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nly Hunter with no level limit RAW novel - Chapter 142
34화 조건 충족(3)
*태현을 처리한 벨루아는 진진을 게이트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그냥 죽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흐음··· 이 녀석을 어떻게 처리할까?”
게이트 안으로 들어온 벨루아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가능하다면 자신의 밑에 들이고 싶었다.
괜찮은 인재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았다.
“끄윽···.”
의식을 되찾았는지 남자가 신음을 흘렸다.
“운이 좀 나빴다고 생각해라. 그러게 왜 거기에 있어서는.”
벨루아가 피식 웃으며, 남자의 가슴팍을 가볍게 한 번 걷어찼다.
퍼억!
몸이 붕 떴다가 땅에 처박히면서 남자가 피를 한 움큼 토했다.
“쿨럭··· 이··· 새끼···.”
그는 진진이었다.
태현을 보호하려다가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에는 온 몸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직 말할 기운이 남아있구나? 대단해. 그 정신력은 진짜 탐나네.”
짝. 짝.
벨루아는 감탄했다는 듯, 진진을 향해 박수를 쳤다.
이미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부상이다.
그럼에도 진진은 버티고 있었다.
갓 급의 신체 능력치덕분이다.
“한 헌터는···.”
그러나 이제 곧 한계다.
진진은 다시금 의식이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이미 죽었어.”
벨루아가 씨익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이 개xx···.’
진진이 벨루아를 죽일 듯 노려보았다.
갑자기 나타나서 사람을 죽였다.
그것만 보더라도 벨루아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놈이었다.
“너도 좀 재미를 주는구나? 아직 눈빛에 살기가 가득해.”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었다.
하지만, 의식이 점점 더 멀어지면서 곧 시야가 암전되었다.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죽··· 인다.”
진진은 그 말을 끝으로 눈을 감았다.
의식을 완전히 잃었는지 몸에 미세한 미동조차 보이질 않았다.
“좋아, 합격. 네 놈에게 절망을 안겨주겠다.”
벨루아가 진진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의 몸에 변화가 일어났다.
상처가 순식간에 치료가 되는 것이 아닌가?
이것이 바로 벨루아가 가진 권능 중 하나였다.
그의 치료가 진행될수록 진진의 얼굴빛이 편안하게 바뀌었고, 이윽고 그가 눈을 떴다.
“뭐··· 뭐지? 어째서 나를?”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보니, 진진은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반면, 벨루아는 간단하게 답했다.
“너, 내 밑으로 와라. 거절은 거부한다.”
“네 밑으로···?”
“그래. 그러면 지구가 사라져도, 너만큼은 살려주겠다. 좋은 자리까지 내어주지. 나를 따르도록 해라.”
“···차라리 죽이지 그랬나? 나는 절대로 네 놈의 밑에 들어갈 생각이 없는데.”
진진이 몸을 일으켜서는 소환수를 소환하려했다.
상대가 되지 않겠지만, 조금이라도 반항을 해보고 죽어야겠다는 속셈.
하지만, 그의 의지와는 다르게 소환수는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가지고 있는 마력이 의지대로 움직이지가 않았다.
“무리야. 겨우 그 정도로 반항을 하겠다고? 사서 고생하는 체질이로군.”
벨루아가 다시금 진진에게 손을 뻗었다.
아까의 치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퍼억!
“커헉!”
너무 강한 압력에 진진이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10m가량 날아가서는 처박혔다.
“생각할 시간을 주겠다. 남은 기간은 일주일. 그동안은 이걸로 구경이나 하고 있어.”
벨루아는 진진의 머리맡에 조그마한 게이트를 열었다.
빠져나갈 수 있을만한 크기가 아닌, 단순히 감상용이다.
추가로 진진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단단히 속박했다.
그는 여기서 꼼짝할 수 없다.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 차원의 종말을.”
시간을 너무 많이 줬다.
벨루아는 부디 인간들이 즐겁게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게이트를 열기 시작했다.
“여기 차원은 조금 약하게 넣어줘도 충분하겠지? 재밌는 쇼가 시작될 것이다.”
씨익.
그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나이가 대륙.
역시나 그곳에도 게이트를 열기 시작했다.
“젠장···.”
그걸 지켜보던 진진은 이를 갈며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눈앞에 적이 있음에도 제대로 상대하지 못하는 무력한 자신이 너무 분했으니까.
*
서걱!
새로운 메시지와 함께 태현이 렌의 목을 깔끔하게 베어 넘겼다.
“······.”
렌은 조금 어두워진 얼굴로 목을 잃은 시체를 슬쩍 바라볼 뿐이다.
그 모습을 보니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죽이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만 가자.”
“알겠습니다!”
렌의 기억을 마지막으로 모두가 기억을 일부분 되찾았다.
공통점이 있었다면, 좌절이 있었다는 것이다.
발락이 네크로맨서의 부작용으로 일어난 좌절이라면, 이안은 동료에게 배신당하고 죽음을 맞이하면서 느낀 좌절, 레온은 몬스터에게 가족들을 잃은 좌절.
마지막으로 렌은 신관의 성녀를 지키지 못한 좌절.
하나같이 좌절하는 모습들만 보았다.
굳이 좋은 기억을 되찾은 것은 아니어서 이들의 얼굴을 밝지 못했다.
태현은 걸음을 잠깐 멈추었다.
“이번 일이 끝나면, 어떻게 지내고 싶나.”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해가 덜 되었는지 되묻는다.
“뭐, 하고 싶은 거 있을 거 아니야?”
“음··· 아직 생각해둔 건 없습니다.”
레온의 말에 모두가 긍정의 표시를 보였다.
“그래? 잘 생각해 놔. 편하게 지낼 날이 곧 올 거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주군.”
나름 위로할 생각으로 던진 것인데, 성공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안의 얼굴을 보니 성공했다는 생각이 든다.
태현이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여기가 네가 일하던 곳인가?”
“그래. 이렇게 보여도 기사단장이었다고.”
렌이 자랑스레 말했다.
신관의 내부는 넓어도 너무 넓었다.
수많은 기사들의 환영이 그들을 지나쳤다.
어째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걸음을 움직이다보니 어느덧 신관의 뒷문 끝자락에 도달했다.
태현은 신관의 문을 열었고, 그 앞에는 동굴이 있었다.
무언가 익숙한 느낌이다.
그의 걸음이 조금씩 빨라졌다.
그리고 동굴의 끝에 도달했을 때에는 태현의 눈이 화등잔 만하게 켜졌다.
이걸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설마···.’
불분명 각성자에서 완전한 각성자로 거듭났던 공간.
태현은 익숙한 그 문을 천천히 밀었다.
‘확실하군.’
예전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이런 스산한 기운마저도 반가웠다.
이렇게 문 너머로 발을 내딛으면.
쑤욱.
‘익숙하다.’
문 앞에서 그를 끌어당긴다.
각성하기 전에도 이랬었지.
태현의 입가가 희미하게 올라갔다.
“주군!”
뒤에서 대기하던 수하들도 당황해서는 급히 그를 따라 들어왔다.
그리고
쿵!
문이 닫혀서는 다시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주군! 괜찮으십니까?”
레온이 다가와 넘어진 태현을 부축했다.
“레온, 저기 봐라.”
태현은 그의 부축에 몸을 일으키며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켰다.
“어떤 것이 음···.”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눈앞에는 1,000명이 넘어가는 병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각각 갑옷으로 무장하고, 각양각색의 무기들을 손에 쥔 채로 태현과 수하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익숙하다.”
로브를 입은 마법사.
다양한 종류의 갑옷을 입고, 검, 창, 폴암 등 다양한 무기를 사용하고 있는 기사.
일전에는 눈앞에 괴물들이 있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은 이해가 된다.
몬스터를 테이밍한 테이머들이 옆을 지키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단검을 사용하는 자객.
활을 사용하는 궁수.
그 뒤에는 발락과 같은 네크로맨서.
성기사와 지략가까지.
전부 태현이 부리고 있는 수하들과 같은 종류의 병사들이었다.
“주군! 위험합니다!”
렌이 다급하게 외쳤다.
아무리 그래도 1,000명이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보다 강했다.
그것도 월등하게 말이다.
“아니요···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 말은 이안에게서 나왔다.
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공격할 거면, 진즉에 했겠지.”
병사들은 묵묵히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일전에 각성의 요건으로 그를 공격하기는 했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메시지가 뜨지 않았으니까.
‘도대체 뭐지? 이건.’
이들은 가만히 서서 자신들을 지켜볼 뿐이다.
태현은 혹시나 싶어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럼에도 이들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이번에는 병사들의 뒤로 향했다.
“···그런 거였나.”
불현듯 웃음이 튀어나왔다.
“주군?”
이안을 제외한 수하들은 태현의 갑작스러운 모습에 당황했다.
반면, 이안도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피식 웃었다.
“신기하군요.”
“뭐가?”
“잘 보십시오. 병사들의 뒤를.”
이들의 시선이 병사들 뒤쪽으로 향했다.
그 자리에는 이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이가 있었다.
“저 사람이 조종을 하고 있던 건가?”
“아니요. 조종이라기 보단, 주군과 똑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똑같아?”
“네.”
태현은 이안의 말이 마음에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얼굴은 너무도 익숙했으니까 말이다.
“당신이 말한 곳이 바로 여기입니까? 가오스.”
그의 말에 우두머리, 가오스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도달했군. 설마 조건을 충족할 줄은 몰랐네.”
가오스의 얼굴에는 어느새 미소가 걸려있었다.
“···제가 벨루아한테 죽을 걸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들리네요?”
“그래. 자네가 아무리 레벨을 올리고, 별의 별 짓을 다 한다고 해도··· 벨루아에게는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지.”
“그게 무슨 뜻입니까?”
“말 그대로라고 보면 돼. 지금의 자네로는 벨루아를 상대할 수 없다는 뜻일세.”
“그럼 나를 여기로 부른 이유는?”
“물론 부족한 힘을 주기 위해서.”
“······.”
“싫은가?”
“나한테 이러는 이유가 뭡니까?”
예전부터 궁금했다.
가오스가 이렇게까지 힘을 넘겨주려는 이유를 말이다.
벨루아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인가?
그게 아니라면, 더 이상 벨루아가 날뛰는 걸 볼 수 없다는 것인가?
분명 가오스는 태현이 실패를 성공으로 바꿀 수 있을 것만 같다고 이야기했었다.
“이전과 대답은 같네. 어쩔 텐가?”
“무엇을 말입니까?”
“남은 힘을 전부 가져갈 텐가? 그렇게 되면 벨루아를 상대할 수 있을 수준까지는 올라갈 걸세.”
“···그냥 주는 건 아닐 거라고 봅니다만.”
힘을 쉽게 넘겨줄 리는 없다고 판단했다.
애초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
발락부터 렌까지.
모두가 기억을 일부분 되찾는 일이 있었다.
비극적인 결말의 기억.
“난 넘겨준다는 말을 한 적이 없네만?”
가오스가 씨익 웃었다.
그리고 태현의 얼굴은 굳어졌다.
“···그러면?”
“그래. 바로 이걸세.”
그 말과 함께 손가락을 튕기는 가오스.
그러자 1,000명의 병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그들을 에워쌌다.
“이게 시험입니까? 뭐··· 병사들을 상대하라는 그런 뜻인가요?”
“정답일세. 내 정예들을 상대해서 살아남기만 한다면, 모든 걸 넘겨주도록 하지.”
가오스는 그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리고 병사들이 일제히 태현을 공격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