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48
353화>
바블레너2
꿀꺽.
입 안 가득 단맛이 퍼져 흐른다.
연분홍 과육이 걸쭉하게 녹아내린다.
새하얀 마력으로 변한 선도가 단전을 향해 천천히 흘러내려 간다.
6코어를 열지 못한 리바운드로 엉망이 되었던 단전.
“후우….”
그곳에 새하얀 마력이 가득 들어차며 신경 곳곳을 향해 새 힘을 불어넣기 시작한다.
시우는 서서히 차오르는 힘을 느꼈다.
뻐근하게 아려 오던 마나맥과 전신을 짓이기던 통증이 가라앉았다.
머리가 차갑게 식는다.
“괜찮으십니까, 스승?”
루안이 불안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
격투장에서 시우와 싸울 때 먹었던 반도는 전력의 20~30퍼센트를 회복시켜 주었던 스킬이지만, 지금 건넨 [유일반도]는 그것과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100퍼센트.
나아가서는 그 안에 내재된 잠재력마저 일시적으로 끌어 올리는 술법.
하지만 이런 꿈 같은 능력에도 불구하고 루안이 [유일반도]를 쓰지 않은 이유는 단순했다.
이건 목숨을 갉아먹는다.
스킬이 발현되는 순간부터 반도가 준 마력이 다하는 순간까지.
섭취한 사람의 생명력이 폭발적으로 닳아 없어지고 마는 것이다.
“스승….”
이제부터 시우의 목숨은 촌각을 다투게 되었다.
회광반조(回光返照).
마지막 순간 불꽃이 화려하게 피어오르는 상태.
“고맙다, 샤오롱.”
선연한 음성.
자리에서 일어난 시우가 루안의 어깨를 다독였다.
너무도 멀쩡한 그 모습에 루안의 불안이 급속도로 커졌다.
“스승, 우린 아직… 당신이 필요합니다.”
어울리지 않는 제자의 투정에 시우가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샤오─ 아니, 루안.”
“예.”
“시온이랑 아밍… 그리고 여화랑 시준이한테 안부 전해 줘라.”
“스─!”
루안이 스승을 불러 세우기도 전, 시우의 몸이 총알처럼 튀어 나갔다.
단숨에 바블레너가 있는 곳까지 날아간 시우는 허공 중에서 웃음 짓고 있는 그의 모습을 노려보았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역시 내 유일한 호적수답군. 죽일 작정으로 내지른 공격이었는데.』
바블레너가 도화지처럼 창백한 안색으로 그를 마주 보았다.
새까만 동공에 시우의 단단한 눈빛이 아로새겨진다.
『무슨 마법을 부렸는지는 몰라도 기세가 다시 차올랐군. 하지만 고작 그 힘으로 나를 상대할 수 있을까?』
“글쎄, 내가 상대했던 놈들을 보면 다 계획이 있긴 하더라고. 나한테 처맞기 전까진 말이야.”
시우가 재빨리 코어를 개방했다.
1코어부터 차례대로 문이 열린다.
에테르의 힘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며 그의 전신을 새파랗게 물들인다.
‘4코어, 5코어, 6코어…!’
쿠그그그그그그──!!
그 기함할 정도의 저력이 뿜어지자 바블레너의 미소가 딱딱하게 굳어졌다.
5코어에 이어 6코어의 문이 활짝 열리는 순간, 비교할 수 없는 힘이 느껴졌기 때문.
『크흐흐흐─ 마지막까지 날 즐겁게 해 주는군, 민시우!!』
하지만 바블레너는 두려워하거나 긴장하지 않았다.
최후의 승자는 자신이 될 것이란 굳은 믿음과 확신이 있었다.
왜냐하면─
‘비장의 카드는 마지막까지 남겨 둬야 하는 법.’
바블레너가 기다란 송곳니를 내밀며 시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거대한 힘과 힘이 공중에서 충돌했다.
빠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날카로운 섬전이 사위의 어둠을 조각조각 도륙 내고 괴성이 벼락처럼 지반에 내리꽂힌다.
어느새 흑갑과 용살검을 구현한 시우가 바블레너를 향해 공격을 내질렀다.
“흐아아아아압!!”
공간을 썰어 버릴 듯한 궤적이 반원형으로 새겨진다.
바블레너가 날아오는 방향에 맞춰 손바닥을 펴 들었다.
무지막지한 마기가 한 점에 응축되며 새까만 블랙홀을 이룬다.
쿠과가아──────가가가!!
용살검과 맞부딪친 검은 구체에서 한 줄기 섬광이 빗발치더니 수천 개의 가시가 시우를 향해 들이닥쳤다.
시우는 눈을 부릅뜬 채 흑갑에 에테르의 힘을 덧씌웠다.
투다다다다다다다다다!!
갑옷째로 시우를 꿰뚫으려 하는 가시들의 맹공이 스콜처럼 쏟아져 내린다.
『네놈의 무덤은 여기다, 민시우. 도망치거나 빠져나갈 길목 따윈 없다.』
바블레너가 으스스한 목소리로 저주를 퍼부었다.
그리고는 양손을 포개어 자신이 흩뿌린 마기를 조종하기 시작했다.
시우를 향해 날카로운 공격을 내리붓던 가시들이 순식간에 하나로 합쳐지며 그의 몸을 암막처럼 감쌌다.
바블레너가 손을 움켜쥐었다.
그가 수많은 적을 압살했던 특기, 염동력.
콰지이이이이───!!
시우를 감싼 암막이 내부를 가로지르는 수천 개의 가시를 내뿜고, 그에 맞춰 바블레너의 염동력이 암막째 시우를 짓이겼다.
마왕들조차도 이겨 내지 못한 힘이다.
바블레너는 눈은 휘지 않고 입술만 올린 채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죽진 않았을 것이다.
그가 인정한 유일한 적수이다.
자신을 죽음의 문턱까지 밟게 만든 최초의 존재.
바블레너는 시우를 곱게 죽일 생각이 없었다.
그가 겪었던 그 공포와 절망을 몇십 배, 몇백 배는 돌려줘야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았다.
『너무 쉽게 끝나지는 않았으면 좋겠군. 날 좀 더 즐겁게 해 줘야지, 예전의 민시우처럼.』
그런 이죽거림도 잠시.
에테르의 힘을 듬뿍 머금은 두 개의 마법진이 허공 중에 태양처럼 빛났다.
[신창 : 궁니르] [염화 : 불기둥]더블 캐스팅을 끝낸 시우는 술식의 회로를 비틀고 문자의 배열을 새로 구축했다.
그를 둘러싸고 있던 암막이 줄기줄기 피어오르는 용의 힘에 산산이 흩어진다.
“그래, 즐겁게 해 주지.”
시우가 어깨를 뒤로 젖히더니 손에 구현된 신의 창 [궁니르]를 앞으로 쏘아 날렸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기둥이 신창에 휘몰아치며 일대에 열기를 내뿜는다.
쩌───────어어어어어어엉!!
바블레너에게 명중한 신창이 거센 비명을 토해 냈다.
충격파가 천지를 들쑤신다.
주위에 있던 모든 것들이 바람에 휩쓸려 산산이 흩어진다.
“씨발, 저게 대체 무슨 싸움이야.”
멀리서 크라켄과 전투를 치르고 있던 최대수가 혀를 내둘렀다.
저건 이미 인간의 결투가 아니었다.
고대 괴생물이나 신화에 나오는 존재들이 싸우는 듯한 모습에 모든 이들이 충격에 빠졌다.
그건 오랫동안 시우를 봐 온 제자들이나 제국의 충신들도 마찬가지였다.
“폐하─”
키클이 존경심과 걱정이 뒤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크윽!! 시우, 괜찮을까?!”
“주인님은 무사하실 겁니다! 우린 우리의 몫을 하면 돼요!”
간다르바의 염려에 나미르가 괜찮은 척 대꾸했다.
그녀 역시도 시우가 걱정되기는 매한가지였으나, 지금은 시우가 지시한 임무를 따르는 것이 먼저였다.
“후우─”
신창을 날린 시우는 잠시 자리에 서서 숨을 골랐다.
그가 가진 기술 중에서 가장 강력한 마법 두 개를 동시에, 그것도 합쳐서 썼으니 힘든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쉴 수는 없을 것 같다.
“미치겠군.”
시우가 어금니를 아득 깨물었다.
『크흐흐흐… 민시우. 아주 재밌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군.』
바블레너가 일그러진 미소를 띤 채 멀쩡한 모습으로 그를 굽어보고 있었다.
“대미지가 없는 건 아닌 모양인데.”
시우의 예리한 지적에 바블레너가 몸에서 마기를 끌어 올렸다.
『맞아, 그런 무식한 공격을 받아 냈는데 피해가 없을 순 없지. 그러나 나를 이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상대의 마력 파장을 읽을 수 있는 시우는 바블레너가 허언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시우 역시도 은연중에 느낀 사실이기도 했고.
‘이대로는 절대 못 이긴다. 지지부진하게 시간만 끌다가 오히려 내가 당할 확률이 더 커.’
지금 그의 6코어와 바블레너의 전력을 비교하자면 상대 쪽이 조금 더 앞서고 있었다.
‘설마하니 10년 전보다 이만큼이나 강해져 있을 줄이야.’
본래라면 수백 살 이상을 살아가는 마족, 그 가운데서도 정점에 오른 마왕과 수십 년을 살아가는 인간이 견줄 수 있을 리가 없다.
주어진 신체 조건도 월등히 차이 나고, 무엇보다 다루는 마기가 마력을 웃돌기 때문.
하지만 개중 월등히 뛰어난 각성자들이 마족과 대치할 수 있었는데, 특히나 시우는 백 년간 이계를 다녀왔기에 그들을 따라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시우는 자신의 상태를 점검했다.
‘나도 여유 부릴 때는 아닌데.’
그가 비축해 둔 생령 에너지와 명줄이 시시각각 타들어 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장기전으로 가면 답이 없다. 짧고 굵게 가야 해.’
평소 시우의 전투 스타일이라면 장기든 단기든 딱히 개의치 않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런 여유를 부리기엔 상대의 격이 너무나도 높다.
모든 것을 불태워도 시원치 않을 적.
『누가 최후의 승자인지 확인해 보도록 할까.』
바블레너의 등 뒤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술식이 펼쳐졌다.
산 하나를 깎아 만든 것처럼, 한눈에 담기에도 벅찰 정도.
쿠그그그그그…!!!
시우는 그 광경에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단순히 그 하나만을 죽이기 위해 펼친 마법진이 아니다.
이곳의 지형을 송두리째 뒤집어 놓는 것은 물론 곳곳에 흩어져 싸우고 있는 그의 동료들을 몰살하기에 충분한 위력이었다.
『이걸 어떻게 막을 셈인지 궁금하군, 민시우.』
어둠보다 더 깊은 칠흑 같은 눈동자가 시우에게 향한다.
쩌저저적… 쩌적…!!
아직 발현되지 않은 마법의 기세만으로 땅바닥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시우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판사판이다.”
놈만 죽일 수 있다면, 이 한목숨 내놓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
시우는 피가 나도록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목덜미를 잡아 뜯는 격통과 함께 칼날이 단전을 쑤시는 통증이 엄습한다.
6코어 너머의 벽을 연다.
────────!!
인생을 통틀어 처음이자 마지막 시도가 될 것이다.
이 지긋지긋한 마족 놈들을 몰아낼 수 있다면, 저 4계 마왕의 목을 칠 수 있다면, 이 정도 아픔쯤이야 웃으며 받아 주지.
시우는 뇌를 기름에 튀기는 것만 같은 느낌에 눈과 코에서 피를 흘려 냈다.
인간을 초월한, 그리고 그 초월한 지점의 한계를 깨부수는 미친 짓거리.
루안에게 받아 흡수한 반도 덕분일까.
까───앙
그간 단 한 번도 부숴 본 적 없는 벽이 깨지며 마지막 7코어의 힘이 그의 몸에 흘러 들어왔다.
한 방울, 한 방울.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일곱 번째 흡수한 용의 심장이 시우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크흐읍!!”
마력이 줄기줄기 끓어 넘친다.
이제껏 느껴 보지 못한 거대한 힘의 격류가 시우의 세포 하나하나를 깨우며 불길처럼 타올랐다.
시우의 상태를 관찰하고 있던 프레가 정신없이 힐을 구사했다.
재생과 분해가 천 분의 일 초를 다투며 순환한다.
바블레너는 시우의 상태가 이상하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대체 뭔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놈이니 이대로 끝을 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단 판단이 들었다.
『마지막 발악이군!!』
바블레너가 결심한 듯 지상을 향해 마법을 쏟아부었다.
이제 지도에서 이곳을 지우면 그간의 전쟁이 전부 끝난다.
마족이자 그들의 왕인 자신의 승리로, 말이다.
그 순간.
“멈춰라.”
모든 것이 정지한 것만 같은 풍경.
바블레너는 기이한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방금 쏘아 날린 마법이 공중에 멈춰 깜빡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놈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 거지?
그의 동공이 아주 천천히 눈앞의 사내에게 향했다.
시우가 차갑디차가운 안광을 흩뿌리며 그를 죽일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네놈 면상은 이제 지긋지긋하다.”
7코어의 벽을 깬 시우의 강격이 바블레너의 얼굴에 직격했다.
────────────쿠과가가가가가!!!
앞으로 내질러진 주먹이 바블레너의 얼굴을 부수며 그의 등 뒤로 펼쳐진 마법진을 박살 냈다.
쏘아지던 마법이 입자로 되돌아간다.
그 한 줄기 빛살이 허공을 물들이며 바블레너의 몸뚱이를 지상에 처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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