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nly Hunter with no level limit RAW novel - Chapter 60
14화 유령검(2)
*휴대폰 너머에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도윤이었다.
-아, 한태현 헌터님. 진도윤입니다.
-네. 오랜만입니다. 어쩐 일로 전화를 다 하셨는지?
-음··· 사실 국장님께서 헌터님을 좀 뵙고 싶어 하십니다.
-저를요?
‘굳이 나를 보자고 하는 이유가 뭘까?’
솔직히 이유를 들라고 하면 많았다.
그래서 어떤 이유인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네. 헌터님께서 이번 A급 레이드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우셨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심지어 진화가 시작 된 보스 몬스터를 임지성 헌터랑 2명이서 잡아들였다면서요?
‘아, 이거였구나. 그런데 누가 제보한 거지?’
생각해보니 비밀로 해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딱히 비밀로 부칠 필요는 없었으니까.
-···누가 그걸 제보하던가요?
-스워드 길드의 강 철 헌터님이십니다. 익명으로 할 것도 없이 자신이 제보했다고, 친해지고 싶다고 하더군요.
예상치 못한 인물이다.
설마 강 철이 그 사실을 관리국에 제보할 줄이야.
아무래도 자신과 친해지고 싶어서 영웅으로 대접하는 모양인데.
그런 것이라면, 완전 헛다리짚은 거다.
-하··· 그렇군요.
‘강 철이 제보했다면, 다른 이들도 증언을 했겠지.’
-네··· 천검 길드에서도 엄지를 치켜세우더라고요.
-거기도 말을 보탰습니까?
-···그렇게 됐습니다. 그래서 국장님께서 꼭 한 번 뵙고 싶다고 하더군요.
-흠··· 그것만이 아니겠죠? 그 판을 만든 사람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불분명 각성자이기 때문이 아닙니까?
그런 판을 만들었다고 해서 국장이 직접 나서는 일은 없다.
하지만, 그 판을 만든 것은 태현이다.
불분명 각성자로 많은 이들의 기대주가 되었던 자신.
그렇기에 국장이 흥미를 가진 것이 분명하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어쨌든, 한 번 뵙고 싶다고 하는데, 어찌하시겠습니까?
-보기 싫으면 안 봐도 되는 건가요?
-그건···.
진도윤이 뜸을 들였다.
국장의 명령인 듯, 아니라고는 말을 하지 못했다.
-아니죠? 그럼 언제 뵈어야 되는지 날짜 좀 알려주세요.
*미국 LA에 위치한 로스엔젤레스 비무경기장.
이곳에 헌터비무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비무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미국 헌터관리국이 주도하여 만들어진 경기장이다.
지금 이곳에 각국의 대표가 자리해서 앉아있다.
천태도 역시 그 중 하나였다.
“백 헌터, 왜 올 해는 우리 둘이 오게 된 걸까요?”
천태도는 옆에 앉아있는 백승한에게 말을 걸었다.
화백의 길드 마스터이자 S급 헌터 중 한 명.
현재 대한민국에서 신궁의 별호를 갖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비무대회는 성스러운 행사 중 하나입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와야지요.”
올 해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참석한 이는 2명.
천태도와 백승한이다.
비무대회가 열리기 전, 사전 행사를 참가하기 위해 자리한 것이다.
그렇기에 국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대표가 아니기에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누가 그걸 모른답니까? 사람 참···.”
사람이 참 딱딱하다.
천태도는 그 모습에 혀를 차고는 헌터 워치를 켰다.
마침 레이드를 끝마치고, 방현석이 보고를 올린 참이다.
그는 보고서를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으로 파일을 옮겼다.
그리고는 천천히 읽어 내려갔는데, 그의 눈이 살짝 커졌다.
“무슨 일 있습니까?”
그의 변화를 눈치 챈, 백승한이 슬쩍 물었다.
천태도는 그 물음에 휴대폰을 끄고는 씩- 미소 지었다.
“아, 별 다른 일은 아니고요. 혹시 화백도 한태현 헌터를 영입하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었죠.”
요즘 A급 각성자의 출현이 드물기 때문에 혈안이 되 있는 건 당연한 사실.
화백 역시 마찬가지였고, 한태현에게 접근하려고 시도했었다.
그렇지만, 제대로 된 대화도 해보지 못하고, 거절당했다고 보고를 받았다.
그리고 이후로 길드를 만들어 신생 길드의 마스터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백승한은 그 소식에 한태현에 대한 미련을 말끔히 지워버렸다.
A급 헌터가 자신의 제안을 거절한다면, 그냥 놓아주면 그만.
꿀릴 건 없었다.
“신생 길드를 만들고, 천검에게 협력해서 A급 레이드를 클리어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랬군요.”
신생 길드가 A급 레이드를 참가한다?
역시 풋내기다.
백승한이 한태현에 대한 평가를 마쳤을 때, 다시금 천태도의 말이 들려왔다.
“게이트의 마력량이 270이 나왔습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270이라고요?”
250을 넘는 수치.
그런 게이트에 들어갔었단 말인가?
백승한의 눈이 살짝 커졌다.
“270이 나왔던 이유가 몬스터의 진화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랍니다.”
“진화 말입니까!?”
이번에는 목소리가 살짝 커졌다.
덕분에 앉아있는 대표자들이 그를 흘기고는 다시 앞을 보았다.
무안한지 백승한지 헛기침을 했다.
“큭큭, 어쨌거나 놀라지 마세요. 그 보스를 처리한 게, 다름 아닌 한태현 헌터라고 합니다.”
“···레이드를 뛰는데, 공을 한태현 헌터에게 다 돌리는 건가요?”
“그게 아닙니다. 보스는 한태현 헌터와 그 길드 부마스터인 임지성 헌터. 2명이서 잡았다고 하더군요. 심지어 2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립니까!?”
“진짜입니다. 관리국에 보고까지 마쳤다고 하더군요.”
백승한의 입이 벌어졌다.
A급 헌터 2명이 A급 보스를 잡아들여?
심지어 20분도 걸리지 않아?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어이가 없어서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S급인 자신이 혼자서 상대하면 20분 조금 안 돼서 나온다.
그걸 A급 헌터 2명이 이루었다는 것을 믿기가 쉽지 않았다.
“···어이가 없네요.”
백승한이 낮게 중얼거렸다.
“많이 놀라셨나보군요.”
“놀라지 않으면, 정상이 아니지요.”
“당신, 정상이었습니까?”
“···말을 맙시다.”
천태도는 한 번 웃어주고는 다시 앞으로 보았다.
‘A급이라고? 웃기는 소리.’
이걸로 확신했다.
한태현은 일반 A급 헌터가 아니었다.
무슨 속셈인지는 모르겠지만, 힘을 감추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대한민국으로 돌아가면, 가장 먼저 한태현 헌터를 만나봐야겠어.’
궁금했다.
그가 과연 어떤 힘을 가지고 있을지가.
*태현은 시간에 맞춰 관리국으로 향했다.
진도윤은 며칠 지나고 만나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지만, 만날 거면 빨리 만나고 끝내는 게 낫다.
결국 태현과 국장의 만남은 오늘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가 관리국에 도착하니 진도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오셨습니까? 오는 길에 불편한 건 없으셨는지?”
“없었습니다. 그보다 계속 기다리고 계셨던 건가요?”
“아닙니다. 나온 지 5분도 안 돼서 도착하셔서 기다릴 필요가 사라졌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들어가면 될까요?”
“네. 국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태현은 진도윤이 안내를 받아 곧장 국장실로 향했다.
어느 정도 유명인이 된 태현을 알아보는 직원들이 있는 반면, 자신을 무시했었던 직원들은 고개를 돌려 그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익숙한 얼굴들이로군.’
특히 관리과 직원으로 보이는 이들은 고개를 수그리고, 진도윤에게 인사를 하고는 그대로 휴게실로 도망치듯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태현은 그들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어차피 저들과 엮일 일은 없을 테니까.
몇몇 사무실을 지나치니 각성등급을 심사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인원들도 보였다.
1년 전에는 자신이 저기에 앉아있었는데, 이제는 길드의 마스터가 되어서 국장을 만나러 가고 있는 것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태현은 그들을 지나치고, 진도윤과 함께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다.
총 4개의 엘리베이터 중, 자신이 탈 곳은 가운데에 위치한 엘리베이터였다.
국장실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한다.
나머지는 6층이 끝이지만, 이 엘리베이터는 7층까지 있기 때문이다.
“7층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진도윤은 7층을 눌렀다.
“신기하군요. 불분명 각성자가 되었을 때에는 그렇게 긴장이 됐었는데.”
불분명 각성자로 판정이 나왔을 때, 국장을 만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이용했었다.
그 때는 잔뜩 위축되었는데, 지금은 그냥 무덤덤했다.
그냥 한 명의 사람을 뵙는다는 느낌.
“하하,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으니까요.”
진도윤이 웃으며 그의 말을 받았다.
그러나 속은 내심 놀라는 중이었다.
어쨌거나 국장을 만나는 자리에서 이렇게까지 태연하게 행동할 수 있는 인물은 몇 없었으니까.
띵-
마침 엘리베이터가 7층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 하나의 카펫이 바닥에 깔려있었고, 그 앞에는 국장실이라 적혀있는 거대한 문이 눈에 들어왔다.
그 앞에는 4명의 헌터가 문을 지키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A급 기세를 풍기고 있었다.
‘그때는 왜 이렇게 무서웠을까.’
과거를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태현은 진도윤의 안내를 받아 카펫을 천천히 걸어갔다.
진도윤은 잠시 기다려달라는 말을 하고, A급 헌터와 대화를 나누었다.
10초도 되지 않는 시간.
A급 헌터는 국장실에 노크를 하고, 태현이 도착했음을 알렸다.
끼이익.
그러자 문이 천천히 열리면서 한 명의 중년인이 걸어 나왔다.
태현도 익히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또각. 또각.
정적이 흐르며 중년인의 구두소리만이 들렸다.
중년인이 어느덧 태현의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는 손을 내밀었다.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한태현 헌터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국장님.”
태현은 손을 맞잡으며, 미소를 지었다.
국장. 채병국.
지금은 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한 때 대한민국 최고의 헌터라고 불리며 정점에서 군림하던 S급 헌터 이두재와 함께 관리국을 세운 인물이다.
“제가 직접 찾아뵈었어야 되는데, 이거 참··· 무례함을 용서해주세요.”
채병국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사과를 표했다.
그 속에 악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태현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응수했다.
“그보다 만나 뵙고 싶은 이유 좀 들어볼 수 있겠습니까?”
태현은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긴 서론을 나눌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A급 헌터들은 그의 태도에 눈가를 실룩였지만, 채병국은 마음에 든다는 얼굴로 허허 웃었다.
“허허, 사실 저도 본론만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러면 국장실 안에 들어가서 대화를 나누실까요?”
“그러도록 하죠.”
태현의 허락에 채병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진도윤을 바라보았다.
“감사합니다. 그럼··· 진 부장은 잠시 여기서 기다려주게.”
“알겠습니다.”
진도윤이 고개를 숙였다.
국장의 말은 절대적이다.
적어도 관리국 내에서는 말이다.
태현은 국장실로 들어가는 채병국의 뒤를 따랐다.
*태현이 커피를 홀짝였다.
10분이 지났다.
국장은 말없이 눈을 감고 있었고, 자신은 그가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국장이 눈을 뜨고는 고개를 숙였다.
“먼저 이 말부터 시작해야겠군요. 관리국을 대표해서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겠습니다.”
난데없이 사과부터 시작하는 모습에 태현이 턱을 어루만졌다.
“무슨 의도이신지?”
갑자기 사과를 왜 하는 것일까?
태현이 의아한 눈으로 그를 보자, 국장이 담담하게 말했다.
“미국 관리국의 말과 정부의 말을 듣고, 헌터님을 쫓아냈지 않습니까? 그 일에 있어서 저는 아무런 명령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아니, 하지 않았다고 해야 맞겠지요.”
“흐음··· 됐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이고, 과거는 바뀌지 않습니다.”
힘을 가진 이상,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태현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태연하게 찻잔을 내려놓았다.
“···맞습니다. 관리국에서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더라도, 잘못이 사라지지는 않는 것이니까요.”
“네. 그 말씀을 하시려고 저를 부르신 건가요?”
“그것도 있지만, 가장 먼저는 제안을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제안이요?”
“네.”
“흠··· 네.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관리국에서 자신에게 제안이라?
태현은 흥미롭다는 얼굴로 국장을 바라보았다.
“헌터비무대회에 출전해주십시오.”
“싫습니다.”
1초의 망설임 없는 거절.
채병국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 역시 그 답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
“그럼 제안을 거절했으니 이야기는 끝난 거지요?”
본론이 끝났다.
이제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없는 상태라는 것.
태현이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그러나 채병국이 반 박자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의 움직임을 저지했다.
“···왜 그러시죠?”
“관리국에서 왕국 길드에게 모든 부분을 지원하겠습니다.”
“지원이요?”
“네.”
지원이라는 말에 태현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채병국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태현은 지원을 해준다는 것에 혹해서 다시 앉은 것이 아니었다.
“제가 비무대회에 나가서 득 될 게 뭐가 있습니까?”
굳이 길드에 지원까지 해가면서 자신을 비무대회에 출전시키려는 이유가 궁금했다.
채병국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