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nly Hunter with no level limit RAW novel - Chapter 25
7화 에일린 성벽 외부의 숲(4)
*
강에서 거품이 계속 들끓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하나의 괴수가 머리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보스 블러드니카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다.
‘거대하군’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마치 거대한 뱀을 형상화한 모습.
태현은 잔뜩 긴장한 채로 곡괭이를 움켜쥐었다.
[블러드니카 Lv.80]자신보다 레벨이 7이 높았다.
쉽지 않은 상대라는 소리다.
블러드니카는 아가리를 벌려 태현을 덮쳤다.
‘이크.’
100이 넘어가는 민첩으로 그 공격은 피했다지만, 눈앞에 보이는 번들거리는 놈의 이빨이 공포를 자아냈다.
이빨에서 흘러나오는 투명한 액체.
저게 블러드니카가 가지고 있는 독샘에서 흐르는 맹독이리라.
태현은 아모스의 곡괭이를 순간적으로 놈의 머리가 땅에 닿았을 때, 그대로 내려찍었다.
그러나 그의 공격에도 블러드니카는 생채기 하나 없었다.
80레벨의 고 레벨 보스 몬스터답게 쉽게는 당하지 않았다.
아무쪼록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가 독극물 제조 스킬을 사용했다.
놈이 머리를 치켜들고, 그와 거리를 벌렸기 때문이다.
‘네 새끼만 독 있냐? 나도 있다.’
Lv.1이지만, 그래도 조금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가 독을 생성하고, 주머니에서 물병을 꺼내 담았다.
독극물을 사용할 때를 대비해서 물병을 100개를 준비해두었다.
쉬이익.
마침 블러드니카가 혀를 낼름거리며 다시금 아가리를 벌렸다.
그리고 태현을 덮치는 순간, 그가 손에 들려있던 뚜껑이 없는 물병을 그대로 집어넣었다.
지금 곡괭이를 사용해서 중간의 몸통부터 찍어버리고 싶었지만, 폐수의 강에 뛰어드는 짓은 미친 짓이었다.
태현은 어쩔 수 없이 독극물 제조 스킬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아직은 효과가 미미하네.’
그가 물병을 4개를 던졌을 때에도 블러드니카는 아직까지 멀쩡했다.
아무래도 Lv.1로는 내상을 입히기가 불가능한 것 같다.
그 때였다.
[독극물 제조 Lv.1 -> Lv.2로 상승합니다.]독극물 제조를 했다고, 스킬 레벨이 상승했다.
‘오, 독극물 제조 스킬은 많이 사용할수록 레벨이 상승하는구나?’
극기는 그가 레벨을 올릴 때마다 강화가 되면서 레벨 업이 되었는데, 독극물 제조는 아니었다.
각성하면서 얻게 된 스킬이 아니었기 때문에 강화시키는 방법이 다른 곳에 있었다.
태현은 독극물 제조 스킬의 상승 비결을 알게 됨에 기분이 좋았다.
그가 다시 독극물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뚜껑이 없는 물병에 독극물을 가득 담아 블러드니카에 아가리에 처넣는 모습.
쉬이익!
블러드니카는 반복된 패턴에 짜증이 올라왔는지 몸을 앞으로 더 뺐다.
놈의 몸통이 바깥으로 더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태현은 블러드니카의 패턴이 비교적 단조로웠기 때문에 동선이 어느 정도 예측이 되었다.
이제는 독극물을 놈의 아가리에 뿌리는 경지까지 이르렀다.
그럼에도 블러드니카는 고통스러워하기는커녕, 오히려 혀를 낼름거리며 독을 쏘았다.
이빨 사이에서 독이 쏘아지자 태현이 급히 몸을 웅크리며 바닥을 굴렀다.
“후우··· 뒤를 칠 수만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하필이면 강물일게 뭐람.
물에 들어갔다가는 그대로 블러드니카에게 당할 것이 분명하다.
태현은 지금 이 방법이 최선이라는 판단 하에 계속해서 독극물을 뿌렸다.
간간히 블러드니카가 그를 덮칠 때, 머리가 땅에 닿을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곡괭이를 급히 소환해서 내려찍는 행동을 반복했다.
하지만, 놈이 일순간 패턴을 바꿔버렸다.
그를 덮치는 척 하면서 피하기를 기다리고는 그 자리로 독을 쏘았다.
쉬이익! 촤륵!
“흡···.”
태현은 몸을 구르다가 갑자기 바뀌어버린 패턴에 당황했다.
덕분에 그대로 독이 얼굴에 쏟아졌다.
제대로 삼켰다.
[극기가 발동되었습니다.]90%의 피해 절감.
그러나 블러드니카의 독은 강했다.
태현은 온 몸이 뒤틀리는 고통과 함께 핏물을 토해냈고, 블러드니카는 승기를 잡았는지 여유로운 움직임으로 혀를 낼름거렸다.
다 잡은 먹잇감이라는 듯이.
‘시x. 극기 안 들어가면, 그대로 끝이었어.’
10%의 피해만 해도 이런데, 극기가 없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태현은 다시금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독이 서서히 퍼지기 시작했다.
다리가 마비가 되었는지 제대로 움직이질 않았다.
‘여기서 끝날 순 없다!’
그가 이를 악물고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던 그 때, 메시지가 떴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상태이상효과가 전부 회복되었습니다.]‘응?’
그리고 온 몸에서 느껴졌던 고통 또한 말끔히 사라졌다.
레벨 업에 이런 효과가 있을 줄은 몰랐다.
‘게임에서도 레벨이 오르면, 전부 회복되는 경우가 있었지.’
아무래도 수하들이 몬스터들을 때려잡으면서 막혀 있던 74단계의 계단을 뚫어준 듯 했다.
태현은 다시금 독극물을 제조하기 시작했고, 블러드니카는 갑자기 쌩쌩해진 태현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독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최대한 조심해야 돼.’
[독극물 제조 Lv.2 -> Lv.3로 상승합니다.]‘좋아.’
스킬도 레벨이 3이 되었다.
태현의 손에 들린 독극물은 위력이 더욱 강화되었다는 것을 알리 듯, 이전보다 탁한 빛을 띠었다.
쉬이익!
블러드니카가 아가리를 벌렸다.
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독극물이 든 병을 아가리에 꽂아 넣었다.
계속 되는 행동.
태현은 방심하지 않고, 놈의 아가리에 계속해서 독극물을 집어넣었다.
쉬이익! 쒸에엑!
‘드디어 왔나!’
블러드니카의 움직임이 순간 정지했다.
괴로운지 갑자기 몸을 배배 꼬기 시작하는 녀석.
태현은 독극물의 효과가 드디어 나옴에 안도했다.
Lv.3까지 오른 독극물마저 효과가 없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이 효과는 탁월했다.
쒸에에엑!
블러드니카의 아가리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신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위험했어.’
태현은 안도했지만, 독극물이 담긴 물병을 던지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반복한 끝에 블러드니카의 머리가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그는 곡괭이를 들고, 그대로 내려찍었다.
쾅! 쾅!
피부는 역시 단단했다.
‘독극물 제조 스킬이 없었다면··· 끔찍하군.’
스킬이 없었더라면, 상대는커녕 목숨을 잃었을 것이 자명하다.
태현이 계속해서 곡괭이를 내려찍었다.
그리고 드디어 피부에 생채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의 행동을 계속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보스 : 블러드니카가 처치되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에일린의 성문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충족하셨습니다.] [성문 열쇠를 통해 성문 진입이 가능합니다.] [‘왕의 중급 무구 소환권’이 지급되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블러드니카의 핵’을 획득하셨습니다.] [‘맹독의 송곳니’를 획득하셨습니다.]‘아이템!’
아이템이 1개도 아니고, 2개나 주다니?
아무래도 진짜 강한 놈을 잡긴 잡았나보다.
주머니에서 번들거리는 아이템을 바라보니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아이템은 집 가서 확인해야겠다··· 악취가 너무 심해서 못 있겠어.”
블러드니카를 마주했을 때만 해도, 긴장감으로 똘똘 뭉쳐서 악취를 느낄 겨를이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태현은 코를 막은 채로 그대로 등을 돌렸다.
“음··· 성문은 어쩔까?”
처음에는 자신감이 넘쳤지만, 지금 블러드니카를 상대한 이후로는 아주 조심스러웠다.
성문에 들어갈 자격을 획득하는 것만 하더라도, 이렇게나 빡세다.
그런데 그 안에 들어가면, 얼마나 강한 놈들이 도사리고 있을까?
“···조금만 뒤로 미루자.”
이게 현명한 선택이리라.
성장을 거듭한 뒤에 들어가는 것이 옳다고 봤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수구를 빠져나갔다.
*
연화 길드 부마스터실.
부마스터실에 앉아있는 채민희가 턱을 괸 채 생각에 빠져있었다.
‘도대체 누굴까?’
의문의 사나이.
그녀의 앞에서 홀연히 사라져버린 남자.
그가 기운에 눌리는 것도 확실히 느꼈다.
‘그 사람은 A급 이상은 아니야. 아무리 잘 쳐줘도 B급···.’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두 눈앞에서 사라질 수 있었을까?
심지어 A급 앞에서?
그가 B급이라면, 가지고 있는 스킬도 B급이어야 정상이다.
B급의 한계 레벨은 100.
그리고 그녀의 레벨은 116이다.
그런 스킬정도야 무력화 시키는 건, 식은 죽 먹기라는 소리다.
하지만, 식은 죽을 먹기는커녕 오히려 농락당했다.
‘살인귀가 아니라면, E급 던전을 골라서 깨고 사라졌던 의문의 사나이라는 건데.’
정말 껍질을 벗기면 벗길수록 흥미를 유발하는 인물이다.
그가 게이트에 들어가니 커다랬던 게이트가 사라지질 않나, 갑자기 원래의 자리에서 재생성 되지를 않나.
영상에서도 그가 사라지는 것을 제대로 캐치하지 못했긴 했지만, 설마 그 정도 거리에서도
감쪽같이 사라질 줄은 몰랐다.
“하··· 진짜 답답하네.”
풀리지 않는 비밀.
채민희가 짜증이 가득 섞인 말투로 중얼거렸다.
안 그래도 연화가 욕을 먹고 있는 와중에 의문의 사나이까지 겹치니 속에서 화가 끓었다.
이번 살인귀를 잡는데 협조한답시고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뭐 하나 제대로 된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온갖 커뮤니티에는 연화를 비방하는 글들이 난무할 정도.
그녀는 차마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을 확인할 자신이 없었다.
이번 관리국에 협조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은 그녀였으니까.
길드원들에게 미안해서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스르륵.
그녀가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는 사이, 한 명의 여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뭐해?”
“아, 언니.”
연화 길드의 마스터.
채연화.
연화 길드의 A급 헌터로 길드 내에서도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A급에서도 그 안에서 서열이 갈린다면, 채연화는 단연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
확실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이미 그녀의 레벨은 150을 넘었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었다.
채민희 역시 한국에서 손에 꼽히는 강자였지만, 채연화만큼은 아니었다.
“그 남자 때문에 그러니?”
“···그런 것도 있지만, 길드의 명예를 실추시켜서 그래.”
“실추?”
채연화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물었다.
“몰라서 그러는 거 아니잖아.”
채민희가 눈을 가늘게 떴다.
이미 다 알고 왔으면서 모른척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채연화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네가 길드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건, 정말 몰랐는데?”
“···관리국에 협조하기로 최종결정은 내린 게 나잖아.”
“정확히 말하자면, 나지.”
채민희에게 최종결정권을 쥐어준 건, 바로 채연화였다.
보통은 그녀가 최종결정을 내리지만, 이번에는 채민희에게 넘겨주었다.
“아니야. 언니는 A급 레이드에 참가하느라 그랬던 거잖아.”
구미에 A급 게이트가 크게 발생하면서 정예인원을 구축해서 클리어 한 것이 불과 이틀 전이다.
그리고 채연화는 그곳에 딜러로써 참가했다.
각 길드의 우두머리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파티.
평소보다 거대한 A급 게이트였기에 성사된 파티였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자신에게 넘겨주었던 것이고, 그 결과는 길드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이다.
어떻게 보아도, 그녀 자신의 오판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었다.
“민희야.”
채연화가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
“네 잘못이 아니야.”
“그래도···.”
“살인귀의 능력이 그만큼 까다로웠다는 증거니까. 관리국도 그렇게 애를 먹었는데, 연화가 해결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명예가 실추되진 않아.”
채민희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눈앞에서 의문의 사나이를 놓친 건···.”
“훗. 그건 누구라도 놓쳤을 걸?”
“그걸 어떻게 알아?”
“그렇게 홀연히 사라지는 스킬은 들어본 적도 없어. 분명 S급을 뛰어넘는 스킬이라고 생각해.”
채연화는 그렇게 확신을 내렸다.
그러지 않고서야 많은 사람들을 속이고, 사라질 수 있었을까?
최소한 자신이 알고 있는 A~S급 헌터들 중에는 없었다.
채민희 역시 무언으로 긍정을 표시했다.
A급인 자신이 놓칠 정도라면, 그녀보다 스킬의 등급이 위에 있다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B급으로 느껴졌던 능력치는 뭐지?
“S급이거나 G급이라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정도는 충분히 속이고도 남지 않을까?”
채연화가 그녀의 생각을 눈치 챘다.
그리고 평소와 같이 채민희의 양 볼을 늘리고, 줄이고를 반복했다.
채민희가 양 팔을 들어 올려 자신의 볼을 잡아당기는 손을 내쳤다.
“됐고, 무슨 근거로 S, G급이라고 얘기하는 거야?”
“글쎄. 최소한 A급 이하는 아니라고 생각해. 물론 억측일 가능성도 높지만.”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채연화가 무슨 의도로 이런 말을 꺼냈냐는 건데.
“설마 길드로 섭외하려는 건 아니겠지?”
채민희의 말에 채연화가 미소를 지었다.
“S급 각성자가 우리 길드로 올 리가 없잖아? 그냥 적으로 돌리지 말자는 이야기지.”
“······.”
“괜히 눈앞에서 놓쳤다고, 어떻게든 잡아들이겠다는 생각을 집어넣자는 말이야. 알겠지?”
채민희는 들켰다는 얼굴로 입을 꾹 다물었다.
사실 다음번에 만나면, 어떻게든 잡아들일 생각이었다.
그 얼굴을 본 채연화는 피식 웃고는 몸을 돌려 부마스터실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