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62
64화〉
압도하는 힘
아시아의 비스트.
전장의 화차.
열두 명으로 이루어진 신들의 원탁, ‘미스틸테인’에 가장 근접한 헌터.
대한민국 최초의 헌터 대통령인 최대수를 수식하는 표현들이다.
「그는 호랑이의 육체에 여우의 머리, 곰의 괴력을 지녔다.」
최근 몇 년 동안 최대수의 라이벌이라 불린 인도의 별 ‘Shyamal(샤말)’은 최대수를 이렇게 칭송했고,
「최대수와 일대일로 붙어 이길 수 있는 헌터는 아시아에 없다.」
일본 헌터 랭킹 1 위인 ‘荒木 イザナミ(아라키 이자나미)’는「한·일 연합 동해 게이트 토벌」 때 최대수를 이렇게 평가했다.
각국의 정상급 헌터들조차 인정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투신.
최대수.
대한민국 No. 1 이란 타이틀을 지킨 지 어언 십 년.
누군가에게 좋든 싫든 최대수는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 냈다.
자신을 바짝 뒤쫓은 ‘검귀 도경후’에게 단 한 번의 양보도 하지 않은 채 말이다.
최대수에게 헌터로서 부족한 것은 없었다.
대한민국에서 그에게 맞설 수 있는 헌터도 없었다.
지금까진 말이다.
파ㅡㅡㅡㅡㅡ앙!!
공기를 휘갈기는 폭음이 터지며 최대수의 손이 힘껏 꺾였다.
여제의 멱살을 틀어쥔 뒤 제압하려 했다.
팔다리 한두 개 정도는 부러트려서 말이다.
어차피 그녀의 전투 방법이나 스킬에 대해선 잘 알고 있었고, 설령 전투 태세가 다 갖춰진 다음에 붙어도 1분 안에 이길 수 있다.
단순히 강하고 약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최대수의 능력치가 그녀의 상위 호환이기 때문.
그래서 이런 반격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강여화가 아니다···?! 하지만 내 마력 탐지에 걸리지 않고 이렇게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최대수는 단 한 차례의 공격만으로 상대에 대해 분석하고 파악했다.
결론은 순식간에 도출됐다.
이 모든 과정이 나노 단위로 이뤄졌고, 최대수는 손이 다 꺾이기도 전에 실드를 구축해 재빨리 몸을 피했다.
손바닥의 아릿함.
그는 자신의 떨리는 손을 바라봤다.
다른 헌터였다면 손바닥이 아픈 정도가 아니라 터져 나갔을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겪어 보는 익숙하고 낯익은 통증.
“또 만났군··· 민시우.”
최대수는 상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오만한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민시우.
현재 대한민국에서 자신에게 저런 눈빛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던가.
건방을 떤다 해도 격을 살짝 개방해 버리면 즉시 꼬리를 말고 고개를 처박기 마련인데.
그래서 최대수는 이 상황이, 민시우라는 호적수가 나타난 것이 무척이나 기꺼웠다.
이게 대체 얼마 만에 느껴 보는 긴장과 흥분인지.
“축하한다, 강여화. 드디어 네 스승을 만나게 되어서.”
“너 이 개새끼··· 스승님이 온 걸 진작 알면서···!!”
강여화는 분노로 눈시울이 붉어진 채 이를 악물었다.
“그래서 내가 말했잖나. 곧 만나게 해 준다고.”
“쓰레기 같은 새끼··· 넌 곱게 죽지 못할 거다.”
“크크크. 너무 그렇게 매섭게 짖진 말라고. 서로 목적이 있었으니 여기까지 함께 온 거잖나.”
최대수는 강여화의 희망을 인질 삼아 본인의 목적과 정치적 야욕을 이뤄 나갔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강여화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했고, 그녀의 길드가 커질 수 있도록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가 제일 필요로 했던 건 다름 아닌 ‘수족’이었으니까.
믿을 수 있는 충직한 부하, 배신하지 않을 충견.
민시우에게는 항상 따라다니던, 그런 사람들.
결과적으로 강여화는 그 어떤 대가에도 최대수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제자의 억울함을 해결하기 위해 스승이 직접 나타나셨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지.”
시우는 가볍게 대꾸했다.
최대수는 그런 시우를 물끄러미 관찰했다.
표정과 마력을 살펴도 시우의 상태는 매우 안정적이었다.
“이상하군. 네놈 제자를 이용해 먹었는데 어떻게 그리 뻣뻣할 수가 있지?”
“글쎄. 왜일까.”
최대수는 입매를 비틀었다.
저 태연한 표정. 누구 앞에 있어도 항상 여유로운 그 행동이 최대수가 시우를 싫어하는 대표적인 이유였다.
오직 강한 자만이 드러낼 수 있는 절대적 오만.
“며칠 못 본 새에 사람이 여유가 넘치게 되었네. 지난번에 대통령실 쳐들어왔을 땐 조급해 보이더니.”
“그땐 사정이 좀 있었거든.”
노골적인 비아냥에도 시우는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처럼, 비아냥이나 조롱도 상대가 반응해야 재밌는 법.
최대수는 김빠진 기분이 들어 쯧, 혀를 차고 물었다.
“그래서 네 제자 문제가 아니라면 오늘은 어쩌자고 불렀나? 오랜만에 담소라도 나누자고?”
“설마. 우리가 그런 사이는 아니지.”
시우는 그저 서늘하고 건조한 안광만 빛냈다.
“그럼 뭔데? 네놈의 시시껄렁한 장난에 맞춰 놀아 줄 시간 없다.”
“혹시 네가 ‘귀살단’에게 의뢰를 한 건 아닐까, 생각했었거든.”
“귀살단? 이름 한번 유치찬란하군.”
“그런데 네가 여화나 나를 없애기 위해 그런 조직을 고용했다는 게 말이 안 돼서.”
최대수는 상황을 대충 이해했는지 낮게 웃었다.
“크흐흐. 민시우, 너를 죽이기 위해 히트맨 따위를 고용하진 않을 거다. 하게 된다면 내 손으로 직접 할 테니까.”
“그런 날이 백 년 뒤에도 올 것 같진 않지만, 그게 너의 방식이지.”
시우는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의 실력을 잘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것들이 이해될 수 있다.
혹시 마약 어쩌고 하는 이야기가 블러핑일 수 있다는 판단에 최대수를 직접 마주한 건데, 마력 파장도 정상인 걸 보면 거짓말한 것은 아닐 것이다.
“취조 끝났으면 이제 가 봐도 되나?”
“그건 끝났는데 다른 하나가 남았지.”
“뭐?”
“내 사람 건들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시우는 미약한 기운을 내비치며 말했다.
“드디어 그 문제를 말하는 건가. 억지도 적당히 써야지, 우린 서로의 이해가 맞았기에 기브 앤 테이크를 했을 뿐이다. 헌터로서의 정당한 거래였다고.”
“그래? 그렇다면 나를 어떻게 되돌아오게 하려고 했었는데? 방법이 있으니까 거래를 했을 거 아냐.”
“···나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방법 따위는 만들면 되지.”
“핑계인지 개소리인지 구분이 안 되는데.”
“큭큭.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사과라도 하라고?”
“아니.”
순간 꾹꾹 눌러 담았던 분노가 마력과 뒤섞이며 일대를 집어삼켰다.
광풍이라 일컬어도 이상하지 않을 격의 개방.
“좀 처맞자.”
“크흐흐··· 크하하하하! 그렇게 나와야 광견이지!”
최대수는 자신의 밑바닥에 꺼트려 놨던 살의의 불씨를 피워 올렸다.
이 미적지근한 생활에 한 줄기 아드레날린이 되어 줄 존재.
민시우란 상대는 늘 이랬다.
거슬리고, 짜증이 나고, 질투할 수밖에 없는 놈이면서도 질리지 않는.
지난 십 년간 최대수를 넘을 수 있는 존재가 있었던가.
항상 살얼음판 같던 헌터 생활에 자극을 주는 상대가 있었던가.
아무도 없었다.
도경후는 강하긴 했지만, 최대수의 견제 상대는 되지 못했다.
대한민국 상위 랭커라 불리는 다른 놈들도 마찬가지.
모두 라이벌이라 칭하기엔 부족하고 또 부족했다.
“역시, 내 피를 끓게 만드는 건 너밖에 없구나!!”
최대수의 주위로 파괴력 짙은 마력이 격류 하듯 솟구쳐 뿜어졌다.
단순한 기의 해방일진데, 던전의 벽들이 부서지고 지반이 뒤집혔다.
ㅡㅡㅡㅡᆞᆞ!!!
소리보다 한발 먼저 섬광처럼 뻗어 오는 주먹.
최대수는 목만 꺾어 주먹을 피했다.
단 한 순간이라도 템포를 늦췄다가는 민시우의 속도에 잡아먹히게 된다.
날렵한 거로는 어디 가서도 뒤처지지 않는 최대수도 시우의 쾌속에는 한 수 접고 들어갔다.
“흡!”
최대수의 주먹이 곧장 시우의 옆구리로 직격했다.
쩌ㅡㅡㅡ엉
보통이라면 뼈가 부러지고 살점이 튀어야 정상이거늘.
바윗덩어리를 때린 것처럼 오히려 최대수의 손가락이 아려 왔다.
“빌어먹을 몸뚱이 같으니! 쇠를 처먹었나!”
“네가 할 소리는 아니지.”
시우의 등 뒤로 수백 개의 문자와 기호가 술식을 이루며 가공할 마력 덩어리가 운집했다.
[설화 : 빙아지창]차갑게 벼린 수십여 개의 얼음 창이 맹렬한 기세로 냉기를 흩뿌리더니 대기를 꿰뚫고 쏘아졌다.
‘한 발 한 발의 위력이 장난 아니군.’
최대수는 잡아 뜯듯이 땅바닥을 들어 올려 석벽처럼 자신의 앞에 내다 꽂았다.
뒤이어 시우가 구현한 얼음 창이 돌판을 깨부술 듯 처박히며 천지를 뒤흔들었다.
콰가기ㅡㅡㅡ!!!
최대수가 세운 석벽이 순식간에 개박살이 났다.
그러나 최대수는 이미 몸을 내뺀 상황.
시우가 전방을 주시하는 사이, 그의 등 뒤로 묵직한 강격이 들이닥쳤다.
큼지막한 해머가 불길을 뿜으며 맹수처럼 시우의 몸에 돌격하는 찰나,
[땅의 울음 : 골렘의 난무]바닥에서 솟구친 돌주먹들이 해머를 아래에서 위로 쳐올렸다.
해머가 공중으로 날아가 버리자 최대수는 곧장 다른 아이템을 소환했다.
츠츳!
빛을 내뿜으며 나타난 정글도.
최대수는 손잡이를 쥐고 눈 깜짝할 새에 시우에게 짓쳐 들어갔고, 시우 역시도 허리춤에 있던 단도를 뽑아 휘둘렀다.
까ㅡㅡㅡㅡ앙!!
불꽃이 번쩍이며 가공할 마찰음이 주위를 울렸다.
둘 다 무기에 마력을 실었기에 마력 간의 격돌이 땅을 짓누르고 천장을 박살 냈다.
“흐아압!!”
최대수의 기함과 함께 정글도가 횡으로 휘둘러졌다.
잘못 막으면 상반신과 하반신이 가볍게 떨어질 것 같은 무시무시한 검격.
시우는 단도에 마력을 때려 박아 검의 움직임을 막고, 곧장 마법진을 생성했다.
[철의 노래 : 아이언 피스트]수백의 도형과 문자로 이뤄진 술식이 시야를 채우는 순간, 최대수는 정글도를 위로 쳐올리고 다른 아이템을 소환했다.
대형 트럭 하나를 납작하게 짓뭉갤 수 있는 스킬이었지만, 최대수 앞에 구현된 방패는 그 어떤 피해도 허락하지 않았다.
“대단하네, 아이템이 더 늘었는걸? 어디서 다 뺏은 거지?”
최대수의 헌터 이명은 투신이지만, 헌터계에서 그를 잘 아는 이들은 다르게 부르기도 했다.
‘아티팩트 컬렉터.’
독보적인 아이템 수집력을 바탕으로 전투 상황에 맞춰 무구를 소환해 싸우는, 최대수의 오리지널 기술.
현재 그 전투법을 따라 하는 헌터들도 종종 있는데, 최대수만큼의 활용력을 보이는 사람은 흔치 않았다.
“큭큭. 누가 들으면 오해할 소리를 하는군. 내가 정당하게 거래로 얻은 것들이다. 그러는 너야말로 스킬이 더 늘었는데?”
“나도 정당하게 이기고 가져온 것들이라서.”
시우와 최대수는 숨조차 차지 않은 채 태연히 대화했다.
한 합 한 합이 치명상을 주기에 부족함 없는 공격이었을 텐데, 둘은 별다른 감흥조차 없어 보였다.
고작 1, 2분밖에 지나지 않은 시간에 벌어진 엄청난 전투에 강여화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분명 그녀도 S급 헌터였지만, 스승과 최대수의 공방은 눈으로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
천 분의 일 초를 다투는 고수들의 싸움이 이런 것인가.
“오랜만에 피가 끓으니 주체하기가 힘들군.”
“나도 이런 적이 오랜만이라 슬슬 재밌어지고 있네.”
최대수와 시우는 스트레칭을 하면서 가볍게 말을 이었다.
“그러면ㅡ.”
“리미트 좀 풀고 하자.”
이윽고 두 헌터의 몸에서 거대한 격이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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