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nly Hunter with no level limit RAW novel - Chapter 112
26화 습격자(2)
*“아메리카노 좋아하세요?”
“네. 전 카페에서는 아메리카노만 마시거든요.”
“아이스로 하면 되죠?”
“네.”
카페 안에 들어선 태현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2잔을 주문하고는 2명이 앉을만한 자리로 가서 앉았다.
태현이 샀으니 채민희는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커피가 나오는 대로 그것을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감사히 마실게요.”
채민희가 감사를 표했다.
“네.”
아메리카노에 빨대를 꽂아 후루룩 마시기 시작하는 둘의 모습.
이후에는 간단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취미부터 시작해서 몬스터에 대한 지식, 길드의 운영,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까지.
그러다가 문득 처음 만났던 그 때가 떠올랐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한태현 헌터님과 이렇게 친해질 줄은 몰랐어요.”
“왜요?”
“첫인상이 그렇게 좋지는 못했잖아요.”
배시시 웃으면 아메리카노를 휘저는 채민희.
확실히 그녀와의 첫 만남은 그리 좋지 못했다.
살인귀를 잡겠답시고, 움직였다가 그녀한테 오해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덕분에 자신이 의문의 사나이라는 것을 들켰을 때에는, 꽤나 곤란했던 것도 사실이다.
“뭐··· 지나간 과거는 잊는 게 어떻습니까?”
“그래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그보다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네?”
일전에 보았던 모습.
태현은 조심스레 운을 뗐다.
“사실 채민희 헌터님을 옥천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헌터님께서는 저를 보지를 못하셨겠지만.”
“네? 옥천에서요?”
“마그마 골렘을 상대하기 전에 옥천에 계셨지 않습니까?”
“···아!”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그녀가 손뼉을 쳤다.
당시 어머니의 기일이라서 방문했던 묘지.
그런데 태현이 어떻게 거기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그 답은 금방 풀렸다.
“저도 가족 기일이라서요.”
“아··· 그러셨구나.”
채민희의 목소리가 조금 젖어들었다.
“헌터님께서도 기일이라서 방문하셨던 건가요?”
“네··· 엄마 기일이었어요.”
“···신기하네요. 같은 날이 기일이라니.”
여기까지 이야기가 나오니 서로 가족을 잃었던 원인이 몬스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째서 자신과 채민희가 몬스터를 증오하고, 우선순위로 지정하는지에 대한 답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동질감을 느꼈던 건가.’
“힘드셨겠어요.”
채민희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태현은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헌터님께 그 말을 들으니 조금 이상한데요?”
“···그런가요?”
머쓱한지 머리를 긁적이는 채민희의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띠링~
마침 휴대폰의 벨소리가 울렸다.
태현의 것은 아니었다.
“아··· 제 거네요.”
채민희는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가방에 있는 휴대폰을 꺼내고는 곧장 받았다.
-어··· 응? 그게 정말이야? ···알았어.
대화는 빠르게 종료됐다.
아무래도 보고를 받은 모양.
그런데 전화를 마친 채민희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군요.”
“···길드의 일은 아닌데, 미국에 G급 게이트가··· 사라졌대요.”
“···그게 정말입니까?”
“네··· 그렇다네요···.”
뭐지?
태현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게이트가 나타났다가 그냥 사라지는 경우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G급 게이트가 돌연 사라진지 일주일이 지났다.
이 사실만으로도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이라며 대부분의 화두에 오르락내리락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기사들을 읽어 내려가던 태현이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의문의 사나이로 활동하던 당시와 흡사한 상황을 맞이할 줄은 몰랐다.
‘이걸로 이계의 존재가 나타났다는 것이 확실하군···.’
비각성자를 무참히 살해하고 사라지는 살인귀의 재등장.
그 사건이 한국에서 미국으로 바뀌었을 뿐.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사람을 흉기로 찌르는 것이 아니라 능력을 이용해서 시체 자체를 폭발시켜버린다는 점이랄까.
흩어진 살점을 분석한 결과, 최근 실종신고가 접수된 사람과 동일인물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와··· 이거 위험한데?”
임지성도 그 기사를 확인하고는 혀를 내둘렀다.
그 역시 자신이 의문의 사나이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심각하냐?”
태현은 다과를 입에 넣으면서 물었다.
“어. 묻혔던 의문의 사나이랑 살인귀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어.”
“흐음···.”
“괜히 오해를 사는 거 아닌가 몰라.”
“괜찮아.”
“응?”
“괜찮다고. 게이트가 사라졌다는 걸로 한 가지는 확실해졌어.”
태현의 눈이 빛났다.
게이트에서 몬스터가 빠져나왔다는 것.
제한시간이 지나고 몬스터가 빠져나오면, 몬스터가 서식하던 게이트는 자연적으로 소멸된다.
그러니 게이트에 무언가 빠져나왔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도 게이트가 그냥 사라졌을 수도 있지 않아?”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지극히 적다는 게 문제지. 현재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잖아? 그것만 보더라도 답이 나오지.”
“그럼 이제 어떻게 하려고?”
태현은 뭘 묻냐는 얼굴로 임지성을 보았다.
“당연히 나설 수밖에 없잖아?”
“···넌 진짜 대단한 놈이야.”
뭐가 대단하다는 건지 모르겠다.
태현은 눈을 잠시 감았다.
G급 게이트에서 빠져나온 놈이라면, 아마도 자신이 생각하는 존재가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놈은 나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었을 거다.’
태현이 감았던 눈을 떴다.
“나는 먼저 움직여야겠다.”
“뭘 어떻게 하려고?”
“미국에 가야지.”
“비행기 표는?”
“괜찮아. 비행기 없어도.”
태현이 씨익 웃었다.
그 미소에 임지성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너··· 날 수 있냐? 아니지, 애초에 날 수 있다고 해도··· 그 거리를 어떻게 날아가? 그냥 비행기 타고 가지?”
“쯧, 너 내 능력이 뭐라고 생각하냐?”
“뭐긴, 당연히 소환수를 부리는··· 응?”
임지성은 설마하는 얼굴로 그를 보았다.
끄덕.
“어쨌든 미국에 잠시 다녀올 테니까 길드 업무 좀 부탁할게.”
“···가서 도와줘?”
“수색하고, 잡는데 얼마나 걸릴지 감도 안 온다. 그냥 길드 일이나 맡아줘.”
임지성까지 빠진다면, 길드 업무가 많이 밀릴 것이다.
차라리 자신 혼자 다녀오는 게 마음이 편했다.
“알겠다.”
결국 임지성은 빠지기로 했다.
“부탁한다.”
그 말과 함께 태현이 사무실을 급히 빠져나갔다.
*“여섯 번째 왕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나?”
검은 오오라를 풍기는 건장한 남자의 물음.
그 앞에는 8명의 사내가 다리를 꼰 채로 앉아서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뭐라는 거야.”
“약 먹었냐? 왕을 왜 우리한테 찾아.”
“그럼 모른다는 말이군?”
남자의 목소리가 순간 내리깔렸다.
사내들은 그제야 눈앞의 남자가 일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눈치 챘다.
“제··· 젠장! 도망쳐!”
태우던 담배를 집어던지고는 급히 자리를 뜨는 사내들.
남자는 그런 사내들을 가만히 쳐다만 보았다.
“모르면 죽어야지.”
그 말과 함께 손을 뻗었다.
그러자 도망치던 사내들의 몸이 남자에게로 이끌렸다.
“으아아악!”
“살려줘!”
도저히 저항을 할 수가 없자, 사내들이 목이 쉴 정도로 울부짖었다.
“그만!”
갑작스레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내들을 끌어당기던 장력 역시 사라졌다.
“흐··· 흐어억···.”
눈물을 쏟으며 그 자리에 주저 않는 사내들.
소매로 눈가를 닦아내며 자신들을 구해준 인물을 바라보았다.
“포벨 헌터다!”
“포벨···! 살았다!”
사내들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포벨은 미국의 S급 헌터.
화염계와 전류계의 마법에 능통한 헌터였다.
S급 헌터가 나타남에 살았다는 안도감이 그들의 몸을 지배했다.
“도망가세요! 관리국에 즉시 신고해주시기 바랍니다!”
포벨이 사내들에게 말했다.
“네··· 네! 알겠습니다!”
사내들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저 멀리 도망갔다.
장력이 끊어진 남자는 어느덧 포벨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 누구지? 보아하니 사람들을 죽인 것도 당신인 것 같은데?”
“고작 그 정도 힘을 가지고, 덤비려 드는가?”
“내 질문에 답을 하는 게 먼저 아닌가?”
“여섯 번째 왕은 어디 있나? 솔직하게 불면, 목숨만은 살려주지.”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대였다.
포벨은 더 이상 대화를 나눌 가치가 없다고 느끼고는 전류계 마법을 사용해 남자를 공격했다.
“대화를 할 생각이 없으면, 그대로 죽어라.”
일주일동안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헌터든, 시민이든.
결국 S급 헌터들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 중에서도 포벨이 남자를 발견한 것이고.
‘끝났군.’
방금 공격은 S급 스킬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뇌룡’이었다.
A급 게이트의 보스도 이 스킬을 제대로 견뎌내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손쉽게 끝났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파지직!
“너도 모르는 건가?”
시큰둥한 얼굴로 포벨에게 다가오는 남자.
뇌룡을 정통으로 맞고도 멀쩡하게 걸어오는 모습은 가히 공포였다.
남자와 눈이 마주치자 포벨의 다리가 움찔 떨렸다.
‘내가 떨고 있다고?’
S급 헌터로 각성한 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제··· 젠장!”
포벨은 급히 전류계 마법과 화염계 마법을 시전하여 남자에게 무차별적으로 쏟아 부었다.
그러나 남자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질렸다는 듯, 포벨에게 손을 뻗었다.
사내들을 묶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장력.
도저히 끊어낼 수 없는 장력에 포벨의 몸이 남자에게로 빨려들어갔다.
남자는 포벨의 멱살을 가볍게 쥐었다.
“여섯 번째 왕은 어디 있지?”
“젠장··· 모른다··· 살려줘···.”
이대로 죽고 싶지 않았다.
온 몸에 죽음의 공포가 가득했다.
“모른다면 어쩔 수 없군.”
그 말과 함께 포벨의 몸이 순식간에 폭발했다.
S급 헌터의 최후였다.
가루가 되어버린 포벨을 뒤로 하고, 남자가 사내가 사라진 곳을 향해 손을 다시금 뻗었다.
싸움은 길어야 3분 남짓.
얼마 못 갔다는 소리다.
“으아악! 이게 또 왜 이러는 거냐고!”
저 멀리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몸이 마비된 것처럼 움직이질 않았다.
그리고 5초도 지나지 않아서 남자에게로 전부 빨려 들어왔다.
사내들은 극도의 공포에 빠졌는지 바짓가랑이에 오줌을 지렸다.
남자는 시시하다는 얼굴로 폈던 손을 천천히 쥐었다.
쾅!
사내들의 몸이 그 자리에서 폭발했다.
“도대체 어디 있는 거지? 왕의 기운을 느낄 수가 없으니··· 답답하군.”
남자는 고개를 가볍게 휘젓고는 등을 돌렸다.
“으아악! 이게 뭔 상황이야?”
“으··· 빨리 도망가자.”
사내들의 폭발장면을 멀리서나마 지켜본 사람들의 웅성거림.
“아직 물어볼 사람이 근처에 있군.”
남자의 눈이 다시금 빛났다.
그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쾅!
“으아악!”
폭발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비명소리가 줄어들었고, 약 15초정도가 추가로 흘렀을 때에는 비명소리가 완전히 멎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