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nly Hunter with no level limit RAW novel - Chapter 101
23화 헌터 비무대회(2)
*헌터관리국 신고센터장실.
진도윤은 자리에 앉아 열심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헌터비무대회가 궁금하긴 했지만, 지금은 맡은 업무가 매우 중요했기에 어쩔 수 없이 시청을 중단했다.
1시간가량의 시간이 지나서야 진도윤이 두들기던 키보드에서 손을 떼었다.
“후우··· 얼추 마무리되었군. 그보다 비무대회는 잘 진행되고 있으려나?”
비무대회가 시작한지 1시간이 지났다.
이미 예선은 300번 대를 넘어갔으리라.
태현이 몇 번째로 출전하는지에 대해서는 들은 게 없으니 처음부터 시청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 때였다.
“드디어 나왔습니다!”
직원 하동주가 급히 휴대폰을 가지고 들어왔다.
“그래? 줘 봐.”
마침 중요한 업무도 마무리단계까지 왔다.
이 정도라면,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동주는 휴대폰을 진도윤에게 건넸고, 그 휴대폰에는 비무대회가 한창이었다.
그 중에서도 태현, 그의 모습이 크게 확대되어 송출되고 있었다.
진도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처음부터 스킬을 사용해서 적을 찍어 누를까?
그 역시 태현이 전력으로 싸우는 모습을 직접 본 적은 없다.
그렇기에 어떤 비무를 보여줄지 기대가 되었다.
“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표정이 모호하게 변했다.
‘어째서지?’
상대는 아무리 좋게 봐줘도 A급 중~후반.
태현에게는 상대조차 되지 않을 터였다.
그런데, 태현과 A급 헌터는 호각을 다투고 있었다.
즉, 엄청 봐주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런 거였나···.’
진도윤이 허탈하다는 듯이 웃었다.
그의 계획은 진즉에 알고 있었다.
아마 비무대회에서도 4강 이상으로 올라가서 밝힐 계획인 것이 틀림없다.
잠시나마 계획을 망각했던 것이 부끄러웠다.
“한태현 헌터가 왜 이러는 거죠? 역시 A급끼리 싸우는 거라··· 헙!”
하동주는 태현이 갓 급인 것을 아직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A급끼리 싸움이기에 호각을 다투는 것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진도윤이 눈을 부릅뜨고, 하동주를 노려보자 그가 숨을 크게 삼켰다.
“조용히 지켜보도록 하자.”
눈빛과는 다르게 고분고분 말하는 모습.
“네··· 넵!”
“가져가.”
진도윤이 휴대폰을 그에게 건넸다.
이제 볼 필요가 없다는 듯.
“아··· 안 보십니까?”
B22
기대가 잔뜩 어린 눈으로 휴대폰을 보던 게 불과 30초 전이다.
지금은 흥미가 사라졌다는 눈이 되어서는 시청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는 모습.
“조금 있다가 봐야겠어. 지금은 업무부터.”
진도윤은 그 말을 끝으로 다시금 업무에 집중했다.
결국 하동주는 그대로 센터장실을 빠져나갔다.
“뭐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네.”
하동주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1분.
정확하게는 55초까지 호각을 다투다가 나머지 5초에 끝을 보았다.
태현의 전투에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1분이 지나기 전에 상대방을 전투불능으로 만들었으니까.
“나이스!”
태현이 경기장을 빠져나오자 임지성이 다가왔다.
자신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는 눈치.
“넌, 좀 어땠냐?”
“인터넷 보면 작살날 걸?”
“승리했다는 소리냐?”
“S급의 힘을 여지없이 보여줬지! 이 정도면 자랑스럽게 보지 않겠냐?”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히죽 웃는 녀석.
태현이 피식 웃었다.
S급이라고, 힘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남발한 모양이다.
‘메튜라고 했나? 천태도한테 화 좀 나셨겠는데?’
태현이 천태도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생각 외로 그의 얼굴은 무덤덤했다.
“괜찮아요?”
“네?”
태현의 물음에 천태도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뭐가 괜찮냐는 얼굴이다.
“메튜라는 사람한테 S급 출전자가 있다는 말을 삼키셨잖습니까?”
“아, 그건 괜찮지 않겠습니까? S급 헌터가 출전하지 않는다는 말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천태도가 가볍게 손을 저었다.
태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굳이 프랑스 관리국장인 메튜와 척을 질 필요가 있는가?
어떻게 보더라도 이익은 아닐 것이다.
“어째서요?”
“헌터님이 계시니까요.”
“음?”
“은근히 한국을 무시하는 태도 보셨잖습니까? 만나기만 하면, 까 내리기 바쁘거든요. 저도 더 이상은 못 참겠어서요.”
“그거랑 제가 무슨 상관이죠?”
“헌터님은 갓 급이시지 않습니까? 갓 급을 보유한 나라를 쉽게 까 내리지는 못하겠죠. 겸사겸사 저도 메튜 국장이랑은 연도 끊고, 일석이조라고 봅니다.”
“글쎄요··· 과연 그렇게 쉽게 끝날까요?”
메튜의 태도로 보아서는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았다.
“하하···.”
천태도 역시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 식은땀을 흘렸다.
‘이렇게 땀을 삐질 흘릴 거면, 뭣 하러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
태현이 한심하다는 눈으로 천태도를 보았다.
그러나 그는 식은땀을 닦아내고는 기대감이 어린 눈으로 태현을 보았다.
자신이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든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어쨌거나 남은 사람은 다음 경기를 준비하도록 하죠.”
태현은 이 주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입에 붙이지 않았다.
그가 등을 돌려 헌터들에게 말했다.
“···예선전부터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렸네요.”
채민희가 한숨을 내쉬었다.
애석하게도 임미정이나 채민희는 예선전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전투불능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S급 헌터를 만난 것이 타격이 컸다.
나머지 한국의 A급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80%이상이 예선전에서 탈락하고 만 것이다.
“후우···.”
특히 채민희는 다른 이들보다 아쉬운 감정이 진했다.
그녀는 이번이 비무대회 첫 출전이다.
길드에 들어오고 시간을 꽤나 잡아먹어 자격조차 갖추질 못할 뻔하다가 겨우 갖추고 참여한 것인데, 예선 탈락은 꽤나 뼈아팠다.
“······.”
임미정 역시 아쉬운 건 마찬가지.
그렇지만 임지성이 예선 통과했다는 사실에 조금은 기쁜 눈치였다.
확실히 이전에 보았던 때랑은 180도 변했다.
‘뭐, 이전 일은 언급해봐야 좋은 꼴은 못 보겠지.’
태현은 이제 고구려의 일에 대해서는 언급할 생각이 없다.
상태로 보아 오해는 전부 풀렸고, 다시 화목한 가정으로 돌아간 듯하다.
그러니 임미정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았다.
“괜찮아요. 올라가는 건,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고마워요.”
태현의 말에 위로가 되었는지 채민희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 모습에 다음에 준비했던 말을 천천히 꺼냈다.
“그 저번에 레이드 때, 하지 못했던 대화를 마저···.”
“잠깐!”
하지만, 그의 등 뒤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대화가 끊어지고 말았다.
태현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익숙한 목소리.
“아, 메튜 국장님.”
이번에도 불어에 능숙한 천태도가 앞으로 나섰다.
“감히 나를 속여!?”
“무슨 말씀이십니까? 국장님을 속이다니요?”
“내가 출전하는 사람을 물었을 때, 대답하지 않았지 않나!”
S급 헌터 임지성의 출전 유무.
이전에 메튜가 찾아왔을 때에는 임지성이 그 자리에 없었기에 넘어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임지성에게서 느껴지는 S급의 기운.
메튜를 속이는 건 불가능했다.
“굳이 말씀드려야 할 의무라도 있습니까?”
“음?”
“하··· 한태현 헌터님?”
태현의 입에서 불어가 유창하게 흘러나옴에 천태도는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대화를 전부 알아듣고 있었다는 소리가 된다.
반면, 메튜는 어디서 굴러먹다온 뼈다귀냐는 얼굴로 무심한 눈동자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자네는?”
“대한민국의 한태현 헌터입니다. 듣다듣다 못 참겠어서 나섰네요.”
“뭐?”
“왜 천태도 헌터가 당신에게 낱낱이 보고해야 하는 겁니까? 한국에 지원 좀 해주시려고?”
태현이 이죽거렸다.
그 모습에 메튜의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었다.
자신을 무시하고 있는 태도라는 것이 눈에 보였으니까 말이다.
“A급 헌터주제에 어디서 나한테 그런 소리를 지껄여!”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순간 경기장의 의자에 앉아있던 헌터들의 눈이 메튜에게로 향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여기서 더 떠들었다가는 관중들에게도 꽤나 주목받으실 텐데?”
미소를 지우지 않고 말하는 태현의 모습에 메튜가 신음을 흘렸다.
그 역시 헌터들의 시선을 느꼈기 때문이다.
“젠장··· 너 이 새끼··· 내가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마.”
“응. 그러시던가~”
마지막 말은 한국어였다.
추가로 태현이 가운데 손가락을 들었다.
그의 옆에 앉아 있던 헌터들의 눈이 화등잔 만하게 커졌다.
반면, 메튜는 그걸 보지 못하고 그대로 등을 돌려 경기장을 떠났다.
*“썩을 놈! 개 같은 놈!”
듣기 거북할 정도로 욕설을 뱉으며 심사위원 자리로 돌아오는 이.
바로 딘센트 메튜였다.
갑작스레 돌변한 모습에 심사위원으로 참가 중인 윌슨이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자네, 갑자기 왜 그러는가?”
“후우··· 아무것도 아니네.”
윌슨의 물음에 메튜가 가까스로 안정을 찾았다.
“뭘 아무것도 아니야. 자네가 이러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가 아닌가?”
메튜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누군가에게 풀어놔야지만, 속에서 끓던 화가 좀 재워질 것만 같았다.
“이번에 한국 헌터들을 만나고 왔거든. 거기서 천태도 헌터가 나를 속였지 뭔가?”
“속여?”
“그래. 분명 S급 헌터는 출전하지 않는다고 그러더군.”
“그렇지? 올 해 한국에서 S급··· 아, 한 명 있군.”
윌슨이 급히 헌터 워치를 이용해서 헌터 정보를 열었다.
이번에 등장한 한국의 S급 헌터.
바로 임지성이었다.
“음? S급 헌터가 있나보군?”
“···관심을 가지게. 봐봐. 임지성 헌터라고, 이 사람 맞지?”
윌슨이 보여준 사진에는 아까 마주쳤던 임지성의 모습과 똑같았다.
“맞아. 이 녀석이었지.”
메튜가 고개를 끄덕였다.
윌슨이 호탕하게 웃었다.
겨우 이런 걸로 화내는 모습은 국장이 보여야 할 태도로는 적합하지 않았으니까.
“에잉~ 너무 그러지말게. 마음 넓은 자네가 이해해야지.”
“그런가···? 그 부분은 그렇다고 칩세.”
“또 있나?”
“그래. 한국인 헌터 한 명이 나를 아주 바보로 만들더군.”
“이야기 해봐.”
메튜는 태현과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겨우 A급 헌터가 관리국장에게 그런 행동을 취했다고?”
윌슨의 얼굴은 어느새 딱딱하게 굳은 상태였다.
A급 나부랭이가 관리국장한테 그런 삐딱한 태도를 취한다는 게 말인가? 방군가?
“비무대회가 끝나면, 한국 관리국에 헌터 관리 좀 똑바로 하라고 할 걸세.”
메튜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 만났던 태현의 태도는 예의라고는 밥 말아먹었으니까.
“좋아. 대회가 마치는 대로 한국 관리국에 직접 연락을 취하도록 하지.”
지금은 심사가 먼저였다.
감정에 휘둘릴 때가 아니었다.
벌써 1차 예선전이 마무리되고, 2차 예선전이 진행될 차례였다.
“엇! 저 놈이야!”
메튜가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12개의 경기장 가운데, 가장 좌측에 있는 경기장.
그 경기장에는 한국인 헌터인 태현이 입장하고 있었다.
“호? 저 놈이로군. 알겠네. 집중해서 지켜보도록 하지.”
윌슨 역시 한국에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지원단 헌터는 아직 도착하지도 않은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속이 타들어갔다.
‘메튜 말대로 밥 말아먹은 태도를 보였다면, 이걸로 문제를 삼아도 괜찮겠군.’
윌슨이 조용히 웃었다.
받은 만큼 돌려준다.
그것이 그의 복수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