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46
351화>
적그리스도3
끼리릭.
기계식 팔과 손가락 관절이 움직인다.
원래도 몸체가 커다랗던 최대수지만, 사이보그 모빌 슈트를 걸친 그의 덩치는 크라켄과 맞먹을 정도였다.
“이렇게 보니 상대할 만한 것 같군.”
“교만하다, 인간 주제에.”
“그 교만한 인간한테 죽으면 재밌을 것 같은데.”
최대수가 이죽거리며 모빌 슈트에 힘을 줬다.
상대를 압도하는 힘과 기량이 피부로 느껴졌다.
‘제법 괜찮은 걸 줬군, 민시우.’
이 사이보그 모빌 슈트는 예전에 시우가 최대수에게 선물했던 시계형 아티팩트였다.
마력을 물 쓰듯이 소비하게 되는 까닭에 가급적이면 사용하지 않는 장비.
하지만 그 위력 하나는 대단해서 최대수는 일종의 필살기처럼 이 아티팩트를 아끼게 되었다.
세계 최고의 방산 업체 록히드 마틴사가 랭킹전을 통해 수집한 휴머노이드의 전투 기록.
그것들을 토대로 만든 대전투용 병기인 것이다.
“크크크. 역시 괴물은 괴물이군. 이런 아티팩트를 착용해야 맞먹을 수 있는 걸 보면.”
최대수가 슈트에 힘을 주며 크라켄의 팔뚝을 잡아 반대로 꺾으려 했다.
일대일로는 감히 맞붙을 수 없을 것 같던 상대의 기세가 서서히 기우는 것이 보이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최대수의 웃음을 본 크라켄이 입을 열었다.
“인간─ 열등한 너희들이 우리 마족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이긴다. 이길 수 있다, 괴물.”
“너희들의 지배자가 전부 등을 돌린 것은 알고 하는 소리인가?”
이번에는 크라켄이 빈정거리며 말했다.
‘빌더버그 클럽’을 비롯한 인간들의 수뇌부는 진작에 마족들의 편으로 돌아섰다.
그들에게 명령을 내려 지배에 박차를 가하면 인류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되어 가는 중이었다.
민시우한테 죽지만 않았어도 그 계획은 순조롭게 이행됐을 터.
“웃기는 소릴 지껄이는군.”
그러나 최대수는 크라켄의 말이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삼켰다.
“뭐가 웃기지? 죽었다고는 하나, 너희들의 대통령, 총리, 수상, 왕이라 불린 것들은 전부 마족에게 충성을 바쳤다. 머리가 잘린 짐승은 죽는 법!!”
상대가 도발에 반응하지 않자, 크라켄이 쇳소리 같은 음성으로 자신의 생각을 토해 냈다.
마족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지만 상위 마족의 명령을 거스를 수 없다.
그리고 그들의 모든 체계는 가장 강한 존재인 ‘마왕’의 손에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다가 모든 마왕이 죽는다면?
위계질서는 삽시간에 무너지고 마족이란 사회 자체가 커다란 혼란에 휩싸일 것이다.
제1계 마왕부터 제3계 마왕까지 죽었을 때 마계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블레너의 강함과 크라켄의 서포트 덕분.
만약 바블레너와 크라켄이 인류에게 항복하겠다고 했다면 마족은 그들의 의견에 큰 말 없이 따랐을 터.
“머리가 잘린 짐승이라.”
최대수가 손에 쥔 힘을 빼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인류는 하나의 군체가 아니다. 우리는 머리가 잘려 나가면 또 다른 사람을 머리로 세울 뿐이다.”
대통령 하나가 나라를 배신했다고 해서 국민이 그를 따라 배신하지는 않는다.
매국을 하든 애국을 하든 그건 오롯이 그 혼자만의 몫.
“마족 편에 인류의 전 세계 수장이 고개를 조아렸다고?! 그 결과를 네놈도 똑똑히 보지 않았나!”
민시우가 제 손으로 한 공개 처형.
그 행동은 모든 사람을 공포에 질리게 만들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누군가에겐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던 일이 시우에겐 망설일 필요 없는 당연한 일이었던 것이다.
“대통령을 백 명이든 천 명이든 마왕 앞에 데려가 무릎을 꿇게 해 봐라. 그때마다 우리는 새 지도자를 뽑으면 될 일이니.”
“우두머리에 대한 존중심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종족이군!!”
“크크크. 그걸 이제 알았나? 너희들은 영원히 우릴 지배할 수 없다, 이 괴물 새끼들아!”
“버러지 같은 놈들이 되는 대로 지껄이기는─!!”
크라켄이 이빨을 딱딱 부딪치며 분노에 찬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의 이두와 삼두가 부풀더니 혈관이 도드라지고 마기를 한데 그러모았다.
“…이 빌어먹을 자식이.”
최대수가 흠칫 놀라며 불어나는 크라켄의 기세에 욕설을 내뱉었다.
놈은 전혀 전력을 내지 않고 있었다.
쩌저저저적…!!
최대수의 슈트에서 미묘한 파열음이 일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견딜 만했던 상대의 마기가 밀물처럼 거세지며 주변을 짓이기려 하고 있었다.
“이거… 마냥 버티고 있을 수만은 없겠는걸.”
사이보그 모빌 슈트가 방위 산업체에서 만든 과학과 마법의 정수라고는 하지만, 크라켄과 비벼 볼 수준의 내구성을 지니지는 못한 듯했다.
최대수는 힘겨루기는 그만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금쇄봉을 밀듯이 쳐 낸 뒤에 크라켄의 몸통에 재빨리 주먹을 내질렀다.
투콰───────악!!!
어깨와 팔꿈치에서 뿜어진 부스터가 속도를 가속시켜 어마어마한 충격음을 만들었다.
크라켄의 몸이 처음으로 휘청거린다.
최대수는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곧장 다른 주먹을 상대의 어깨에 내리꽂았다.
빠가아아아아아악!!
“……!!!”
소머리 안에서 숨을 다잡는 신음이 들려온다.
상대에게 대미지가 들어간다는 것을 깨달은 최대수는 연격을 멈추지 않았다.
기세라는 건 붙잡지 않으면 영영 돌아오지 않을 때도 있다.
지금 대미지를 더 축적하지 않으면 이 같은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른다.
최대수는 모빌 슈트에 마력을 쏟아부었다.
구우우우우우우──
기계 내부에 새겨진 술식에 마력이 차오르더니 슈트 곳곳에 부스터가 솟구쳤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
불이 뿜어지며 무지막지한 강격이 소낙비처럼 크라켄에게 쏟아져 내린다.
“크아아아아아압!!!”
최대수는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미친 듯이 팔을 휘둘렀다.
이길 수 있다, 이겨 내야만 한다.
근섬유가 찢어지고 뼈를 망치로 두드리는 것처럼 팔이 아려 온다.
최대수는 속으로 욕설을 마구 뇌까렸다.
호흡이 가빠지고 펌프질 된 심장이 한계에 다다라 터질 것만 같다.
지금 때리는 게 자신인지, 아니면 맞고 있는 게 자신인지 구분되지 않을 정도.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 듯 울컥울컥 빠져나가는 마력에 단전이 홧홧하다.
최대수는 그럴수록 턱에 힘을 가득 쥐며 맹공을 퍼부었다.
사이보그 모빌 슈트는 인간의 능력치를 한계 이상으로 끌어 올려 몇 배는 더 강한 위력을 보이게끔 해 주는 아티팩트였지만, 다른 면에선 끌어 올린 능력치만큼 육체를 갉아 먹는 기술이기도 했다.
기계를 따라가지 못한 몸뚱어리가 비명을 지른다.
코피가 뚝뚝 떨어지고 양손에 유리 조각이 돌아다니는 기분이다.
터억!!
그 순간 그의 주먹이 무언가에 막히며 멈췄다.
그 너머로 살기가 붉게 피어오르는 안광이 보인다.
“이제 끝이다, 열등한 인간 종이여….”
크라켄의 격노가 마기로 치환되며 일대를 무겁게 짓눌렀다.
새까만 기세가 염화처럼 타오른다.
투콰아아───────아아아!!
모빌 슈트의 외부가 과자처럼 부서져 나간다.
“크으윽!!”
최대수는 입 안에 피 맛이 돌 때까지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 순간 크라켄의 금쇄봉이 한 줄기 궤적을 그리며 벼락처럼 휘둘러졌다.
괴물의 일타(一打)가 코앞으로 치닫는다.
최대수는 금쇄봉의 끝을 응시하며 저도 모르게 죽음을 상기했다.
그건 포식자에게 잡아 먹히는 피식자의 본능 같은 것이었다.
짜────악!
그의 정신을 경쾌한 소리가 일깨운다.
맑고 강하다.
그 소리에 맞춰 금쇄봉이 허공을 갈랐다.
크라켄은 순간적으로 시야가 뒤집히며 현기증이 이는 것을 느꼈다.
그 빌어먹을 환술사 놈이 또 술수를 쓴 것이다.
“크아아아악!! 찢어 죽인다!!”
분노에 찬 크라켄이 쩌렁쩌렁한 소리로 울부짖었다.
“죽는 건 너지.”
상공에서 최대수의 중얼거림이 들려온다.
구그그그그… 푸화아─────악!!
모빌 슈트의 양쪽 팔 부분의 덮개가 활짝 열리며 그가 그러모았던 모든 마력이 지상으로 퍼부어졌다.
* * *
두근. 두근. 두근.
심장 박동이 귓가에서 울린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소리가 선명하다.
머릿속이 쿵쿵거리며 뇌가 빨갛게 익어 가는 기분이다.
“하아.”
시우는 당장이라도 속을 게워 내고 싶었다.
자신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적그리스도의 강격에 맞고 날아간 뒤… 그때부터 의식이 희미하고 몸이 붕 뜬 것만 같다.
‘여기서 내가 뭘….’
아주 강한 몸살 감기약을 먹고 잠에 취한 것처럼 온몸이 나른하다.
이대로 푹신한 솜이불에 몸을 깊이 누이고 깊은 잠에 빠지고 싶다.
시우는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파르르 움직이다가 이내 도로 감아 버렸다.
이제 알 바 아니지 않나.
쉬고 싶다.
그는 곁에 있는 작은 베개를 손으로 쥐고 머리맡에 베었다.
조금 더 컸으면 좋겠는데.
……!!
가느다란 소리가 그의 정신을 살짝 흔들었다.
……아!!
뭐라고? 잘 안 들려.
시우가 미간을 찌푸린 채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ㄲ…아!!
누군가의 비명인 듯하다.
그는 바닥 끝까지 잠겨 있던 의식을 간신히 들어 올려 그 소리에 다시 집중했다.
다시 한번 말해 줘. 뭐라고?
【꾸아아앙! 나 깔려 죽는 거시다!!】
시우가 베고 누웠던 인형이 날개를 파닥거리며 얼굴 밑에서 버둥거렸다.
정신을 차린 시우가 자리에 앉았다.
【나, 나를 죽이려 한 거시다!】
프레가 배신감에 훌쩍이며 바닥에서 꿈틀꿈틀 뒹굴었다.
“…….”
시우는 떨떠름한 눈으로 프레를 바라봤다.
【배가 아픈 거시다, 꾸히잉….】
‘내가 이런 거 덕분에 정신을 차리다니.’
시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쉬다가 프레를 주워 어깨에 올렸다.
“야, 저 새끼 너무 세다.”
이상한 폭발 한 방에 몸이 으스러질 뻔했다.
시우는 얼얼한 속을 달래며 전방을 응시했다.
르누아, 판테레온이 적그리스도를 저지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세? 원래 너보다 센 사람은 많은 거시다, 좁밥.】
“그래? 네가 나보다 강하다고?”
【당연한 거시다! 내가 마음먹으면 저런 슬라임 따위는 그냥 죽이는 거시다!】
시우는 이 근거 없는 자신감의 소유자를 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면 힘 좀 빌려주라. 저 자식 발라 버리게.”
프레는 시우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심인 거시냐?】
“어.”
【그렇다면 알겠는 거시다. 어떻게 돕는 거시냐?】
“다음 코어 열 거니까 힐 돌리고, 네 힘으로 반동 좀 억제하자.”
현재 시우가 쓸 수 있는 단계는 5코어.
여기까지 문을 여는 데도 엄청난 훈련과 많은 위기를 겪어야만 했다.
【힐이란 건 파괴보다 재생하는 속도가 빨라야 힐인 거시다. 6코어는 파괴가 더 빠를 수도 있는 거시다.】
“그래서 생령 에너지도 함께 쓴다. 준비해.”
시우는 마음을 굳혔는지 단숨에 5코어까지 문을 열었다.
쿠그그그그그그그…!!!
적그리스도와 맞붙었던 단계까지 코어가 개방된다.
이 문 너머.
다다라보지 못했던 금단의 구역에 발을 내밀었다.
툭.
이제껏 겪어 보지 못한 어마어마한 힘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맹렬하게 휘몰아쳤다.
정신이 아득하게 멀어지려 한다.
마치 무아지경에 빠진 성직자의 그것처럼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든다.
시우는 한 줄기 정신의 끈을 놓지 않고 눈을 부릅떴다.
파괴와 재생이 서로 싸우며 그의 육신을 분해·재구축해 나갔다.
비축한 생령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6코어의 문을 여는 순간 시우의 몸은 가루가 되어 흩어졌을 것이다.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오른다.
– 넌ㄴㅜ구…
적그리스도가 생경한 표정으로 시우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물었다.
“누구긴 씨발아, 널 죽일 인간님이다.”
그 순간 시우가 흙먼지 사이를 뚫고 빛살처럼 쏘아져 주먹을 내질렀다.
─────── … ─ ‥ ─ !!!!
지평선을 아득히 물들이는 새하얀 섬광.
파즈즈즈즈…!!
무시무시한 위력의 폭탄이 일대를 베어 먹은 것처럼 사위에 섬전을 흩뿌린다.
그 고요한 죽음이 사라진 자리.
“폐하…?”
르누아는 잿더미로 변한 적그리스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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