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nly Hunter with no level limit RAW novel - Chapter 105
23화 헌터 비무대회(6)
*“어어··· 함부로 만지시면 안 됩니다!”
비무 경기장 관계자가 급히 외쳤다.
그럼에도 성수연과 오지은은 그 목소리를 무시하고, 작업을 이어나갔다.
“잘 들리는 것 같네요?”
“흥, 이제 빅 엿 좀 먹으라지.”
경기장에 방송이 울려 퍼질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들이 방송실에 난입했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이 어떻게든 막으려고 했지만, S급 헌터 2명을 막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이익!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습니까!?”
관계자는 제압된 와중에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목청이 좋네요.”
오지은이 픽 웃고는 관계자의 목을 졸라 기절시켰다.
“웃으면서 목을 조르는 건··· 좀 너무하지 않아?”
성수연이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
오지은은 평상시에 소심한 성격으로 매우 얌전한데, 가끔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
그럴 때마다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오지은은 모르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것도 아니야.”
*-이번에 한국에 S급 게이트가 발생한 것은 단순히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윌슨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 뒤로는 한국의 관리국장인 채병국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제는 헌터들을 지원해주겠다는 사실.
그것도 S급 헌터를 15명을 지원해주겠다고 했다.
“이게 뭐가 문제라는 거냐!”
“갑자기 이게 무슨 상황이지?”
예상대로 자리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대거 일어났다.
더 이상은 들어줄 가치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먼저 이 내용은 전부 거짓입니다.”
조쉬의 유창한 영어가 흘러나오자 사람들의 발걸음이 뚝 멎었다.
“S급 15명? 웃기는 소리. 저는 B급 헌터로서 한국에 S급 레이드에 참가했습니다. 지원단 인원이요? A급 20명, B급 76명이었습니다.”
“···거짓말 하지 마라!”
“미국 관리국이 그럴 리가 없잖아!”
설마하니 미국 관리국이 그런 일을 벌였겠어?
시민들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조쉬를 비난했다.
하지만 이후 경기장에 비치된 스크린에 레이드를 마친 헌터들의 사진이 나타나면서, 시민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이번에는 태현이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
“여기에 S급 헌터가 누구누구 있는지 맞춰보세요.”
사진은 선명해도 너무 선명했다.
얼굴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게 이상할 정도.
심지어 미국 S급 헌터들은 유명 인사들이 대부분이었기에 15명이 지원되었다면, 익숙한 인물이 최소 3~4명 이상은 보여야 정상이다.
그러나 단 한 명도 없었다.
태현의 옆에서 증언을 하는 조쉬의 얼굴도 보였다.
“보시다시피 없습니다. 미국 관리국은 한국이 위험에 빠지도록 수작을 부린 것이죠. 만약 갓 급 헌터가 없었다면, 한국은 전멸했을 겁니다.”
갓 급!
갓 급이라는 말에 시민들이 놀란 눈이 되었다.
“갓 급이라고?”
“갓 급이 누군데?”
“S급 헌터가 없는 건 확실한데··· 갓 급은 또 누구야?”
시민들의 웅성거리는 소리에 태현이 조용히 포이즌 킹을 소환했다.
G급에 가까운 보스.
포이즌 킹은 소환이 되자마자 포효했다.
경기장의 지축이 흔들리는 착각이 일 정도였다.
“좀 얌전히 있어라.”
“크릉···.”
태현의 말에 포이즌 킹이 고개를 숙였다.
“저게 무슨···.”
“무슨 놈의 기운이 저렇게 세냐?”
시민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태현은 기운을 철저히 숨겼기에 괜찮았지만, 포이즌 킹은 달랐다.
기운을 숨길 줄을 몰라 자신이 가진 기운을 여지없이 뿜어내는 녀석.
그러다보니 포이즌 킹이 S급 게이트의 보스라는 것을 일부분은 눈치를 챈 듯하다.
“이 녀석은 S급 게이트에서 만났던 보스입니다. 그리고 테이밍에 성공했죠.”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충격적이었다.
S급 게이트의 보스를 테이밍했다고?
그렇다는 건?
태현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네, 보시다시피 제가 갓 급 헌터입니다. 이건 능력 중 하나고요.”
*“크, 소름이 돋는군.”
천태도가 흥분했는지 소름이 돋은 팔을 손으로 문댔다.
그것은 백승한 역시 마찬가지였다.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는 것으로 유명한 그였지만, 지금 상황에서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태현의 말은 그만큼 엄청난 힘을 보여주었다.
“자랑스럽군요.”
“갓 급 헌터가···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등장했다는 것이 이렇게 든든할 줄은 몰랐습니다.”
최강식 역시 눈매가 휘어진 채로 손뼉을 쳤다.
아마 전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될 내용이 될 것이다.
물론 미국 관리국이 이 정도로는 무너지지 않겠지만, 타격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다.
추가로 태현이 보여준 포이즌 킹.
G급에 가까운 기운을 뿜어내는 것으로 시민들이 자연스레 믿게 만들었다.
저런 몬스터를 테이밍한다는 것 자체가 태현이 갓 급이라는 증거였으니까.
추가로 S급 헌터인 앙헬 세르게이를 어린아이 다루듯이 상대했으니까 말이다.
그의 말에 신빙성이 더해진 셈이다.
“천태도 헌터!”
태현을 감상하고 있는데,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태도가 고개를 돌려서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했다.
“메튜 국장님?”
천태도를 부르며 달려오는 이는 다름 아닌 딘센트 메튜였다.
그의 얼굴은 어느새 하얗게 질려있었다.
어지간히 놀란 모양이다.
“왜··· 왜 말 안 했나?”
“어떤 말씀이신지?”
“갓 급 헌터 말이야! 왜 못 알아듣는 척을 하지? 설마 일부러 그랬나!”
“설마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사실 한태현 헌터가 갓 급인 것은 최대한 숨기라고 부탁받았기 때문입니다.”
“어째서지?”
“본인이 그걸 원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해서 관리국장인 나한테까지 감출 필요가 있었나?”
당당한 태도로 나오는 메튜의 모습에 천태도가 잠시 할 말을 잃은 얼굴이 되었다.
어째서 메튜한테 사실대로 불어야 되는지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지금 이렇게 나오는 행동은 예의에 어긋난다.
‘후우··· 참자.’
천태도가 참을인(忍)을 마음에 그렸다.
어찌되었든 간에 메튜와 사이가 틀어지면, 이득보다는 손해가 더 컸으니까.
또 개인적인 감정으로 대립할 수는 없었다.
“죄송합니다. 본인이 원했기 때문에 함부로 발설할 수 없었습니다. 저희들을 제외하고는 아직 한국 시민들도 모르는 상태입니다.”
“그게 정말인가?”
그의 말에 메튜의 태도가 조금 풀어졌다.
“사실입니다.”
“흠··· 그래. 그보다 지금 들리는 말이 사실인가?”
“네. 이 부분 역시 사실입니다.”
“···그렇군.”
메튜의 얼굴이 조금 심각해졌다.
지금 태현의 행동은 미국 관리국을 건드리는 행동이다.
윌슨의 성격상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그가 갓 급 헌터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메튜는 태현을 바라보며 가볍게 혀를 차고는 등을 돌렸다.
이 자리에 온 건, 천태도에게 확인 차 질문을 던지러 온 것일 뿐이다.
굳이 자신이 윌슨에 대한 언질을 줄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미친 노인네.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놈들은 하나같이 마음에 안 들어.”
메튜가 사라지는 모습을 응시하던 천태도가 한국어로 중얼거렸다.
“방금 메튜 국장이 뭐라고 한 겁니까?”
불어를 모르는 최강식이 궁금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천태도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냥 갓 급을 왜 숨겼냐고 화를 내더군요.”
“어이가 없군. 자신의 나라도 아니면서 왜 관심을 가지는 거지?”
“오지랖이죠. 그것도 좋지 못한 쪽으로 말이죠.”
헌터들의 눈이 일제히 메튜가 나간 문으로 향했다.
메튜에 대해서는 이제 좋지 않은 평가만이 그들의 머리에 남을 것이다.
*태현은 4강 경기를 기권했다.
마찬가지로 임지성 역시 기권.
이미 목적을 달성한 이상, 비무 대회를 끝까지 참여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헌터들은 윌슨이 경기장으로 돌아오기 전에 LA를 빠져나갔다.
덕분에 윌슨과 마주칠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수많은 기자들이 태현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촤촤촤촤촥-
들어서자마자 귓가를 때리는 셔터소리.
헌터들의 시선이 태현에게로 향했다.
그러자 수많은 카메라들 역시 그를 가리켰다.
“음··· 고생이 많다?”
임지성은 그의 옆에서 조금 떨어졌다.
아무래도 피곤해질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태현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그의 어깨를 잡아서 도망치지 못하게 만들었다.
“어디 가?”
“···보아하니 나한테는 관심이 없을 게 뻔하다고? 분명 너를 찍으려고 온 걸 거야.”
S급은 이미 묻혔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 갓 급이 출현했는데, S급에 초점을 맞추기에는 카메라의 수가 너무 부족했다.
“한태현 헌터님! 잠시 질문 좀 드리겠습니다!”
“질문 좀 받아주세요!”
기자들은 조금이라도 태현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 끊임없이 몸싸움을 벌였다.
공항의 열기가 뜨거워졌다.
“그만!”
결국 태현이 크게 소리치며 상황을 중재했다.
목소리와 함께 기운이 조금 흘러나오자 주위가 고요해졌다.
태현은 목을 가다듬고, 손가락 3개를 펴보였다.
“공통된 질문 3가지만 받겠습니다. 그 이후에도 건드리시면···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
누가 들으면 욕을 먹기 딱 좋겠지만, 태현은 그런 것에 개의치 않았다.
욕을 할 거면 해도 좋다.
물론 자신의 귀에 들리지만 않게 하면 된다.
기자들은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이게 바로 갓 급의 힘이라는 건가?
목소리만으로도 이렇게 공포에 젖을 수 있는 것을 새삼 처음 알았다.
결국 기자들은 태현의 말에 따라서 공통된 질문 3가지를 골라서 던졌다.
“갓 급 헌터로 각성한 건 언제인가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불분명 각성자에서 A급으로 각성했고, A급으로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각성을 하면서 갓 급이 되었죠. 이제 2개 남았습니다.”
태현의 입에서는 거짓말이 술술 나왔다.
미리 생각해놓은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사실이 첨가되면서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비무대회를 방송으로 통해 확인했는데요, 그 말이 전부 사실인가요?”
“네. 전부 사실입니다. 거짓말을 보태지 않았다고 말씀드리죠. 1개 남았습니다.”
인터뷰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태현은 나머지 질문 역시 간략하게 답했다.
그리고 3개의 답을 마치자마자 헌터들과 함께 공항을 빠져나갔다.
기자들은 더 이상 그를 붙잡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기자들의 일이 무엇인가?
어떻게든 기사를 실을만한 거리가 필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태현에게 조금이라도 더 물어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려고 했지만, 그의 몸에서 풍겨오는 아우라가 그들의 숨을 턱 막히게 만들었다.
결국 태현은 기자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유유히 공항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후우···.”
비무대회는 끝이 났다.
기자들을 피해 관리국으로 돌아온 윌슨은 국장실에서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
“시발!”
쾅!
윌슨이 책상에 있는 책들을 집어 던졌다.
완벽하게 당했다.
그것도 한국의 헌터에게.
지금 미국 관리국의 이미지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태다.
“어떻게 해야 피해를 최소화시키지?”
윌슨이 머리를 부여잡고, 생각에 잠겼다.
똑. 똑.
그러는 사이, 노크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문에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로 말했다.
윌슨의 말에 국장실의 문이 천천히 열렸고, 누군가 안으로 들어왔다.
‘응?’
윌슨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저리는 느낌을 받았다.
속이 타오르는 듯 했고, 갈증이 심해졌다.
이런 느낌을 전에도 받은 적이 있었다.
그가 급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눈앞에는 자신이 텍사스로 가서 만나려던 인물이 서 있었다.
“프··· 프레드 헌터.”
“오랜만이네? 윌슨 국장.”
그의 앞에 있는 인물은 다름 아닌 알드레드 프레드.
미국에 한 명밖에 없는 갓 급의 헌터였다.
“여기는 어쩐 일로···?”
“들었어. 당신이 꾸민 거지?”
“아··· 아닐세!”
“난 거짓말을 싫어하는데··· 알고 있지 않나? 모르면 알려줄까?”
프레드가 붉은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겼다.
흉흉한 적안의 눈동자가 윌슨을 응시했다.
꿀꺽.
윌슨이 마른침을 가까스로 삼켰다.
“미··· 미안하네. 내가 꾸민 일이 맞아···.”
“그래? 그러면 조용히 덮을 생각은 하지 마라.”
“프레드 헌터···.”
“순순히 자백하도록 해. 만약 덮으려는 낌새가 보이면, 미국 관리국은 내 손으로 없앨 테니까.”
“······.”
“이 정도면 알아들었을 거라 생각한다.”
프레드는 그 말을 마치고, 등을 돌렸다.
“자··· 잠깐!”
“또 뭐지?”
“어디를 가려는 건가···?”
왠지 모르게 불안감이 엄습했다.
“새로 등장한 갓 급 좀 만나려고. 뭐 문제 있나?”
“아··· 아니네.”
프레드가 움직이겠다는데 어떻게 저지하겠는가?
그보다는 이번 일은 자신이 뒤집어 써야할 판이었다.
“윌슨 국장.”
“으··· 응?”
프레드가 피식 웃었다.
“당신 생각,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거 아나? 허튼 생각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
프레드는 대답을 듣지 않고, 그대로 국장실을 나가버렸다.
그제야 윌슨이 지쳤는지 고개를 푹 수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