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nly Hunter with no level limit RAW novel - Chapter 67
16화 길드전 : 고구려(1)
*임요한이 돌아가고, 사무실은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저 벽은 어쩌냐?”
임지성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벽은 금이 갈라져서 보기 흉한 상태였다.
정확하게는 정길주가(?) 만들어놓은 작품.
“에휴··· 저걸 언제 수리하냐.”
유지아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태현은 괜찮다는 듯 주머니에서 1,000만원이 적혀있는 수표 한 장을 꺼냈다.
“괜찮아. 정길주가 수리하기로 했으니까.”
정길주의 지갑에서 몰래 뺀 것이지만, 자신을 공격하려고 했던 행동에 대한 보상이니까 합법이다.
“돈도 많네···. 너도 참 대단하다. 그걸 어떻게 챙겼어?”
유지아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A급 헌터다보니 1,000만원이 적혀있는 수표도 들고 다니고, 여러모로 신기했다.
태현은 수표를 책상에 올려놓았다.
이제 다음 시크릿 에피소드에 들어가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야··· 너, 정말 길드전 할 거냐?”
보다 못한 임지성이 태현에게 물었다.
길드전.
그것은 상대측이 항복하기 전까지 온갖 방법을 사용해서 길드를 공격하는 것을 말한다.
따로 비무대회처럼 1:1 싸움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하지만, 예전에는 암살이든, 대놓고 침투하든 온갖 방법으로 길드를 없애버렸다.
물론 이것도 5년 전부터는 시행이 되지 않았던 것이기에 임요한이 당황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당연히 Yes.
굳이 No를 외칠 필요가 없었다.
“해야지.”
“그래도 그렇지··· 그냥 조용히 넘어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잖아?”
임지성은 걱정되는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하긴, 500명이 훌쩍 넘어가는 길드와 단 3명이 있는 길드가 길드전을 하는 게 말이 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주사위는 굴려졌다.
태현이 눈을 가늘게 떴다.
“너, 하나만 확실히 정하자.”
“뭘?”
“고구려를 용서할 생각이 있냐?”
“없지.”
임지성은 순순히 대답했다.
9년.
이미 가족 간의 연까지 끊어버렸다.
태현은 예상했던 대답에 다음 말을 천천히 꺼냈다.
“고구려가 얼마나 우리를 무시했으면, 마스터가 직접 여기를 방문했겠냐? 그것도 협박까지 하면서?”
“······.”
“생각이 없는 행동이라고 볼 수는 있지만, 그만큼 자기 힘을 과신한다는 증거야.”
“그건 그렇지.”
그러지 않고서야 절대로 나올 수 없는 행동.
“그대로 돌려보낼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된다면 나중에 또 건드릴 가능성도 높아지는 거지.”
“음··· 너 정말 그런 목적으로 길드전을? 네가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
태현이 겨우 그 정도로 위험한 일을 감수하겠다는 건가?
그건 말이 되지 않는다.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궁극적인 이유가.
“열 받아서.”
“응?”
임지성이 잘못 들었나싶어 귀를 후볐다.
“열 받잖아. 대놓고 무시당한 것도 모자라서 힘으로 제압하려는 모습이 너무 열 받는다고. 너한테 하는 행동도 그렇고.”
“너···.”
“내가 전에 말했던 거 기억하냐?”
임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 말했던 것이리라.
자신의 편에 서겠지만, 가족에 대해서는 아니라는 것.
더군다나 그가 가족과의 연을 끊은 이상, 자신들을 공격했을 때에는 여지없이 반격하겠다는 것.
솔직히 말해서 그의 행동에 반대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고마울 정도다.
태현이 차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복수전이다. 왕국을 무시한 대가를 똑똑히 치르도록 만들어줄 거야.”
*임요한은 정길주는 들쳐 업고, 그대로 길드 사무실로 돌아왔다.
보안관으로 일하고 있는 헌터는 그 모습을 보고는 기겁했다.
“헉···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영찬이 있지? 영찬이 좀 불러와. 최대한 빨리.”
“아··· 알겠습니다!”
대충 보더라도 정길주의 상태는 심각했다.
보안관 헌터는 급히 이영찬을 찾았다.
지금의 정길주를 치료할 수 있는 것은 A급 힐러 이영찬밖에 없었다.
20분이 흘러서야 이영찬이 도착했다.
“헉!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이영찬 역시 보안관 헌터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임요한이 조용히 정길주를 내려다보자, 이영찬은 빠르게 그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딱 보더라도 부상이 매우 심각했다.
힐이 들어가는데도 치료가 더딘 것이 그 증거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A급 헌터 정길주가 이런 꼴을 당한단 말인가!
심지어 임요한이 같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이영찬이 곁눈질로 임요한을 살폈다.
다행이 그에게서는 아무런 부상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정길주가 혼자 나대다가 이런 꼴을 당했다는 말인데.
‘S급 헌터인가···.’
임요한이 그가 설치도록 놔둔 것은 둘째치더라도, 차갑게 내려앉은 얼굴로 일관하는 것으로 보아 S급 헌터의 소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으으···.”
시간이 지나서야 정길주가 신음소리를 내었다.
이영찬은 그제야 힐을 멈췄다.
사실 힐을 계속 퍼붓는다면, 완벽하게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의 과실이 있을 것이라 판단해 80%만 치료했다.
“잘했다.”
그 판단은 정확했는지 임요한의 입에서 칭찬이 흘러나왔다.
이영찬이 고개를 숙이며 예를 갖췄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그에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으셨던 겁니까?”
임요한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그리고는 1개비를 꺼내 입에 물어서는 불을 붙였다.
“영찬아.”
나지막하게 흘러나오는 말.
그렇지만 이영찬은 느낄 수 있었다.
임요한이 분노했다는 것.
그리고 그 목소리에 살기가 짙게 깔려있다는 것을.
“네. 사장님.”
“우리가 마지막으로 길드전을 치른 날이 언제지?”
“어림짐작으로 5년 쯤 됐을 겁니다.”
“그래?”
“네.”
“그렇군. 그럼 올해가 마지막이 될 거다.”
“네? 그게 무슨···?”
“왕국 길드와 길드 전을 치른다. 일시는 오늘부터.”
“!”
왕국 길드라면 임지성이 있는 곳?
이영찬은 얼마나 놀랐는지 입을 떡 벌렸다.
그보다 길드전이라면, 수많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면서 비공개 폐지되었다.
물론 길드전을 일으키면 안 된다는 법은 없지만, 만약 일어나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길 것이 분명했다.
최악의 경우에는 뒤로 밀려날 수도 있다.
“괜찮아. 적은 단 3명이다. 오늘 내로 급습에 들어가서 항복을 받아오면 끝날 일이다.”
임요한은 태현을 쉽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리 자신과 동등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겨우 임지성와 C급정도 되어 보이는 헌터 1명으로 고구려와 비비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S급 헌터가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자신과 A급 헌터가 즐비한 고구려를 전부 상대할 만한 힘은 없다.
최소 G급은 되어야지만 가능할 것이다.
‘갓 급은 아니었다.’
확실했다.
태현의 기세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A급 후반 이상은 확실했다.
그렇지만, 자신보다 강하다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철회는 없습니까? 고구려가 구설수에 오른 이때에 길드전까지는···.”
이영찬이 입술을 세게 물었다.
아무리 임요한이 무섭다고는 하지만, 그 역시 고구려가 최고의 길드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으니까.
그의 생각을 알고 있었기에 임요한 역시 그를 터치하지 않았다.
“철회는 없다. 가능한 길드전을 신속히 마무리하는 것으로 끝낸다.”
“알겠습니다···.”
결국 이영찬이 고개를 수그렸다.
확실히 길드전이 위험하다고는 하지만, 구설수에 오른 이유도 임지성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길드전의 상대가 임지성이 있는 왕국.
임요한이 저렇게 나오는 이상, 임지성을 어떻게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다.
그것이 살인이라고 할지라도.
‘임지성···.’
임요한과 이영찬의 눈이 흉흉하게 빛났다.
“저도 동감합니다··· 반드시 죽여 버리겠습니다.”
어느새 정신을 차린 정길주도 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 눈에서는 살기가 가득했다.
“좋다. 당장 전 인원에게 알려라. 왕국 길드 잔챙이 3명을 속히 처단하겠다고.”
“네!”
“네!”
*집으로 돌아온 태현은 곧장 진도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은 5번도 채 울리지 않고, 연결되었다.
-네. 진도윤입니다.
항상 예의바른 저 말투.
태현은 평소의 진도윤임에 본론부터 꺼냈다.
-센터장님.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말씀해보세요.
-먼저 고구려와 왕국에 대한 기사를 보셨을 거라 생각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전부 확인했습니다.
역시 진도윤이다.
태현에 관한 기사는 모조리 다 확인하는 저 모습.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이번에 고구려가 직접 찾아와서 기사를 내리라고 협박을 했습니다.
-허··· 그게 정말입니까?
-네. 그것도 길드 마스터가 찾아왔더군요.
-···역시 그 기사가 사실이었던 모양이군요.
사실 진도윤은 그 기사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혈연을 그렇게까지 방치할 수가 있을까?
그런데 지금 태현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기사가 사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고구려 길드와 길드전을 할 생각입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진도윤이 놀랐는지 소리를 빽 질렀다.
길드전이라면 그도 잘 알고 있었고, 다시는 일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길드전을 태현이 입 밖으로 꺼낸 것이다.
-길드전을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태현은 묵묵히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이유 좀 들어봐도 되겠습니까?
대충 어떤 이유인지는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확실하게 그의 입으로 듣고 싶었다.
-그냥 어영부영 넘어간다면, 이런 일이 또 발생할 겁니다.
-······.
-그래서 확실하게 잘라놓을 생각이죠. 겸사겸사 복수도 할 겸.
-음··· 그러면 제가 뭘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길드전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솔직히 3일 정도면 충분하죠.
-그 안에 끝을 내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그러니 관리국에서는 길드전에 터치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국장님께도 말씀 전해주십시오. 이 부분은 서열을 정리하기 위한 게 아니라 저희 길드를 지키기 위해 벌이는 싸움이라고요.
-···알겠습니다. 그 대신 저도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뭐죠?
-부디 사람들의 피해가 크지 않게만 만들어 주십시오. 지금은 헌터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이라서요.
-노력해보죠.
뚝.
태현은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이제 관리국에서의 개입을 없을 것이다.
그가 안식처로 곧장 이동했다.
“아모스님.”
“주군.”
레온과 발락은 태현을 발견하자마자 그에게 다가와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었다.
나머지 수하들도 마찬가지였다.
태현은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 너희들도 내 눈을 통해서 전부 봤겠지?”
“물론입니다.”
“저 찢어죽일 놈, 어디서 주군께 살기를 뿜어대는 것인지! 저도 너무 화가 났습니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제 너희들에게 명령을 내리겠다. 이번에는 몬스터가 아니라 사람을 상대하는 거다. 알고 있겠지?”
“네!”
“네.”
“먼저는 발락이 스켈레톤을 소환해서 고구려를 습격한다. 일시는 오늘 밤 9시.”
가장 먼저는 발락이 나선다.
그의 스켈레톤이라면 발락이 쓰러지지 않는 이상, 절대 무너지지 않는 불사의 존재다.
고구려라면, 스켈레톤에 당황할 것이 확실하다.
“다음은 자객 녀석들이 움직이고, 레온을 필두로 한 기사들은 당황한 틈에 습격할 예정이다. 궁수는 조금 떨어져서 고구려를 공격한다. 알겠지?”
“네!”
“네!”
태현의 브리핑이 계속 이어졌다.
브리핑은 5분간 이어졌고, 수하들은 똑똑하게 한 번 만에 전부 알아들었다.
“좋다. 그리고 새로운 녀석들이 추가될 거야.”
그 말과 함께 아공간 주머니에서 소환권을 전부 꺼냈다.
이번에 ‘인내와 시련의 방’을 클리어하면서 받았던 6성-히든을 뽑을 수 있는 소환권 2장.
수하들은 새로운 동료가 생긴다는 말에 기대 반, 얼떨떨함 반이 섞인 눈으로 태현을 보았다.
그리고 그가 손에서 소환권 2개를 가차 없이 부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