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8
39화〉
힘주는 게 좋을 거다
위험하다.
몬스터란 종은 강하다.
특히 시가지로 나온 몬스터는 굶주린 맹수와 다름없다.
곳곳이 숨기 좋은 장소고, 널린 게 먹잇감이니.
사람을 먹은 뒤 음지에 숨었다가 다시 나오기를 반복하면, 꽤 오래 버티는 경우도 발생한다.
따라서 시내에서 몬스터가 발견되면 즉각 처리해야 한다.
그나마 대한민국은 CCTV나 길거리에 사람이 많아 발견이 쉬운 편.
미국처럼 땅이 넓은데 인적이 드문 곳은 최악이다.
간혹 한 자리에서 머물며 드문드문 지나가는 차량을 공격했던 몬스터도 있었다.
몇 년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채 말이다.
만약 놓치게 되면 피해도 피해자지만, 사람을 지속적으로 먹은 몬스터는 게이트 안에서보다 강해지기에 주의가 필요했다.
“그래서 도망친 놈은 어떤 게이트에서 나온 거지?”
성창원이 몬스터 단속반에게 물었다.
경찰청 소속인 ‘몬스터 단속반’은 몬스터에 관한 신고가 많아지자, 따로 대응반을 만든 곳이다.
이들은 몬스터의 제압이 아닌, 오로지 몬스터를 단속해서 HMCS나 인근 길드에 신고하는 게 임무인 자들이었다.
“현재 파악된 바로는 「C등급-바바리안 엘리게이터」라고 합니다. 오늘은 특히 비가 내려서 상황이 더욱 안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큭큭큭. 게이트 밖으로 비가 내리니까 기어 나온 건가? 아니면 단순히 감이 좋아서? 뭐든 운이 좋은 놈이네.”
성창원이 비웃듯 웃자, 하준태가 안경을 고쳐 쓰며 대답했다.
“운이 좋아봐야 1팀의 제물이 될 놈입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놓쳐서 황정구에게 무시받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그거야 그렇지. 어이, 유리. 탐색해라.”
“나 귀찮은데.”
지유리는 투덜거리며 자신의 핸드폰을 꺼냈다.
흔히 쓰는 스마트폰이 아닌, 약간은 게임기처럼 생긴 모습.
그녀의 마력이 핸드폰으로 스며들었다.
[맵서치 : 바바리안 엘리게이티그녀는 자신의 스킬을 발동시켰다.
스킬 [맵 서치].
원하는 목표를 지정해 검색하면 해당 반경 내에서 대상의 위치를 알려 주는 능력.
대상이 구체적일수록, 반경이 적을수록 검색 정확도는 올라간다.
[탐색 완료 : 목표와의 거리, 도보 352m]“찾았어. 여기서 얼마 안 머네. 저 방향으로 352m야.”
“뭐야. 352m? 15초면 떡을 치겠다. 누가 먼저 잡나 내기할까?”
성창원의 도발.
“팀장님 또 도발이십니다. 황정구와 싸우지 못해 그러신 건가 봅니다.”
“졸라 신경 긁지 말고.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받아들이겠습니다.”
“오케이. 카운트한다. 셋, 둘, 하나, 고!!”
파ㅡ앙
총알이 쏘아지듯 두 사람의 몸이 빗줄기를 가로지른다.
마력을 두른 각력은 콘크리트와 비견될 정도로 단단하고, 대지를 박차는 힘은 전마(戰馬)를 연상케 한다.
A+급 헌터의 능력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
지유리는 같이 뛰지 않았다.
그녀는 담배를 꼬나물고 떨어지는 비를 바라봤다.
이런 날은 일하기도 싫고, 뛰는 건 더 싫다.
어차피 전투 헌터인 그 둘이 알아서 처리할 테지만.
[맵 서치는 생각보다 까다로운 능력이라 일정한 마력을 계속해서 기계에 주입해야 한다.그리고 처음 발동하는 순간에 드는 마력량도 어마어마하다.
‘능력 쓰기 귀찮아. 피곤해. 마나도 너무 많이 들고. 아 누구 하나 죽도록 패고 싶네.’
추적형 헌터는 어딜 가든 대우를 받는 편이었다.
게이트에서는 물론 헌터끼리의 전투에서도 쓸모 있으니까.
다만 본인의 피지컬 자체가 낮으면 파티의 짐이 되기 때문에 재량껏 들어가야 했다.
가령 C급짜리 추적형 헌터가 있다 치자.
A등급 게이트에 파티를 짜서 들어가게 된다면, 그는 못 들어갈 확률이 높다.
최소한 자기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만 할 터.
그냥 들어가게 되면 다른 팀원이 C급 추적형 헌터를 지켜야 하니 인력 낭비가 돼 버리는 셈이다.
따라서 지유리에게는 성창원이나 하준태와 팀을 맺는 게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추적만 해 주고 나면 어떤 터치도 없고, 적의 처리도 그 둘이 알아서 하고는 했으니까.
“···너 뭐야?”
웬 남자가 그녀의 앞길을 막아섰다.
지유리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인상을 썼다.
“아까 전에 죽을 뻔한 놈이잖아? 왜 따라오는 거야? 나한테 볼일이라도 있어?”
지유리는 비웃음을 지우지 못한 채 남자에게 물었다.
약한 놈이다.
결국, 할 줄 아는 거라곤 몰래 따라오는 것밖에 없는 놈이니.
게다가 성창원과 하준태에게 쫄지 않았던가.
“사과라도 하려고 온 거야? 하하, 아니면 설마 나 정도는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 정말 그래?”
지유리는 B+급 헌터다.
추적형 스킬을 지니고 있지만, 기본 능력치가 낮은 게 아니라는 뜻.
전투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녀는 잘됐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안 그래도 짜증이 솟구쳐 있었는데, 분풀이라도 해야겠단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지유리는 단전에서 마나를 끌어 올렸다.
몸속을 빙그르르 도는 마력이 그녀의 사지에 골고루 분산된다.
‘문제가 커지면··· 먼저 저 남자가 시비 걸었다고 거짓말하지 뭐. 선빵필승!’
“황정구 따위 밑에 있으니 감이 없지. 죽어도 난 책임 못 진다!”
지유리는 순식간에 시우의 앞까지 다다랐다.
꽤 속도감 있는 움직임이다.
그녀의 발이 시우의 안면으로 향했다.
‘우선 한 대 치시고! 그다음 바로 뒤돌려차기로 차면!’
부ㅡ웅!
허공을 가르는 발차기.
그녀는 당황했다.
‘어? 코앞까지 가는 걸 내가 봤는데? 어떻게···.’
“야.”
사라진 시우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린다.
지유리는 황급히 뒤를 돌았다.
뻐어어억!
시우가 발로 그녀의 복부를 걷어찼다.
지유리의 몸이 멀리 있던 전봇대에 거세게 부딪쳤다.
쿠우웅!
전봇대가 흔들거린다.
“커어억······ 어억······.”
지유리는 숨을 쉴 수 없는지 배를 감싸 쥔 채 바닥에 널브러졌다.
‘분명 마력으로 몸을 둘러싸고 있는데 어떻게ㅡ!?’
그녀는 이 상황이 이해되질 않았다.
“하아.”
차가운 한숨 소리가 들린다.
시우가 그녀 곁에 쭈그려 앉았다.
지유리는 침을 질질 흘리며 올려다봤다.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냉기로 얼어붙는 기분이다.
‘이건··· 이건··· 몇 급···??’
동정도, 연민도, 망설임도 없는 얼굴.
빗물에 흠뻑 젖은 얼굴이, 그 서늘함이, 그녀에게로 향한다.
“두 번 안 묻는다. 헛소리하면 혀부터 뽑아. 대답할 준비 됐으면 고개 끄덕여.”
끄덕··· 끄덕.
“그래. 씨발 걔들 어딨어?”
***
하준태는 고속도로 위 바이크처럼 골목을 질주했다.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찾았습니다. 내가 먼저 갑니다!”
“이런 썅!”
저 멀리 바바리안 엘리게이터의 모습이 보인다.
그새 몇 명을 먹은 것인지, 입가에 천 조각이 걸려 있다.
바바리안 엘리게이터는 두 발로 서서 손에 든 망치와 도끼로 경계하듯 두리번댔다.
뭔가 낌새를 차린 모양.
타다다다닥,
빠아악!
먼저 도약한 하준태가 바바리안 엘리게이터의 정수리를 발꿈치로 내려찍었다.
놈의 머리가 휘청이며 아래로 꺾인다.
어안이벙벙한 듯 주춤거 리는 몬스터.
뻐어어억!
뒤이어 도착한 성창원이 곧바로 놈의 면상을 후려갈겼다.
생각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것이다.
마치 묵직한 쇳덩이가 충돌하는 듯한 타격음이 퍼진다.
바바리안 엘리게이터는 그 충격들을 이기지 못하고 몇 미터나 굴러서 나가떨어졌다.
자연스러운 연계기.
한두 번 합을 맞춘 게 아닌 모습이다.
그러나 그 같은 충격에도 불구하고 놈은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좌우로 얼굴을 흔든다.
받은 데미지를 떨치려는 듯한 태도.
– 크르르르륵! 크아악!
“역시! 괜히 C등급 몬스터가 아니라 이건가? 몸뚱이 하나 졸라 터프하잖아.”
성창원은 바닥에 침을 뱉었다.
‘나름 힘줘서 주먹으로 후려친 건데, 너무 멀쩡하니 존심 상하네.’
어지간한 몬스터였다면 마력을 두른 신체 강화 공격에 으스러졌을 터.
“몬스터가 사람 먹으면 강해진다더니 사실인가 보네. 게이트 안에서 이렇게 때리면 한동안은 정신 못 차렸거든.”
“아, 예, 그렇습니까?”
“진짜야, 씹탱아. 다른 스킬 없이 주먹으로만 원터치 때리면 S급 정도도 내가 커버 칠 수 있어.”
성창원은 그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주먹에 마력을 두르기 시작했다.
그 같은 움직임에 하준태도 스킬 운용을 준비했다.
“간다.”
성창원의 주먹이 바바리안 엘리게이터에게 쏟아졌다.
거침없는 강격.
마치 요격 미사일처럼 묵직한 주먹이 온몸으로 내리꽂혔다.
퍼어억! 뻐어억! 뻐억!
난데없이 처맞게 된 엘리게이터.
놈은 순간적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이내 도끼를 휘두르려 했다.
– 크르으으윽!
“[빙석폭약]”
하지만 하준태의 서포트가 더 빨랐다.
쩌저적··· 파앙!
엘리게이터의 눈 쪽에서 테니스공만 한 얼음이 순식간에 폭발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시야 상실.
큰 데미지를 입히는 공격은 아니지만, 시야를 잃은 상대는 한동안 겁을 먹게 되어 있다.
데미지도 대강 입었겠다, 시야도 상실됐겠다.
성창원은 슬쩍 뒤로 몸을 뺐다.
“[열화 : 10sec]”
두 팔에 술식이 새겨지더니 뜨겁게 달아올랐다.
푸쉬이ㅡ
거친 빗줄기에도 선연히 빛나는 불길의 마법진.
마치 증기가 빠져나가듯 두 주먹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그를 A+급 헌터로 만들어 준 전투 스킬.
콰과과과광!!
주먹에서 파생된 폭발이 바바리안 엘리게이터의 복부에 작열하듯 꽂혔다.
“크하하하!! 뒈져라!”
성창원은 쉬지 않고 연이어 주먹을 휘둘렀다.
주먹이 몸에 닿을 때마다 불꽃이 튀며 살점을 검게 태워 나갔다.
퍼버버버벙!
– 크르어어··· 크···.
터지고 타들어 가는 소리가 이어진다.
바바리안 엘리게이터의 입에서 핏물이 토해졌다.
놈의 눈깔이 흐려지더니 사지를 부르르 떨었다.
복부가 너덜거린다.
살점인지 내장인지가 흉물스럽게 늘어진다.
단단한 악어의 외피이건만, 엘리게이터의 얼굴은 반쯤 익거나 녹아내렸다.
“흡!”
콰과과과광!!
“10초 끝.”
마지막 공격이 끝나자 몬스터가 털썩 쓰러졌다.
지글지글 타 버린 놈의 사체가 이 10초의 과정이 어땠는지를 충분히 보여 주고 있었다.
“바바리안 엘리게이터 가죽 비싼데, 이렇게 다 태우면 어떻게 합니까. 아주 웰던으로 골고루 구우셨습니다.”
“끌끌끌. 코어만 빼지 뭐. 그나저나 나 혼자 스트레스 풀어서 어쩌냐. 준태 기분 여전히 거지 같을 텐데. 이따가 황정구 불러서 함 뜨자 할까?”
하준태는 턱을 매만졌다.
“글쎄요. 1.5세대 분들 다 치울 때도 되긴 했습니다. 그깟 1세대가 뭔데, 옆에서 좀 봤다고 1.5세대 부심을 부리지 않습니까.”
“1세대? 큭큭. 최대수랑 도경후 말고는 뭐 없잖아. 멸종된 과거의 유산이지. 그리고 솔까 최대수나 도경후 싸우는 모습 본 사람도 없을걸. 헌터 수명 끝난 꼰대들인데.”
성창원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엘리게이터 껍질을 발로 찼다.
다 익은 고기처럼 고소한 냄새가 난다.
“알겠습니다. 본격적으로 HMCS에서 입지를 넓혀 보기로 하죠. 그런데 저 신참은 언제 부르신 겁니까?”
하준태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언제 따라왔는지 사무실에서 봤던 건방진 신입이 찌뿌둥한 얼굴로 그들을 보고 있었다.
“여긴 왜 따라왔습니까? 설마 사과하러 온 건 아니시죠?”
“사과는 씨발. 하면 누가 받아 준대? 아! 내 구두 빨아 주면 용서해 줄 수도 있고.”
성창원은 시우에게 구두를 내밀었다.
이것은 여흥이고 단순한 분풀이다.
황정구와 그 자식 밑에 있는 놈들에 대한 심판이다.
“뭐해. 얼른 빨아. 죽탱이 몇 대 처맞는 거로 봐줄 테니까. 아니면 여기서 이빨 다 뽑히고 엘리게이터처럼 바싹 구워 주랴?”
시우는 가볍게 웃었다.
이런 애들이 한 번씩 덤빌 때마다 기껍다.
마치 1세대, 그때의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라서.
고개를 들었다.
끝없는 빗줄기가 그의 마음을 서늘하게 식혔다.
시우는 빗물에 젖은 머리를 쓸어 올렸다.
선이 날카로운 얼굴이 드러난다.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말끔한 외모.
눈빛이 차갑게, 시리게 식어 간다.
“안 맞고 사셨나 봅니다. 혹은 HMCS에서 외근을 보내 준 적 없거나. 얼굴이 말끔하시네요.”
“낄낄. 오늘 신고식 거하게 하게 생겼네. 그냥 엎드려서 구두 빨고 끝내, 븅신아. 존심 부리다가 뒤지지 말고.”
철퍽. 철퍽.
고인 빗물에 발자국이 찍힌다.
퍼져 가는 파문이 그의 분노를 연상케 한다.
시우는 하준태 앞으로 다가갔다.
“뭡니까. 그 같잖은 눈빛···.”
“힘주는게 좋을 거다.”
“···네?”
하준태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빗소리에 잘못 들은 것인가.
시우는 까드득 주먹을 쥐었다.
“시작한다. 존만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