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nly Hunter with no level limit RAW novel - Chapter 159
38화 타나토스(1)
*포탈을 통해 들어온 곳은 우주와 흡사한 공간이었다.
태현은 주위를 살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거 같은데.”
딱히 생명체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는다.
우주 한복판에 서 있으면 이런 기분일까?
물론 눈에 보이는 걸 기준으로 잡았다.
중력은 지구와 별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신기했다.
어떻게 이런 공간이 있는 것인지를.
“그 녀석 취미야.”
에우렐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취미?”
“그래. 네가 올 걸 알고 있었다는 거지.”
“그런 취미는 나쁘지 않네. 덕분에 이런 구경까지 해보고 말이야.”
타나토스가 만들어놓은 환경이었지만, 어색한 느낌은 없었다.
마치 태초부터 존재했던 것 마냥 그 위용을 자랑했다.
“조심해. 타나토스는 쉽게 볼 상대가 아니다.”
태현의 힘을 두 눈으로 겪었음에도 저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타나토스가 강적이라는 의미였다.
애초에 가오스와 벨루아를 휘하에 두고 명령을 내릴 정도라면, 부가적인 설명은 달 필요가 없다.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다. 소멸.”
“······.”
“이왕 이렇게 된 거 마음이라도 조금 편하게 먹어야지?”
태현은 피식 웃으며 걸음을 앞으로 옮겼다.
저 앞에 기운이 조금 어그러진 공간이 있다.
“어디 가?”
“여기를 나가야지? 보아하니 타나토스는 여기 없는 것 같은데.”
“그건 그런데··· 여기를 어떻게 빠져나가려고?”
에우렐에게는 보이지 않는 듯하다.
“잠자코 따라와.”
태현은 귀찮게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보여주는 것으로 대신할 뿐.
“응···?”
반응은 빠르게 나타났다.
어그러진 공간에 다가가니 어두컴컴하던 공간이 일그러지는 것이 아닌가?
동시에 새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내 말이 맞지?”
태현이 웃으며 말을 건넸다.
그러나 에우렐은 웃을 수 없었다.
새로운 광경은 거대한 성좌가 있었고, 그가 자리했던 지하 50계층의 공간과 매우 흡사했으니까.
특히 성좌에 앉아있는 이를 보고 웃을 수 있는 자는 아마 태현밖에 없으리라.
“······.”
“뭘 그렇게 굳어있어. 아, 저 놈때문에?”
태현의 시선이 성좌에 앉아있는 이에게로 향한다.
“재밌는 일을 벌였군.”
흥미롭다는 눈동자와 함께 턱을 괸 채로 태현을 주시하고 있는 이는 다름아닌 타나토스였다.
그의 눈동자는 에우렐을 담고 있지 않았다.
오로지 태현에게로 향했다.
“재밌는 일? 그건 네 놈이 벌이지 않았나?”
“음?”
태현이 반문하자, 타나토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게이트를 열어 차원을 부수도록 만들어? 지금 지구에 게이트도 네 놈 짓인 걸로 아는데?”
“맞아. 내가 했지.”
타나토스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태도가 영 아니꼽게 느껴졌다.
마치 당연한 일을 한 것 마냥 반응했다.
“그래. 그래서 내가 널 죽이려고 온 거야.”“나를? 큭큭.”
타나토스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다.
“왜? 하등한 존재로 보이는 내가 이런 말을 하니까 자존심이 상하나?”
태현 역시 비릿한미소를 머금은 채로 말했다.
신경전부터 날카롭다.
“재밌는 놈이로군.”
“묻고 싶은 게 있다. 도대체 차원을 부순 이유가 뭐지?”
궁금했다.
이렇게까지 차원을 부수려는 이유가.
태현은 잠시나마 스멀스멀 피어오르던 살기를 지웠다.
“정화다.”
“정화?”
간단명료한 대답에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다.
태현이 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래. 내가 부순 차원의 공통점이 뭔 줄 아나?”
“공통점?”
“그래. 인간은 이기적이고, 또한 강한 자 앞에서는 나약하지.”
“그게 세상을 멸망시킬 이유라고 볼 수는 없다고 보는데?”
겨우 그런 이유로 부모님을 죽이고, 사람들을 죽였다는 건가?
태현은 당장이라도 타나토스에게 달려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왜지? 나는 그걸로도 충분하다고 보는데.”
“충분? 웃기는 소리!”
“인간은 잔혹하고, 이익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지 하지. 서로를 죽이고, 생태계를 파괴한다. 또 어떤 인간은 자신을 신이라고 지칭하지.”
“모든 인간이 그런 건 아니라고! 이 자식아!”
“글쎄? 과연 그럴까?”
“뭐?”
“일부만 말했는데도 대부분의 인간들이 포함되었다고 보는데?”
태현은 처음으로 말문이 막혔다.
타나토스의 말대로 그런 인간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정도 이유로 모든 인간들을 죽이고 차원에서 지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건 네 생각이고.”
태현의 손에는 어느덧 신괴가 들려있었다.
“재밌군. 겨우 가오스와 벨루아의 힘을 가지고 설치는 건가?”
타나토스는 성좌에 앉아 일어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눈동자가 드디어 에우렐에게로 향했다.
“오랜만이구나. 타나토스.”
자신의 차례가 왔음을 눈치챈 에우렐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너한테 인사까지 받을 줄은 몰랐군. 그래. 여기는 어쩐 일로 왔지?”
타나토스의 눈동자에는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걸로 알 수 있었다.
그는 태현과 에우렐을 동일선상에 두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후후, 재밌네.”
처음으로 태현이 호탕하게 웃었다.
타나토스가 즉각 반응했다.
“뭐가 그리 웃기지?”
“네 말에 어폐가 그득해서 말이야. 그냥 심심해서 차원을 부쉈다고 하는 게 훨씬 신빙성 있어 보이는 데··· 어때?”
“······.”
“아까 전에는 얼추 동의했던 게 사실이야. 그런데 그러지 않는 사람들도 아주 많아. 결국 네 말은 단순히 차원을 부수는데 필요한 변명을 가져다 붙인 것뿐이지.”
“웃기는 군.”
“나는 네가 더 웃겨. 방금 내 웃음소리 못 들었어? 타나토스라는 놈이 너무 골 때려서 웃는 거잖냐?”
“······.”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던 타나토스의 입가가 처음으로 굳어졌다.
심기가 단단히 뒤틀렸다는 것을 안 에우렐이 급히 태현에게 시선을 두었다.
그 때였다.
콰앙!
태현의 앞에 상상을 초월하는 폭음이 울려 퍼졌다.
그로 인해 안개가 그의 주위를 덮었다.
“이런! 괜찮나!?”
“괜찮으니까 조용.”
에우렐이 급히 몸을 움직이려했으나 태현의 목소리에 다시금 평정심을 유지했다.
폭음과 함께 안개가 걷히면서 다시금 태현의 모습이 드러났다.
역시 평소의 목소리처럼 그의 몸은 너무도 멀쩡했다.
“···넌 뭐지?”
그제야 타나토스의 목소리 톤이 변했다.
쉽지 않은 상대라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나? 나는 네가 없애려고 하는 인간 중 하나야.”
“···아직도 장난칠 여유가 있는 건가?”
“장난이라니? 그럴 생각도 없어.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너를 찢어버리고 싶거든.”
무표정한 얼굴로 말하는 태현의 목소리에는 살기가 진하게 풍겼다.
에우렐 조차 어깨를 흠칫 떨 정도로 차갑고 잔혹한 살기.
타나토스도 이번만큼은 놀랐는지 성좌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래? 그럼 나를 없애겠다 이 소리로군?”
“빙고.”
이제야 말이 통하는 느낌이다.
태현은 유령검을 전부 소환하고, 포스까지 활성화시켰다.
“좋다. 오랜만에 재밌는 놈을 만났군.”
타나토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러나 속은 달랐다.
‘가오스와 벨루아의 힘을 제대로 흡수했다. 그런데 어째서 내 권속에 저항할 수 있는 거지?’
사실 태현이 여기로 들어온 이후부터 끊임없이 권속을 이용해 태현을 속박하려고 했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허세 좋은데?”
“······.”
태현은 타나토스의 생각을 진즉에 꿰뚫고 있었다.
“나를 권속으로 어떻게 해 볼 생각이었나본데··· 잘 안 되지?”
“···모든 걸 들었나보구나.”
“들었지. 그래서 널 이렇게 없애려고 온 거 아니겠니?”
그 말과 함께 태현의 몸이 사라졌다.
그리고 1초도 지나지 않아 타나토스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
“훗, 허세라··· 난생 처음 들어보는 말이야.”
태현에게 등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타나토스는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당황하긴 했지만, 상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등 뒤에 있는 태현을 마킹해서는 그의 몸을 공중으로 띄웠다.
“오··· 이게 네 권능인가?”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성좌 주위에 있는 거대한 암석들이 태현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쾅! 쾅!
암석들은 태현을 중심으로 접착제마냥 붙어서는 하나의 구형을 만들어냈다.
그리고는 그대로 폭발했다.
콰아아앙!
아까보다 훨씬 심한 폭음이 에우렐의 귀를 때렸다.
“······.”
그렇지만 에우렐은 평정심을 유지했다.
아까 본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태현은 이 정도로 쓰러질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태현을 돕기 위해 타나토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타나토스의 몸이 경직된 것 마냥 뻣뻣하게 굳었다.
“에우렐···!”
타나토스가 분노했는지 크게 소리쳤다.
“조용히 좀 해라. 귀 아프니까.”
에우렐은 자유로운 손으로 귀를 가리켰다.
“네가 왜 인간 편을 드는 것이냐!”
타나토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으로 에우렐을 응시했다.
“인간 편? 착각하지마. 나는 너를 죽이려고 같이 온 거니까.”
“나를? 어째서?”
“그건 이리스에게 물어봐.”
에우렐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그렇군. 겨우 그것 때문에 나를 적대한다는 건가?”
타나토스가 이해했다는 얼굴로 고개를 까딱였다.
“역시··· 넌 여기서 죽어야겠어.”
에우렐의 목소리가 한층 다운되었다.
“어처구니없네.”
타나토스는 에우렐의 속박을 간단하게 끊어냈다.
그러자 에우렐이 다시금 속박을 건다.
“쉽게는 못 빠져나갈 걸.”
아무리 자신을 얕본다고는 하지만, 그 역시 타나토스와 동급의 신이다.
쉽사리 당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건 대봐야 아는 거 아닌가?”
타나토스가 씨익 웃었다.
그리고는 다시금 속박을 끊어냈다.
“······.”
속박을 계속해서 거는데도 불구하고, 타나토스는 이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끊어냈다.
에우렐은 당황할 틈조차 느끼지 못하고, 몸을 뒤로 뺐다.
쾅!
그러자 그가 서 있던 공간에 강렬한 폭음과 함께 공간이 어그러졌다.
“생각을 바꾸는 건 어떤가?”
“생각?”
타나토스는 공격을 잠시 멈추고, 그에게 말을 건넸다.
“그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나한테 붙는다면 잘못을 물지 않겠다. 인간만 죽이는 걸로 끝내지.”
여기서 서로 싸울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역시 너는 죽어야겠다.”
그 목소리는 에우렐이 아닌, 타나토스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타나토스가 등을 돌렸다.
어느새 태현은 신괴를 손으로 말아 쥔 채로 타나토스를 겨누고 있었다.
“호오? 어떻게 멀쩡할 수 있지?”
목소리에는 여유로움이 묻어나왔지만, 태현은 알 수 있었다.
그의 속은 놀람과 당혹이 한 것 뒤섞여있었다는 걸.
“네가 너무 약해서.”
태현은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타나토스를 향해 고스트 스톰을 시전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에우렐의 권능이던 중력 컨트롤을 이용해서 타나토스의 움직임을 봉쇄했다.
“겨우 이 정도로!”
타나토스 역시 당황했는지 태현의 권능을 끊어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몸이 속박되었는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
“거절한다.”
어느새 에우렐이 타나토스를 속박하고 있었다.
“이 놈이!”
타나토스가 절규하듯 소리쳤지만, 어느새 태현의 신괴가 그의 몸을 난도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