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nly Hunter with no level limit RAW novel - Chapter 157
37화 게이트의 정체(6)
*어느덧 계단의 끝에 도달했다.
하얗게 빛나는 문이 그들을 반겼다.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태현이 헌터들을 보며 말했다.
“네.”
헌터들은 고개를 주억였다.
모두의 동의가 이루어지고, 태현은 문의 손잡이를 잡아 천천히 밀었다.
끼이익.
문이 열리며 꺼림칙한 소리와 함께 짙게 깔린 어둠이 그들을 반겼다.
벽에 걸린 횃불들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기저에 깔린 어둠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통로인가?’
태현은 통로 끝에 있는 문에 시선을 두었다.
그리고는 걸음을 옮겨 앞으로 나아갔다.
저벅. 저벅.
주위에는 발소리가 증폭되어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다들 조심하세요.”
태현의 말에 헌터들의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로 끝의 문에 도달하기까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들어오라는 건가?’
그의 시선이 횃불로 향했다.
활활 타오르고 있었지만, 어둠을 밝히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어둠 아래 숨어있는 것이 석상들이었기 때문.
대충 보아도 300이 넘는 숫자의 석상들이 어둠아래 숨죽여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공격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문 너머에 있는 에우렐이라는 자가 지시를 내린 것이 분명하다.
“그냥 들어오라는 것 같습니다.”
태현이 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네? 그게 무슨?”
헌터들은 이해가 잘 안 된다는 얼굴로 물었고, 그의 손가락이 이번에는 횃불로 향했다.
“저기 횃불이 이렇게 많은데, 어째서 어두운지 아십니까?”
“···설마?”
그의 말을 이해한 헌터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네. 저게 다 석상들입니다. 심지어 지금까지 만났던 수호자들보다 강합니다.”
“···숫자는?”
“어림잡아 300마리.”
“헉!”
놀라 까무러칠만한 숫자다.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를 공격하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안으로 들어오라는 뜻이겠죠. 애초에 35계층에서 우리를 부른 걸 보면 납득이 안 될 이유는 없다고 봐야겠죠?”
“그건 그렇네요···.”
태현의 말이 맞다.
그가 말한 대로 횃불은 어둠을 사라지게 만들지 못했다.
이질감이 강하게 느껴졌었는데, 이제야 답이 풀렸다.
“그럼 들어갑니다.”
태현은 문을 강하게 밀었다.
끼이익.
문이 열리자 환한 빛이 쏟아졌다.
통로의 어둠과는 상반되는 광경에 헌터들의 입이 벌어졌다.
반면, 태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정면을 응시할 뿐이었다.
‘저 녀석이 에우렐인가?’
가운데에는 큰 성좌 하나가 있었는데, 그 주위로 수호자로 보이는 석상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성좌에 앉아있는 이는 석상이 아닌, 가오스와 벨루아처럼 육체를 가진 이였다.
아마 저 자라 에우렐일 것이다.
“50계층에 온 걸 환영한다.”
에우렐은 그 말과 함께 성좌에서 일어났고, 꼿꼿이 서 있던 석상들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경외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에우렐인가?”
“그래. 내가 에우렐이다. 벨루아를 소멸시킨 녀석이 있다고 해서 와봤는데··· 네가 범인이로구나?”
에우렐은 표독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물씬 풍겼는데, 태현은 우습다는 듯이 히죽 웃으며 대응했다.
“범인? 정말 내가 범인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지금 그의 몸에는 벨루아의 힘이 그대로 흡수되어있다.
8,000레벨에 가까운 그의 힘은 에우렐에게도 느껴질 터.
그가 괜히 태현을 여기까지 부른 것이 아니다.
“···그럼 그 안에 흐르는 힘은 뭐지? 가오스와 벨루아의 힘이 서로 공존하고 있다니?”
역시 에우렐은 태현의 몸을 간파한 상태였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그게 궁금해서 나를 여기까지 불러낸 건가?”
“그렇다.”
에우렐은 부정하지 않았다.
“그럼 나도 하나만 묻지. 벨루아는 내게 이 힘을 전해줄 때 자신보다 상위존재가 있다고 했다. 그게 당신인가?”
“상위 존재? 아아 타나토스를 말하는 건가?”
“타나토스?”
“그래. 가오스와 벨루아를 파괴신으로 만들었던 녀석이 타나토스지.”
“······.”
“설마 그 타나토스를 나로 착각한 건가? 하긴··· 그럴 수도 있겠군.”
에우렐이 턱을 어루만지며 고개를 주억였다.
“그 타나토스는 어디에 있지?”
게이트에 만들어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타나토스.
반드시 없애야만 하는 존재다.
그렇지 않는다면, 애꿎은 차원들이 계속해서 박살날 것이 분명하다.
“글쎄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네가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뭐?”
“네 공간에 타나토스가 있는 공간으로 연결할 수 있는 포탈이 있는데, 왜 나한테 그걸 묻는 거지?”
에우렐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태현을 보았다.
태현은 머리에 둔기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뭐? 그 히든 포탈이 타나토스에게로 가는 길이었던 거라고?’
에우렐의 얼굴을 보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그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장소에 포탈이 있다는 것도 알아차리는 그 능력에 있었다.
“내 공간에 포탈이 있는 건 어떻게 알았지?”
“이제 내가 궁금한 걸 알려줘야겠는데?”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지.
태현은 피식 웃었다.
“그건 그렇군. 내 힘이 공존하는 이유는 간단해. 가오스와 벨루아가 내게 힘을 계승했기 때문이다.”
“힘을 계승해? 그렇군. 이유는 묻지 않아도 알겠어.”
에우렐이 고개를 주억였다.
그 반응에 태현의 눈이 살짝 빛났다.
“그럼 이번에는 내가 답을 들을 차례야.”
“···알겠다.”
“단, 질문을 바꾸겠어.”
“바꿔?”
“그래. 너는 적인가?”
움찔.
태현의 질문에 처음으로 에우렐의 표정이 변했다.
표독스러운 미소가 지워지고, 그 얼굴은 굳어졌다.
“왜? 말을 못하겠어?”
태현이 피식 웃으며 아공간 주머니에서 미리 꺼내놓은 신괴를 단단히 쥐었다.
그리고는 곧장 에우렐에게 달려들었다.
쿵! 쿵!
석상이 그 움직임을 급히 봉쇄해보려고 했지만 무용지물이다.
태현의 신괴가 석상의 머리와 몸통을 단 일 합에 박살냈고, 그의 몸은 어느새 에우렐의 앞에 당도했다.
“재밌군.”
에우렐은 당황하지 않고, 손을 뻗어 태현의 신괴를 막아내려고 했다.
그러나 태현은 신괴를 휘두르지 않고 오히려 에우렐이 뻗은 손을 맞잡았다.
“아직 공격 안 해.”
“···아무리 두 신의 힘을 흡수했다고는 하나, 나한테는 안 돼.”
“대답은?”
“···적은 아니다.”
“적이 아니다? 그런데 왜 뜸을 들였지?”
“애매하기 때문이지. 아군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지만 최종목표는 같다.”
“흠··· 그래?”
최종목표가 같다는 건, 에우렐 역시 타나토스를 소멸시키는 것을 우선시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을 믿어야할까?
“믿어라. 실제로 나는 이 게이트만 열었을 뿐, 괴수를 만들어서 지구로 보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태현의 표정을 읽었는지 에우렐이 타이르듯이 말했다.
그러나 그의 주먹은 어느새 에우렐의 턱으로 향하고 있었다.
퍼억!
패신권의 기운이 서린 주먹에 에우렐이 10m를 날아갔다가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그러나 석상이 분노해서는 일제히 태현에게 달려들었다.
“열 받게 하고 있어. 내가 네 놈보다 약하다고?”
그의 심기를 거스른 건 다른 것이 아니다.
18,000레벨을 무시하는 저 태도.
사실 칭호의 효과를 다 받으면 36,000을 넘어서는 능력치를 보유한다.
괜히 벨루아가 타나토스를 쓰러트릴 수 있다고 한 것이 아니다.
물론 그걸 모르는 에우렐이 얼굴을 부여잡으며 당황했지만.
“젠장! 아파! 어째서?”
“뭘 어째서야? 턱주가리를 제대로 맞았으니까 아프지? 그보다 너 단단하네? 세게 때렸는데 그걸 버텨?”
사실 세게 때리지는 않았다.
그저 당황하는 에우렐이 재밌어서 조금 더 놀아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뿐.
“이 놈이!”
에우렐이 몸을 일으켜서는 태현에게 달려들었다.
손을 뻗어 태현의 멱살을 쥐려는 순간, 다시금 그의 주먹이 에우렐의 턱을 가격했다.
퍽!
“끄악!”
다시금 10m가까이 붕 떠서 나가떨어지는 모습에 석상들이 일제히 분노했다.
하지만, 에우렐이 가만히 지켜보라는 명령을 내렸는지 더 이상 덤벼들지는 않았다.
“호오.”
태현은 흥미롭다는 미소를 지으며 에우렐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에우렐이 몸을 일으켰을 때, 그에게 다가가 복부를 발로 찼다.
퍽!
“쿨럭!”
“너한테 안 된다면서? 빨리 안 덤벼?”
“크윽, 적당히 봐주면서 하려고 했거늘!”
에우렐의 손에 일순간 빛이 일었다.
쿠구궁!
쩌적.
땅이 흔들리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게 네 권능인가?”
“후후. 이건 맛보기라는 것이다. 진짜는 이거지.”
에우렐의 말이 끝나자 태현은 몸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가 밟고 있는 바닥에 금이 가면서 발이 움푹 들어갔다.
“이건?”
바닥이 무너지는 게 아니었다.
정확히는 바닥이 그의 몸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다.
“그래. 내 권능 중 하나. 중력을 컨트롤하는 것이지.”
에우렐이 조소를 뱉으며 말하자 태현은 몸이 더욱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한 헌터님!”
등 뒤에서 헌터들의 부르짖는 소리가 들렸다.
중력은 자신에게만 허용되는지 그들의 목소리에는 고통이 아닌 걱정이 가득 담겨있었다.
‘생각보다 괜찮은 놈이군.’
오로지 자신만 노리는 에우렐의 모습에 그의 말에 신빙성을 더할 수 있었다.
태현은 정신을 집중했다.
‘레벨 차이가 극심해서 그런가? 몸은 멀쩡하다.’
에우렐이 사용하고 있는 중력 컨트롤.
왠지 자신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제 그만 포기··· 응?”
에우렐은 태현의 입에서 살려달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괴롭힐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 걸?
강한 중력에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해야할 태현이 여유롭게 걸음을 옮기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컨트롤하고 있던 권능이 끊어졌다.
“쉽네.”
씨익 웃으며 말하는 모습에 에우렐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어떻게!? 지금 네 놈의 힘으로는 불가능할 텐데?”
굳이 레벨로 따지자면 거의 7,000이 차이가 난다.
태현은 18,000.
에우렐은 25,000.
그걸 알고 있었기에 지금 상황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간단하다. 지금 내가 더 강하기 때문이지.”
칭호의 효과는 상대방이 알아차릴 수 없는 듯하다.
지금까지 상대해온 적들 모두 공통점이 바로 이것이다.
눈앞의 에우렐 역시 방심한 게 이 때문이고.
“이상해··· 가오스나 벨루아의 능력 중에서는 이런 게 없었는데?”
아무리 봐도 태현의 레벨은 잘 쳐줘야 18,000.
그렇다는 건, 힘이 순간적으로 증폭된다는 건데···.
갑작스레 힘이 증폭되는 능력이라고?
그런 게 있을 리 만무하다.
심지어 7,000계단을 훌쩍 뛰어넘는 증폭이라면, 더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만약 능력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자신이 눈치를 못 챘을 리가 없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이걸로 끝이다.”
“나··· 난 아직 질문하지 않았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혀를 씹었다.
어눌한 발음에 태현이 피식 웃었다.
“그럼 내 질문에 다시 답을 해줘야겠어.”
“뭐라!?”
에우렐이 발끈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태현은 어깨를 한 번 으쓱여보였다.
생각 외로 단순한 놈이다.
태현은 에우렐을 그렇게 판단을 내렸다.
사실 자신을 제압하려했다면, 뒤에 있는 갓 급 헌터들을 노렸어야 정상이다.
물론 그랬다간 지금처럼 목숨을 부지하지는 못했을 테지만.
“나는 타나토스를 없앨 거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지?”
“···동의한다. 나도 같은 목적이니까.”
“그러면 동맹을 제안할 생각인데 받아들이겠나?”
“···방금까지는 죽이려고 들었지 않나? 어째서 동맹을 제안하는 거지?”
“죽일 생각이었다면 진즉에 죽였어.”
태현의 입가가 슬며시 올라갔다.
꿀꺽-
에우렐은 무의식적으로 마른 침을 삼켰다.
웃으면서 말하는 태현의 얼굴에서 묘한 살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아··· 알겠다. 동맹이라면 나도 환영이지.”
태현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고는 펜을 들고 빠르게 휘갈겼다. 그리고 권속의 권능을 불어넣은 뒤에 에우렐에게 건넸다.
“그럼 여기에 싸인해.”
에우렐은 종이에 적혀있는 내용을 빠르게 훑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뭐지? 동맹이라면서 왜 너한테 유리한 내용이 있지?”
조항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1. 동맹으로써 지구의 게이트를 없애는 데 최선을 다해 돕는다.
2. 타나토스를 처리하는데 최선을 다해 돕는다.
3. 서로 숨기는 것 없이 전부 공유한다.
4. 이를 어길 시에는 죽음이다.
태현은 피식 웃었다.
“타나토스가 노리는 게 지구니까 당연한 거 아닌가? 싫으면 여기서 죽던가.”
“······.”
싸인할 수밖에 없는 선택지.
에우렐은 울며 겨자 먹기로 펜을 들어 싸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