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nly Hunter with no level limit RAW novel - Chapter 113
26화 습격자(3)
*“이게 무슨!”
쾅!
콰직!
제인의 주먹이 책상을 세게 내려쳤다.
미국의 S급 헌터.
무투가로 전 세계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체술의 귀재였다.
책상은 그 주먹을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박살났다.
“진정해.”
앞에 책상이 박살났음에도 눈 하나 바뀌지 않고, 차를 음미하는 남성.
S급 헌터 릭 도르만이다.
“진정하게 생겼어!? 포벨이··· 죽었다고··· 이건 심각한 문제야.”
“나도 알아. 그런데 여기서 화만 내면, 포벨이 살아 돌아오기라도 하나?”
“이 자식이!”
“그만!”
열기가 더해지자 가만히 앉아있던 남성이 급히 중재에 나섰다.
S급 헌터 레오나르도 프라임이다.
그렇다.
지금 이 자리에는 S급 헌터 7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의문의 남성이 출현해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후우···.”
제인은 흥분을 겨우 가라앉히고는 자리에 앉아 혀를 찼다.
벌써 S급 헌터를 한 명 잃었다.
A급 이하의 헌터들은 말 할 필요조차 없었다.
희생자의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포벨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결과물이 없는 건 아니야.”
레오나르도였다.
“동감해. 포벨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었어. S급 헌터 혼자만의 힘으로는 상대가 불가능하다는 걸.”
릭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침통한 분위기 가운데, 그만 유일하게 아무렇지 않게 차를 즐기고 있었으니까.
그 모습이 너무 꼴 뵈기 싫었던 나머지, 제인이 다시금 흥분했다.
“으아아! 저 새끼, 죽여버린다!”
“진정하라고! 여기서 분열이 일어나면 어쩌자는 건데?”
“크윽··· 젠장! 젠장!”
헌터들의 만류에 제인이 버티지 못하고, 문을 열고 그대로 나가버렸다.
“릭··· 너 너무 심했다.”
“···슬픔에 젖어있을 시간이 없으니까. 우리는 평소처럼 행동하면서 살인자를 처단할 생각을 하는 게 맞아. 포벨도 그걸 원할 거고.”
릭 역시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후우··· 릭···.”
제인과 릭은 완전히 상극이었다.
“으아아악!”
문 밖에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는 익숙했다.
“제인!”
순간 S급 헌터들의 몸이 움찔 떨렸다.
처절한 비명.
자신들이 쫓던 살인자가 눈앞에 있음을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위험해!”
레오나르도가 급히 외쳤다.
콰직!
문이 박살나면서 한명의 남성이 천천히 들어왔다.
오른손에는 시뻘건 피가 범벅이었다,
검은 오오라를 풍기는 남성.
그는 감정이 없는 눈으로 헌터들을 쳐다보았다.
“여섯 번째 왕은 어디 있지?”
“···그걸 물어보려고 우리를 찾아왔나?”
“그나마 쓸 만한 실력을 가진 놈들이 모인 곳이 여기더군.”
쓸 만한 실력.
그 한 마디가 S급 헌터들의 자존심을 짓밟고 말았다.
헌터들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진정해! 다시 한 번 질문해주겠어?”
레오나르도는 상황을 이해하기위해 애썼다.
제인의 기가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미 남자의 손에 죽은 모양.
그런 상황에서 섣부르게 덤빌 수는 없었다.
“···여섯 번째 왕은 어디 있나?”
기가 찰 노릇이다.
다짜고짜 왕의 위치를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까?
아니, 애초에 왕이라는 존재는 또 처음 들어본다.
헌터들이 어떻게 입을 열어야할지 고민했다.
“모르나?”
“······.”
“그럼 죽어야겠군.”
오오라를 풍기는 남성이 손을 뻗었다.
“으아악!”
손을 뻗은 곳에는 S급 헌터 하나가 서 있었는데, 갑작스런 장력에 의해 남성의 손에 끌려갔다.
“콜론!”
레오나르도가 급히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사정거리 안에 들어온 S급 헌터 콜론의 몸은 그대로 폭발해버렸으니까.
시체의 파편들은 헌터들의 옷을 더렵혔다.
“······.”
헌터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는지, 몸에 붙은 파편을 제거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명색이 S급 헌터가 발버둥조차 제대로 쳐보지 못하고 죽었다.
가히 충격적이었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여섯 번째 왕이 어디에 있나? 대답을 하지 않는다면, 전부 죽인다.”
남성이 다시금 손을 뻗었다.
아까와 같은 장력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답을 하지 않는다면 그 손길에 전부 죽는다는 것만큼 알 수 있었다.
“모른다고!”
결국 헌터 한 명이 폭발했다.
모른다.
목숨을 빌미로 협박해봤자 모르는 건, 모르는 것이다.
“그렇군.”
남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손을 쫙 폈다가 움켜쥐었다.
쾅!
소리를 지른 S급 헌터, 레반의 몸이 폭발했다.
“으으···.”
헌터들은 아예 전투의지를 상실해버렸다.
S급으로 살아오면서 위에서 군림하던 그들이었지만, 이렇게까지 무력감을 느껴본 적은 처음이었다.
S급 레이드때에도 이런 감정은 느껴보질 못했다.
그만큼 눈앞에 있는 남성은 강해도 너무 강했다.
“뭐해! 모두 도망치라고!”
레오나르도가 급히 마법을 시전했다.
그의 외침에 헌터들이 눈물을 머금고,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남성이 도망치는 헌터들을 향해 손짓할 때마다 그들의 육신이 폭발했다.
7명이었던 헌터들은, 이제 고작 2명만 남았을 뿐이다.
릭과 레오나르도.
릭은 생각보다 담담했다.
애초에 도망칠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여기서 끝인가. 저런 놈을 상대하려고 했다니··· 무지가 죽음을 부른 셈이군.”
죽음을 받아들이겠다는 저 얼굴.
레오나르도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넌··· 진짜 질리는 놈이야.”
“···죽어서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군.”
“동감.”
릭이 검을 빼들었다.
시도조차 하지 않고 죽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레오나르도 역시 스태프를 바르게 고쳐잡았다.
남성은 무표정한 얼굴로 손짓했다.
“멈춰!”
화르륵!
그 말과 함께 뜨거운 불길이 치솟았다.
남성의 움직임이 순간 멎었다.
그의 시선이 불길을 일으킨 주범에게로 향했다.
릭과 레오나르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프··· 프레드 헌터!”
미국의 갓 급 알드레드 프레드.
레오나르도는 이제야 살았다는 안도감이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릭 역시 마찬가지였다.
반면, 남성은 조금 흥미롭다는 눈으로 프레드를 위아래를 훑었다.
“너라면, 알겠군. 여섯 번째 왕은 어디에 있나?”
“왕? 그거 나 말하는 거 같은데?”
프레드가 히죽 웃었다.
어처구니없는 농담에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남성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거 위험한데?’
에어로돈을 타고, 미국으로 향하는 태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벌써 S급 헌터 6명의 기운이 사라졌다.
공통점이 있다면, 이질감이 느껴지는 기운을 마주하고부터다.
신기한 점은 1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사라졌다는 증거.
‘이번에는 5명이 한꺼번에 사라졌어··· 남은 건 S급 2명, 그리고 이번에 난입한 프레드인가?’
이질감이 가득한 기운을 풍기는 존재는 태현의 기운을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
만약 느꼈다면, 저런 헌터들이 아니라 자신을 먼저 찾아왔어야 정상.
그런데 이게 독이 되었다.
S급 헌터가 이렇게 당했다는 것은 수많은 비각성자들 역시 목숨을 잃었다는 것.
태현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빨리 가야겠어··· 스피드를 올린다!”
크르릉!
*“솔직하게 말한다면, 목숨은 살려주지.”
남성의 태도는 S급 헌터와 대할 때와는 다르게 많이 누그러져있었다.
“나라니까?”
자신이 왕이 아니면, 누가 왕이란 말인가?
“넌··· 아니다. 그렇지만 여섯 번째 왕의 기운이 살짝 느껴진다. 그렇다는 건, 너는 알고 있다는 뜻이겠지.”
사실 남자는 킹의 기운을 완벽하게 느끼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 미약하게나마 느낄 수 있다.
분명 프레드는 킹과 접촉을 했다.
남자는 어떻게든 프레드를 구슬려 여섯 번째 왕이 어디에 있는 알아내고 싶었다.
함부로 죽일 수는 없다.
“내가 왕이다!”
프레드의 주먹에서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그 불꽃은 마치 태양을 연상하게 만들 정도로 굉장히 뜨거웠다.
릭과 레오나르도가 이를 꽉 물었다.
S급의 신체능력치가 보정되어있다지만, 열기가 몸을 지배하면서 속에 있던 수분이 증발하는 느낌이었다.
‘버티기가 너무 힘들군··· 그래도 프레드 헌터라면···!’
희망이 있다.
레오나르도는 수분기 없는 혀로 입술을 핥았다.
“···어쩔 수 없군.”
남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찾았나 싶었는데, 저렇게 나오니 죽일 수밖에 없었다.
“인간형 몬스터인가? 느껴지는 기운이 참 뭣 같네.”
프레드가 중얼거리며 활을 하나 꺼냈다.
치솟던 불길이 여러 개의 화살로 변했다.
“오오!”
“프레드 헌터가 무기를 꺼내들었군. 한 번에 끝낼 작정이야.”
S급 보스에게 단 한 발의 화살로 치명상을 입혔던 전적이 있는 프레드다.
그가 불꽃으로 이루어진 화살을 넣고, 시위를 당겼다.
“마지막으로 묻자. 도대체 사람들을 죽인 이유가 뭐지?”
“마지막으로 묻겠다. 여섯 번째 왕의 위치를 말한다면, 살려주마.”
“말이 안 통하네.”
프레드가 시위를 놓았다.
불꽃으로 이루어진 화살들이 퍼져나가며 큰 불꽃을 형상화했다.
조그마한 화살이 거대한 새의 형태로 바뀌자, 레오나르도가 신음을 흘렸다.
“프레드 헌터의 독보적인 능력··· 피닉스···.”
불사조를 연상케 하는 새가 빛의 속도로 남자에게 격돌했다.
콰왕! 화르르
피닉스가 휩쓴 대지는 매마른 땅으로 변했다.
근처에 건물들 역시 부서진 잔해가 되어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남자가 생존할 확률은 제로라는 소리였다.
“일격에 끝내다니···.”
“역시··· 프레드 헌터다.”
갓 급 헌터의 능력을 다시금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아직 안 끝났다.”
프레드의 얼굴에 긴장이 서렸다.
레오나르도와 릭이 입을 꾹 다물었다.
스으윽.
순간, 프레드의 몸이 위로 들렸다.
“이런···!”
당혹감에 물든 프레드가 급히 저지했지만, 그럴수록 남자가 있는 방향으로 끌려갔다.
“아··· 안 돼!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가면, 폭발합니다!”
“젠장···!”
후드득.
무너진 건물로 인해 가리어진 남자의 신영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의 몸에서 돌무더기가 우스스 떨어졌다.
“칭찬해주지. 설마 신의 힘을 이 정도까지 사용할 수 있을 줄은 몰랐어.”
“뭣···.”
저항하려고 해도, 몸이 속박되어 움직이질 않았다.
‘젠장··· 무슨 힘이 이렇게···.’
갓 급인 자신을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다니.
프레드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래도 일정한 거리까지 남자에게 끌려가면 몸이 폭발하는 모양이다.
무슨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그로써는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었다.
“아까워···.”
프레드는 어느새 남자의 눈앞에 다다랐다.
그럼에도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남자는 프레드의 몸에 풍기는 냄새를 맡았다.
“왕의 냄새가 이렇게 느껴지는 걸 보면, 분명 대면을 했다는 의미.”
“대면··· 그게 무슨 개소··· 어?”
프레드가 순간 눈을 크게 떴다.
여기에 오기 전에 몸에 냄새가 베일 정도로 오래 대면한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바로 태현이었다.
‘설마 한태현 헌터가 왕 뭐시기라고?’
남자가 히죽 웃었다.
“말할 생각이 들었나보군?”
“···만나면 무슨 짓을 할 속셈이지?”
“죽인다. 그것도 누구보다 고통스럽게 죽인다.”
남자의 목소리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얼마나 거대했는지 프레드의 어깨가 떨릴 정도였다.
“···꺼져.”
프레드가 애써 웃으며 말했다.
태현이 왕이 맞든, 아니든 간에 남의 신원을 함부로 밝힐 생각은 없다.
“아쉽군.”
갓 급으로 각성한 이래 처음 만난 갓 급 헌터.
그와 비무를 하기로 약속을 겨우 받아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갈 줄이야.
죽음의 늪에 가까워지자 주마등을 마주했다.
일반 시민에서 G급으로 각성하면서 최정상에 올라가기까지.
나쁘지는 않은 인생이었다.
쏴아아악!
순간, 하늘에서 폭음이 들렸다.
프레드가 감았던 눈을 떴다.
“어···?”
한 마리의 푸른 용.
압도적인 위용에 헌터들의 눈이 하늘로 향했다.
그러나 프레드의 눈에는 용같은 건 들어오지 않았다.
그 위에 타고 있는 남자.
태현만이 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