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nly Hunter with no level limit RAW novel - Chapter 118
27화 나리유키 코타로(2)
*위잉-
휴대폰이 진동했다.
“문자인가?”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태현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역시나 예상대로 문자였다.
웬 문자인가 싶어 번호를 확인해보니 모르는 번호였다.
그런데 조금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누구더라. 심지어 글로 적은 것도 아니고··· 녹음이네?”
내용은 없었다.
단지 녹음파일 하나만이 전송되었을 뿐.
태현은 녹음파일을 열어볼까하다가 그냥 열지 않기로 했다.
“괜히 잘못 만졌다가 바이러스라도 걸리면 큰일이지.”
온갖 수법의 사기들이 난무하는 시대에서 조심성 없이 행동하는 것은 금물이다.
헌터들에게도 보이스피싱을 시도할 정도인데, 이 정도 문자는 의심해볼만 하다.
심지어 국제번호로 녹음파일이 전송됐는데, 미쳤다고 열어보겠는가?
띠링~
마침 전화까지 걸려온다.
이번에는 모르는 번호가 아니었다.
태현은 곧장 통화버튼을 누르고 전화를 받았다.
-왜?
-야! 지금 큰일났다!
-뭔데? 부마스터가 좀 해결하면 안 되는 일이냐?
발신인은 임지성이었다.
갑자기 뭐가 문제 길래 저렇게 소란을 피운다는 말인가?
-그게 아니라! 우리 길드 랭킹··· 9위 찍었다고!
-9위?
-그래! 게이트, 업적 포인트가 이 달 9위에 랭크됐다!
-흐음··· 9위.
대한민국 길드 랭킹 9위.
엄청난 업적이다.
수많은 길드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신생 길드로는 최초로 한 자리 수의 랭킹에 도달했다.
9위를 달성했다는 뜻은 태현이 그만큼 많은 게이트를 클리어 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물론 업적 같은 부문은 임지성과 유지아가 힘을 써준 덕분이겠고, 학생들로 구성된 예비 길드원들 역시 업적에 신경 쓰고 있었으니 9위가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태현은 아쉬운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뭐야? 왜 탐탁지 않은 말투지? 9위 싫어?
임지성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물었다.
-아니, 싫은 거 아니다.
싫지 않다.
그냥···
-조금 아쉬울 뿐이야.
아쉬웠다.
자신이 갓 급이 되었고, 부마스터 역시 S급이다.
이제는 길드 랭킹 1위에 랭크되어도 문제될 게 없다는 소리기도 했다.
물론 길드 랭킹에 신경을 쓰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최고가 아니면 의미가 없으니까.
-어휴··· 이거 참··· 마스터가 너무 위에만 추구하니까 밑에 사람들 다 죽어나가겠어.
-큭큭, 어쨌거나 고생했다. 얼마나 열심히 일한 거야?
-말도 마라··· 너 레이드 뛸 때마다 미친 듯이 자리에 앉아서 일했으니까.
-9위 했으니까 회식은 해야겠지?
-이제야 좀 말이 통하는구나?
임지성이 피식 웃었다.
9위라는 대기록을 세우고도 회식 이야기가 이렇게 늦게 나오냐? 라는 속마음이 그대로 비쳐졌다.
-그보다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뭔데?
갑자기 떠올랐다.
임지성이라면 무언가 조금 알고 있지 않을까?
-국제번호로 문자가 왔는데, 웬 녹음파일이 있지 뭐야?
-국제번호? 너한테?
-그래. 번호가 001xxx··· 던데, 그냥 피싱 문자겠지?
-어?
휴대폰 너머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태현은 임지성이 그 번호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는 거 있어?
-그거··· 전에 사무실 방문했던 알드레드 프레드라는 사람일 거야.
-알드레드 프레드?
-명함에 국제번호까지 적혀있었거든. ···맞네. 보관해둔 명함에 그렇게 적혀있어.
명함을 받고, 임지성에게 건네줬었는데.
어쩐지 익숙한 번호다 싶었다.
-아~ 그렇군. 알겠어.
태현은 통화를 종료하고는 곧장 녹음파일을 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녹음파일을 보낸 거지?
심상치 않음을 느낀 태현이 진중한 얼굴로 스피커 사운드를 최대로 만들었다.
-나와 힘을 합쳐서 한태현을 없앤다. 그러면 너를 위협하는 존재가 사라질 테고, 나 역시 목적을 달성하니 좋은 거 아닌가
‘어?’
태현은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입을 턱 막았다.
‘어째서 제로스의 목소리가 들리는 거지?’
마계로 가서 제로스를 처리했다.
당시 대화를 나눴기에 목소리정도는 식별이 가능했다.
-한태현 헌터를 처단하려는 이유가 뭔지 알려줄 수는 없는 건가?
알드레드 프레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둘은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주제는 자신이었다.
-큭큭, 알려주는 건 어렵지 않지. 내가 가진 걸 뺏어갔기 때문이다.
가진 걸 뺏었다?
태현은 목소리의 주인이 제로스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태현 헌터는 남의 물건을 함부로 손댈 인간이 아니다. 무언가 오해가 있는 듯한데···.
알드레드 프레드는 최대한 자신을 변호하려고 했다.
태현은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녹음 파일을 종료했다.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로스는 분명 살아있다.
그럼 남아있는 가정은 하나.
‘나리유키 코타로의 몸을 빼앗는데 성공했다는 소리인가?’
제로스는 태현에 의해 육체를 잃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남아있는 힘이 나리유키 코타로에게 전부 들어갔고, 제로스가 코타로의 몸을 빼앗았다는 가정.
확실하지는 않지만, 왠지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 제로스는 나리유키 코타로와 계약하면서 절반이 넘는 힘을 그에게 주었고, 이후 자신의 생각대로 컨트롤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절반이 훨씬 넘는 힘을 잃은 제로스는 자신에게 죽었다.
하지만, 에일린을 죽였던 제로스기에 쉽게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이루어진 가정.
‘그럼 프레드는 어떻게 됐지?’
태현이 곧장 전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것이 틀림없다.
‘미치겠군··· 제로스가 100%의 힘을 발휘한다면, 꽤나 골치 아픈데.’
아직은 확신할 단계는 아니다.
*화르륵!
미국 관리국에 소속된 수많은 A급 헌터들이 급히 텍사스로 향했다.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치솟은 불길.
그곳은 알드레드 프레드가 거주하고 있는 저택이었다.
“당장 프레드 헌터를 찾아!”
저택은 불길에 휩싸인 상태였다.
프레드의 능력으로 인해 주변 풀숲들마저 무사하지 못했다.
“젠장··· 너무 뜨겁습니다. 헌터들이 버틸 수 없는 수준이에요.”
프레드가 만든 작품이다.
S급도 아닌, A급 헌터들이 나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순간, 한 인영이 힘겹게 기어 나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끄윽···.”
“엇! 누가 나온다!”
헌터들은 그 사람을 발견하고는 급히 다가갔다.
딱 봐도 상처가 매우 깊었다.
“프··· 프레드 헌터!”
그의 얼굴을 알고 있는 소수 헌터들은 기겁했다.
그 남자는 다름 아닌 알드레드 프레드.
미국의 갓 급 헌터가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는 사실은 그들을 경악케 만들었다.
“젠장··· 한태현 헌터에게는 알리면 안 됐···.”
프레드는 그 말을 끝으로 의식을 잃었다.
“프레드 헌터!”
“빨리! 힐러! 힐러!”
헌터들이 부리나케 움직이기 시작했다.
*[태풍이 잠재워지나 싶더니 새로운 태풍이 찾아온 것인가?] [미국 갓 급 헌터, 중상으로 인해 임시 거처에서 휴식 중이라고···.] [악재가 겹치는 이유가 무엇인가?] [사실상 국가의 가장 큰 전력이 위태로운 상태]
기사는 금방 보도되었다.
프레드가 부상을 입고 쓰러졌다는 사실은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쓰읍··· 이거 문제가 많네.”
임지성이 자리에 앉아 턱을 어루만졌다.
G급 게이트 건을 겨우 마무리 지었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다른 놈이 나타나서는 프레드를 전투불능으로 만들었다.
“쉽지 않은데.”
태현은 탁자에 놓인 다과를 입에 넣고, 잘근잘근 씹으며 기사를 훑었다.
이번에도 자신과 연관이 있는 사건이다.
왜 이렇게 쉴 틈도 주지 않는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장은아와 장은희는 눈을 가늘게 떴다.
“설마 사장님··· 또 움직인다는 건 아니죠?”
“진짜로 화낼 거예요.”
정색하며 말하는 모습에 태현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렇다고 무시하고 있을 수는 없잖아. 아가들아.”
“···아가 아니거든요!”
“아··· 왜 자꾸 정말 걱정만 시키세요?”
“얼씨구? 누가 누굴 걱정해?”
그녀들의 마음을 모르는 아니다.
단지 이번 일도 자신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개입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만약 녹음 파일대로 제로스가 부활해서 나타난 것이라면?
필연적으로 맞붙게 될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약속하세요!”
새끼 손가락을 내미는 모습에 참았던 웃음이 터졌다.
“큭큭, 다른 아이들한테도 이렇게 좀 해봐라. 괴롭히지 좀 말고.”
태현의 말이 사실이었는지 장은아, 장은희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니거든요? 항상 잘해주고 있거든요?”
“네네~ 알았으니까 훈련이나 마저 하러 가시고요. 일주일 뒤에는 다시 저랑 게이트 돌아야하니까 준비 잘 해놓으세요. 알겠니?”
“···진짜 짜증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일었는지 장은아, 장은희가 사무실을 나가버렸다.
“···적당히 놀려. 정말 상처받아.”
유지아가 음료수를 태현의 앞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그녀의 말에 심했나싶어 볼을 긁적였다.
“이제 조심해야지.”
“애들이 너를 많이 의지하니까 그래.”
임지성이 피식 웃었다.
“어쨌든··· 업무는 좀 마무리 됐어?”
“그래. 이 정도면 사흘정도는 여유 있어.”
“그럼 같이 프레드 좀 만나고 오자.”
“안 돼!”
유지아의 눈에 쌍심지를 켰다.
안 그래도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임지성을 프레드에게 데리고 가겠다고?
절대 안 될 일이다.
“그래도 지성이가 없으면 해결이 안 돼.”
기사도 기사지만, 프레드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미약했다.
힐러들이 힐을 쏟아 붇고 있겠지만, 기운이 회복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힐이 먹히지 않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임지성의 축복의 노래가 필요하다.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야지만, 킹의 상점에 있는 포션들이 효능을 발휘할 수 있다.
“···도대체 그 사람이 뭐라고 도우려고 하는 거야?”
유지아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갓 급이 죽으면, 전체적으로 손해거든.”
몬스터의 박멸 속도가 늦춰지는 것만큼은 사절이다.
안 그래도 크라포스의 과거 때문에 머리가 복잡하다.
만약 그의 과거대로라면, 지구도 훗날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99%이상이기 때문이다.
“후우···.”
유지아가 이마를 짚었다.
“지아야, 태현이 말이 맞아.”
“나도 알아··· 알고는 있는데···.”
그녀도 알고 있다.
태현의 말이 틀린 것은 없다는 걸.
임지성이 진중하게 말했다.
“다녀올게.”
“···알았어.”
결국 유지아가 허락했다.
“고맙다. 그럼 바로 가자.”
“그래.”
“대신에 절대로 다치면 안 된다! 다치면 알지···?”
유지아가 으름장을 놓았다.
“이래봬도 갓 급입니다?”
C급인 유지아가 자신을 걱정한다는 게 이상했다.
그러나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 말고. 쟤.”
“···하하.”
임지성이 멋쩍게 웃었다.
태현의 미간이 자동으로 좁혀졌다.
“쩝, 사람 차별하지마라. 잘라버리는 수가 있어.”
“엥? 야! 사무업무 잘하고 있는 사람 자르면, 일은 어떻게 하려고?”
“괜찮아. 유능한 사람 많아.”
“아악! 너 진짜!”
“큭큭, 장난이야. 어쨌든 다녀올 테니 길드 좀 부탁해.”
그 말을 끝으로 태현과 임지성이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괜찮겠냐?”
임지성은 조금 걱정된다는 어투로 물었다.
태현은 뭐가 문제냐는 얼굴로 그를 보았다.
“왜?”
“쟤 뒤끝 장난 없거든···.”
당할 대로 당해본 사람만 안다.
그러나 태현은 그게 뭐가 어쨌냐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였다.
“괜찮아. 뒤끝은 내가 더 쩔거든.”
“···아. 그래.”
임지성의 말을 끝으로 둘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