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nly Hunter with no level limit RAW novel - Chapter 123
28화 8성 승급(2)
*레온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설마하는 표정으로 이안을 보자, 그 역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후우··· 그렇다면?”
“네. 발락과 렌도 조금 돌아온 것 같더군요.”
“나머지는?”
“다른 인원들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레온과 저, 렌과 발락이 특이한 케이스인 모양이더군요.”
“언제 돌아왔는지 알 수 있나?”
“저희들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이번 게이트 사태가 얼추 마무리되면서 돌아왔습니다.”
“음···.”
게이트 사태가 얼추 마무리되었다는 것.
그것은 그들이 7성의 한계에 다다랐을 때였다.
서로의 공통점은 이것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이 사실은 주군께서 휴식을 취하신 이후에 말씀을 올리도록 하지요.”
“그게 좋겠어. 그보다 자네의 기억은 어떤 것이었지?”
레온의 물음에 이안이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그 얼굴에는 슬픔이라는 감정이 물씬 풍기고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지내던 일상이었습니다. 그리고 몬스터에 의해 가족을 잃었죠. 거기까지입니다.”
“그렇군··· 나랑 별로 다른 게 없는 삶이었군.”
레온이 씁쓸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지금은 괜찮습니다. 주군께 약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없으니까요.”
“그래. 좋은 마음가짐이로군.”
레온과 이안이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
그들의 주군은 태현이다.
태현을 섬기는 하루하루가 즐겁기만 했고, 그가 몬스터를 박멸하겠다는 의지는 그들과도 일맥상통했다.
“레온! 이안!”
때마침 렌과 발락이 계단을 타고 올라오고 있다.
이안은 예상했다는 듯, 렌과 발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래도 대화를 조금 더 해야 될 것 같군요? 어떠세요?”
“···좋아. 지금 이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이들이 자네들밖에 없어. 나야 고맙지.”
“그럼 제 방으로 가시죠. 새로운 음료들이 잔뜩 있답니다. 후후.”
“···그건 좀 참아주게.”
*눈을 감은지 거의 12시간 가까이 지났다.
태현이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몸을 일으켰다.
“이렇게 오래 자본 게 얼마만이람.”
정말 오랜만에 가지는 휴식이다.
물론 지금까지 휴식시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여러모로 생각할 게 많았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생각을 전부 비우고 쉬었다.
제대로 된 휴식.
태현은 아티팩트로 몸을 말끔하게 씻고, 옷을 입은 뒤 침실을 빠져나왔다.
“주군!”
침실 앞에서 대기중이었던 레온과 렌.
“계속 이러고 있었나?”
“계속은 아니고, 5시간정도 되었습니다.”
당당하게 5시간을 말하는 모습에 기가 찼다.
“···앞으로 여기서 쉴 생각은 하지 말아야겠어.”
“예?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몰라서 물어? 너희들 쉬라고 하지 않았어? 누가 경계를 서라고 했나?”
“주군··· 저희들은 지금까지 계속 쉬었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근무할 수 있는 것이 행복합니다.”
“뭐?”
행복하단다.
태현은 레온의 뇌를 해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주군, 저희들이 주군을 섬긴지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벌써 그렇게 됐나?”
“예! 그렇지만 주군을 제대로 섬긴 것은 불과 며칠 되지 않습니다.”
“그건 또 그렇지.”
그동안 성장하겠답시고, 인원들 훈련만 시켜놓고 돌아다닌 기억밖에 없었으니까.
레온의 말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 이런 시간만이라도, 주군의 곁을 보필하고 싶은 마음에 경계를 선 것입니다! 오히려 가만히 휴식을 취하는 것보다 훨씬 행복했습니다!”
“···크흠.”
갑자기 왜 이렇게 말을 잘 해?
이전에 보이던 융통성 없는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주군!”
어느새 무릎을 꿇은 레온과 렌의 눈동자가 촉촉이 젖어들었다.
당장이라도 눈물이 맺혀 떨어질 것만 같은 모습.
“···알았으니까 좀 쉬엄쉬엄해라.”
태현은 한숨을 쉬며 계단을 천천히 내려갔다.
레온과 렌이 급히 따라붙었다.
“주군, 이제 어디로 가십니까?”
“잠시 볼 일이 있다.”
“포탈··· 말씀이십니까?”
“그래.”
초대 킹 가오스의 접견실.
레온과 렌은 조금 아쉬워하는 눈치였지만, 이제 미룰 수가 없다.
“주군을 뵙습니다!”
태현이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수하들은 자신을 마주칠 때마다 힘차게 경례했다.
“그래. 쉬엄쉬엄해라.”
가볍게 경례를 받아주면서도 조금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이제는 익숙한 줄 알았는데, 성에서 생활을 해본 적이 전무하다보니 부담스러운 게 조금은 남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것도 익숙해졌다.
태현은 그들의 인사를 간략하게 받고는 곧장 포탈로 향했다.
이제 남은 포탈은 단 2개.
그 중에서도 좌측에 있는 것이 들어갈 수 있는 포탈이다.
태현이 포탈 앞에 섰다.
[입장 조건을 충족하여 입장이 가능합니다. 입장하시겠습니까?]‘그래.’
그가 수락하자 평소와 같은 푸른 빛이 일렁이면서 그의 몸을 집어삼켰다.
이동한 것이다.
태현이 포탈로 이동하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레온과 렌은 말없이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다.
“이렇게 멍하니 서서 뭐하십니까?”
이안이 그들에게 다가와 물었다.
“···입이 쉽게 떨어지지가 않는군.”
“나도 동감이오.”
사실 태현이 침실을 빠져나왔을 때, 아뢰려고 했다.
그렇지만 그가 할 일이 있는 눈치여서 쉽사리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천천히 생각하세요. 주군께서 할 일을 마치시고 여유가 있을 때 꺼내는 게 가장 이롭습니다.”
끄덕 끄덕.
“그러지.”
“그럼 나는 검을 수련하러 가보겠소.”
“나도 같이 가지.”
레온과 렌은 어느새 검에 초점을 맞추고 수련장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안은 피식 웃으며 성으로 돌아갔다.
오늘은 주문했던 음료를 제조해서 새로운 맛을 만들기로 계획을 했으니까 말이다.
*포탈을 타고 이동한 곳은 하나의 거대한 성이었다.
‘내 성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군.’
커도 너무 컸다.
군주 스킬 레벨이 7이 되면서 성이 업그레이드되어 남부럽지 않을 정도가 되었지만, 눈앞에 보이는 성 앞에서는 애들 장난 수준이었다.
‘그보다 접견실 초대권인데, 왜 성문 앞에 있는 거냐?’
그런 의문을 가졌을 때, 갑옷을 입은 기사 2명이 태현에게 다가왔다.
태현은 순간 싸울까 고민하다가 기사의 겉에서 살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을 깨닫고는 아공간 주머니를 도로 닫았다.
‘유령.’
기사 2명의 하체는 보이지 않았다.
유령마냥 음침하고 싸늘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주군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하겠습니다.
마치 태현이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취하는 태도.
조금 이상했지만, 일단 고개를 주억이고 그들의 뒤를 따랐다.
성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그 안에는 수많은 기사와 마법사, 자객, 이외에도 수많은 히든 클래스의 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도열해있었다.
태현은 그들을 지나쳐 3층에 있는 접견실로 향했다.
접견실 앞에 다다르고, 기사들은 자리를 비켜주었다.
스르륵.
따로 문을 열 필요도 없이 문은 자동으로 열렸다.
가오스의 접견실이다보니 문 너머에는 거대한 성좌가 이목을 끌었다.
특히 자리에 앉아 그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중년인 때문에.
‘저 사람이 가오스?’
태현이 천천히 앞으로 걸음을 놀렸다.
“당신이 가오스입니까?”
“그렇다.”
유령 기사들과는 다르게 중년인은 입으로 말했다.
“초대 킹이라고 들었습니다만, 제가 왜 찾아왔는지는 아십니까?”
“굳이 알아야 하나?”
“뭐··· 그렇긴 하지.”
“궁금한 게 뭐지?”
가오스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눈으로 물었다.
인간미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제가 가지고 있는 힘, 원래는 당신 건가요?”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시죠?”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답변이다.”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애매모호한 답변에 태현은 미간을 좁혔다.
“킹의 힘은 당신의 힘이 맞습니까?”
“그렇다.”
“알겠습니다. 그 정도면 됐고, 다른 질문을 좀 드리겠습니다.”
“뭐지?”
“도대체 몬스터가 등장하는 이유가 뭡니까? 힘이 생긴 것도 설명이 되지를 않고요.”
“그 답은 크라포스를 통해 듣지 않았는가?”
“······.”
“그 부분에 대해선 현재로썬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네.”
“그러지 마시고 대답해주시죠. 당시 크라포스를 휘하에 두었던 놈은 가오스를 언급했습니다. 바로 당신을요. 그 놈은 차원을 파괴시켜야한다는 말을 남겼죠.”
“······.”
“알고 계시잖아요? 말씀해주시죠.”
가오스는 침묵했다.
당황했다는 소리다.
태현은 조용히 기다렸고, 가오스는 뜸을 들였다.
그러나 반드시 듣고 싶은 답이기에 태현은 몇 시간이고 기다릴 자신이 있었다.
“후우···.”
처음으로 가오스의 입에서 한숨이 쉬어졌다.
“납득할 때까지 반복해서 물을 겁니다.”
태현이 쐐기를 박았다.
“알겠다. 최소한의 답에 대해서는 말해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그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오스는 입을 열 생각은 하지 않고, 엄지와 검지손가락을 한번 튕굴 뿐이었다.
“말로 하면 길어. 마법을 이용해서 그에 대한 해답을 보여줘도 상관없겠지?”
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부탁드리죠.”
그가 허락하자 순식간에 마법이 발현되었고, 눈앞의 시야가 어두컴컴하게 변했다.
*경기도 파주시.
웅웅-
하늘에 찢어질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불쾌감을 조성했다.
하지만, 이들은 불쾌하기는커녕 겁에 질려있을 뿐이다.
“엄마··· 게이트··· 게이트!”
이제 겨우 8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하늘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아이 손을 잡고 있는 엄마 역시 게이트에서 시선을 뗄 줄 몰랐다.
“젠장 게이트가 또 나타났어···.”
거대한 게이트.
일전에 보았던 S급 게이트의 크기와 맞먹는다.
갑작스레 등장한 게이트덕분에 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당장 관리국에 신고해!”
“한태현 헌터가 나서줘야 돼!”
S급 레이드의 영웅.
그가 있다면, 이번 게이트도 무사히 지나갈 수 있으리라.
“어···? 위험해!”
그 때, 갑자기 한 명의 시민이 급히 외쳤다.
그의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게이트로 향했다.
쿵!
그리고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무의식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
지금 떨어진 것은 몬스터라고.
그들은 급히 도망치려고 했지만, 다리가 얼어붙었는지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공포에 질려버린 것이다.
“몬스터가 쏟아진다···!”
시민들이 울부짖듯이 소리쳤다.
게이트에는 몬스터 수백마리가 쏟아지고 있었으니까.
몬스터들은 땅에 떨어지자 몸을 한 번 비틀고는 천천히 일어나서 시민들에게 다가갔다.
거대한 짐승형 몬스터.
마치 코뿔소를 연상케 하는 몬스터다.
우어어어어-
몬스터들은 굶주렸는지 괴성을 지르며 사람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살려줘!”
개인 자차나 버스, 택시, 오토바이 등등 무색할 정도로 한 번에 밀고 들어가는 몬스터들.
평화롭던 파주가 쑥대밭이 되는 건, 한 순간이었다.
“끄아악!”
시민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고, 경기권을 수호하는 천검 길드원들이 급히 몬스터를 저지하기 위해 나섰다.
“다들 뒤로 빠지도록!”
급한대로 A급 헌터 장세훈이 지휘관역할을 맡아서 시민들을 보호했다.
몬스터의 등급은 A~B등급 사이.
헌터들에게 있어서는 충분히 상대할 수준의 몬스터였다.
하지만, 숫자가 너무 많았다.
“C등급 이하 녀석들은 급히 마스터께 알리도록 해!”
장세훈은 지시를 내리고는 방패를 들고 코뿔소와 맞섰다.
쾅!
주르륵.
호기롭게 부딪혔지만, 밀려나는 건 도리어 장세훈이었다.
코뿔소가 A~B등급이라고는 하지만, 놈이 밀어내는 파워는 A급인 장세훈마저 막아낼 수 없었다.
“끄아악!”
시민들의 비명이 다시금 울려 퍼졌다.
천검 길드원들 30명이 붙어서 급히 시민들을 구조하려고 애썼지만, 몬스터는 수 백마리였다.
그리고 갑작스레 나타난 놈들이다 보니 준비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
천검에게는 최악의 상황에 닥친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여유롭게 지켜보는 이가 있었는데,
“흐음··· 10년이나 줬으니 이제는 충분하겠지?”
인간의 언어였다.
그런데 방금 목소리는 게이트 안에서 들렸다는 것이다.
게이트 안에서 밑의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는 한 남성.
“하긴, 크라포스까지 처리했으니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지.”
대수롭지 않게 크라포스를 언급하는 남성.
그는 코뿔소형 몬스터들이 날뛰는 모습을 조금 지켜보고는 이내 등을 돌려 사라졌다.
크게 벌어져있던 게이트 역시 언제 그랬냐는 듯, 완전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