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45
350화>
적그리스도2
코어에서 끄집어낸 힘이 마나맥을 타고 전신에 맹렬히 질주한다.
초고속 하이퍼카 엔진이 공회전하듯 에테르의 힘이 말초 신경 끝자락부터 심장과 뇌까지 들불처럼 퍼져 나갔다.
시우는 뜨거운 호흡을 내뱉었다.
1코어부터 5코어까지 문이 한꺼번에 열리며 파도와 같은 힘이 전신에 끼얹어졌다.
마치 불에 덴 것처럼 뜨거운 열기가 지나자 이번엔 뼈가 시릴 정도의 한기가 치달았다.
근육이 뻐근하게 아려 온다.
“하아….”
마치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만 같다.
물 위에 둥둥 떠서 머리만 남은 듯 육체의 모든 감각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간다.”
시우의 전신에 묵색의 갑옷이 엉겨 붙는다.
오른손에는 단단하고 날카로운 용의 송곳니로 만든, ‘용살검’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순간 적그리스도에게서 흉흉하고 알맹이 없는 사특한 기운이 뿜어졌다.
강하다 약하다 같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깊이의 문제.
놈의 저의는 그 끝을 헤아릴 수 없었고, 순수한 악 그 자체에 가까워 보였다.
시우는 발을 뗐다.
뒤집어쓴 투구 탓에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주 먼 거리였음에도 그는 순식간에 적그리스도 앞에 당도했다.
반라의 미남자.
적그리스도의 새까만 동공이 시우에게 향한다.
– ㅇㅣㄴㄱㅏㄴ
남자가 사람 같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말을 처음 배우는 아기처럼 어눌한 말투가 아니라 발성이란 걸 처음 해 보는 생물처럼 기괴한 목소리.
시우는 치켜올린 검을 힘껏 떨어트렸다.
───────쿠과가가가가가가!!!
대기가 비틀리며 거대한 압력이 상대에게 가해졌다.
마치 진짜 흑룡이 나타나 날카로운 발톱을 휘두르기라도 한 듯 어마어마한 강격이 공간을 찢어발긴다.
적그리스도에게 맞고 저만치 나가떨어졌던 르누아와 판테레온은 시우에게서 솟구치는 결이 다른 격에 몸이 떨려 오는 걸 느꼈다.
무자비한 폭군의 기세.
그러나 그 같은 공격을 받고도 적그리스도는 멀쩡했다.
– ㅈㅜㄱㅇㅣㄴㄷㅏ
괴물의 입에서 뚝뚝 끊기는 음성이 들려오더니 놈의 팔이 불가능한 각도로 꺾여 시우에게 휘둘러졌다.
꽈────────아아아!!!
고무가 기다랗게 당겨졌다가 수축한 것처럼 엄청난 속도로 일격이 가해진다.
시우는 용살검을 틀어 적그리스도의 주먹을 흘려 냈다.
‘공격력이 말도 안 되네.’
그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곤 재차 검을 휘둘렀다.
고작 주먹질 한 번을 막아 냈을 뿐인데 갑옷이 통째로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5코어를 열어서 이 정도라면 다른 헌터들은 놈의 제대로 된 공격 한 방에 으스러질 수도 있을 터.
판테레온이나 르누아는 인간의 육체와 다르기도 하거니와 마력 밀도가 워낙 높아 큰 부상으로 이어지진 않은 듯했다.
쿠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
시우가 휘두른 용살검이 사방을 난도질하듯 할퀴었다.
땅의 표면이 갈라지고 섬광이 천지를 물들인다.
제대로 맞으면 상위 악마도 일격에 반으로 갈려 죽을 수 있는 공격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린다.
하지만 적그리스도는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기는 듯했다.
– ㅂㅜㅈㅗㄱㅎㅐ
팔이 잘려 나가고 다리가 으깨져 나가는 순간조차 그는 시우를 비웃듯이 괴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엉망진창이 된 몸뚱어리가 액체처럼 변하더니 떨어져 나간 신체 부위와 합쳐진다.
“잘라도 잘라도 끝이 없네, 빌어먹을!”
시우가 입매를 비틀었다.
칼로 물이라도 벤 것처럼 놈은 절단된 신체를 다시 흡수했다.
그리고 재흡수된 신체는 적그리스도의 몸 아무 곳에 다시 생겨났다.
잘린 팔이 복부에서 튀어나오거나 발목이 어깨에서 돋아나는 식으로.
그렇게 1시간 같은 1분이 지났다.
판테레온과 르누아는 입을 떡하니 벌렸다.
저런 미친 연격을 휘날리는 시우도 무시무시했지만, 그 공격을 전부 받아 내는 적그리스도도 만만치 않았다.
시우는 밭은 숨을 내뱉었다.
코어의 힘을 지속하기란 너무도 어려운 일.
그나마 힐을 미친 듯이 돌리고 있는 덕택에 힘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지, 만약 힐이 없었다면 코어를 개방하고 수초 내에 육신이 가루가 됐을 것이었다.
“폐하….”
르누아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그녀가 느끼기에도 시우는 이미 한계에 다다라 보였다.
– 끝… 이ㄴㄱㅏ
이제는 인간의 형체로도 보이지 않는 적그리스도가 끔찍한 목소리로 말했다.
비록 표정이나 감정을 알아챌 순 없었지만, 그 말의 저의는 분명했다.
승리의 확신.
놈은 자신의 패배 따윈 일말의 재고조차 하지 않았다.
타천사로 불리며 오직 죽음과 파괴를 흩뿌리고 다니는, 그 종(種)의 목적성 자체가 불순한 존재.
그 정점에 선 적그리스도가 역공을 재개했다.
이제는 팔이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한 기다란 나뭇가지 같은 것이 솟구쳐 날아든다.
시우는 용살검의 넓적한 검면으로 녀석의 공격을 막아 냈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검면과 닿은 찰나 적그리스도가 내뻗은 팔이 순식간에 집채만큼 크게 부풀었다.
투콰────────아아아앙!!!
그곳에서 발한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인근 지형을 뒤집어엎으며 폭발했다.
“크아아아악!!”
“으그으으으으─!”
판테레온과 르누아마저 그 폭발에 휩싸여 수십여 미터를 나뒹굴었다.
직접 겪어 보고도 믿기지 않는 파괴력이다.
르누아는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고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이날까지 상대방의 공격에 맞아 나뒹굴어 본 게 시우 외에 처음이었다.
핏물이 울컥 쏟아지려고 한다.
“크르르르… 조금 전 우리가 싸운 건 놈의 전력이 아니었던 건가….”
판테레온이 인상을 잔뜩 구긴 채 그녀 옆에서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진 싸움을 졌다고 여기지 않고 항상 당당하게 구는 판테레온조차 놈의 강격에 패색 짙은 낯빛을 했다.
그만큼 놈과의 격차가 확연하다는 증표.
“제기랄, 저건 또 뭐야?”
그 순간 르누아가 끔찍한 꼴을 봤다는 듯 참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뭇가지같이 생긴 것들이 적그리스도의 몸에서 돋아나기 시작한다.
– ㄱㅓ슬… 린ㄷㅏ
그것들은 곧 채찍이 되었다.
쿠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
채찍들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휘둘러지며 일대의 지반을 죄다 바스러트리고 할퀴었다.
그 어떤 접근도 불허하는 최고의 방어이자 공격.
바람보다 날카롭고 번개보다 빠른 속격이 나노세컨드 단위로 분절되며 그들을 통째로 잡아먹을 것처럼 다가왔다.
마치 믹서기에 땅을 갈아 넣은 듯이 지반이 갈려 나간다.
“염병할!! 피해!”
르누아가 판테레온의 등을 걷어찼다.
찰나라도 방심하면 다진 고기 조각이 되어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될지 모른다.
‘폐하는 무사하신 걸까?!’
날개를 펴서 높이 날아가려던 르누아는 적그리스도의 폭발을 가까이서 맞은 시우의 안부가 궁금했다.
만약 시우가 위험한 상황이라면 그녀는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시우를 구할 생각이었다.
“판테레온!!”
“크르르!! 뭐냐, 르누아!”
발을 박차 적그리스도와 거리를 벌리던 판테레온이 다급히 대꾸했다.
“폐하의 기척이 느껴져?!”
“뭐? 마력 감지는 나보다 네가 낫잖아!”
“야, 이!! 그건 나도 아는데─”
그 순간 르누아와 판테레온의 안색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이건….”
느닷없이 느껴진 무지막지한 기운에 르누아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그 기운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시우가 날아갔던 그 방향.
– 넌ㄴㅜ구…
적그리스도가 흙먼지가 비산하는 곳을 향해 기괴한 얼굴로 물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짓씹듯 내뱉는 음성이 울려 퍼졌다.
“누구긴 씨발아, 널 죽일 인간님이다.”
* * *
크라켄의 금쇄봉이 바닥에 내리꽂혔다.
쿠───────웅!!!
천지를 물들이는 굉음과 함께 거친 마기가 사방을 휩쓸었다.
최대수와 진도화는 그 강격을 흘려 내며 반격할 포인트를 찾아 헤맸지만, 크라켄은 그 틈을 내어 주지 않았다.
“덤벼라, 인간!! 이 크라켄을 상대로 어디까지 발악할 수 있나 보겠다!!”
성난 괴물의 무기가 바위를 부수고 마기를 흩뿌린다.
그를 향해 디버프를 쏘아 내던 헌터들은 튀어 오르는 바윗돌과 흉악한 기세에 감히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워메, 씨벌 거! 저놈을 우째 이긴다냐!”
진도화가 합죽선을 튕기며 혀를 찼다.
피 칠갑을 한 소머리에서 검붉은 안광이 불길처럼 번쩍인다.
그 살기 어린 강격에 벌써 수십여 명의 헌터가 목숨을 잃었다.
단 한 번의 공격이라도 허용하면 목숨을 잃는 탓에 모두 일격에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
“진도화! 놈의 시선을 끌 수 없나?!”
“염병허네! 그럼 대수, 네가 끌어 보든가!!”
진도화라고 그러고 싶지 않은 게 아니었다.
하지만 크라켄은 강한 것뿐만이 아니라 미친 듯이 빠르기도 해서 스킬을 구사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 0.1초의 순간을 잘못 파악하는 날에는 진도화의 목이 떨어져 나갈 게 분명할 터.
투콰아아아─────!!
그때 크라켄의 금쇄봉을 누군가 막아섰다.
도경후.
“약해 빠진 인간한텐 볼일 없다!!”
크라켄은 금쇄봉을 막아 낸 상대가 조금 전 자신에게 밀려 죽음 직전까지 몰렸던 도경후란 것을 알게 되자 그를 향해 눈알을 희번덕거렸다.
그러나 도경후는 자신보다 몇 배는 더 강한 상대 앞에서 조금의 움츠러듦도 보이지 않았다.
“잠깐 막아 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
그는 최대수와 진도화를 향해 소리쳤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나자마자 크라켄의 날 선 공격이 대포알처럼 날아들었다.
쩌────────억!! 쩌────────억!!
분명 다른 헌터들은 일격에 목숨을 잃었었건만.
도경후는 놈의 공격을 몇 합이나 막아 내는 기염을 토했다.
크라켄은 최대수나 진도화보다 약한 인간이 자신의 공격을 계속 막아 내자 한편으로는 호기심이 동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기분이 몹시 상했다.
“진작 죽었어도 모자랄 인간 놈이!!!”
크라켄은 금쇄봉을 야구 배트처럼 옆으로 휘둘렀다.
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쇠붙이끼리 부딪치는 날카로운 마찰음이 귀청을 파고들었다.
모두 이번에야말로 도경후가 죽었을 것이라 예상했다.
“후우─!!”
하지만 강대한 마기가 사위를 짓누르는 너머, 도경후의 서슬 푸른 눈빛이 멀쩡하게 살아 크라켄을 향하고 있었다.
도경후는 속이 진탕되어 몇 번이고 피를 토하고 싶었다.
이미 그의 육신은 내부가 걸레짝처럼 되어 살아 있는 송장이나 다름없는 상태.
그러나 도경후는 쓰러질 수 없었다.
그동안 그를 믿고 버티다 명을 달리한 동료가 얼마나 되던가.
그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죽어 그들을 볼 낯을 가지기 위해서라도 도경후는 버텨야 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다름 아닌 도경후가 일평생 검만 휘둘렀기 때문.
적이었던 크라켄마저 감탄한 그의 검술이 금쇄봉의 힘점을 미세하게 흘려 보낸 덕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악에도 한계는 있기 마련.
도경후는 모든 근육이 경직되어 이제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크라켄은 벼린 눈으로 그를 일별하더니 이내 금쇄봉을 재차 휘둘렀다.
쿠과가가가───────!!!
묵직한 쇳덩이를 두들긴 것처럼 요란한 공명음이 발한다.
“…….”
금쇄봉이 무언가에 막혀 허공에서 멈췄다.
크라켄은 금쇄봉 너머의 존재를 향해 검붉은 안광을 줄기줄기 흘렸다.
“그 꼴은 뭐냐.”
쇠를 긁는 음성이 흉측한 소머리에서 들려온다.
끼기기기긱…!!
“뭐긴, 빌어먹을 마족들 때려죽일 비장의 무기지.”
사이보그 모빌 슈트를 입은 최대수가 놈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육중한 기계식 장갑이 크라켄의 금쇄봉을 부술 듯 그러쥔다.
“2차전 시작하자, 소새끼야.”
최대수의 입꼬리가 한쪽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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