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nly Hunter with no level limit RAW novel - Chapter 150
36화 하늘 위의 하늘(3)
*로웰은 태현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새로운 무구라는 말에 이끌려들어 온 태현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그는 방 안으로 들어가 거대한 상자 하나를 들고 나타났다.
“바로 이것일세.”
자물쇠로 단단하게 봉해져 있는 상자.
무구의 기운이 흘러나가지 않도록 단단히 봉한 것이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꽤나 진귀한 무구인가보군. 기운을 단단히 틀어막아 살짝 새어나오는 게 이 정도 수준이라니.’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이걸 저한테 주실 생각이십니까?”
“정답일세.”
“어째서죠?”
“우리는 무구의 가치를 사용자라고 보네.”
“사용자?”
로웰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아무리 강력한 무구라고 해도, 그 안의 힘을 끌어낼 수 있는 사용자가 사용해야 진정한 힘을 발휘하기 마련이지.”
그 말과 함께 자물쇠를 해제한 로웰이 조심스레 상자를 열었다.
개봉된 상자에서는 조그마한 검이 하나 놓여있었다.
검에서는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기운이다.
날카롭기는커녕 부드러운 기운이다.
자신이 어루만져주었으면 하는 느낌까지 받았다.
“만져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일세.”
태현은 그 검을 조심스레 만졌다.
그러자 하나의 메시지가 울렸다.
[아모스의 황금 곡괭이의 한계돌파를 실시할 수 있습니다.]‘뭐?’
이건 갑자기 무슨 말이지?
태현이 로웰을 보았다.
“이거 뭡니까? 일반 무기가 아닌데.”
한계돌파를 할 수 있는 재료.
무기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오! 한 번에 보고 알 수 있는 건가? 내 눈은 정확하구먼.”
로웰은 감탄이 섞인 눈으로 탄성을 질렀다.
사실 이 검은 실제 무기가 아니다.
일전에 벨루아라는 존재에게서 받은 금속을 검으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물론 금속이라 해봤자 얼마 되지도 않는 소량이었지만, 제이드 공국에 위치한 광산에서 나오는 홈멜이라는 원석이 합쳐지면서 받은 금속의 기운이 대폭 증가되었다.
“이거 단순한 재료로 만든 게 아니군요. 이 재료 어디서 나셨습니까?”
“일전에 엘프를 협박했던 이가 있었다고 들었네. 맞는가?”
“벨루아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엘프들을 협박한 인물이야 벨루아밖에 없다.
로웰은 정답이라며 고개를 주억였다.
“맞네. 당시 아르제를 찾아갔을 때, 벨루아라는 존재가 소량의 금속을 나한테 전달하라고 하더군. 이걸 이용해서 하나의 조형물을 만들라고 말이야.”
“···그랬습니까?”
“솔직히 만들 자신이 없었네만··· 우연히도 마을 근처에 위치한 광산에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지. 바로 홈멜이라는 원석일세.”
로웰은 그 말과 함께 품 안에서 조그마한 구슬을 꺼냈다.
연녹색을 띠고 있는 이것이 홈멜?
‘신기하다. 기운이 서로 맞물려 증폭되고 있어.’
그보다 웃긴 건 벨루아가 전달한 금속이다.
어째서 아르제가 이를 밝히지 않은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드워프 마을까지 인도한 것으로 보아 미리 계획을 세워뒀던 모양이다.
‘이거 참···.’
어쨌거나 벨루아는 태현을 돕는 위치에 있었다는 것이 확실해진 셈이다.
“그럼 이걸 제가 가져가도 되겠군요?”
“물론일세. 그러기 위해 만들어둔 것이야. 자네가 아니면 그 누구도 사용하지 못할 테지.”
끄덕.
이건 태현이 사용하는 곡괭이를 강화시키는 용도로 쓰이는 것이다.
‘그럼 망설일 것 없이 한계돌파를 하면 되겠군.’
따로 검을 부술 필요는 없었다.
그저 안에 있는 기운을 흡수한다.
[아모스의 황금 곡괭이의 한계돌파가 실시됩니다.]기운을 흡수하니 자동으로 한계돌파가 시작되었다.
[1%] [2%]···
[99%] [100%] [한계돌파가 완료되었습니다. 아모스의 황금 곡괭이가 아모스의 신괴로 변경됩니다.]성공했다.
“허어.”
조용히 지켜보던 로웰이 탄성을 질렀다.
검의 기운이 완벽하게 태현에게로 흡수되었고, 검에는 더 이상 기운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완벽하게 성공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분.
“역시 주인이라는 말인가.”
왠지 뿌듯해졌다.
자신이 만든 조형물이 제대로 된 사용자를 만났으니 말이다.
반면, 태현은 한계돌파를 완료한 신괴를 살펴보느라 바빴다.
[아모스의 신괴]-등급 : 측정 불가
-공격력 : 10,000 ~ 100,000
-전투 시 모든 능력치 2배 증가
-내구도 : 불괴
가히 압도적인 능력치다.
일반 황금 곡괭이였을 때에는 공격력이 500도 넘지 못했는데, 단숨에 10,000을 뛰어넘었다.
‘확실해. 벨루아가 건넨 건 가오스가 사용하던 곡괭이의 잔재였을 거다. 그걸 나한테 바로 넘기지 않은 건···.’
그것만 가지고는 제대로 된 능력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점.
그래서 로웰을 통해 홈멜이라는 재료로 이 잔재의 잠재력을 최대로 끌어올렸고, 그 결과가 지금 이렇다.
태현은 만족스런 얼굴로 로웰에게 다가갔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큰 걸 받았네요.”
“됐어. 그 힘으로 우리를 지켜줄 생각 아닌가? 너무 과분한 보상을 받는 것만 같군.”
이미 몬스터에게서 한 번 목숨을 빚졌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럼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고, 이만 가보겠습니다.”
“조심하시게.”
로웰의 말이 끝나자 태현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다.
*[갓 급 헌터 총 집합! 그것도 한국!]
-이번 게이트 사태로 인해 한국에서 국제헌터회의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더군다나 이번 회의는 전 세계 갓 급헌터들이 전부 모일 예정인데요.
한국의 갓 급은 당연히 한태현 헌터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알드레드 프레드 헌터, 중국의 진진 헌터, 팡 린 헌터, 마지막으로 러시아의 알리나 헌터가 참여할 예정입니다.
이번 회의를 통해서 게이트 사태를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합니다.
*국제 헌터 회의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수많은 사람들의 눈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기사의 반응도 뜨거웠다.
ㄴ하··· 진짜 몬스터라면 지긋지긋하다.
ㄴ말이 몬스터지. 그냥 사람 뜯어먹는 괴물이잖아. 나는 더 이상 싸우기 싫다.
ㄴ위엣 말에 동감해요. 전 3년 전에 B급으로 각성했는데, 몬스터를 상대할 때마다 죽기 싫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게 올라와요. 결국에는 길드에서 사무업무만 보기 시작했죠. 부디 이 사태가 무사히 끝나기를 빕니다.
ㄴ너 같은 겁쟁이도 꼴에 각성자라고 하는구나?
ㄴ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건 당연한 거임. 그보다는 이번 회의를 통해 제대로 된 사안이 나오기를.
ㄴ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이상함. 마치 S~G급들이 더 있는 거 같아. 겨우 저 정도 인원으로 이번 게이트 사태가 무사히 끝났을 리가 없음. 분명 뭐가 있다.
“오우··· 반응 좋다.”
“무슨 반응을 말하는 거지?”
기사의 댓글을 하나 둘 읽어 내려가던 임지성은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황급히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
미심쩍은 눈으로 임지성을 흘기는 이는 다름 아닌 프레드였다.
미국으로 돌아갔다가 다시금 한국으로 돌아온 프레드는 현재 왕국 길드에 신세를 지고 있는 중이야.
미국 관리국은 프레드를 모시기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왕국 길드다.
“그냥 이번 국제헌터회의에 대한 기사를 보고 있었어.”
어느새 많이 친해진 임지성과 프레드는 서로 사적인 대화를 주고받았다.
“하긴 이번 회의에서 어떤 사안이 발표될지 궁금하긴 해.”
“나는 대충 예상이 간다.”
“그래? 역시 태현을 보필하는 부마스터인가?”
프레드가 히죽 웃었다.
임지성은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고는 말했다.
“부마스터이기도 하지만, 내가 볼 때에는 태현의 능력이 부각될 거야.”
“부각?”
“그래. 수많은 게이트를 잠재우려면 녀석의 능력이 꼭 필요하니까. 그리고 그 일을 직접 시행하겠다고 폭탄발언을 하겠지.”
태현의 성격으로 보면 그러고도 남으리라.
“호오··· 하긴 일리가 있어.”
갓 급임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잃을 뻔한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태현에게 목숨을 빚졌다.
“그렇지? 물론 확신을 갖기에는 이르지만, 대충 예상이 되긴 하잖아?”
“하하, 맞는 말이야.”
임지성과 프레드가 서로를 바라보며 호탕하게 웃었다.
*“아··· 알겠네.”
“전부 맡기겠네··· 고맙네···.”
“당연히 그래야지요! 저희들의 목숨을 구해주신 분이 아닙니까?”
“아이고··· 저희들이 뭔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거절하겠습니까? 당연히 원하시는대로 하셔야지요.”
이 말들은 각 국의 황제와 국왕에게서 얻어낸 것이다.
즉, 나이가 대륙의 게이트는 전부 태현의 손에 들어왔다.
그것도 정식으로 말이다.
“결국 힘으로 굴복시켰군.”
사실 처음에는 자존심을 지키겠답시고 반항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기운을 조금 흘리고 협박을 가하자 곧바로 굴복해버렸다.
덤볐다간 눈 깜짝할 사이에 목이 날아간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자, 그러면 여기는 처리했고.”
태현은 나이가 대륙에서의 일을 간단히 마치고, 안식처로 돌아갔다.
“주군을 뵙습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가 도착하자 수하들은 자연스레 예를 갖추었다.
“그래. 게이트 사태를 마무리 짓느라 고생했다.”
격려가 많이 늦었다.
그럼에도 수하들의 얼굴에는 기쁨의 빛이 서렸다.
“감사합니다! 주군의 명령을 이행할 수 있어 기쁩니다.”
아부가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
가끔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녀석들이 태반이지만, 이럴 때만큼은 너무 든든했다.
“하지만,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앞으로 더 힘든 싸움이 시작될 거다.”
태현의 진중한 목소리에 수하들의 얼굴이 다시금 굳어졌다.
“물론입니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몬스터들은 놀이에 불과했습니다. 더 강한 상대가 나와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습니다.”
10성으로 승급한 수하들이기에 당연한 소리다.
그들의 힘은 이미 G급을 초월했으니까.
마족들 역시 마찬가지다.
마스터 등급 아래의 마족들은 힘이 더 쌓여야하지만, 그랜드 마스터 등급까지 올라온 마족들은 10성 수하들과 마찬가지로 G급을 초월한 힘을 가졌다.
“지금은 휴식을 취하도록 해. 괜히 수련하겠다고 움직이지 말고.”
“알겠습니다!”
“앞으로의 싸움을 대비하겠답시고 미친 듯이 수련하는 놈들은 내가 가만 안 둔다.”
“······.”
“대답 안 해?”
“알겠습니다!”
이 정도면 됐다.
수하들이 각자 개인정비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지시했으니 알아서 휴식을 취할 것이다.
“주군! 그러면 질문 있습니다.”
손을 들고 말하는 이는 발락이다.
“질문? 해 봐.”
“네. 휴식을 취하는 건, 장소가 어디어도 괜찮습니까?”
“장소? 어디로 가려고?”“나이가 대륙입니다.”
이제 해골도 아닌, 정상적인 사람의 모습을 했으니 걸릴 것도 없다.
태현은 고개를 주억여 허가함을 표했다.
“그래. 마음대로 해도 돼. 대신 내가 돌아오라고 지시하면 곧장 돌아와야 된다. 알았어?”
“네!”
발락 이외에도 수많은 수하들이 대답했다.
아무래도 새로운 대륙을 구경하는데 맛 들린 모양.
“그래. 그럼 난 돌아가 보도록 하겠다.”
그 말을 남기고 태현은 집으로 돌아갔다.
그제야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터졌고, 태현은 곧장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이번에도 어디 좀 다녀온 모양이네?
-그래. 갓 급 헌터들은 아직 한국에 도착하지 않았겠네?
-아니야. 프레드는 이미 도착해서 길드에서 머무르고 있어.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더라.
목소리를 주고받는 이는 임지성이다.
애초에 프레드가 한국에 오면 왕국 길드에 신세 좀 지겠다고 했었는데, 아무래도 정말로 왕국에 신세를 지고 있는 모양이다.
-내보내. 어디서 무전취식을 하고 있어?
-큭큭, 진짜 그렇게 말해볼까?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게이트는 좀 어때?
자리를 비운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무슨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까 싶어 물었다.
물론 수하들에게 별다른 보고가 없었기 때문에 단순 안부를 전하는 것뿐이다.
-잠잠해. 평소랑 다를 게 없어.
-···어쩌다 이런 생활이 잠잠하다고 말하게 됐을까? 쯧.
평소와 같은 게이트의 출몰.
그리고 헌터들은 레이드를 뛰느라 여념이 없다.
불과 11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상황이 닥쳤을 때에는 절망적이었는데, 시간이 흐른 지금은 이게 잠잠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많은 것들이 변했다는 뜻.
-그러게.
휴대폰 너머 임지성의 목소리도 씁쓸함이 물씬 풍겼다.
-특이사항은 없고?
-말도 마라. 지금 사무실에 전화가 쏟아진다. 쏟아져. 이번 회의 때문에 정신이 없네.
-그래? 그럼 전화로 말해. 계속 귀찮게 하면 가만 안 둔다고.
-···진심으로 하는 말 아니지?
-응. 장난이다. 어쨌거나 지금 사무실로 갈게.
-알았어.
뚝.
전화를 끊은 태현은 한숨과 함께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은 뒤, 곧장 사무실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