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nly Hunter with no level limit RAW novel - Chapter 156
37화 게이트의 정체(5)
*“주군의 명령을 받들어 게이트를 클리어하자!”
“우와아!”
수하들의 우렁찬 포효가 지상에 퍼져나간다.
“엄청나다.”
태현의 수하를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는 A급 이상의 헌터들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소환수의 숫자가 너무 많은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하나같이 범접할 수 없는 강대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째서 한 헌터님께서 게이트를 독점하려고 했는지 이해가 가네.”
헌터들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어째서 게이트를 독점하고 자원들만 분배해서 나눠준다고 했는지 이해가 갔다.
처음에는 태현의 태도가 삐딱하게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가 아무리 갓 급이라지만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확실하게 느꼈다.
태현이 아니면 지금 상황을 종료시킬 사람이 없다.
“그래. 이제 한 헌터님이 하자고 하는 대로 움직여야겠어.”
“욕심이 아니라 진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움직이는 거니까.”
그 사실이 헌터들의 마음을 완벽하게 돌리는데 성공했다.
그래서 그럴까?
왠지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더 이상 게이트에서 목숨을 잃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다.
“각자 5명씩 짝을 지어서 게이트에 들어간다. 혹시라도 위험이 있다면, 곧장 말해줘.”
수하들 중에서도 각자 지휘를 맡은 이들이 명령을 내렸고, 수하들은 군 말없이 짝을 지어 게이트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모습은 생중계로 대피소에서 모든 인원들이 볼 수 있도록 중계되었다.
S급 게이트 사태에서는 중계 없이 상황 종료라는 방송만을 기다렸다면 지금은 아니었다.
지난 사태를 대비해서 시민들도 상황을 바로 바로 알 수 있도록 도입되었다.
“어! 게이트가 닫힌다!”
“말도 안 돼! 들어간 지 5분밖에 안 됐는데?”
수하들이 게이트에 들어가서 몬스터를 잡아내고 게이트를 닫는 모습들이 그대로 촬영되고 있었고, 시간은 불과 5분 내지 10분.
하나의 S급 게이트를 닫는데 걸리는 총 시간이다.
좌절에 빠져있던 시민들의 마음속에 희망이라는 불씨를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오오··· 저게 한 헌터님의 소환수입니다! 지금 게이트가 계속 닫히고 있습니다!”
같이 지켜보고 있던 헌터들이 아는 체했다.
“와··· 저게 갓 급의 힘.”
시민들은 어느새 경외심 가득한 마음으로 태현의 얼굴을 그리고 있었다.
*[지하 30계층의 수호자를 처치하셨습니다. 지하 31계층의 결계가 해제됩니다.]
···
게이트에 들어온 지 4시간.
총 지하 50계층 중에 34계층까지 내려왔다.
가히 압도적인 스피드다.
단계별로 내려갈수록 더욱 강한 적이 등장했고 레벨이 4,000대에 육박했음에도 불구하고, 태현의 신괴에 1번도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저건 인간이 아니다. 괴물이다. 괴물이다.’
이제는 모든 갓 급들이 태현을 괴물로 보고 있다,
친구인 프레드마저 태현은 괴물을 넘어선 괴물로 인지되고 말았다.
“멍하니 서서 뭐 합니까?”
그의 목소리가 메아리치듯 울렸다.
동굴 내부였으니 당연하다.
“가··· 갑니다!”
진진과 팡 린이 급히 그의 뒤에 붙었다.
그 뒤로는 알리나와 프레드.
그들은 지하 34계층을 넘어서 35계층으로 향했다.
이제는 익숙한 발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지하 35계층.
이번 계층은 도착하기도 전에 뜨거운 열기가 그들의 몸을 덮쳤다.
“자연적인 열기는 아니고··· 아무래도 수호자가 만들어놓은 것 같습니다.”
태현은 손을 허공에 뻗어 열기를 느꼈다.
레벨이 18,000이었기에 화상을 느끼기는커녕 따뜻하기만 했지만, 뒤에 있는 헌터들은 아니었다.
“크윽··· 무슨 열기가.”
그들의 이마에는 비 오듯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불의 능력을 다루는 프레드 역시 마찬가지다.
갓 급이 된 이후로 어떤 환경에 놓여도 신체능력치를 기반으로 버텨낼 수 있었는데, 이런 느낌은 오랜만이다 보니 적응하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이거 힘들겠는데.’
아직 지하 35계층에 도착한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태라면 진입했을 때 얼마 버티지 못할 게 분명하다.
“잠시 기다리세요.”
태현은 아공간 주머니를 빠르게 뒤졌다.
갓 급 헌터들은 궁금증을 가득 품은 얼굴로 지켜보았다.
이윽고 그의 손이 아공간 주머니에서 빠져나왔다.
손에는 물약 4개가 들려있었는데, 푸른색의 액체가 진한 점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건 뭐죠?”
팡 린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여러분들이 마실 물약입니다. 이거라면 안에서도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겁니다.”
-비룡의 마나하트 진액.
화염계에 강한 면역력을 선사하는 일종의 버프물약이다.
마나하트 진액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이 물약에는 0.5%만이 마나하트를 추출한 진액만이 들어있다.
나머지는 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대신 각오하시고 드세요. 이 물약은 일종의 버프니까요.”
“버프요?”
물약을 받아든 팡 린이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각오를 하라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태현은 차근차근 설명했다.
“이 물약은 버프 지속시간이 끝나면 부작용이 찾아옵니다. 물론 여러분들은 갓 급이시니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겁니다.”
원래라면 물약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 이유는 드래곤의 마나하트를 흡수하는 생물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육신이 폭발할 수 있기에 사실상 0.5%만으로도 육신의 부담이 상당할 수 있다.
다만, 갓 급의 신체능력치라면 이 정도 부담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기 때문에 물약을 건넨 것이다.
이 물약이 없으면 앞으로 나아갈 방법이 없으니까.
“그래? 그거 좋군. 나도 부작용 좀 느껴보자!”
프레드는 물약을 단숨에 들이켰다.
물론 점도가 높다보니 젤리를 빨아들이는 것 마냥 쭈읍 빨아서 마셨다.
“···나도 마셔야겠다. 더운 건 못 참아.”
붉어진 얼굴에 부채질을 하고 있던 진진 역시 프레드를 따라서 물약을 마셨다.
4명 중 2명이 마셔버리니 알리나도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물약을 마셨고, 어부지리로 팡 린까지 물약을 마셨다.
[버프의 지속시간은 48시간입니다.]꽤나 긴 시간이다.
태현은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문을 열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엄청난 열기가 그들을 반겼다.
열기에 버티지 못하고 말라비틀어진 땅은 버티지 못하고 군데군데 갈라졌고, 그 사이로 마그마가 끓어 넘치고 있었다.
마치 땅의 바닥에 마그마로 이루어진 강이 있는 것 같았다.
태현은 걸음을 옮겨 수호자로 보이는 이를 찾기 시작했다.
“흐음··· 마땅히 보이질 않네.”
갓 급 헌터들도 수호자를 찾는데 혈안이 되었다.
아무리 물약의 버프로 열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지만, 대량의 화산재가 너풀너풀 춤추고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이 공간에 더는 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약의 효과가 대단한 걸. 검은 연기랑 화산재를 마셔도 자연스레 걸러지고 있어.”
숨쉬기가 편하다.
태현이 건넨 물약이 아니었다면, 이런 건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혜안이 엄청나셔···.”
감탄이 섞인 목소리로 호흡하는 팡 린의 모습에 진진이 그녀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빨리 가자. 한 헌터님은 벌써 저기 가고 계신다고.”
태현과 거리가 멀어진다.
그제야 팡 린이 걸음을 빠르게 옮겨 태현의 뒤를 쫓았다.
‘바위산인가.’
눈앞에는 거대한 바위산이 보였는데, 그 안으로 마그마들이 끓어올라 아래 땅까지 마그마로 뒤덮인 것이리라.
‘수호자가 저기 있겠군.’
태현은 쉬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최대한 빠르게 이 계층을 뚫고 나아가려는 속셈이다.
36계층으로 내려가는 입구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바위산에 수호자가 있는 것이 확실하다.
“먼저 가겠습니다.”
그는 헌터들에게 한 마디를 남기고는 빠르게 바위산 안으로 들어섰다.
헌터들은 그의 속도를 쫓지 못했다.
“안 되겠어. 일단 천천히 따라붙는 걸로 하죠.”
결국 태현의 속도를 따라가는 건 포기하고 자신들의 속도에 맞춰 바위산으로 향했다.
쿵!
“어? 이게 무슨 소리지?”
“바위산에서 나오는 소리입니다!”
헌터들의 시선이 바위산으로 향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바위산의 머리가 부서져 내렸기 때문이다.
“일단 빨리 갑시다!”
걸음이 점차 빨라졌다.
이윽고 바위산 입구에 도착하니 상황은 어느새 종료된 뒤였다.
[지하 35계층의 수호차를 처치하셨습니다. 지하 36계층의 결계가 해제됩니다.]“오셨습니까?”
어느새 입구에는 태현이 나와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수호자를 일격에 끝낸 모양이다.
“수호자는 누구였습니까?”
궁금했다.
수호자의 형태를 보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그마가 들끓는 석상이었습니다. 거대했죠.”
태현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크기만 10M에 달하는 석상.
물론 신괴를 한 번 휘두르니 알아서 자멸했지만.
“그럼 바로 내려가시는 거죠?”
“네. 바위산 아래에 동굴이 하나 있습니다. 거기로 보입니다.”
거대한 바위산은 사실 수호자가 위장한 거였다.
그래서 수호자를 쓰러트리면서 바위산의 머리 부분이 날아간 것.
“이거··· 진짜 하루도 안 지나서 50계층까지 클리어 하겠는데요?”
진진이 호탕하게 웃었다.
물론 태현이 클리어 한 것이지만, 왠지 모르게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쩝··· 어쩌다가 내가 관람객 신세로 전락했을까.”
푸념을 늘어놓듯 말하는 프레드의 모습에 팡 린과 알리나가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그러게 왜 따라 들어왔어.”
“뭐··· 뭐!? 야! 처음에는 같이 하자고 했잖아!”
태현이 이죽거리자 프레드가 불같이 화를 냈다.
“큭큭, 알겠으니까 마저 내려가자. 앞으로 14번만 더 하면 끝나니까.”
지금은 한가하게 장난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현재 수하들의 보고에 따르면 게이트를 닫는 작업은 순조롭다고 한다.
하지만, 게이트의 증가량이 닫는 작업속도를 곧 넘어선다고 하니 빠르게 클리어하고 게이트를 닫는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
‘비겁한 놈들, 몬스터로 압박만 할 셈인가?’
태현의 주먹이 세게 쥐어졌다.
그 때였다.
[지하 50계층의 부름으로 인해 50계층의 입구가 지하 35계층에 열립니다.]갑작스런 메시지에 헌터들의 눈이 크게 뜨였다.
태현의 입꼬리는 올라갔다.
‘눈치가 너무 느려.’
수호자가 35명이나 갈려나가서야 부르다니.
이럴 거면 지하 50계층까지 내려갈 동안 기다리는 게 낫지 않나?
태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동굴에 들어갔다.
“바로 50계층으로 돌입인가!?”
“어떻게 설명해야 되지···.”
갑작스럽게 발생한 일이라 헌터들은 어안이 벙벙하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갑자기 35계층에서 50계층으로 프리패스를 하는 것이다.
그것도 게이트 안에서 말이다.
지하 50계층이 마지막이면, 거기가 보스인데 일반 수호자들이 다 없어지지도 않은 이 시점에 보스를 만나는 것이니 당연히 이상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반응은 지극히 정상이다.
“일단 메시지가 거짓말을 하지는 않으니까 내려가도록 합시다.”
태현은 그들이 이해하는 걸 기다려줄 생각이 없다.
평소 같았으면 기다리겠지만, 지금은 1분 1초가 급한 상황이다.
“알겠습니다.”
다급하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 톤에 헌터들이 걸음을 옮겼다.
*지하 50계층으로 들어서는 계단.
36계층으로 내려가는 원래 계단 옆에 하얗게 빛나는 계단 하나가 새로 생성되어있었다.
그들은 계단을 타고 50계층으로 향했다.
계단을 제외한 나머지는 어둠에 쌓여있었는데, 아래에서 바람이 강하게 부는 것으로 보아 바닥이 꽤 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계단을 타고 내려가는데, 수 천 개의 하얀 빛줄기가 그들을 반겼다.
“신기하다.”
주위를 환하게 비추는 빛줄기에 매료된 팡 린이 손을 뻗어 빛줄기를 만지려고 했다.
“위험!”
태현은 급히 몸을 돌려 팡 린의 손목을 잡아 자신의 품에 안으면서 행동을 저지했다.
“왜··· 왜 그러세요?”
당황한 팡 린이 떨어지려고 했지만, 태현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한 헌터님!?”
진진이 눈에 쌍심지를 켰지만, 태현의 시선은 빛줄기에 머물고 있었다.
그리고는 팡 린을 놓아주고, 아공간 주머니에서 철검 하나를 꺼내 빛줄기가 있는 곳으로 던졌다.
변화는 빠르게 일어났다.
치지직-
검이 녹기 시작해서는 3초도 지나지 않아 완전히 녹아 없어진 것이다.
“왜 잡아끌었는지 아시겠죠?”
태현이 팡 린을 보며 말했다.
“아··· 죄송해요.”
“함부로 건들면 안 됩니다. 큰일 나는 수가 있어요.”
방금 빛줄기처럼 말이다.
팡 린이 고개를 주억였다.
태현은 계단의 주위를 둘러보았다.
수 천 개의 빛줄기들이 허공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계단으로 침범하는 빛줄기는 다행히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계단만 내려가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
‘이대로 내려가면 문제는 없겠고··· 문제는 50계층에 있는 에우렐인데.’
고민을 마친 태현이 말을 덧붙였다.
“계단만 내려갑시다. 다른 행동은 하지 말아주세요.”
“네···.”
헌터들이 고개를 주억였고, 태현은 계단을 마저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