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nly Hunter with no level limit RAW novel - Chapter 32
9화 마그마 골렘(3)
*
태현은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뭐가 이렇게 급해?”
임지성은 그의 허둥지둥한 모습에 당황했지만, 무언가 일이 생겼음을 감지하고는 조용히 거실에서 TV를 시청했다.
컴퓨터를 켜고, 킹의 상점에 들어간 태현은 곧장 아티팩트부터 찾았다.
아티팩트란 일종의 버프를 걸어주는 아이템이었다.
아이템을 소지하고, 사용하면 아티팩트의 효과가 버프로 적용되는 것이다.
‘있다.’
[환경 무시 50%(화염)]-주변 기온이 일정 수치가 넘었을 때, 사용 가능합니다.
-단, 환경이 마법의 영향으로 만들어졌을 때에는 효과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몬스터를 비롯한 외부 생명체로 인해 자연적으로 발생한 환경에서만 사용 가능합니다.
아티팩트는 대개 이렇다.
환경 저항에 대해서는 몬스터 등으로 인해 만들어진 환경에서만 발동된다.
아니라면, 자연적으로 만들어졌을 때에도 가능하다.
다만 마법은 방어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태현은 그 아티팩트를 40개 구입했다.
레이드 인원들이 몇 명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족한 것보다는 남는 게 나았으니까.
개당 200만원으로 해서 총 8000만원이 빠져나갔다.
‘이걸로 충분할까? 흠···.’
아티팩트를 챙겼다.
그런데도 뭔가 부족한 것 같았다.
B급 게이트에서 변종이 발생했다는 것은 A급에 준하는 난이도를 자랑한다는 것.
단신으로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고, 수하들이 대거 동원되어야만 한다.
그렇지만, 가장 큰 문제는 4성 수하들도 B급의 힘밖에 쓰지 못한다는 점.
‘A급을 상대할 녀석들이 없다는 게 흠이네.’
잠깐의 고민을 하던 태현의 머릿속에서 불현 듯 하나의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 아이템도 2개나 있으니까 녀석들한테 넘겨주자.’
사실 더 높은 등급의 수하들에게 하사하려고 했던 아이템.
그렇지만, 그건 나중 문제고 지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합성 시스템도 동원해야한다.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
‘맹독의 송곳니(단검), 토충의 독궁(보우).’
태현은 합성 시스템을 빠르게 열었다.
[합성 Lv.1]-병사와 아이템을 합성하여 새로운 결과 값을 도출합니다.
-합성에 성공할시 병사들에게 새로운 아이템이 지급됩니다.
-희박한 확률로 아이템에 추가 옵션이 추가됩니다.(레벨에 따른 확률 보정) – 현재 확률 0.3%
합성 시스템의 레벨은 1.
그동안 쓸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데.
태현은 이번에 퀘스트를 완료해서 받은 ‘랜덤 소환권(4성 이상 확정)’에서 나온 4성 자객을 소환하고 원래 수하였던 4성 궁수를 소환했다.
“부르셨습니까? 주군.”
“부르셨습니까? 주군.”
등장하자마자 예를 갖추는 모습.
이제는 익숙했다.
태현은 주머니에서 2개의 아이템을 꺼내놓았다.
“그래. 이걸 너희들에게 하사하려고 불렀다.”
“주군, 이 무기는 제가 사용할 수 없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곧 사용하게 될 거다.”
이제 준비를 마쳤다.
그는 합성 시스템을 이용해서 맹독의 송곳니를 자객에게, 토충의 독궁을 궁수에게 줄 것을 지정하고, 합성을 시도했다.
그러자 무기에서 빛이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그 빛이 각기 자객과 궁수에게로 쏘아졌다.
[합성 시도 중.] [현재 행운 수치는 132입니다. 그 능력치만큼 일정 확률이 상승합니다.]빛은 계속 쏘아졌다.
그리고 5초가 지나서야 빛이 사라지고, 새로운 메시지가 그의 눈앞에 떴다.
[합성에 성공하셨습니다.] [희박한 확률로 병사들에게 고유스킬이 지급됩니다.] [4성 자객이 ‘독살’ 스킬을 배웠습니다.] [4성 궁수가 ‘독화살’ 스킬을 배웠습니다.]‘좋았어!’
태현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합성은 대성공이었다.
심지어 고유스킬까지 생기다니.
“무기 잡아봐.”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자객과 궁수가 조심스레 무기를 집었다.
그리고 무기는 그들이 원래 주인이라고 생각했는지 거부반응이 없었다.
“어째서 사용할 수 있게 됐는지 여쭤도 괜찮겠습니까?”
자객이 태현에게 물었다.
궁수도 궁금하다는 얼굴로 그를 보았다.
감정이 하나도 묻어나오지 않는 목소리였지만, 태현은 알 수 있었다.
자객이 정말 궁금해 한다는 것을.
“내 능력이다. 이 정도라면 어느 정도 버틸 수는 있겠지.”
태현은 추가로 상점에서 5000만원에 달하는 검도 추가로 구입했다.
이건 4성 기사를 위한 것.
그는 기사에게도 합성으로 무기를 쥐어주고는 B급 게이트가 있다고 하는 스카이로드로 좌표를 찍었다.
‘이동.’
*
“헉··· 헉···.”
B급 레이드에 참가한 연화 길드원 30명.
그 중에서도 9명을 잃고, 21명이 간신히 몬스터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B급 힐러들은 부상으로 허덕이는 길드원들을 치료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젠장··· 어째서 B급이 아닌 거야?”
길드원 중 한 명이 중얼거렸다.
B급 레이드라길래 안정적으로 클리어하기 위해 B급만 24명이 파견되었다.
그런데 던전 안의 몬스터들은 B급이 아닌, A급에 가까운 놈들뿐이었다.
결국 C급 각성자 6명과 B급 각성자 3명을 잃고 말았다.
“시x··· 승산이 없는 싸움이야.”
치료를 받고 있는 길드원이 좌절했다.
그리고 나머지 인원들도 마찬가지였다.
C급 각성자들이 전원 목숨을 잃은 것은 환경 탓이 컸다.
적어도 아티팩트라도 있었다면, 이런 상황까지는 벌어지지 않았을 건데.
지휘관인 최명준이 머리를 쥐어뜯었다.
항상 밑에서 지휘관과 부지휘관을 보필하다가 처음 지휘관을 맡게 되었다.
결국 자신의 준비성이 부족했기에 9명이라는 각성자를 잃은 것이다.
“미안하다···.”
“···뭐가 미안해요? 던전은 항상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곳이라는 거, 저희도 알아요. 명준이 형이 사과할 필요 없어요.”
그 목소리의 주인은 주성훈이었다.
최명준과 같이 B급 탱커로 선두에 서서 싸웠다.
나머지 인원들을 살리는 데 그의 역할이 컸다.
그렇기에 여기 있는 인원들 중에서도 최명준과 마찬가지로 부상이 가장 심했다.
인원들을 구하겠답시고, 방패를 치켜들어 선두에 서서 싸운 탓이었다.
아마 그의 옆에서 치료를 하고 있는 도민아가 중간에 힐링을 퍼붓지 없었다면, 진즉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조용히 해. 치료 중이잖아.”
“···조금 더 빨리 나섰으면, 아무도 죽지 않았을 텐데.”
주성훈이 낮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도민아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윽박질렀다.
“네가 근력이 높지 않았으면, 진즉에 죽었을 거야!”
그 말이 맞았다.
C급 각성자들은 환경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몬스터들과 대치중에 그대로 쓰러졌다.
나머지 인원들이 쓰러진 인원들을 살려보겠답시고, 호위하면서 몬스터와 대치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자신들이었다.
결국 사망자가 발생했고, 남은 인원들이 겨우겨우 살아서 도망쳤다.
“어쨌든 여기서 있어봤자 금방 들킬 겁니다.”
주성훈이 진중한 얼굴로 말했다.
그의 말을 부정하는 이는 없었다.
도리어 찬성의 의견을 꺼내는 이만 있을 뿐.
“성훈이 말이 맞습니다. 계속 도망친다고 하더라도, 이 뜨거운 열기를 버텨낼 재간이 없어요. 벌써부터 숨이 막히고, 온 몸이 타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후우···.”
최명준이 고개를 푹 수그렸다.
“단장님 잘못이 아니에요.”
“네. 맞아요.”
길드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따지고 보면, 그의 잘못은 없었다.
최명준은 어떻게든 인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성훈과 같이 선두에 서서 지휘를 내렸다.
결국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그 역시 주성훈과 마찬가지로 부상이 심한 환자였다.
그만큼 노력했다는 증거였다.
“어쨌든 힐이 끝나면, 다시 일어나야 될 것 같아요. 단장님. 최종결정을 내려주세요.”
옆에서 그를 치료하고 있는 이가을의 물음에 최명준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그래··· 지금 내가 포기하면 어쩌자는 거냐.’
단장이면서도 가장 먼저 포기하려 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최명준은 심호흡을 두어 번 하고,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아물지 않는 심한 화상 때문에 고통스러웠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로 그들의 얼굴을 한 번씩 훑었다.
어쩌면 이렇게 마주보는 것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아니, 높은 가능성으로 여기서 죽음을 맞이하겠지.
그럼에도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멍청하게 목숨을 내어줄 순 없다.
“저희는 다시 입구 쪽으로 돌아갑니다. 최대한 골렘들에게 들키지 않게, 바위틈에 숨어서 이동하겠습니다.”
“···클리어를 못 하면 빠져나가지 못할 텐데요?”
이가을이 조심스레 물었다.
최명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입을 열었다.
“아까 위험에 처했을 때, 주머니에 있는 마력 목걸이를 부쉈으니 지금쯤이면 연화 길드에서도 비상사태라는 것을 인지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도박이긴 하지만, 무사히 입구 쪽으로 돌아갔을 때, 구조대와 합류하는 겁니다.”
전투를 치르면서 도망치느라 입구와 더 멀어졌다.
그럼에도 최명준이 내놓은 의견은 현실적으로 가장 최선의 방법이었다.
결국 길드원들도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그럼 이동하겠습니다.”
최명준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방패를 집어 들었다.
길드원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장비들을 점검하고, 그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
대전 스카이로드.
사람이 많을 법한 거리에 사람의 흔적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정식으로 B급 게이트에 들어가는 건, 처음이네.’
태현은 조금 긴장된 눈빛으로 게이트에 입장했다.
던전에 들어가자 내부에는 뜨거운 열기로 후끈거렸다.
그는 빠르게 주머니 속에서 아티팩트 하나를 꺼내 시전했다.
‘50%라 그런가? 체감이 확 되네.’
역시 아티팩트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앞으로 전진했다.
바위들이 무성하고, 땅은 고열로 인해 말라서 갈라졌다.
하늘도 평소보다 붉었다.
‘빨리 가지 않으면, 50%를 살리는 건 무리다.’
태현의 걸음이 전보다 빨라졌다.
쾅!
그리고 조금씩 소음이 들려왔다.
그 소음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커졌다.
“싸우고 있구나.”
태현이 주머니에서 곡괭이를 꺼내들고는 곧장 뛰어갔다.
소음은 계속해서 커졌다.
그리고 그가 소음의 정체에 다다랐을 때, 몬스터인 마그마 골렘 7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곡괭이를 가장 뒤에 있는 골렘의 가슴팍에 냅다 꽂아버렸다.
[채굴 Lv.1이 활성화됩니다.]‘응? 채굴이?’
당시 채굴을 구입했을 때, 그 효과는 땅을 파서 광물을 캐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골렘에게도 그런 효과가 적용되다니?
몬스터의 겉에 있는 바위가 땅의 역할을 하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안에 골렘을 움직이게 만드는 광물, 즉 핵이 있겠지.
태현은 그 공격에 힘입어 곡괭이를 계속 휘둘렀다.
쾅! 쾅!
[크리티컬 발동!]A급을 초과하는 신체능력치와 곡괭이 마스터리, 채굴까지 더해지면서 골렘의 가슴팍을 부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안에 붉은 보석이 보였고, 그는 곧장 손을 넣어 보석을 빼냈다.
보석은 나오지 않으려고 어떻게든 버텼지만, 그의 근력을 당해내기란 불가능.
결국 보석이 밖으로 빠져나왔고, 골렘은 그대로 허물어졌다.
‘채굴이 이런데 쓰일 줄 알았으면, 합성은 안 쓰는 건데···.’
뭐, 수하들이 고생했으니 선물로 쥐어주는 것으로 퉁 치기로 하자.
*
골렘 7마리를 상대하는 데 불과 15분.
태현은 마지막 남은 골렘의 핵을 주먹으로 부수고는 채민희에게 다가갔다.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자, 받으세요.”
그가 내민 것은 아티팩트였다.
지금 환경을 이겨낼 수 있는 필수 아이템.
채민희는 얼떨결에 그걸 받았다.
그리고 약 3초정도가 흘러서야 그녀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이, 이봐요? 당신 누구예요? 어떻게 골렘을 그렇게 쉽게 처리하신 건가요?”
“질문이 너무 많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너무 놀라서.”
“괜찮아요. 전 A급 헌터 한태현이라고 합니다. 사실 게이트에 혼자 들어가는 걸 보고, 고민하다가 들어오게 됐습니다.”
“네? 아···.”
설마 자신이 게이트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일 줄은 몰랐다.
그걸 보고 따라 들어온 것도 정상적인 행동은 아니었지만, 눈앞에서 보여준 실력을 보니 납득이 갔다.
“그보다 진짜로 혼자 들어오신 겁니까?”
태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아··· 아니에요. 다른 게 아니고, 길드원들이 레이드 중에 위험신호를 보내서 왔습니다.”
채민희는 솔직하게 답했다.
태현에게 도움을 받았기도 하고, 이 정도는 말해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한가하게 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건넨 것이 아티팩트인 것을 확인하고는 곧장 사용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연화 길드 채민희라고 합니다. 이 은혜는 어떻게든 꼭 갚을게요.”
“그래요? 그러면 이것도 가져가세요.”
태현은 남은 아티팩트를 그녀에게 모두 건넸다.
몬스터는 자신이 처리하는 게 안전할 것이고, 그녀는 다른 레이드 인원들에게 아티팩트만 전달해주면 끝날 일.
지금쯤이면, 레이드 인원들이 환경에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기 시작할 것이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 말을 남기고, 그녀가 곧장 몸을 돌려 앞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태현 역시 그녀를 뒤쫓았다.
간간히 골렘들이 등장했지만, 그녀는 바위를 등지고 빙글빙글 돌아 골렘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한 번 상대해보니 조금씩 노하우가 생기기도 했고, 골렘의 패턴은 일반 골렘과 다르지 않았으니까.
태현 역시 그녀처럼 똑같이 행동하면서 골렘들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그러기를 반복한 끝에, 저 멀리서 길드원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 저기 부사장님이다!”
“살았어!”
그들도 채민희와 태현을 발견했는지 손가락질했다.
최명준은 감격에 젖은 눈으로 채민희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드디어 희망이 보였다.
‘드디어 만났다. 이제 저 사람들만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게 만들면 돼.’
태현은 생각을 마치고, 저 멀리 보이는 골렘들이 있는 곳으로 뛰쳐나갔다.
무사히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이 게이트를 클리어 하는 수밖에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