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6
6화〉
제자들
“이야기는 잘되셨습니까.”
류지환의 측근인 여진식이 다가와 담배를 건넸다.
“진식아.”
“네.”
“[금강]에서 C급이랑 D급 싹 모아다가 조 짜서 돌려라. 사람 하나 찾자.”
“누구를 말씀입니까.”
류지환은 담배를 깊숙이 빨아들였다.
폐부 끝까지 차오른 니코틴이 그의 머릿속과 혈관을 주무르는 듯했다.
후우—
‘얼핏 듣기는 했는데, 확인은 해봐야 아는 거겠지.’
뿜어지는 담배 연기가 건물 귀퉁이를 흔들어놓고 사라진다.
그는 자신이 들었던 대화를 다시 떠올렸다.
스치듯이 지나갔던 단어들이 앞뒤를 서로 짜 맞춘다.
류지환은 히죽 웃었다.
그 새끼 꼴 받게 만들 생각에 절로 웃음이 새어 나온 것이다.
“민시준이 새끼 가족.”
***
“여전하네.”
시우는 반쯤 허물어진 폐가 앞에 섰다.
거미줄이 쳐있고, 곳곳에는 낙서와 깨진 술병들이 나뒹굴었다.
온갖 쓰레기와 담배꽁초도 마당에 빼곡했다.
동네 애들이 놀고는 그냥 버려두고 간 모양이다.
시우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퀴퀴한 먼지 냄새와 곰팡내가 피어올랐다.
그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는 천천히 거실과 주방을 둘러봤다.
지금이라도 맛있는 된장찌개를 보글보글 끓이며 시우를 부를 것만 같다.
얼른 들어오라고, 밥 먹고 놀라고. 그를 보며 환한 미소를 짓는 부모님, 아직은 어린 그의 동생.
그런데 그 얼굴이 희미하다.
정말 미치도록 그립고, 딱 한 번만 만지고 껴안을 수 있다면 목숨이라도 내놓을 수 있는데.
그런 분들인데.
얼굴이 흐릿하다.
망각은 신의 선물이라 했던가.
그에게는 저주였다.
100년이란 실타래가 그의 온몸을 칭칭 휘감아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맡지도, 먹지도, 만지지도 못하게 막는 것만 같다.
추억이 덕지덕지 묻은 곳에서, 시우는 떠오르지 않는 얼굴을 끝끝내 손에 움켜쥔 채 밖으로 나왔다.
공터로 걸음을 옮겼다.
이곳에서 시우는 동생 시준과 공놀이를 하고는 했다.
가끔 옆집 무서운 할아버지 집으로 공이 넘어가면, 서로 가기 싫어서 가위바위보를 하고는 했었지.
그는 옛 생각에 슬며시 웃음이 났다.
100년의 시간. 그 속에서 벌어지는 끝없는 혈투.
인간으로서의 감각이 무뎌지고, 나라는 존재가 시간에 치여 점점 닳고 닳아지는 게 느껴진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잡아 일으킨 것 역시 오로지 기억이라는 도구 하나였다.
동생에 대한 기억.
제자들에 대한 기억.
그에게 기억은 추억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뼈아픈 미련으로 되어 갔다.
그래도 괜찮았다.
그 덕분에 100년을 버틸 수 있었기에.
【너희 집 쓸쓸하다. 차라리 내가 있던 곳에서 우리가 살던 곳이 더 따뜻해 보인다.】
뭐 이 녀석 덕택도 있고.
시우는 흘러가버린 시간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 위해 이곳에 왔다.
지난 일은 지난 일이다.
“이제는 또 발을 내디뎌야지. 뒤를 쳐다보는 건 한 번이면 족하니까.”
【난 발 없다. 네가 걸어라.】
“알았다, 객식구.”
그는 픽 웃었다.
저 티 없고 철없는 말투가 그를 얼마나 채찍질했던가.
슬슬 애들을 찾아볼까.
10년간 다들 건강하게 잘 지냈는지 모르겠네.
시준이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적의를 가진 마력이 전방에서부터 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앞에서 마력이 느껴진다. 건방지다.】
시우는 마력을 조금 꺼내 천천히 운용했다.
헌터끼리의 싸움은 마력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마나는 언제든지 항상 가동할 수 있게끔 마력으로 준비해놔야 한다.
“찾았습니다!!”
“이 새끼 찾기 존나 힘드네. 야! 다들 이쪽으로 모이라고 해!”
누군가의 외침을 시작으로 여러 명이 달려온다.
시우는 뚱한 표정으로 그들이 다 모일 때까지 얌전히 기다렸다.
“네가 오늘 튜토리얼 출구에서 지랄했던 새끼냐?”
대장 격으로 보이는 놈이 앞으로 나서며 묻는다.
“너 찾는답시고 우리가 얼마나 뺑끼쳤는지 알아? 이 미친 새끼는 왜 그곳에서 발광하고 지랄이야. 각성하니까 막 날아갈 것 같든? 다 네 세상이야?”
그 뭣 같은 비아냥과 욕설에도 시우는 권태 가득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상대의 기량과 역량이 이미 보였기 때문이다.
진짜 헌터라면.
진짜 투사라면.
저렇게 입으로 떠드는 게 아니지.
“이 새낀 아가리에 금칠을 했나. 너 나 누군지 몰라? 나 [금강] C급 헌터 변학문이야! 금강이라고 금강!!”
겁박하듯이 외치는 소리.
시우는 한숨이 나왔다.
“금강인지 금강산인지 내 알 바 아니고. 뭔 볼일인데?”
“뭐?! 이 미친 새끼가! 그 지랄을 떨어놓고 곱게 넘어갈 줄 알았냐? 넌 선배들한테 단단히 찍혔어, 내 말 알아들어?!”
시우는 그 말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웃어?”
변학문은 어이없다는 눈으로 시우를 노려봤다.
미치지 않고서야 C급 헌터를 상대로 이제 막 각성한 놈이 까불다니.
시우는 입꼬리를 길게 늘리며 나른한 눈빛으로 말했다.
“나 때는 이런 충고가 없었거든. 요새 헌터들은 헌터가 아니라 중학교 체육부인가 봐? 친절하게 충고도 하러 와주고 말야.”
“이 개새끼가!”
변학문은 마력을 개방했다.
쿠웅, 하는 느낌과 함께 가시처럼 그의 살기가 쏟아져 나간다.
분명 저 멀리 있던 변학문이 시우가 눈을 한 번 깜빡하는 동안에 앞으로 다가왔다.
퍼억!
시우의 얼굴에 직격하는 스트레이트 펀치.
멀찌감치 나가떨어지는 모습을 본 변학문은 씩씩거리며 화를 삭였다.
시우는 그러거나 말거나 바닥에 누워 눈앞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
[스킬 : 전광석화]-등급 : C
-내용 : 순간 가속으로 몸의 속도가 2배 이상 빨라진다. 체력과 신체구조만 버틸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빨리 움직일 수도 있다.
+
“어때? 먹고 싶어?”
【지구에 와서 처음 먹는 스킬이다. 먹어보고 싶다.】
“오케이.”
시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변학문은 시우의 모습을 보며 이상한 위화감을 느꼈다.
분명 자신이 스킬을 사용해서 있는 힘껏 안면에 펀치를 날렸다.
얼굴이 뭉개져도 이상하지 않을 힘이다.
헌터의 신체능력은 각성 등급에 따라 올라간다.
따라서 C급 헌터인 그의 신체능력은 일반인의 몇 배는 될 터.
이제 각성한 시우 같은 말단이 아무렇지 않게 버틸 수 있을 만한 게 아니란 소리다.
“너 뭐야? 대체 무슨 스킬을 얻었길래 그렇게 멀쩡해?”
시우는 한쪽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의 신형이 사라졌다.
변학문은 너무 놀라 황급히 뒷걸음질 쳤다.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세상 좋아졌어. 헌터가 뒷걸음질도 치고”
순간 그의 뒤에서 들리는 서늘한 목소리.
이제 막 각성한 헌터가 내뿜을 수 있는 기운이 아니다.
“너, 너, 나 건들면 금강에서 널 가만두지一”
“금강이든 백두든 와서 다 덤비라고 해. 잘근잘근 씹어서 뼈째 삼켜 주지.”
시우의 미소가 사라지기도 전, 그의 주먹이 변학문의 왼쪽 얼굴에 해머처럼 휘둘러졌다.
미처 확인할 수도, 피할 수도 없을 만큼 빠르고 강한 펀치.
콰과과광!
변학문의 몸이 담벼락에 부딪히며 엄청난 소음과 먼지가 흩날렸다.
그 놀랍도록 빠르게 일어난 사태에 변학문과 함께 온 동료들은 멍하니 섰기만 했다.
그 틈에서 홀로 빛나는 시우의 시퍼런 안광.
자, 그렴 해볼까.
“[먹어라, 프레데터]”
시우가 손을 내밀자 검은 마나가 순식간에 변학문의 몸을 집어삼켰다.
그의 몸 아래에 커다란 검은 마법진이 형성되며 어둠이 새까맣게 빛나기 시작했다.
“하, 지구에서도 먹히네.”
【「스킬 추출 성공」】
+
【프레데터】
▶스킬 이름 : [전광석화]
▷스킬 등급 : C
▶스킬 내용 : 순간 가속으로 몸의 속도가 2배 이상 빨라진다.
***
변학문은 짧은 순간 지난 생이 주마등처럼 스치는 것을 느꼈다.
‘난 끝이다···.’
번개같이 눈앞에 다가온 시우의 주먹은, 단순한 주먹이 아니라 포식자의 이빨처럼 거대해 보였다.
빠아아악!
변학문은 담벼락 하나를 허물고 날아가 처박혔다.
그 엄청난 공격에 근처에 있던 일행들도 주춤주춤 간격을 벌렸다.
단순한 신출내기가 아님을 감지한 것이다.
피어오르는 흙먼지.
그 속에서 나온 시우의 모습은 백전노장처럼 여유로워 보였다.
“주먹에 피 묻었잖아.”
그 서슬 푸른 목소리에 몇몇 헌터들이 흠칫 몸을 떨었다.
시우는 마나를 미세하게 조정해 가장 효율적으로 신체를 강화시켜 싸우곤 했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쓸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지금은 컨디션이나 마나량, 마력, 체력, 근력과 같은 모든 것들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전성기 때로 돌아가 싸우려면 시간 꽤 걸리겠군.
그럼에도 시우는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그저 찬찬히 몸의 상태를 살피며 미래를 예측할 뿐이었다.
마나의 총량보다는 1의 마나를 쓰더라도 확실하게 컨트롤하여 쓰는 게 제일 중요하단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우는 지구에 있었을 때와 한 가지 부분이 더 달랐다.
프레데터, 객식구의 진명.
프레데터는 이계로 가서 만나게 된 존재였다.
【능력 먹어서 좋다. 그런데 치킨보다 맛없다.】
평소엔 시우의 몸에 머물며 치킨이 아닌 그의 마나를 먹고 살고 있다.
그러다 시우가 적을 쓰러트리면 상대의 스킬을 추출했고, 시우는 그렇게 얻은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형이자, 이능의 존재.
뭐, 일종의 공생 관계다.
시우는 마나를 공급해서 놈을 살게 해주고, 놈은 시우에게 적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고.
“프레. 지금 얻은 스킬 좀 써보자.”
【알았다, 식량아.】
물론 스킬을 발동하는 데 필요한 마나는 시우의 몫이었다.
프레데터는 자신이 새로 추출한 스킬을 발동했다.
소량의 마나가 사라지며 다른 감각이 전신에 퍼져나간다.
손가락부터 발가락까지 미약한 전기가 흘러나간다.
몸의 활력이 솟구치며 귓속으로 심장박동이 울린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확실히 급이 낮은 스킬이라도 스킬은 스킬이네.
기분이 달라지는 걸 보면.
시우는 손가락 관절을 꺾었다.
뚝, 뚝, 끊어지는 마디 소리가 기분을 고양시켰다.
“친절들 하네. 상대가 준비 다 할 때까지 시간도 주고. 어디 양로원에서 나왔어?”
시우의 비아냥.
“크윽! 다들 뭐해!! 한꺼번에 덮쳐!”
또 다른 C급 헌터가 그를 향해 단도를 빼 들었다.
몬스터 외에 사람에게 사용해 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지금은 체면이고 뭐고 따질 겨를이 아니다.
단도의 예리한 날이 빛나며 시우의 목덜미를 향해 날아간다.
붕ㅡ 붕ㅡ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어른거린다.
시우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공격을 피해내며 상대의 어깨와 발을 관찰했다.
대개 모든 공격은 저것만 파악해도 충분히 피해낼 수 있는 법이었다.
“이 빌어먹을!!”
가슴팍을 향해 찔러오는 검날.
쯧, 이성을 잃었네.
더는 제압을 위한 공격이 아니다. 노골적인 살상용 공격.
시우는 몸을 틀어 겨드랑이 아래로 공격을 흘려 냈다.
당연히 찔렀을 거라 예상했는지, C급 헌터는 자신의 칼이 허공을 가르자 몸의 균형을 잃고 비틀댔다.
이때다.
거리가 좁혀진 상대를 향해 시우가 카프 킥을 날린다.
빠아아악!
상대의 몸이 공중으로 뜨더니 360도 돌아 바닥에 떨어진다.
이 모든 광경이 시우의 눈에는 슬로 모션처럼 보였다.
아무래도 스킬의 영향인 모양.
시우는 무턱대고 내지르는 공격을 싫어했다.
모든 건 효율성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마나의 운용도, 스킬의 사용도, 전투도 마찬가지다.
단 한 번의 타격을 하더라도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게 그만의 공략법이었다.
+
[스킬 : 급소 찌르기]-등급 : C+
-내용 : 스킬이 발동되면 상대방의 급소를 향해 몸이 자동 반응을 한다. 무기를 들고 있다면 효율이 더 좋은 편.
+
급소 찌르기라.
꼭 상대에게 맞지 않더라도 일정 시간 대치하면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맞았을 때의 장점은 파악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
“커어억! 끄억!!”
놈은 다리를 뭍잡더 니 눈을 까뒤집었다.
다리뼈가 아작이 났을 거다. 한동안 고생 좀 하겠지.
시우는 발악하는 놈을 지나쳐 단도를 집어 들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감촉이다.
길이도 적당히 길고, 도신 한쪽에만 날이 서 있어 보기에도 매끈해 보인다.
시우는 잠시 옛 생각에 빠졌다.
그는 소싯적에 검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었다.
장검이나 투 핸드 소드같이 거추장스러운 검이 아닌, 이렇게 소담하고 휘두르기 편한 검 말이다.
왜 검을 사용했냐고?
주먹으로 치면 형체가 남아나질 않으니까.
검은 피도 덜 튀고. 깔끔하지.
그는 손가락으로 날을 훑었다.
관리를 제대로 안 했는지 날이 서 있지가 않다. 검 쓰는 놈이 날도 안 갈고.
“이거 내가 쓴다.”
그는 단도를 오른손에 쥐고 남은 자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맨주먹으로도 C급 헌터 두 명을 쓰러트린 사람이다.
하물며 검까지 들었으니 무얼 못할까.
그 흉흉한 기세에 아무도 덤벼들지 못한다.
도망가지 않은 것만 해도 큰 용기를 발휘한 거다.
“안 오면 내가 간다?”
비릿한 웃음이 입꼬리에 피어난다.
발을 박찬다.
검날이 번뜩인다.
그 서슬 푸른 투심을 잠재운 건 외마디 외침이었다.
“혀어어어엉!!!!”
단도 날이 적의 오른팔 오금에서 멈췄다.
찰나의 순간이다.
0.5cm쯤 들어간 탓에 피가 주르륵 흘러내린다.
조금이라도 늦게 반응했다면, 놈의 오른팔은 그대로 잘려나갔을 것이다.
침묵이 인다.
시선이 한곳으로 쏠린다.
모두가 얼음처럼 굳어버린 순간.
갑작스레 개입한 외부인만이 자연스럽게 다가갔다.
“시우 형······.”
시우는 단도 날을 빼서 상대와 마주했다.
그의 눈에서 이제껏 볼 수 없던 미묘한 감정이 가득 차올랐다.
잔잔한 호수에 커다란 파문이 일듯, 묵직한 무언가가 가슴을 세차게 두들기는 기분이었다.
“시준아.”
“진짜 형이네······.”
민시준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건 변환 마법이라거나 닮은 사람이라거나 위장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형을 찾아주는 사람에게 어마어마한 보상금을 주기로 했었다.
덕분에 숱한 사기와 가짜를 마주해야만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온 거짓된 소식에 그는 수없이 좌절하고, 또 그만큼 아파했다.
그랬는데.
눈앞의 남자를 마주한 순간,
그 오랜 시간 퇴적되어온 통증이 한순간에 아무는 기분이다.
민시준은 몇 년 만에 포커페이스를 풀고 얼굴을 찡그렸다.
두 눈에 맺힌 것들이 점점 차올라 형의 얼굴을 흐릿하게 만든다.
곧 넘쳐 흘러버릴 것 같은 감정이 그를 휘감는다.
꽈악.
그때 시우가 다가와 그를 말없이 껴안았다.
“오랜만이다.”
덤덤하면서 다정한 목소리.
민시준은 형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십 년의 시간이 눈에서 흘러 떨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