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nly Hunter with no level limit RAW novel - Chapter 70
16화 길드전 : 고구려(4)
*‘흠··· 정상적인 녀석들도 꽤 되네.’
사람에게는 해를 입히지 않을 것만 같은 이들의 모습도 조금 보였다.
아무래도 고구려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헌터들인가본데.
태현은 잠시 고민하고는 천천히 말했다.
“지금부터 고구려를 박살내겠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께 제안을 하나 하겠습니다.”
“···이게 뭐하는 짓이지?”
임요한이 싸늘한 어투로 말했지만, 태현은 가볍게 무시하고 고구려 길드원들을 한 차례 훑었다.
“목숨을 걸기가 두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지금 옆으로 빠지세요. 그러면 살려는 드리죠.”
태현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그의 예상대로 동조하는 이는 극소수였다.
그렇지만 함부로 빠질 수는 없었는지 요지부동이다.
하긴, 누가 지금 상황에서 옆으로 빠질 수 있을까?
태현의 승리가 확실하지 않은 이상, 함부로 빠지기는 곤란했다.
“그게 정말인가요···?”
그러나 예외는 있기 마련.
태현은 조금 놀랐다는 얼굴로 목소리의 주인을 보았다.
‘이 상황에서 빠지겠다고 말하다니.’
자신과 동년배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등급은 B~C정도.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상황에서 저런 말을 꺼내는 것으로 보아 고구려가 어지간히도 싫었던 모양이다.
“빠지세요.”
“···감사합니다.”
그녀는 머뭇거리더니 이내 조용히 옆으로 빠져나갔다.
그러자 A급 헌터로 보이는 이가 그녀의 어깨를 잡아챘다.
“어딜 가려고! 정말 죽고 싶은 거냐?”
“···아뇨. 살고 싶어요.”
“하? 살고 싶다는 년이 고구려를 배신해? 넌 이 싸움 끝나면, 고문부터 받을 줄 알아라.”
남자가 이를 바드득 갈았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능력을 사용하려고 했다.
그러자 임요한이 손을 들어 그 행동을 저지했다.
“됐다. 나갈 놈은 지금 나가. 잔챙이 몇 명 빠진다고 해서 고구려가 망할 것 같나?”
“···알겠습니다.”
결국 남자는 잡았던 어깨를 놔주었고, 그녀는 무리에 빠져서는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 모습을 보자, 몇몇 소수의 인원들도 고개를 숙이고는 그대로 빠져나갔다.
개중엔 A급 헌터도 3명이나 있었다.
임요한은 차가운 얼굴로 그들의 뒷모습을 보았다.
지금 빠져나간 인원들은 총 6명.
“이 싸움이 끝나면, 전부 죽여.”
임요한이 낮은 목소리로 명령했다.
그것을 들은 태현의 얼굴이 싸늘하게 변했다.
“무리입니다. 고구려는 여기서 전부 죽습니다.”
“태현아··· 한 마디만 해도 되겠냐?”
“그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라.”
임지성의 요구에 태현이 순순히 응해주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야지.
그가 앞으로 나서자 장혜옥이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네가 배신하고도 잘 먹고 잘 살 줄 알았나 본데, 그건 큰 착각이야! 감히 엄마 말을 안 듣고, 그 딴 놈한테 붙어!?”
“배신이라··· 애초에 전 거기 소속된 적이 없는데요.”
임지성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리고는 옆에 서 있는 임미정을 보았다.
그녀는 자신을 노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이번에는 임요한을 보았다.
그 역시 싸늘하게 식은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
“후우··· 10년 전, 기억하십니까?”
“······.”
그의 물음에 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개의치 않고, 말을 계속 이었다.
“균열이 일어나기 전, 제가 중학생이었던 시절이었죠. 그 때 반에서 2등을 했다고 정말 기뻐하셨죠? 외식까지 하고, 자전거도 선물해주시고.”
확실히 행복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행복은 얼마 가지 않았다.
균열.
정확히 말하자면, 각성.
그것들이 가족의 화평을 깨부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임요한은 감정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가족으로서 보낼 수 있었던 마지막 시간.”
“······.”
“지금 이 자리에서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 끝을 봅시다. 아버지.”
임지성은 그 말을 끝으로 태현의 옆에 섰다.
이제 본격적인 길드전에 돌입한다.
이미 거리는 자신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급히 자리를 피했기 때문이다.
“너··· 정말 괜찮냐?”
“···아니.”
“휴···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다.”
이대로 붙으면, 누군가는 죽는다.
그것이 자신들이 되지는 않겠지만, 그의 가족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괜찮다. 여기까지 온 이상, 뒤로 내빼면 죽음뿐이야. 마음이 복잡하지만, 어쩔 수 없어.”
재각성을 하고, 왕국 길드를 세운 이상 이미 예정되어 있던 일일지도 모르겠다.
기사를 퍼뜨린 것도, 결국에는 이런 일들을 단축시켰을 뿐이지.
없던 일을 창조한 것은 아니었다.
“네 9년, 여기서 종지부를 찍는다.”
태현은 그 말을 끝으로 곡괭이를 검으로 형태변화시켰다.
그리고는 유령검 3개를 소환했다.
뒤에 수하들 역시 공격할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공격 개시라는 명령은 떨어지지 않았다.
“무슨 생각이지?”
임요한은 공격해오지 않는 모습에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태현이 물음에 답하지 않고, 피식 웃음을 흘렸다.
“여기서 싸우는 건, 보는 눈이 많아서 좀 그렇거든. 이 인원들은 단순히 당신네들을 겁주려고 한 거고.”
“뭐···?”
“진짜는 여기서 시작할 거야.”
태현은 그 말을 끝으로 고구려 인원들과 함께 안식처로 이동했다.
*“빨리 와!”
“가고 있다고···!”
고구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제보.
기자들은 어떻게든 취재하기 위해 고구려로 향했다.
정문 앞에서 고구려가 외부인들과 대치중이라는 제보를 받았다.
“뭐야···.”
그러나 고구려에는 아무도 없었다.
제보에 따르면, 몇 백 명의 헌터들이 거리로 나왔다는데.
그 짧은 시간에 전부 사라졌을 리는 없고.
“선배, 이거 거짓 제보 아니에요?”
“무슨 소리야? 굳이 거짓 제보를 할 이유가 뭔데?”
“글쎄요···.”
그렇지만, 후배 기자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분명 아수라장이 되고도 남았어야 하는데, 주변은 너무도 깨끗했다.
하지만, 제보가 거짓일 수가 없는 게 증거로 첨부한 사진 때문이다.
아마 커뮤니티에도 빠르게 돌기 시작했을 사진.
영상은 없었지만, 고구려의 전 인원이 밖으로 나와 외부인과 대치중인 사진이 찍혀있었다.
급하게 찍었는지 흔들거려서 제대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로브의 문양은 확실히 고구려가 맞았다.
“거 참··· 신기한 노릇이네.”
선배 기자는 믿기지 않는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사진의 우측 하단에는 찍은 날짜와 시간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기록은 정확하게 30분 전에 찍힌 것이다.
“에이··· 똥 밟았네요.”
“쉿. 조용히 해. 고구려 앞에서 뭐 하는 거야?”
“아차···.”
선배 기자의 말에 투덜거리던 후배가 입을 다물었다.
여기가 고구려 앞이라는 것을 잠시 잊었다.
고구려는 소문이 굉장히 좋지 않았다.
그렇기에 아직도 연화와 동등한 입장에 있는 것이다.
S급 헌터 임요한이 있으면 뭐 하나?
몬스터를 잡아야 할 헌터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잡아서 죽인다는 소문이 나도는데.
그 누구라도 수도권 최고의 길드는 고구려에게 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에 반면, 연화는 평가가 매우 좋았다.
사람들을 위하고, 몬스터의 박멸에 앞장서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되었다.
“어쨌거나 그냥 돌아가자···.”
“그래야죠.”
괜히 들어가서 물어봤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까 두려웠다.
관리국에서는 왜 저런 길드가 설치도록 내버려두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쨌거나 그들과는 엮이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물론 방금 같은 특종은 어떻게 해서든 따내야 되지만, 지금 상황에서 따낼 방법은 없으니까.
“고구려가 좀 썰려야 되는데.”
고구려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서야 후배가 다시 투덜거렸다.
“그건 나도 동감해.”
고구려에 대한 안 좋은 소문들.
괜히 퍼진 것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렇죠? 진짜 파헤치면 문제가 많은 길드일 거라고요!”
“일단 그 문제는 신경 끄자. 괜히 뒤에서 험담했다가 잡혀간다.”
“···무섭게 왜 그러세요?”
“됐고, 밥이나 먹자. 일하느라 밥도 못 먹었어.”
“···네.”
“뜨끈한 국밥 한 그릇, 콜?”
“···콜.”
선배 기자는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후배와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모든 인원이 태현의 안식처에 들어왔다.
태현은 입꼬리를 슬며시 올린 채로 그들의 얼굴을 훑었다.
전부 당황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는 모습.
“여기가 어디야?”
“젠장··· 무슨 수를 쓴 거야?”
임요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게 무슨···.”
그의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뭘 그렇게 놀라세요? 그러다가···.”
태현의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순간 그의 눈앞에 하나의 메시지가 떴기 때문이다.
[요건을 충족하셨습니다.]‘응? 뭔 요건?’
요건을 충족했다는 말이 무엇일까?
태현은 모르겠다는 얼굴로 새롭게 뜨는 메시지를 천천히 읽었다.
-악마와 계약한 마인을 안식처로 불러들였습니다.
-요건을 충족하여 숨겨진 히든 스테이지 ‘마계 : 제로스의 성’에 입장이 가능해집니다.
*클리어 보상
-???
-???
-???
‘일단은 한 개.’
메시지는 총 2개였다.
태현은 추가 메시지를 열었다.
-마인 : 임요한은 현재 제로스와 계약한 상태입니다.
-‘신성검’이 주어집니다. 이걸로 계약의 사슬을 끊어버리세요.
*클리어 보상
-???
-???
‘스케일이 점점 더 커지는데···?’
태현은 곤란한 얼굴로 아공간 주머니를 열었다.
퀘스트대로 주머니에는 이전에는 없던 순백색의 검이 놓아져 있었다.
만약 퀘스트대로라면, 임요한이 변한 것은 악마와의 계약 때문이라는 것이 된다.
‘사슬을 끊으면,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을까?’
태현이 순백색의 신성검을 손에 쥐었다.
그의 주위에는 유령검 3개가 아직 활성화된 상태다.
“지성아.”
그가 임지성을 낮게 불렀다.
“왜?”
“네 아버지, 왜 변했는지 알 것 같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일단 잘 봐봐. 전부 공격 개시! 일단 죽이지는 마라.”
태현의 명령이 떨어지자 수하들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구려 길드원들 역시 대응하기 위해 각자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수하들에게는 밀리는 모습.
빈틈을 노리던 태현이 빠르게 임요한에게 붙었다.
“나를 노릴 생각을 하다니, 배짱이 좋구나?”
임요한은 히죽 웃고는 한손도끼를 사선으로 그었다.
검게 물든 한손 도끼.
“좋습니까? 힘을 가지고 있어서?”
태현은 유령검으로 도끼를 막아내고는 조용히 물었다.
“그렇다면 어쩔 거지?”
“뭐긴요. 일단 풀어드려야죠.”
왠지 희망이 생기는 것 같은 느낌이다.
사실 임지성을 구하자고, 그의 가족을 건드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자신이 직접 끝을 내려고 했다.
그렇게 된다면, 그가 조력자로 움직인다 하더라도 마음이 편치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계약 때문이라면.’
어째서 이 검으로 계약을 끊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퀘스트는 신성검이 계약의 사슬을 끊어버릴 수 있다고 한다.
태현이 임요한의 몸을 구석구석 살폈다.
마땅히 사슬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쾅!
임요한의 도끼가 쉬지 않고, 유령검과 부딪혔다.
“도대체 무슨 능력이냐!”
공격이 들어가지 않음에 적잖이 당황한 얼굴.
태현은 가볍게 무시하고, 그의 몸을 살피는데 주력했다.
그 순간, 임요한의 오른쪽 가슴이 검게 빛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유독 그 부위만 검게 빛나는 것이 이상했다.
쾅!
‘이런···.’
유령검이 그의 공격을 막아주고는 있었지만, 이제 슬슬 한계였다.
스킬의 사용시간이 다다른 것이다.
기껏 그의 몸을 여유롭게 살피나 싶었더니만, 이제는 죽일 각오로 싸워야만 한다.
그러나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태현은 그 오른쪽 가슴이 계약의 사슬이라고 확신했다.
결국 유령검이 사라지기 직전, 태현이 신성검으로 그의 오른쪽 가슴을 꿰뚫었다.
“끄아악!”
그러자 임요한의 입에서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는 스산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