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nly Hunter with no level limit RAW novel - Chapter 152
37화 게이트의 정체(1)
*“으음···.”
장내가 일순 어수선해졌다.
태현의 파격적인 제안에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난감했다.
이럴 생각으로 참석한 것이 아닌데, 초장부터 태현이 결론을 지어버리니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마치 다수의 강아지를 조련하는 조련사를 보는 듯했다.
물론 쉽게 조련되지 않는 인물도 존재했다.
“그걸 왜 헌터님 마음대로 정하시는 거죠?”
반기를 들고 일어선 그녀는 러시아 갓 급 헌터 알리나였다.
아무리 태현이 하늘 위의 하늘이라고 인정했지만, 그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갓 급 헌터인 자신이 숙이고 들어가기에는 자존심이 많이 상했기 때문이다.
“그럼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태현은 재밌다는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 눈빛이 알리나의 자존심을 벅벅 긁었다.
“게이트는 우리 모두가 헤쳐 나가야 할 고난이에요. 헌터님 혼자서 하는 게 아니란 말이죠.”
“모두가 헤쳐 나가야 할 고난?”
태현의 눈에 살기가 깃들었다.
“!”
그의 살기에 장내에 있는 모두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그건 알리나 역시 피할 수 없었다.
“그··· 그래요. 고난이에요.”
“고난이라··· 몬스터들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건 알고 있죠?”
“네.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들이 직접 나서서 게이트를 없애고 평화를 되찾는 거예요.”
너무 허울 좋은 이야기다.
태현은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다수의 목숨이 걸린 문제입니다. 저희들이 해야 할 건 게이트를 닫는데 최소한의 피해를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겁니다.”
“······.”
알리나가 입을 다물었다.
“알리나 헌터님, 지금은 괜한 자존심을 내세울 때가 아닙니다. 현실을 직시하세요.”
태현이 싸늘하게 말했다.
화가 났다.
지금 그녀는 자신의 자존심이 꺾이는 것이 싫어서 그러는 것이리라.
서로 감정 싸움할 때가 아니다.
“자존심이요!? 이건 자존심이 아니라 당연한 이야기라고요!”
정곡에 찔린 듯 알리나가 버럭 소리 질렀다.
ㄴ뭐야? 갓 급끼리 싸우는 거야?
ㄴ뭐 한태현 헌터가 틀린 말 한 것도 아니구만.
ㄴ개소리야. 잘 생각해보면 지가 독식하겠다는 소린데? 알리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 정도는 아님.
ㄴ그렇긴 하지. 같은 갓 급인데 그냥 앉아서 손가락이나 빨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니까.
중계방송의 채팅도 불타올랐다.
“후우.”
태현이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리나가 개입함으로써 넘어오려던 것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각 국의 대표들은 어느새 알리나를 옹호하고 있었다.
그 때였다.
‘주군, 아무래도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수하 한 명이 보고를 하기 위해 말을 걸었다.
‘뭔데?’
신경이 날카로워졌지만, 수하의 부름에 다시 평온한 상태를 유지했다.
‘게이트가 나타났습니다. 위치는 주군께서 계시는 대강당 상공 1,000m입니다.’
수하들은 현재 휴식을 취하는 상태.
그렇기에 밖에 나와 돌아다니다가 게이트가 등장함을 가장 빨리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래?’
태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거 잘만 하면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네! 크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지금 하늘을 뒤덮고 있습니다. 게이트의 크기가 빠르게 커져나가고 있습니다.’
‘알겠어.’
‘바로 게이트 안으로 뛰어 들어갈까요?’
10성 수하들답게 패기 있는 모습.
‘지금은 아니야. 일단 안식처에서 대기. 내가 명령을 내리기 전까지는 절대 출동 금지다.’
하지만, 태현은 평소와는 다른 명령을 내렸다.
목소리 너머로 당황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토 달지 않고 안식처로 돌아가는 모습.
그제야 태현이 두 눈을 두어 번 깜빡이고 자리에 착석한 대표들과 서 있는 알리나를 한 차례 훑고는 말을 덧붙였다.
“좋습니다. 그러면 제가 꺼낸 제안은 거부하신다는 거지요?”
“네. 이 부분은 헌터님 혼자서 처리하실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알리나의 힘을 입은 대표 하나가 손을 들고 말했다.
나머지 대표들도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채병국과 진도윤을 포함한 한국 간부들은 불안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S급 게이트 사태를 겪었지만, 태현의 힘에 의해 무사히 종료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꽤 지났기 때문에 다시 그런 사태가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후우··· 저런 무능한 것들이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 꼴이 나오지.”
프레드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입 밖으로 내뱉었다.
그 말을 들었던 대표들의 눈에 쌍심지가 켜졌지만, 뱉은 이가 프레드였기에 그 쌍심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꺼졌다.
차마 갓 급 앞에서 분노를 표출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러나 알리나는 달랐다.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싸늘한 어투에 대표들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무능하다고 했는데 그게 뭐 잘못됐나? S급 게이트 사태를 겪고도 지금 자존심을 내세우는 꼬락서니가 볼만해서 말이야.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은 애간장이 탈 텐데. 쯧쯧.”
태현의 말을 대변하는 그의 말은 사이다였다.
ㄴ프레드가 좋은 말 해줬네.
ㄴ그게 맞지. 솔직히 관리국장들이 뭔 힘이 있다고 자존심을 내세우냐?
ㄴ한태현 헌터가 S급 게이트를 종식시켰다면, 당연히 한태현 헌터의 말을 따라야지.
어느새 알리나를 옹호하던 헌터들이 프레드와 태현의 편을 들기 시작했다.
채팅이 폭발적으로 올라오는 것을 지켜보는 A급 헌터들 역시 프레드의 말에 동조했다.
“그럼 증명해보시지요.”
모두의 시선이 태현에게로 향했다.
“증명이요?”
알리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태현의 입꼬리가 조용히 올라갔다.
“네. 지금 대강당 밖으로 나가서 하늘을 보시겠습니까?”
“하늘이라고요?”
갑작스런 말에 모두가 황당한 표정이 되었지만, 진도윤은 달랐다.
“제가 보고 오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대강당을 빠져나갔던 그가 1분도 되지 않아 허겁지겁 들어왔다.
태현은 숨을 돌리는 진도윤을 바라보며 물었다.
“확인하셨습니까?”
“그··· 그··· 네. 확인했습니다···.”
“그래요. 뭐였습니까?”
모두의 시선이 진도윤의 입에 집중되었다.
통역기를 달고 있는 관리국장과 헌터들 모두가 그의 말을 기다렸다.
“게이트··· 게이트입니다. 그것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게이트였어요.”
“!”
이전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한 게이트.
어떻게 듣더라도 G급 게이트라는 말이다.
장내의 눈이 다시금 태현에게로 향했다.
태현은 어깨를 으쓱여보이며 말했다.
“자, 증명하세요. 저는 여기서 빠지겠습니다. 어떤 피해가 일어나더라도 저는 가만히 앉아서 구경하겠습니다.”
그의 발언에 장내가 일순간 들썩였다.
지금 G급 게이트가 나타난 것이 사실이라면 레이드를 뛸 수 있는 인원은 고작 5명.
그것도 태현을 포함해서야 5명이다.
“자··· 장난치지 마시오! 지금 이 때에 게이트라니? 우습지도 않군!”
결국 관리국장 하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대강당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인원들은 가만히 앉아 눈치만 볼 뿐이다.
“지켜보세요. 아연실색이 되어 도로 들어올 테니.”
태현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그 말은 정답이었다.
대강당을 빠져나갔던 국장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돌아와 급히 착석했기 때문이다.
“확인하셨어요?”
끄덕. 끄덕.
그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태현은 이번에 갓 급 헌터들에게 물었다.
“알리나 헌터님을 제외하고 묻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어쩌실래요? 레이드 뛰실 겁니까?”
“···난 아니.”
프레드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생각보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다.
태현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묻는 것인지 진즉에 눈치 챘다.
“저도 아니요.”
“빠집니다.”
나머지 갓 급 헌터들 역시 마찬가지.
특히 진진은 어수룩한 판단을 내린 국장들에게 꽤 많이 실망한 상태다.
어떻게 대표라는 작자들이 자존심을 지키려고 할 수 있을까?
“자··· 잠시만요! 지금 게이트가 나타난 게 사실이라면, 싸워야 되지 않아요? 여기는 한국이라고요! 한국의 갓 급이 여기서 빠지겠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요?”
알리나가 다급하게 외쳤다.
그러나 태현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바라볼 뿐이다.
“이해가 잘 안 되는데요? 직접 나서서 게이트를 없애신다고 하셨잖아요? 거기서 제가 이번에 빠진다는 건데··· 무슨 문제라도?”
“문제라도? 진짜 막무가내시네요?”
“막무가내요? 무슨 소리이십니까. 이번에 러시아에서 등장했던 S급 게이트 13개. 제 능력으로 잠재웠습니다.”
“그··· 그래서요?”
알리나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도와줬으니 보답은 하셔야죠? 갓 급 헌터가 설마 받기만 하고 끝내시려고요?”
“······.”
“도와주세요. 저는 이번에 힘들어서 싸우지 못하겠습니다.”
질끈.
알리나가 입술을 세게 물었다.
여기서 무슨 말을 해도 태현에게 말릴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 알았어요! 제가 말실수했어요.”
“네? 무슨 말실수요?”
“헌터님의 제안을 거부했던 거··· 죄송해요. 저 혼자 힘으로는 G급 게이트는 무리에요.”
이제야 말이 통한다.
태현이 어깨를 으쓱이고는 관리국장들을 보며 물었다.
“여러분들은 어떠세요? 제가 S급 이상의 게이트를 없애는 데 동의하십니까?”
끼익.
진도윤이 눈치 있게 대강당의 문을 활짝 열었다.
거대한 문이 열리자 하늘을 뒤덮은 게이트가 눈에 들어온다.
관리국장들은 그제야 현실을 직시한 듯, 고개를 힘차게 끄덕인다.
태현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주억였다.
“좋습니다. 단, 여러분들도 이번 게이트에서는 도와주셔야겠습니다.”
“!”
국장들의 눈이 화등잔 만하게 켜졌다.
“잘못된 판단으로 사람들의 피해가 극심해질 뻔 했으니까요. 그 벌은 받아주셔야겠습니다.”
태현은 그 말을 끝으로 걸음을 옮겼다.
대강당의 입구로 나가 게이트를 올려다보았다.
거대했다.
그의 움직임에 따라 방송을 중계하고 있는 A급 헌터들도 게이트를 비추었다.
ㄴ저게 뭐야···? 너무 크잖아!
ㄴ벌써 해가 진 건 아니야··· G급이다! G급이라고!
ㄴ젠장! 사람들 피신시켜야 돼!
시청자의 숫자가 급감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시청하고 있는 헌터들이 급히 방송을 종료하고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마 비각성자인 시민들을 대피소에 대피하기 위함이리라.
“여기서 해주셔야할 건.”
태현이 각 대표들을 보았다.
꿀꺽.
어떤 말이 나올까?
마른 침이 절로 삼켜졌다.
“싸우라는 건 아닙니다.”
반응을 지켜보던 태현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말을 덧붙였다.
“헌터들을 도와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걸 도우세요.”
지금은 시민들을 대피시키는 게 먼저다.
“아··· 알겠습니다!”
결국 국장과 대표격인 헌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채병국과 진도윤, 그리고 간부들과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자, 그러면···.”
갓 급 헌터 4명만이 남았다.
태현은 곰곰히 생각했다.
사실 이번 게이트는 몬스터가 들어오기 전에 들어가서 처리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을 피신시킬 이유도 없을 뿐더러 안전하게 게이트 클리어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상했다.
갑작스레 거대한 게이트가 등장하는 것이.
아무래도 상위존재가 조금씩 움직이는 모양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거대한 G급 게이트가 나타날 리는 없으니까.
그렇다는 것은.
“몬스터에 대비해야된다.”
태현은 급히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당장 게이트에 들어간다.’
언제 몬스터가 쏟아질지 모른다.
“저희도 돕겠습니다!”
“도울게.”
그의 옆에 있던 갓 급 헌터들 역시 굳은 얼굴로 말했다.
“지금 바로 게이트에 들어갈 거다. 괜찮겠지?”
태현의 물음에 인원들이 고개를 주억였다.
알리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갓 급이면 충분히 도움이 될 거다.’
그렇게 판단을 마치고, 헌터들을 공중으로 띄웠다.
헌터들은 갑작스런 일에 당황했지만 이내 태현이 능력임을 깨닫고 몸을 맡겼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궁금증이 커져만 갔다.
“거대하다···.”
게이트가 가까워질수록 헌터들은 긴장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태현은 속도를 늦추기는커녕 더욱 올렸고, 그들의 몸은 어느새 게이트 안으로 빨려 들어간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