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63
65화〉
압도하는 힘2
“크···윽!”
따갑다 못해 피부가 뜯겨 나갈 듯 거친 격의 방출.
강여화는 입술을 짓씹었다.
혓바닥으로 피 맛이 돌았다.
워낙 공방이 빠른 전투여서 이해하는 것마저 벅찼다.
나름 강해졌다고 생각했던 그녀로서는 적잖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대한민국 랭커인 그녀가 한순간도 따라갈 수 없는 전투라니.
“리미트 풀고 하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스승과 최대수에게서 어마어마한 마력과 바늘처럼 찔러 오는 격이 솟구쳐 나왔다.
카드드드드ㅡ
바닥에 균열이 생기고 대기의 순환이 뒤틀리며 일대가 격의 충돌로 바스러지기 시작했다.
최대수의 신형이 먼저 사라졌다.
소닉붐이 일어나더니 가공할 힘이 시우에게로 직격했다.
ㅡㅡㅡㅡㅡ쿠ㅡㅡ웅! !! !!!
폭발이 먼저 일어난 뒤에 소리가 뒤따라 울렸다.
번개가 내리꽂힌 것 같은 충격파가 사라질 틈도 없이 최대수의 연격이 퍼부어졌다.
조금 전 사용했던 아이템들은 장난이라는 듯, 섬광이 번쩍이고 마력이 빗발치는 아티팩트의 공격이 시우의 몸을 짓눌러 터뜨릴 것처럼 쇄도했다.
강여화는 얼빠진 얼굴로 그 광경을 바라봤다.
저 틈에 끼어드는 순간 믹서기에 넣은 두부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 눈에 선했다.
대체 이자들은 무슨 삶을 살았기에 이다지도 말도 안 되는 강함을 소유하고 있는 걸까.
그간 보아 왔던 강자들과 수많은 하이 랭커들의 싸움은 애들 장난처럼 보일 만큼의 남다른 격.
쿠구구구구구구궁ㅡㅡ!!
땅이 갈아엎어지는 끔찍한 소리가 진동했다.
이미 던전은 초토화되어 돌 부스러기로 전락한 지 오래.
수십여 미터를 날아간 시우의 모습에 강여화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 공방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듯 보였다.
“크흐흐. 즐겁구나, 즐거워.”
흉흉한 마력을 거침없이 뿜어내는 거한의 사내.
최대수는 이를 훤히 드러내며 웃었다.
아티팩트 중 하나인지, 그의 남색 슈트는 올 하나도 풀리지 않은 채 멀쩡했다.
“대통령이 된 뒤로는 이런 게 안 좋아. 제약이 너무 많거든. 아니지, 〈헌터 협회〉랑 〈HMCS〉가 생긴 뒤로 제약이 많이 생겼던가.”
최대수는 허벅지만큼이나 두꺼운 목을 좌우로 꺾으며 천천히 시우에게로 향했다.
자신의 힘을 마음껏 부딪쳐도 괜찮은 상대는 흔치 않았다.
대한민국에는 이미 없는 것과도 같았다.
도경후와는 진작 격차를 벌리기도 했고.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상위 랭커와 싸워야 하는데, 지금은 예전 1세대 시절처럼 아무렇게나 치고, 박고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다.
혼돈에서 안정으로, 무질서에서 질서로, 무법천지에서 법과 규칙으로.
따라서 대인전을 통해 격의 성장을 했던 방식은 요즘엔 볼 수 없게 되었다.
“사실 근래에는 내 한계를 시험할 일이 없어서 말이지. 대통령은 게이트에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자리거든.”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한 사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행정부의 수반이기 때문에 몸을 사려야 하는 입장이 됐다.
마치 초원의 맹수를 우리 안에 가둔 격.
“기껏 SS급이 되었더니 막상 써먹을 곳이 없더군. 네가 다시 돌아오기 전까진 말이야.”
“그러게 누가 대통령 하래?”
땅속에 처박혔던 시우가 몸에 묻은 먼지를 털며 올라왔다.
생채기 하나 없는 모습에 최대수는 눈을 빛냈다.
“크흐흐··· 크하하하하! 역시 민시우야! 내 일격을 맞고도 멀쩡한 사람이 있다니!”
“그 정도면 자의식 과잉 아냐? 옆집 할머니가 맞아도 괜찮을 것 같은데.”
“큭큭큭. 그 헛소리도 오랜만에 들으니까 정겹군. 방금 공격, 너 말고 다른 놈들이 맞았으면 최소 뼈 두세 개는 부러졌을 거다.”
뼈 두세 개라.
시우는 입꼬리를 올렸다.
저것도 ‘최소’로 잡아서 그렇지 실제로는 중상이거나 죽었을 거다.
괴물 같은 파괴력은 모든 것을 무(無)로 돌리기에 충분했으니.
하지만 시우에게는 달랐다.
오히려 저렇게 단순히 힘만 앞세운 공격이 방어하기에 가장 쉬운 법이었다.
예로 들자면 혼잡한 서울 시내에서의 저속 운전보다, 아무것도 없는 고속도로에서의 운전이 쉬운 이치랄까.
지금 공격도 마찬가지였다.
무지막지한 파괴력이 덮쳐 오는 순간, 시우는 마력 실드를 빠르게 회전시켜 공격 대부분을 흘려냈다.
‘저 정도도 못 막으면 헌터 때려치워야지.’
심지어 그는 실드를 두껍게 형성하지도 않았다.
무조건 막아 내야 하는 공격도 있지만, 파도를 타듯 넘겨야 하는 공격도 있는 법.
마나는 단 한 방울까지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약해졌군. 아니면 과거의 너를 너무 과대평가했던 건 아닐지 모르겠어.”
최대수는 정장 안주머니를 뒤져 시가 케이스를 꺼내며 중얼거렸다.
궐련 끝이 빨갛게 물들며 토스트 향과 버터 향이 부드럽게 피어올랐다.
“지금도 충분히 재밌긴 하지만ㅡ 그때의 너는 더 날카로웠거든. 건들면 바로 베일 것 같은 칼날 같았다고나 할까.”
“남자한테 관심받고 있었다니,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은데.”
“큭큭큭.”
최대수는 깊숙하게 빨아들인 연기를 느긋이 내뱉었다.
그에게 지금 이 상황은 일종의 유희였다.
하면 안 되는 말썽을 저지르고 죄책감과 흥분 사이에서 갈등하는 청춘처럼, 최대수는 이 1분 1초가 설레었다.
“네놈의 개소리가 즐겁게 들릴 때가 있다니. 나도 나이를 처먹었나.”
“사람은 누구나 늙으니까.”
“그래 다 늙지. 왜 네놈의 상판대기는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지 모르겠지만.”
“몬스터 피가 노화 방지에 좋더라고.”
“···역시 개소리도 자주 들으니까 거슬리는군.”
최대수는 재를 털어 내며 연기를 내뱉었다.
마냥 기다리던 시우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언제까지 그거 처물고 있을 거야? 그냥 쳐도 돼?”
“큭큭. 나한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놈은 대한민국에 너밖에 없을 거다.”
“네까짓 게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시우의 진심 어린 평가에 최대수는 입꼬리를 길게 찢으며 웃었다.
“미치겠군. 하나만 물어보고 다시 시작하자.”
“뭔데?”
“혹시 내 밑으로 들어와서 일할 생각은 없나?”
“있겠냐?”
“예전과 지금은 달라졌다. 서로 경쟁할 필요도 없고, 죽고 죽일 필요도 없어졌지. 그리고 나랑 손잡으면 아쉬울 거 없을 텐데.”
“거절한다.”
“왜지?”
“그거야···.”
시우는 당연한 걸 묻냐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내가 너보다 존나 세니까?”
“협상은 결렬이군.”
기대하고 한 질문은 아니었다.
그러나, 정말, 만에 하나라도 민시우가 자신의 밑··· 최소한 손이라도 잡는 사이가 된다면 더는 걱정할 게 아무것도 없을 터였다.
강여화 카드마저 사라진 지금에서는 랭커 하나하나가 아쉬운 상황.
‘민시우 하나만 손에 넣으면 다른 S급 헌터를 한 트럭 준다고 해도 필요가 없지.’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손에 넣지 못하면 최소한 적이 되기 전에 부숴 놓는 수밖에.
“그래서 2차전 시작할까?”
“아ㅡ 하다마다. 대신에 지금부터는 각오를 조금 해야 할 거야. 이제야 몸이 풀린 참이거든.”
“그러든가.”
시우가 발을 박차며 송곳처럼 질주했다.
순식간에 들이닥친 상대의 모습에 최대수는 부리나케 아티팩트를 사용했다.
츠팟!!
순도 높은 마력으로 이뤄진 은빛 갑주가 그의 몸을 감쌌다.
시우의 파괴력 짙은 주먹이 최대수의 복부를 냅다 후려쳤다.
터ㅡㅡㅡ엉!
그러나 갑옷의 능력으로 충격치의 대부분이 흩어졌고, 그 바람에 최대수의 역공이 바로 시작됐다.
“아쉽게 됐군.”
눈 깜짝할 새에 3개의 무기를 소환.
최대수는 장창을 힘껏 던짐과 동시에 방패와 검을 들고 시우에게 돌진했다.
카드드드득!!
지반을 가르며 미사일처럼 쏘아져 오는 장창에 시우는 혀를 찼다.
직감적으로 이건 피하면 안 되는 무기였다.
시우는 두 손에 마력을 듬뿍 실었다.
그리곤 심장을 향해 날아오는 창끝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 낸 뒤, 창신을 붙잡았다.
손바닥에 불이 붙는 것 같았다.
최대수의 괴력으로 날렸으니 그 속도는 말할 것도 없었다.
“눈치가 빠르군!”
뒤이어 나타난 은빛 갑주가 기다란 검을 휘둘렀다.
콰ㅡㅡㅡㅡㅡ!!!
시우는 잡았던 창을 들어 강격을 막아 냈다.
단순히 휘두르기만 했을 뿐인 공격인데, 손목부터 등허리까지 뻐근하게 아려 왔다.
충격점을 흘려 내지 않았다면 척추가 그대로 으깨졌을 것이다.
쩌ㅡㅡㅡ엉! 쩌ㅡㅡㅡㅡ엉!!
날붙이가 터지는 듯한 굉음이 이어지며 십여 합의 공방이 지속됐다.
일방적인 공격과 일방적인 방어인 탓에 둘의 형세는 쉽게 뒤집히지 않았다.
검날이 용의 이빨처럼 시우에게 파고들었고, 그저 방어 일변도인 시우는 막아 내기에도 급급해 보였다.
“큭큭큭! 팔 하나만 가져가마!”
최대수는 공격에 박차를 더했다.
그의 손이 어지럽게 움직이더니 검격이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르게 상대에게 짓쳐 들어갔다.
시우는 이를 악물고 공격을 막아 냈다.
단순한 검이 아니었는지, 창으로 흘려 낼 때마다 내장이 진탕되고 근육이 찢어질 것 같은 후폭풍이 몰아쳤다.
하지만 공격이 너무 빨라 뒤로 물러날 수도 없는 상황.
최대수는 상대의 그런 한계를 알아챘다.
아무래 태연한 척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 해도 체력의 소모를 숨길 수는 없는 법.
“크하하하! 질긴 악연의 끝은 여기까지다!!”
죽이진 않겠다.
다만 사지 중 하나를 가져가 앞으로 남은 평생 기어오를 일이 없도록 만들 것이다.
최대수가 검을 번쩍 들어 올렸다.
들끓는 마력이 칼끝으로 모여들었다.
이번 공격은 들고 있는 창으로도 막아 내지 못할 터.
이윽고 검이 상공에 호선을 그었다.
그때, 시우의 발아래서 무언가 번쩍이며 날아들었다.
최대수는 황급히 목을 틀었다.
쉬ㅡㅡ익!!
그의 머리께를 스치며 날아간 것은,
‘내가 소환했던 정글도?!’
거두지 않고 놔뒀던 무기를 발로 차서 날린 것.
그 한순간의 멈칫거림이 공격의 선을 무너트렸고, 형세의 균형을 흔들리게 했다.
“칫! 잔머리를.”
최대수가 미처 검을 회수하기도 전에 시우의 반격이 시작됐다.
[뇌전 : 거인의 투창]화려한 술식이 샛노란 빛을 뿜어내며 타오를 듯한 스피어 하나를 구현했다.
파지지지직!!
대기를 찢어발기는 굉음과 함께 스피어가 섬광처럼 쏘아졌다.
최대수는 아티팩트를 사용해 방패를 소환했다.
투과아ㅡㅡㅡ앙!!
“크윽!!”
엄청난 폭발음이 울리며 최대수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만약 0.1초라도 늦게 막아 냈다면 스피어가 갑주를 꿰뚫었을 터였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군.’
상대가 민시우라는 걸 고려치 않은 본인의 실책.
최대수는 재빨리 일어나 몸의 균형을 잡았다.
상대의 공격을 막아 내고 다시 역공을 시작해야 했다.
그런데ㅡ
막아 내기엔 민시우의 공격이 너무 빠르고 무거웠다.
[아수라 : 흑갑혈무파광랑]흑갑을 두른 상대의 주먹이 벼락처럼 내리꽂혔다.
꽈ㅡㅡㅡㅡㅡ앙!!!!
최대수는 이를 악물었다.
잇새로 피가 흘러나왔다.
시우의 연격이 재차 이어졌다.
그때마다 귓가가 아릿하고 오장육부가 울리는 것처럼 커다란 충격이 전해졌다.
어느 순간 몸의 균형이 무너졌다.
최대수의 몸이 기우는 찰나 시우의 내려찍기가 대기를 갈라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