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nly Hunter with no level limit RAW novel - Chapter 147
35화 파괴신 한태현(4)
*[파멸신 벨루아를 처치하셨습니다.] [벨루아의 힘을 흡수합니다.] [레벨이 8,000 추가로 상승합니다.] [권능을 흡수할 수 없습니다.] [벨루아가 내건 조건이 완료되어 ‘기억의 핵’이 흡수합니다.] [안식처에 새로운 히든 포탈이 생성되기까지 240시간 남았습니다.]
대충 요약하면 이 정도였다.
‘도대체 이게 뭔···.’
설마 벨루아의 말이 사실이었던 건가?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보다 기억이라면···.”
태현은 지금 머릿속에 들어온 기억의 메모리를 빠르게 열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고 싶었다.
기억을 열자 머릿속에 벨루아와 가오스의 모습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게이트 안에는 거대한 궁전이 있었다.
그 궁전 안에는 수많은 병사들이 도열해있었는데, 전부 가오스가 부리는 병사들이었다.
그리고 그 앞의 성좌에는 가오스가 앉아서 병사들의 보고를 받는 중이었다.
끼이익-
“벨루아님 들어오십니다!”
병사 하나가 크게 외쳤고, 모두의 시선이 벨루아에게로 향했다.
가오스는 손을 들어 벨루아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는데, 벨루아의 얼굴이 그리 좋지 못했다.
“정말 할 거냐?”
진지하게 묻는 모습에 가오스 역시 진중한 얼굴로 고개를 주억였다.
“그래.”
“어째서 이런 방법을 택한 거지? 그렇게까지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우리들의 힘으로 맞설 수 있다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가오스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그래도 이런 방법은 옳지 않아.”
“그럼 마땅한 방법은 있는가?”
“······.”
벨루아는 말이 없었다.
어떻게 보더라도 그가 제시한 방법이 최선이었으니까.
“나를 죽이고, 이 힘을 가지고 있다가 적합자에게 건네주었으면 좋겠군.”
“완전히 소멸되는 것을 택하는 건가?”
“그래. 이제 릴리의 곁에 가서 조금 쉬고 싶어.”
가오스의 말에 병사들이 숨죽여 울었다.
자신이 섬기는 주군이 죽음을 택하는데, 그것을 막을 방법이 아무것도 없는 무능함에 감정이 복받쳐 오른다.
벨루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웃기는 놈이야. 누가 보면, 네 놈 혼자 죽는 줄 알겠어?”
“어쩔 수 없지 않나? 권속 때문에 싸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니까.”
사실 가오스와 벨루아가 힘만 합치면, 상위 존재를 처리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이들의 존재가 창조되었을 때부터 상위 존재에게 권속 되었기 때문에 반역을 꾀하는 건 불가능했다.
결국 선택한 것은 가오스가 죽음으로서 힘을 벨루아에게 넘기는 것이다.
그리고 벨루아 역시 적합자를 찾아서 힘을 넘겨주고, 소멸을 택한다.
이것이 가오스가 내세운 제안이다.
“어쩌다가 그딴 여자에게 넘어가서는···.”
“자네도 같지 않아?”
“···그건 그렇지.”
아무런 죄책감 없이 파괴시킨 차원만 벌써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이번 차원은 달랐다.
가오스와 벨루아의 마음을 돌려놓은 여인들이 있었다.
비록 차원이 파괴되면서 여인들 역시 죽음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가오스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부탁한다.”
“후우··· 알겠어. 언제부터 시작하면 되지?”
“가능하다면 오늘.”
가오스의 눈이 빛났다.
상위 존재에게 들키기 전에 빠르게 처리해야한다.
권속 때문에 그가 명령을 내린다면, 강제성으로 인해 계획이 무산될 것이다.
“알겠다.”
더 이상 말리지 않는 모습.
가오스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음미하던 벨루아는 이내 손에 단검을 쥔 채로 가오스에게 다가가 그의 심장부를 찔렀다.
아무리 가오스가 강하다고는 하나, 모든 권능을 해제하고 죽음을 각오했기에 벨루아의 공격에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고맙다···.”
가오스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검붉은 구체 하나만이 남아있었다.
이게 바로 그가 남긴 힘.
“네 말대로 하겠어. 그렇지만, 적합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차원을 부수는 일을 멈출 수는 없다. 눈치를 못 채게 움직일 수밖에 없으니까.”
벨루아는 망설임 없이 그 힘을 취했고,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게 그 기억인가···.”
기억의 일부분이다 보니 나머지 기억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남길 수 없는 것이었다.
태현은 마지막 줄의 메시지를 천천히 읽었다.
[나를 죽여줘서 고맙다. 살아있는 상태에서 불었다면 분명 들켰겠지. 네가 나를 죽이고 취하는 것이라면 최소한 들킬 염려는 없을 것이라고 보았다. 무운을 빌겠다.]‘복수심에 행한 것인데, 정답에 도달할 줄은···.’
물론 기억의 일부분이다.
그러나 이 정도만 하더라도 퍼즐을 맞추기에는 충분했다.
“후우···.”
가슴이 답답했다.
결국에는 적합자에게 이 힘을 넘겨주기 위해서 계획을 세웠고, 그걸 실행한 끝에 태현에게 넘겨준 것이 된다.
어째서 벨루아가 바로 그를 죽이지 않았는지에 대한 퍼즐이 맞춰지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힘은 가오스가 넘겨준 것이 아니라는 소리.
힘을 취한 벨루아가 그를 적합자로 지목하고, 가오스라고 속여 강해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가오스의 힘이지만, 그가 넘겨준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리고 태현이 6대 킹이라고 불린 해답 역시 이것이리라.
이전 적합자들은 이 힘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라는 걸.
권능을 살펴보면 크라포스나 에일린이나 구르카나··· 모두 이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한 가지 특이한 게 있다면, 가오스의 권능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
겨우 1~2가지를 사용했을 뿐이다.
“납득하기는 어려운데··· 뭐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한 세상은 아니니까.”
대충은 풀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상위 존재에 대한 단서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
“상관없으려나. 기억에 따르면 가오스와 벨루아의 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으니.”
일단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히든 포탈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을 듯하다.
240시간.
날짜로 따지면 열흘.
나쁘지 않은 기간이다.
태현은 이곳에서의 용무가 끝났음을 직감하고, 게이트를 만들었다.
지구로 통하는 게이트.
태현이 고개를 돌려 벨루아의 시체를 가볍게 흘겼다.
순간 고민이 되었다.
‘저 놈의 마무리를 어떻게 할까?’
일단 힘을 주었다는 점에서 망설임이 생겼다.
원래 같았으면 불로 태워서 재만 남길 생각이었는데.
‘그래. 불로 태우는 건 철회할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대우다.
그렇게 생각을 마치고, 그는 게이트를 통해 지구로 돌아갔다.
*태현이 지구로 다시 돌아왔을 때에는 상황이 일단락되고 있는 상태였다.
피해자는 적었다.
헌터들이 시민들을 신속하게 대피시키도록 했기 때문이다.
“다들 무사합니까?”
체육관 관리실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태현의 모습에 각 길드 대표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 헌터님!”
자리에 앉아 있던 진진이 급히 다가왔다.
그 자리 옆에는 팡 린도 있었는데, 그녀는 태현을 신기하다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갓 급이로군.’
태현이 피식 웃었다.
중국의 갓 급 헌터가 2명인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친밀한 사이일 줄은 몰랐다.
“설마 수련장에서 있었던 일을 말한 겁니까?”
“네.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제가 한 헌터님을 다치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오해를 하지 뭡니까?”
“흐음··· 뭐, 그 부분은 괜찮습니다. 어차피 무사히 해결되었으니까요.”
“저··· 정말 처리하신 겁니까?”
진진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자리에 앉아있는 모든 이들이 경악한 눈으로 태현을 보았다.
“도대체 어떻게 이야기했습니까?”
“별 거 아닙니다··· 그냥 저를 농락하고, 한 헌터님을 그렇게 만든 놈이라는 정도? 그리고 제가 포로로 붙잡혀 있을 때, 한 헌터님이 게이트를 열고 들어와 저를 구해주셨다는 걸 말했죠!”
“······.”
이거 참, 심각하네.
태현이 머리를 긁적였다.
설마하니 게이트를 열어서 들어왔다는 얼토당토않은 이야기까지 술술 불 줄이야.
역시 살려두는 것이 아니었다.
‘잠깐··· 통역은 누가 했지?’
갑자기 그 생각이 뇌리를 강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통역은 누가 했습니까?”
“그 헌터님의 소환수가 했습니다.”
“소환수? 누구요?”
소환수라는 말에 태현의 눈이 살벌해졌다.
진진은 침을 한 번 삼키고는 문 밖에 있는 덕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기 있습니다.”
태현의 시선이 손가락 끝으로 향했고, 어느새 그의 눈가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덕배?”
“헙··· 주군! 딸꾹!”
덕배는 꽤나 놀랐는지 자기도 모르게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설마 통역을 하면 안 됐던 걸까?
갑자기 진진이 원망스러웠다.
심지어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자신을 가리키는 모습을 보니 울화가 치밀었다.
그래서 진진을 노려보니 그는 재빨리 시선을 회피했다.
“저 개새···.”
“덕배? 지금 내가 말하는데 어디를 보는 거지?”
어느새 태현은 덕배에게 가까이 붙은 상태였다.
“주군··· 요··· 용서해주십시오. 저는 주군의 활약상을 통역 해달라고 해서 기쁜 마음에 한 것뿐입니다.”
“정말이냐?”
“물론입니다! 제가 어떻게 주군을 곤란하게 만들려고 했겠습니까?”
“아부 떨어도 잘못이 사라지는 건 아니야. 적당히 통역하면 되잖아?”
“죄송합니다!”
하필이면 게이트를 열었다는 것까지 그대로 내보낼 줄이야.
사람들이 자신을 뭐라고 생각할까?
갑자기 곤란해졌다.
계산 착오다.
그래도 뭐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건 아니니까.
태현이 다시금 인원들에게로 시선을 주었다.
“오해가 있네요. 게이트를 열었다는 이야기는 조금 어폐가 있습니다.”
“어폐요?”
백승한이 물었다.
사실 그는 태현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 능력이 너무 궁금할 뿐.
“제가 죽을 뻔한 걸 보셨죠?”
끄덕.
팡 린을 제외한 모두가 고개를 주억였다.
“저는 거기서 재각성을 한 번 더 했습니다. 그래서 살아 돌아올 수 있었죠.”
“재각성!”
“와···.”
대표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태현의 말이 이어졌다.
“제가 얻은 능력은 대표적으로 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스킬입니다.”
“공간 이동이요!?”
모두가 한 목소리로 물었다.
끄덕.
“공간 이동이다 보니 당연히 진진 헌터가 잡혀있는 위치로 이동할 수 있었던 거죠. 물론 진진 헌터의 기운을 느끼지 못했다면 불가능했겠지만.”
“아··· 그런 거였구나.”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는 게이트와는 살짝 유사하지만, 완전히 다릅니다. 그러니 오해는 하지 말아주세요.”
끄덕.
대표들이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채민희가 손을 살짝 들어서 말했다.
“오해라니요?”
“네? 게이트에 대해서 이상하게 생각하신 거 아닙니까?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는 게이트라고 통역이 이루어졌을 텐데.”
“그렇긴 하지만, 헌터님이 어떻게 게이트를 만지시겠어요? 저도 이동 스킬에 관련된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다들 맞죠?”
“맞아.”
“그래. 오해한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게.”
아무래도 태현이 오해한 듯하다.
어찌 되었든 간에 일이 쉽게 흘러가니 다행이었다.
쓸데없는 걱정을 한 것이 부끄럽기도 했지만, 살짝 안심도 되었다.
‘주군! 한국의 게이트는 전부 정리되었습니다!’
‘주군! 미국의 게이트는 전부 정리되었습니다!’
‘주군!’
‘주군!’
그리고 기분 좋은 보고까지 들려왔다.
태현은 씨익 웃었다.
“몬스터의 소탕도 거의 마무리에 접어들었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제 말이 거짓말 같습니까?”
“헌터님의 말이라면, 뭐든 믿겠습니다!”
대표들 가운데 최강식이 가장 크게 환호했다.
태현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이내 관리실의 마이크를 조작해 인원들에게 알렸다.
-왕국 길드 마스터 한태현입니다. 지금 이 시간부로 몬스터의 소탕이 마무리되었으니 각자 원래 위치로 돌아가시면 되겠습니다.
그 발표에 자리에 앉아 대기하던 헌터들의 몸이 들썩였다.
“저··· 정말이야!?”
“S급 게이트 25개가 순삭되었다고!?”
“역시 한태현 헌터님이시다!”
“이건 말도 안 돼!?”
다들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다.
적어도 일주일은 지나야 상황이 진정될 줄 알았는데,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았으니 당연하다.
그러나 예상했다는 인원도 있었다.
“왜 말이 안 돼? 나는 직접 봤어! 한 헌터님의 소환수는 하나같이 갓 급을 뛰어넘었다고.”
“갓 급을 뛰어넘었는지 어떻게 알아?”
“S급 헌터가 1방에 사라졌으니 그렇지!”
“크으! 지렸다!”
“우와아-!”
“한태현! 한태현!”
체육관이 태현의 이름으로 가득 메워졌다.
이렇게 S급 게이트의 소동이 잠시 잠재워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