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nly Hunter with no level limit RAW novel - Chapter 79
19화 S급 레이드(1)
*현재 전 세계가 S급 게이트에 집중되어있었다.
몇 년 만에 등장한 S급.
그것도 마지막에 등장했던 게이트와는 훨씬 큰 크기.
여러모로 위험한 레이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에 있는 S~A급 헌터들은 게이트 근처에서 대기하면서 명령을 기다렸다.
이번 S급 레이드를 지휘하게 될 이는 S급 헌터 천태도였다.
그를 필두로 수많은 A급 헌터들이 줄지어 부동자세를 취했다.
그들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는데, 그만큼 긴장했다는 증거였다.
이들 중 98% 가까이가 S급 게이트에 대해 경험이 없는 상태였다.
대한민국에는 처음으로 S급 게이트가 등장한 것이기도 했고, 타국에서 발생한 게이트라고 할지라도 A급들은 용병으로 참여할 일이 없었다.
물론 이번 경우는 달랐지만.
“백승한 헌터.”
천태도가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백승한에게 말을 건넸다.
“왜 그러시죠?”
“정말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
“제가 S급 레이드에 용병으로 참여했던 게 벌써 6년이 다 되어갑니다.”
“저도 그 쯤 되는군요.”
“그때는 이것보다 작은 크기의 게이트였는데도, S급 헌터만 30명이 가용되었죠.”
“그 정도는 되어야 가능성이 보였으니까요.”
그 때는 그랬었다.
대한민국에서 별로 없는 S급이라지만, 그 당시에는 어쩔 수 없이 용병으로 참여했었다.
헌터 약국이기에 강국의 강압에 이기지 못하고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것.
그것은 백승한도 마찬가지였다.
과거를 회상한 천태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런데 지금 보십시오.”
“······.”
“A급 헌터 80명? 좋다 이겁니다. 그런데 S급 헌터를 긁어모은 게 겨우 15명을 지원해준다는 게 말이 됩니까?”
“후우···.”
“이번 게이트를 클리어 할 수 있을 지가 미지수라고요.”
장난기 많고, 생각 없이 움직일 때가 많았던 천태도조차 지금 상황은 냉정하게 볼 수밖에 없었다.
백승한 역시 상황이 심각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나머지 인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언니, 하필이면 왜 여기에 S급 게이트가 나타난 걸까?”
채민희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게··· 이것도 운명이겠지.”
채연화는 비교적 담담했다.
자신이 어떤 행동을 취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상황이 보다 나아질 수는 없었으니까.
적어도 길드 마스터인 자신이 냉철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언니는 참 대단해.”
채민희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뭐가?”
“그렇게 담담한 척 하는 거. 나는 겉으로 티가 다 나거든.”
“···나도 티 나는 거 아니야? 이미 들켰잖아.”
“아니. 언니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은 눈치도 못 챌 걸? 그나마 나니까 이 정도지.”
채민희가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본 채연화의 얼굴이 슬픔의 빛을 띠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나보고 피하라는 거야?”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어. 아니, 그럴 확률이 너무 높아. 그러니까 너라도.”
“언니.”
채연화를 말을 듣던 그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미안.”
이미 끝난 이야기다.
피하지 않고, 레이드에 참가하기로 결정되었다.
그렇지만 채연화는 걱정되는 마음에 그녀가 레이드에 참가하지 않았으면 했다.
채민희가 선택을 번복해줬으면 했다.
“괜찮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너를 걱정하는 거야.”
“그러니까 괜찮을 거야.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왠지 그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사실 채민희는 남몰래 조사하던 것이 있었다.
“왜? 한태현 헌터가 있어서?”
“!”
채민희가 어떻게 알았냐는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귀여운 반응에 채연화가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아냈다.
“너는 정말 티가 많이 나네? 후후.”
게이트를 내어준 이후로 태현이 길드를 세우고, 그의 곁에 있던 임지성까지 재각성을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리고 고구려에 대한 폭로까지 가담했었기에 고구려와 왕국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가 왕국이 길드전에 승리했다는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소식.
그렇기 때문에 고구려의 임요한이 S급 헌터로 레이드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말에 온갖 비난이 쏟아지고 있었다.
“어쨌든 그런 거 아니··· 응?”
채민희가 반박하려던 행동을 멈췄다.
그녀의 눈이 채연화의 옆에 고정되었다.
“기다리던 사람이 왔나 보구나?”
그녀는 그 말과 함께 등을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태현과 임지성이 서 있었다.
*“흐음··· 이거 어떡하지?”
임지성이 볼을 긁적이며 물었다.
많은 눈이 태현과 임지성에게로 몰려있었다.
이번에 S급으로 재각성하면서 레이드에 참가하겠다는 소식이 모든 길드들에게 전파되었다.
한낱 신생 길드의 부마스터가 S급 헌터라니.
정말 놀랄 일이다.
그렇다면, 마스터인 태현은?
“됐어. 그냥 무시해.”
그는 아직 레이드에 참가하겠다고 확답을 내리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인원들이 의아한 얼굴로 태현을 바라보았다.
어쨌거나 그는 A급 헌터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레이드를 뛴다고 하더라도, 큰 도움이 될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옆에 있는 S급 헌터.
임지성에게 기대를 걸고 있었다.
“쩝··· 저렇게 나오다간 후회할건데.”
안타깝다는 듯, 임지성이 혀를 내둘렀다.
지금 길드의 헌터들이나 지원받아서 자리한 헌터들은 태현을 은근히 깔보고 있는 중이다.
마스터가 부마스터보다 약하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현은 그런 눈길들을 전부 무시하고, 게이트의 입구만 응시할 뿐이었다.
사실 자신과 임지성, 2명이서 들어가서 클리어 할 계획이었는데, 설마하니 헌터들이 전부 여기서 대기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판단 미스였다.
‘뭐··· 일단은 지켜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몬스터를 잡고, 경험치가 들어오고 안 들어오고는 인원에 관계가 없었다.
그저 헌터들의 피해를 줄이고자 가급적 소수의 인원이 들어가려던 것이었는데, 이렇게 눈을 부릅뜨고 대기하고 있는 헌터들을 보니, 그런 마음이 싹 가셨다.
지금은 그저 몇 명의 인원이 들어가던, 게이트만 클리어하면 족했다.
그러나 자신을 안 좋게 보지 않는 시선들도 존재했다.
먼저는 천검과 천태도.
당시 자신을 공격하려 했던 행동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일단은 넘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연화 길드.
연화는 태현에게 빚을 진 게 있었기도 하고, 모두가 그를 환영한다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채민희와 눈을 마주쳤다.
계속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던 모양.
그제야 그녀가 태현에게 다가왔다.
“오랜만이네요?”
“그러게요. B급 게이트 이후로 처음이죠?”
“네. 설마 이렇게 오랜만에 뵐 줄은 몰랐네요.”
왠지 아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
태현은 가까스로 웃음을 참아내고는 말했다.
“아쉬워요?”
“서··· 설마요. 제가 뭐가 아쉽다고 그러세요?”
당황했는지 말까지 더듬으며 톡 쏘아붙이는 모습.
참 알기 쉬운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입니다. 한태현 헌터님.”
그녀와 대화를 하고 있는데, 채연화도 자신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네. 연화 마스터님도 잘 지내셨죠?”
예의상 건넨 인사.
채연화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 얼굴은 금세 어두워졌다.
“네. 그보다 레이드를 참가하시려고 오신 건가요?”
“뭐··· 그렇게 되네요?”
“···괜찮으시겠어요?”
“걱정해주시는 건가요?”
“네.”
망설임 없는 대답에 태현이 그만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살짝 정도는 당황할 줄 알았는데.
“후후, 원하던 대답이 아니어서 실망했나요?”
미소를 지우지 않은 얼굴로 말하는 그녀의 모습.
“그건 아닙니다만.”
태현이 딱 잘라 말했다.
“한태현 헌터님 아니십니까?”
마침 천태도와 백승한이 그에게 다가왔다.
“오랜만입니다.”
태현이 천태도에게 인사했다.
그와는 안면이 있었고, 별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반면 옆에 있는 백승한은 면식이 없었다.
오늘 처음 보는 사이.
물론 그가 누군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화백 길드의 마스터.
S급 헌터면서 신궁이라는 별호를 가진 이가 바로 백승한이다.
헌터가 아니더라도 그를 모른다면 간첩일 것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백승한이라고 해요.”
백승한은 재빨리 그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뭐가 되었든 태현도 왕국 길드의 마스터.
등급이나 규모를 떠나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자는 의미였다.
“네. 한태현입니다.”
태현 역시 그런 예의가 싫지는 않았다.
옆에 있는 천태도보다야 100배는 나았으니까.
“채연화 헌터님과 채민희 헌터님도 한태현 헌터와 아는 사이였죠?”
자신이 연화와 면식이 있다는 것을 아는 모양.
그렇다는 것은 천태도가 자신을 뒷조사하면서 연화와 면식이 있었다는 것도 수집한 모양이다.
태현의 눈이 차갑게 식었다.
어찌되었든 자신의 뒤를 캤다는 것은 별로 기분 좋지 않았다.
“혹시··· 한태현 헌터님의 뒤를 캔 건 아니겠지요?”
채민희가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무래도 그녀도 눈치 챈 듯하다.
“아··· 그···.”
천태도는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것을 급히 깨닫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래서 뇌를 거치지 않고 말을 하면 안 되는 것이거늘.
태현이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됐어요. 다시는 이러지 말아주셨으면 좋겠군요.”
“아··· 죄송합니다.”
이 부분은 천태도가 잘못했다.
그 역시 인정하는지 군 말없이 사과하는 모습.
백승한은 조금 놀랐다는 듯,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천태도 헌터가 사과하는 모습은 이번이 2번째로군요.”
“원래 잘 안하시나보죠?”
태현이 물었다.
그의 물음에 백승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천태도 헌터가 자존심 하나는 끝내주니까요.”
“아니! 백승한 헌터? 나도 잘못한 건, 빨리 빨리 사과하는 편이랍니다?”
“휴··· 알겠으니까 그만 슬슬 들어가죠.”
백승한이 그의 손목에 있는 헌터 워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 명령이 내려왔군요.”
그제야 천태도가 헌터 워치를 만지작거렸다.
헌터들은 이미 자리에 집결한 상태.
슬슬 레이드를 시작할 때다.
그 증거로 천태도가 게이트의 입구로 향했다.
수많은 헌터들은 태현을 흘기고는 천태도의 뒤를 따랐다.
아무래도 자신이 S급 헌터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아니꼬왔던 모양.
“하··· 정도껏 하지.”
가만히 있던 임지성도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는지 미간을 좁혔다.
“됐어.”
“쩝··· 그래.”
태현의 저지에 임지성이 금세 평소의 얼굴로 돌아갔다.
“저···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채민희도 내심 마음에 걸렸던 모양인지 그에게 위로를 건넸다.
그러나 태현은 손을 저으며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됐어요. 그리고 아까는 고마웠어요.”
“네?”
“천태도 헌터에게 제 뒤를 캤냐고 물어봐 주신 거요. 덕분에 사과 받았습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자신이 언짢다는 듯이 말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이렇게 정중하게 사과를 받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자신을 흘기던 헌터들에게도 좋지 않은 인식을 심어줬을 수도 있다.
그랬기에 직설적으로 말해준 채민희에게 고마운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아··· 아니에요. 그건 천태도 헌터가 잘못한 거니까요.”
채민희는 손을 저으며 뒷걸음질 쳤다.
잘못한 걸 잘못했다고 말했을 뿐이다.
그런데 감사인사를 받으니 괜히 부끄러워졌다.
그런 반응을 지켜보던 채연화가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어깨가 들썩였다.
자신을 비웃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언니!”
“하하, 사이좋은 자매네요.”
태현은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렸다.
감사인사는 여기서 종료.
이제는 레이드에 집중할 차례다.
그녀의 반응이 재밌기는 했지만, 지금은 레이드를 우선시해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