을 입고 진주처럼 새하얀 피부를 가진 소년.
『내가 계약한 인간들의 기운이 안 느껴진다.』
“그렇다면···?”
크라켄의 질문에 바블레너가 새까만 입술을 움직였다.
『나와의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존재는 없으니, 누군가 인간들을 죽인 거겠지.』
“군인이나 헌터들의 소행일까요?”
『아니. 기운이 동시에 사라졌다. 세계 정부를 손에 넣은 지금, 그렇게 대놓고 죽일 수 있는 놈은 없을 거다.』
바블레너가 무표정한 얼굴로 크라켄을 굽어보았다.
“설마··· 놈이···?”
현재 전황으로는 ‘미스틸 테인’을 비롯한 모든 하이 랭커의 발이 묶여 있기 때문에 저런 짓을 벌일 수 있는 존재가 없었다.
게다가 무작정 죽인다면 그건 그야말로 학살이 될 터.
아무런 물증이나 확신도 없이 각 국가의 수장을 죽일 수 있는 자가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전쟁이 진행되기 전에 일을 처리했을 것이다.
지금의 느닷없는 타이밍이 아니라.
『그 설마가 맞는 것 같군.』
단 한 사람.
이런 짓을 태연히 저지르고도 남을 자가 있다면, 그건 바로ㅡ
『민시우가 돌아왔다.』
바블레너의 얼굴에 처음으로 옅은 표정이 지어졌다.
분노와 흥분이 뒤섞인, 기묘한 뒤틀림.
“어떻게 할지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크라켄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물었다.
과연 한 사람의 등장이 지금의 상황을 뒤집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민시우는 언제나 그런 일을 만들어 냈다.
그렇게 둬서는 안 된다.
고민을 끝낸 바블레너의 입이 열렸다.
『전군, 최종 전쟁을 실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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