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51
356화>
최후의 전쟁2
주먹질이 한번 오갈 때마다 산이 뒤집히고 바다가 역류했다.
신들이 전쟁을 벌이는 것만 같다.
마치 신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지자 사람들은 경악 어린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본인을 신이라 일컬을 만큼 강대한 적도 적이지만, 그런 존재와 일기토를 치르는 시우도 만만치 않은 괴물이라 느낀 것.
“미쳤군, 빌어먹을.”
사이보그 모빌 슈트를 걸친 최대수가 감탄을 넘어 자조에 가까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미 그가 다다를 수 있는 경지를 아득히 초월했다.
“저거… 시우 괜찮은 걸까?”
간다르바의 걱정 가득한 얼굴에 옆에 있던 나미르도 입술을 깨물었다.
시우가 이만큼이나 전력을 내고도 이기지 못한 경우가 있었던가.
그녀는 두 손을 깍지 껴 기도하듯이 모아 쥐었다.
나미르는 누구한테 들리는지도 모를 바람을 속으로 계속해서 되뇌었다.
기도의 내용은 단 하나였다.
‘제발 주인님이 무사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이 같은 염원을 담은 목소리는 곳곳에서 들려왔다.
동생 시준을 포함한 다른 제자들이나 ‘미스틸 테인’, 그리고 이계에서 온 제국의 부하들까지.
모두 하나 된 바람으로 인류 최후의 전쟁이 될 둘의 싸움을 지켜봤다.
사실 마음 같아선 당장에라도 달려가 옆에서 시우를 거들어 주고 싶었으나, 그게 얼마나 헛된 생각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옆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시우의 걸림돌이 될 터.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는 정도가 아니라 시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소멸할 확률이 높았다.
그만큼 시우와 바블레너의 전투는 그 격 자체가 차원이 달랐다.
쿠가─────아아아아아아아앙!!
시우가 바블레너의 몸통을 후려갈기자, 바블레너의 신형이 대지를 뒤집어엎으며 한참을 날아간다.
끔찍할 정도의 굉음과 함께 지표가 요동치고 회오리가 불어닥친다.
공방이 한번 오갈 때마다 믿기지 않을 여파가 사람들에게 들이닥쳤다.
“워매, 씨벌 거! 쌈박질하는 거 구경하다가 사지 다 뜯겨 나가 불것다!”
진도화가 합죽선을 좌우로 휘둘러 풍압을 막아 냈다.
평범한 바람이 아니라 지독한 마기가 뒤섞인 파장이어서 맨몸으로 맞았다간 큰일이 나기 때문.
『제법이군, 민시우!!』
바블레너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더니 입을 커다랗게 벌렸다.
쿠구구구구구─
이루 말로 형언키 어려울 정도의 마기가 한 점으로 압축된다.
폐부 깊숙이 파고드는 격의 우월함이 선연히 느껴진다.
시우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막고 다시 반격할 틈이 없다!!’
한번 공세를 허용하게 되면 그 이후로는 방어 일변도로 변할 위험이 있었다.
그렇게 되면 최대치로 잡아 놓은 생령 에너지 리미트도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고 말 것이다.
“흐읍─!”
시우는 거세게 밀려오는 압박감에 맞서며 호흡을 크게 들이켰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너무 무모한 작전인 거시다!】
그때 프레가 시우를 만류하며 소리쳤다.
지금 시우가 하려는 짓은 일종의 자폭과도 다름없는 행동.
하지만 시우는 프레의 말을 들을 겨를도 없이 바블레너를 향해 달려갔다.
놈의 아가리에서 한데 그러모은 마기가 쏘아진다.
대륙을 섬멸할 것 같은 무시무시한 기세.
시우는 주먹 한가득 에테르의 힘을 담았다.
“간다.”
금빛 안광이 벼락처럼 솟구치며 적이 발산한 마기를 향해 날아갔다.
─────쿠과가가가가가가가!!!
세상이 빛으로 지워진다.
요란스럽게 울리는 마력파가 산과 산맥, 인근의 바다를 증발시킨다.
대지가 열기로 끓어오른다.
“크으으으으으으윽!!”
시우는 이빨이 으스러지도록 깨물었다.
전신을 칼로 난도질하는 듯한 적의 마기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크흐흐흐! 크하하하!!』
짙은 섬광 너머에서 바블레너의 광소가 들려온다.
소나기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마왕의 격이 걷잡을 수 없이 부푸는 게 느껴졌다.
“으그으으윽…!!”
눈과 코, 귀와 입에서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누군가 자신의 혼을 잡아 산 채로 뜯어내는 것만 같았다.
지옥 불에 던져지면 이런 기분일까.
콰지지직… 찌지지직…!!
‘반룡의 술’로 둘러싼 드래곤의 비늘이 뜯어지고 바스러진다.
거센 풍파에 마모되는 돌처럼 시우가 발휘한 힘들이 하나하나 깎여 나가기 시작했다.
이 기세를 뚫고 나아가야… 그래야… 놈을 죽일 수 있는데.
의식이 점차 멀어져 간다.
생령 에너지를 한계까지 쥐어짜 냈다.
이젠 뭐가 뭔지 모를 지경까지 왔다.
【미친놈아! 정신 차리는 거시다!】
누군가 시우의 뺨을 투다닥, 때렸다.
프레가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여기서 죽으려고 그 개고생을 한 거시냐?】
누가 그렇대?
마기와 에테르의 힘이 부딪치며 어두운 밤하늘을 실시간으로 찢어발겼다.
천지를 물들이는 섬전과 굉음이 피부를 저릿저릿하게 만든다.
【그러면 이겨야지 뭐 하는 거시냐. 눈을 뜨는 거시다.】
시우가 흐릿해진 눈으로 프레를 바라봤다.
녀석이 이렇게 다부진 표정도 지을 줄 알았던가?
【에헴! 나는 항상 믿음직스러운 엉아인 거시다! 내가 너를 지켜 주겠다고 한 거시다!】
시우는 핏물을 울컥울컥 쏟아 냈다.
바블레너가 발산한 마기, 그리고 ‘7코어 반룡의 술’의 여파로 몸이 분해되고 있다.
재생이, 파괴를 따라잡지 못한다.
끝났다.
시우는 슬로모션처럼 아주 느릿하게 지나는 만물의 흐름을 응시했다.
3초.
마지막으로 남은 생령 에너지를 모조리 긁어모아 바블레너를 향해 폭포수처럼 흘려 냈다.
2초.
쿠가 · 가 · 가 · 가 · 가 · 각 · ! · !
파열음이 늘어진 테이프처럼 귓가에 들려온다.
1초.
─────────────────
적막이 흐른다.
고요라는 바다에 온 세상이 침몰한 듯 먹먹하다.
서로를 잡아먹을 것 같던 외침도, 어둠을 살라 먹던 불꽃도 사라졌다.
바람조차 불지 않는 지금.
“…크읍.”
시우가 목에서 쇳소리를 냈다.
반쯤 감긴 시야 너머로 그를 향해 손바닥을 내밀고 있는 존재가 보인다.
『끝났…군.』
몰골이 많이 상한 바블레너가 입술을 달싹였다.
시우는 대답 대신 입에서 울컥, 피를 토해 냈다.
『내가 이겼다, 민시우.』
바블레너의 얼굴에 짙은 희열이 피어올랐다.
시우는 입술이라도 짓씹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모든 에너지를 소진해 육신이 이미 시체와 다름없는 상태였기 때문.
『이제 네놈의 목을 비틀어 푯대에 꽂아 전시하겠다.』
상대의 개소리에 주먹을 내리꽂고 싶은데, 아직도 더 싸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시우는 자꾸 감기려는 눈꺼풀을 이겨 낼 수가 없었다.
염병할.
【이 엉아가 지켜 준다고 한 거시다.】
그 순간 프레의 맑은 목소리가 시우의 정신을 움켜잡았다.
네가 뭔 수로?
【생령 뭐시기를 전부 사용하는 거시다.】
방금 다 썼잖아, 바보야.
【아직 내 건 남은 거시다.】
대체 뭘 어떻게 하려─
시우의 의문이 채 해소되기도 전, 그의 품에서 벗어난 프레가 공중에서 몸을 꿈틀거리더니 모습을 바꾸었다.
그건 또 하나의 시우였다.
다만 이마에 돋아난 새빨간 뿔과 검게 칠한 듯 짙은 눈매는 달랐지만 말이다.
『이건 또 뭐지?』
바블레너가 의아하단 눈빛으로 프레를 바라봤다.
묘한 감정이 복받치더니 속이 울렁거렸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몸의 반응에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 안에 있던 탐욕이 새로 나타난 존재와 공명하고 있었다.
이런 감각은 그로선 처음 겪는 것.
바블레너의 심장이 미친 듯 두방망이질 치며 귓속을 어지럽혔다.
아니, 아니다.
수많은 가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났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믿기 어려운 가설이 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설마… 너는….』
그럴 리가 없다.
내뱉는 말과 심장이 따로 논다.
살아남은 ‘에인션트 디아블로’가 있다니.
아니, 애초에 살아 있다 하더라도 왜 민시우와?
바블레너의 잠재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탐욕이 요동친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크흐윽…!! 멈춰, 멈춰!!』
바블레너의 의문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공명에 반응한 탓인지 물 밖에 꺼내놓은 물고기처럼 잠재의식이 거세게 팔딱거렸다.
무의식이 의식을 지배하려 한다.
바블레너는 프레를 노려보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에인션트 디아블로’의 능력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을 골라 정제해 담은 아티팩트.
그 순수한 탐욕이 자신의 동류를 알아보자 그것마저 ‘욕심’을 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자세한 사항까지 알 리 없는 프레는 그동안 자신이 흡수했던 마기를 그러모았다.
그리고 전방을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수십 개의 마법진이 허공에 아로새겨진다.
각각 수천 개의 문자와 도형, 기호로 이루어진 술식이 매서운 빛을 뿜어내며 주인의 명령을 기다렸다.
『이게 다 무슨…!!』
바블레너가 커다란 눈을 홉뜨며 소리쳤다.
하나하나가 최상위 마법에 버금간다.
프레는 그를 보더니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지금까지 내가 모은 마법.】
그의 손끝이 까딱이는 순간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섬광이 하늘을 물들이며 마법이 난사됐다.
───────────────────────!!!
『크아아아악! 이 빌어먹을 자식이!!』
바블레너가 얼굴을 와락 구겼다.
그는 전후좌우에 불길한 술식을 구현하더니 들이닥치는 마법에 맞섰다.
쿠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각!!!!
수십여 개의 마법이 쉴 틈을 주지 않고 바블레너를 격침했다.
한 마법을 막으면 다른 마법이 공중에서 떨어져내렸고, 그 마법을 막으면 다른 마법이 후방에서 치고 들어왔다.
『으아아아악!! 죽여버리겠다!! 감히, 감히 나에게!』
바블레너는 마기를 뭉텅뭉텅 끌어다가 쓰며 분노에 찬 울분을 내질렀다.
이성이 점점 망가지고 있다.
항상 냉정함을 유지하던 바블레너의 감정은 그 안에 깃든 ‘에인션트 디아블로’의 힘이 커감에 따라 무너지고 있었다.
그의 자아가 탐욕에 먹힌 것이다.
마법을 정신없이 막던 바블레너는 어느 순간 방어를 포기했다.
그리고는 냅다 프레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표정에는 전에 없던 초조함과 다급함이 섞여 있었다.
『그으으으윽!!』
【낯짝이 아주 볼만하군.】
프레가 씩 웃으며 몸에 마기를 둘렀다.
쿠가아아───────!!!
바블레너의 몸통에서 솟구친 수백여 개의 가시가 프레를 찔러 들어갔다.
비록 상대를 흔들어놨다 하지만, 현재 바블레너의 능력치는 프레를 압도하고도 남는 상황.
프레는 고통에 찬 표정을 지으며 바블레너가 내지르는 가시를 힘겹게 막아냈다.
【끝까지 발악인데?!】
그리고는 아직 구축되지 않은 마법진을 시간차로 완성시켜 바블레너의 동선에 떨어트렸다.
『크아아아악! 이 쥐새끼 같은 자식이!!』
바블레너는 눈에 불을 켜고는 끝까지 프레를 뒤쫓았다.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대체 어디서 살아남은 것이냐! 네놈의 종족은 마족과 악마가 멸절시켰거늘!』
바블레너가 악에 받친 목소리로 소리쳤다.
【‘에인션트 디아블로’는 절대 과거를 잊지 않는다. 재수 없는 마족을 모조리 죽일 때까지는.】
프레는 평소의 까불까불한 모습 대신 사뭇 진지한 모습으로 상대에게 대답했다.
『크르으으…! 그놈의 ‘에인션트 디아블로’, 이제 지긋지긋하다!!』
바블레너가 이를 빠드득 갈며 소리치더니 프레를 향해 마기를 뿜어 댔다.
쿠구────────────!!!
그 목숨이 오가는 상황 속에서 프레의 또랑또랑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그딴 실력으로 나를 없애겠다고?】
『나를 무시하지 마라, 햇병아리 ‘에인션트 디아블로’ 주제에.』
【나 아니어도 너를 무시할 수 있는 자는 차고 넘친다, 능력에 먹힌 놈.】
프레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상대를 비웃었다.
그 모습이 민시우의 모습과 너무도 똑같아 바블레너는 속에서 부아가 치밀었다.
『그래?! 그렇다면 어디 내 앞에 데려와 보시지! 그 잘난 면상이나 보게!』
바블레너는 무시무시한 기세로 격을 끌어 올리며 프레를 압박했다.
쿠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
처음에 호각지세였던 둘의 구도도 바블레너가 전력을 다하니 순식간에 기울었다.
프레의 팔과 날개가 차례차례 잘려 나갔다.
바블레너는 봐주지 않겠다는 듯, 여지를 남기지 않으려는 몸짓으로 프레를 공격했다.
시우의 모습을 한 프레가 순식간에 걸레짝이 되었다.
『내가, 내가 유일한 ‘에인션트 디아블로’다.』
바블레너가 입꼬리를 길게 찢으며 웃자 다 죽어 가던 프레가 고개를 들었다.
『유언이라면 들어 주지.』
【널 죽일… 존재라면… 나 말고도 있… 다.】
『그런 어설픈 희망은 버려라. 신인 내게─』
“여깄다, 이 개새끼야.”
그 순간 결코 들려선 안 되는 목소리가 바블레너의 등 뒤에서 나지막하게 들려왔다.
바블레너의 전신에 소름이 끼쳤다.
절대 그럴 리 없을 텐데, 이제는 느끼지 못하는 감각일 텐데.
공포라는 감정에 누군가 미약한 불씨를 피운 느낌.
『민시우…?』
놈은 이미 넝마가 되었다.
모든 생령 에너지가 소진되는 걸 분명히 느꼈는데, 어떻게.
바블레너는 시우의 주먹에 고여 있는 무시무시한 기세를 뒤늦게 눈치챘다.
프레에게 집중하느라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탓.
【나이스… 식량.】
프레는 바블레너와 전투하는 순간부터 시우와의 계약을 끊었다.
좋든 싫든 계약 상태에선 시우가 프레에게 마력을 공급해줘야만 한다.
그리고 코어라는 것 자체도 프레와의 계약으로 품고 있던 이능의 구조.
그 때문에 프레는 계약을 끊은 채 그간 흡수해놓은 마기로 전투를 벌였고, 시우는 계약자가 끊어진 코어를 자신의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1코어부터 7코어까지, 모든 코어를 녹여내기 시작했다.
코어에 담긴 힘이 아니라, 코어 그 자체를 생령 에너지로 뒤바꾼 것.
따라서 지금 시우의 주먹엔 드래곤 일곱 마리의 심장 에너지가 모인 상태였다.
“유언이라면 들어 주마. 개자식아.”
『자, 잠까──!!』
코앞으로 닥친 시우가 바블레너의 심장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대지를 가르는 굵은 섬전이 거대한 창처럼 마왕의 몸을 꿰뚫고 불길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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