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nly Hunter with no level limit RAW novel - Chapter 158
37화 게이트의 정체(7)
*“하- 게이트는 진짜 아닌데.”
싸인을 마친 에우렐이 궁시렁댔다.
“그럼 여기서 한 판 붙던가.”
태현은 씨익 웃으며 계약서를 찢으려고 했다.
어차피 그의 권능이 새겨져있었으니 회수하면 그만.
“끙- 제대로 말려들었어.”
에우렐의 앓는 소리를 뒤로 하고, 태현은 게이트에 초점을 맞췄다.
“나머지는 나가서 얘기하고, 먼저는 게이트부터야.”
“···알겠다. 약속을 지킨다.”
지금 여기는 지하 50계층.
나가기 위해서는 게이트를 열어서 지구와 연결을 해야한다.
태현의 권능으로도 가능한 부분이지만, 뒤에 갓 급 헌터들의 얼굴을 보니 그것까지는 무리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네.”
“음··· 보스 몬스터와 동맹을 맺었다고 봐야 되는 건가요?”
“도대체 한 헌터님은 정체가 뭐죠···?”
의심 가득한 눈초리에 태현이 머리를 긁적였다.
“보시다시피 여러분들과 같은 헌터입니다.”
“···전혀 아닌 거 같은데.”
“프레드, 너까지 이러기야? 누가 뭐라 해도 나는 헌터다. 다를 게 없어.”
이건 사실이다.
비록 힘은 모든 헌터들을 초월했다고는 하지만, 그는 인간이다.
“···일단은 넘어갈게. 그보다 게이트라니?”
헌터들의 초점이 게이트로 향했다.
뒤에서 대충 이야기를 맞춰 보니 지금 계층 밖에는 수많은 게이트들이 열린 모양이다.
그렇기 때문에 걱정이 앞섰다.
“그래. 내가 녀석들을 남겨두고 들어왔어. 그러니 밖의 상황까지 알 수 있었던 거지.”
“아··· 그래서 소환수를 소환하지 않았던 거구나.”
태현은 1계층부터 지금까지 단신으로 싸웠다.
소환수를 이용하지 않는 싸움에 적들이 만만하게 보여서 그런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아니었다.
“그래. 그보다 빨리 나가서 게이트를 클리어 해야 돼.”
그의 말에 에우렐의 움직임이 분주해졌고, 지구로 통하는 게이트가 그들의 눈앞에 열렸다.
“여기를 나가면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내가 열었던 곳과 동일한 곳으로 열었어.”
에우렐의 말은 사실이다.
태현이 눈으로 좌표를 확인한 결과, 확실히 자신들이 입장했던 게이트의 위치와 동일했다.
“확실하네. 그럼 바로 가죠.”
“자··· 잠깐!”
게이트로 입장하려던 태현의 움직임이 알리나의 목소리에 멈칫했다.
고개를 돌려 알리나를 보자, 그녀는 지금 상황이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입술을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왜 그러세요?”
“도대체 당신의 정체가 뭐죠? 어떻게 보스 몬스터를 쓰러트리지 않고 동맹을 맺을 수가 있죠? 타나토스는 도 뭔데요? 이 게이트는 어떻게 이리 쉽게 열릴 수가 있죠?”
알리나가 궁금증을 속사포처럼 쏟아낸다.
나머지 갓 급 헌터들도 그녀의 말에 동의하는지 침묵을 유지했다.
반면, 태현은 곤란한 미소를 지으며 알리나에게 다가갔다.
“그냥 믿고 따라오시면 안 됩니까?”
“네?”
“제 목적은 몬스터들을 박멸하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움직이는 거고요. 저는 여러분들을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약 적이었다면, 진즉에 살기를 드러냈을 겁니다.”
살기라는 단어에 헌터들의 몸이 움찔 떨렸다.
만약 태현의 힘이 자신들에게로 향한다면?
그들은 물론이고, 지구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지도 모른다.
아니.
거의 백 퍼센트의 확률로 잃을 것이다.
그들의 표정으로 생각을 읽은 태현은 어깨를 한 번 으쓱인 뒤에 말을 덧붙였다.
“물론 그럴 일은 제로니까 안심해요. 제가 이런 힘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겠죠?”
끄덕.
헌터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힘을 원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힘을요. 그리고 이제야 대단원에 거의 도달했습니다.”
가오스와 벨루아에게 명령을 내려 수많은 차원을 부순 장본인.
타나토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네.”
“이상한 소리를 해서 미안하다.”
“한 헌터님께서 저희들을 위해 싸워주시고 계신데··· 죄송합니다.”
헌터들이 허리를 굽히며 사과했다.
“이제 돌아가죠. 아직 큰 싸움이 남았으니까요.”
태현은 등을 돌려 게이트로 향했다.
“먼저 나가.”
에우렐은 그에게 먼저 나갈 것을 권유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만들어두었던 지하계층을 손보고 나갈게.”
“헛소리하지 말고.”
“···진짜라니까?”
“시간 없다. 일단 가자.”
“어··· 어? 이 자식아!”
태현의 손에 붙들린 에우렐은 그와 함께 게이트로 빠져나가고 말았다.
힘의 주체가 사라지면서 석상들은 그대로 빛을 잃었고,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아오··· 모르겠다. 빨리 갑시다!”
프레드는 그들이 사라진 게이트에 몸을 날렸고, 뒤이어 헌터들도 몸을 날렸다.
태현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바깥의 상황은 매우 좋지 못하다.
S급 게이트라면, 자신들의 힘이 크게 작용할테니 분명 해야 할 일이 생길 것이리라.
*지하 깊숙한 곳에 있는 수많은 대피소.
그 사람들의 시선은 전부 커다란 TV에 향했다.
TV에는 게이트의 실시간 상황을 중계하고 있었는데, 태현의 수하들이 들어갔다가 10분도 채 되지 않아서 게이트를 닫는 모습에 열광했다.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긴박한 상황임에도 희망이 생겼기에 그들의 얼굴에는 미약하지만 미소가 서려 있었다.
“분명 막을 수 있을 겁니다!”
헌터들은 수하들의 능력에 힘입어 시민들을 격려했다.
“부다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전과는 다르게 긍정적인 반응으로 헌터들에게 답을 준 시민들은 다시금 TV에 시선을 두었다.
“한 헌터님은 아직이신가?”
“이번 G급 게이트가 엄청 거대했잖아? 분명 클리어하고 오는데 시간이 걸리시는 거겠지.”
하늘을 가득히 메웠던 거대한 게이트.
그리고 그 게이트에는 태현과 갓 급 헌터들이 들어갔고, 게이트는 사라졌다.
“설마 큰일나는 건 아니겠지?”
헌터 하나가 불안한 듯,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것을 들은 옆에 헌터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때렸다.
“인마! 한 헌터님 소환수가 저렇게 활발히 움직이는데, 무슨 큰일이야? 보나마나 무사히 마무리하고 돌아오실 거다.”
“그렇겠지?”
“그렇다니까!”
헌터의 호언장담에 시민들 역시 안심했다.
그런데 TV에서 중계되는 상황이 조금 이상하다!?
“어···? 저기 하늘에?”
시민 하나가 멍하니 중얼거렸고, 나머지 시민들 역시 입을 벌린 채로 TV를 응시했다.
헌터들 역시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뭐야···? 왜 게이트가 다시 열려?”
하늘을 가득히 메웠던 게이트가 사라진지 벌써 10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갑자기 사라졌던 게이트가 등장해서는 하늘을 가득히 메우는 것이 아닌가!
그것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마음에 불안감이 싹트기 시작했다.
“지··· 진정하십시오!”
이곳 대피소의 대장급의 헌터가 시민들을 향해 크게 외쳤다.
시민들의 시선이 그 헌터에게로 향했다.
“예전에 이런 비슷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의문의 사나이라고 들어보신 적 있으시죠?”
끄덕.
시민들의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때도 이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의문의 사나이가 게이트에 들어갔더니 게이트가 사라졌죠.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게이트가 다시 재생성 되었고, 의문의 사나이가 빠져나왔습니다. 그 게이트가 클리어 된 상태로요.”
확실히 그런 전례가 있다.
그렇다면 게이트에 들어갔던 태현이 게이트를 클리어했다는 소리가 되는데?
“그래요. 기다려보죠!”
아직 태현의 소환수는 활발히 활동중이다.
아마 최악의 경우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의 시선은 계속해서 하늘을 중계하고 있는 TV로 향했다.
그리고 10분이라는 시간이 흐르자
“우··· 우와아아!”
시민들이 참지 못하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중계되고 있는 화면에는 게이트를 빠져나오는 태현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찍히고 있었으니까.
“한 헌터님이다!”
“됐어! 게이트를 클리어 하신 거야!”
태현이 빠져나왔고, 뒤이어 갓 급 헌터들까지 빠져나오자 게이트가 서서히 닫히기 시작한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태현은 G급 게이트를 확실하게 클리어 했다.
“흐윽···.”
시민들은 결국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태현이라는 존재가 남아있었고, 그의 힘은 세상을 구원하는 중이었으니까.
“크흠··· 헌터가 되고 눈물이 마른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네.”
헌터들 역시 참았던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좀 보기 흉하십니다.”
부하로 보이는 헌터가 대장급 헌터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러자 대장급 헌터는 주먹을 쥐고, 그의 머리를 가볍게 쥐어박았다.
“에라이. 그런 말 할 거면, 부은 눈이나 어떻게 하고 와라.”
“끄응··· 너무하십니다. 때리기나 하시고.”
“넌 맞아도 싸. 인마!”
*게이트에서 빠져나온 태현은 곧장 주변부터 살폈다.
서울 도심 한복판부터 시작해서 저 멀리 보이는 풍경 너머까지 게이트로 쫘악 도배되어있는 상황.
태현은 메시지를 살폈다.
포탈이 열리기까지 앞으로 3시간.
“에우렐.”
“왜.”
옆에 서 있는 에우렐은 감정없는 눈으로 게이트를 지켜보는 중이다.
“네가 부리던 수호자들 있지? 그 녀석들을 이용해서 게이트에 보내면 어때?”
“···약속이니까 어쩔 수 없지.”
계약대로 이행하겠다는 말이다.
“그보다 궁금한 게 있는데.”
갑작스런 물음에 에우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데?”
“너는 왜 타나토스를 소멸시키고 싶은 거지?”
목적이 같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그 역시 타나토스와 같은 신일 텐데 어째서 놈을 없애려고 하는지는 아직 듣지 못했다.
“···타나토스를 처리하면 알려주지.”
“서로 숨기는 거 없이 가르쳐주기로 한 거 잊었나?”
“좀 봐주라. 아직은 입 밖으로 꺼내기가 좀 부끄럽군. 대신 나도 궁금한 걸 물어보지 않잖아.”
“오케이. 그럼 끝난 뒤에 듣겠어.”
“그럼 나는 수호자를 보내도록 하지.”
에우렐은 오른 손을 뻗어 게이트 하나를 열었다.
그러자 그 안에서 석상들이 줄줄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1분도 되지 않아 총 500에 가까운 숫자의 석상이 튀어나오자 멀찍이서 카메라로 찍고 있는 헌터들의 몸이 움찔 떨렸다.
아무래도 몬스터로 착각한 모양.
석상은 수하들이 들어가지 않은 게이트에 줄줄이 짝지어 들어갔다.
그제야 석상이 몬스터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는지 헌터들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뒤를 부탁드립니다.”
태현은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갓 급 헌터들을 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갓 급 헌터들은 반문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럼 에우렐, 바로 안식처로 가겠다.”
“그래.”
에우렐이 대답하자 태현은 그와 함께 안식처로 돌아갔다.
“···또 어디를 간 거야.”
“일단 우리는 우리 할 일을 하자고.”
“끙··· 한 헌터님이 계셔야 쉽게 풀릴 텐데.”
“뭔가 이유가 있을 겁니다.”
갓 급 헌터들은 각자 의견을 내놓았고, 이내 석상들이 들어갔던 게이트에 들어갔다.
게이트 클리어를 하는 데 있어 돕기 위해서다.
그리고 안식처에 도착한 태현은 에우렐과 함께 포탈 앞에 섰다.
“정말 벨루아에게 들은 그대로구나.”
에우렐은 과거 회상에 잠겼는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런 거였군.’
그 중얼거림에 알 수 있었다.
어째서 에우렐이 자신의 안식처에 타나토스에게로 향하는 포탈이 열린 걸 알고 있었는지 말이다.
벨루아가 죽고난 뒤에 열린 포탈.
아마도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힘이 이 포탈이리라.
“앞으로 3시간 남았어. 대기했다가 열리는 즉시 바로 들어갈 생각이다.”
“음? 게이트를 닫을 생각이 아닌 건가?”
게이트를 빠져나갈 때만 하더라도 당장 게이트에 진입할 줄 알았다.
그렇지만 태현의 행동은 달랐다.
태현은 잠시 고민하고는 입을 열었다.
“처음에는 그럴 생각이었지.”
“그러면 왜?”
“힘 빼기 싫어서.”
“······?”
에우렐은 할 말을 잃었는지 입을 다물었다.
“최종 목적은 타나토스를 없애는 거야. 게이트를 아무리 닫아도 계속해서 늘어나겠지.”
지금 게이트는 수하들과 수호자들로 충분하다.
어쨌든 계속해서 늘어나는 게이트는 그 원인을 풀지 않는 이상 계속 나타날 것이다.
그 원인은 바로 타나토스.
태현은 그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게이트를 닫는데 협조하지 않았다.
그저 여기서 시간을 기다렸다가 포탈을 이용해서 곧장 타나토스에게로 향한다.
“알았다.”
에우렐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덕분에 태현도 생각을 정리하면서 3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3시간이 지나면서 포탈이 열렸다.
[조건이 충족되어 포탈의 봉인이 풀렸습니다. 바로 입장하시겠습니까?]태현은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에우렐을 한 번 보았다.
“들어갈 거야. 준비됐겠지?”
“진즉에 끝났어. 바로 입장해.”
에우렐은 귀찮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티가 날 정도로 흥분해있었다.
태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포탈에 입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