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nly Hunter with no level limit RAW novel - Chapter 89
19화 S급 레이드(9)
*통로 끝에 있는 커다란 낡은 문.
문에는 녹색의 이끼들이 잔뜩 낀 상태였다.
일반 이끼가 아니었다.
맹독을 머금은 포자가 한자리에 모여 문을 뒤덮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메시지 말대로 보스방에 출입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
그렇지만 막상 들어가려니 헌터들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 반동으로 태현도 걸음을 멈추고, 등을 돌려 헌터들을 보았다.
그들이 순간 멈춘 이유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군 말 없이 지켜보았다.
“무슨 기운이 이렇게 거대하지···?”
채민희가 놀란 얼굴로 중얼거렸다.
S급 헌터들의 얼굴이 굳었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몬스터들도 엄청난 힘을 보여주었는데, 문 너머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상상을 달리했다.
마치 거대한 산이 그들이 가지 못하게 막아 세우는 느낌.
물론 태현도 그 느낌을 받았다.
‘넘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
헌터들과 다른 점은 해볼 만하다는 마음이 든다는 점.
다른 사람이 듣는다면 놀라 자빠질 정도로 여유로움을 보여주는 모습.
“가능하겠냐···?”
임지성이 그의 생각을 읽었는지 조용히 물어왔다.
헌터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한 목소리로 물어보는 모습.
태현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래.”
“···우리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거 같냐?”
사실 그 역시도 들어가서 제대로 싸울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다.
혹여라도 그의 발목을 붙잡을까 염려가 되는 것이다.
입술을 세게 물며 물어보는 모습에 태현이 피식 웃었다.
“솔직히 말해줘?”
“응···.”
“도움이 안 될 가능성이 좀 높지.”
“그러면··· 빠져야 되는 건가?”
임지성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어지간히 자존심이 상한 모양이다.
그러나 태현이 고개를 저었다.
“없는 것보다는 낫다. 오히려 도움이 될 만한 상황을 만들어주면 좋겠는데.”
태현은 수하들을 돌려보낼 생각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S, A급 헌터들 역시 같이 들어갈 생각이었다.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
혹여라도 보스급 몬스터가 헌터들에게 시선이 팔린다면, 이들이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테니 말이다.
물론 확률이 적은 이야기지만, 헌터들과 수하들 모두 특성이 고루고루 분배되어 있었기에 같이 들어가서 상대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그래도 되겠어?”
임지성은 자신의 실력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조심스레 물었다.
“어차피 보스를 처리하는 건, 내가 될 거다. 너도 알지? 보스 놈이 엄청 강하다는 걸?”
만약 태현이 없는 싸움이 이루어졌다면, S급 헌터는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전멸할 것이다.
그 정도로 강한 기운을 흘리는 놈이었다.
“···그렇지.”
“그러니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 봐.”
태현의 말은 모두에게 들릴 정도로 소리가 컸다.
그렇기에 헌터들도 그 이야기를 듣고, 얼굴을 굳혔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그것이 이번 레이드에서 그의 발목을 붙잡지 않는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서포트에 집중하도록 노력하지요.”
S급 헌터들이 말했다.
“그럼 부탁드리죠. 들어갈까요?”
이제 문 너머에는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보스를 마주할 것이다.
태현과 헌터들, 수하들이 문 너머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하나의 메시지가 추가로 들려왔다.
[보스 : 포이즌 킹 Type-X의 방으로 입장합니다.]*보스의 방에 입장했을 때, 느낀 감정은 스산하다는 것이었다.
그 정도로 방 안의 분위기가 좋지 못했다.
차가운 공기가 묘하게 흐르고 있었다.
매캐한 독이 안개가 되어 그들의 시야를 방해했다.
“허···.”
임미정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바깥의 공간과는 차원이 달랐다.
주위를 감싼 독의 농도가 상상 이상으로 진했다.
“바로 해독 버프를 사용할게요.”
오지은이 빠르게 해독 버프를 사용했다.
[대천사의 축복]이 100% 해독작용을 해주는 것이 아니었기에 그녀의 해독 버프가 없으면, 중독이 되고 말 것이다.‘S급 수준을 넘어섰군.’
태현이 주위를 둘러보면서 느꼈다.
이 정도라면, S급 헌터가 20명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승리를 확실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 정도로 이번 게이트의 난이도가 높았다.
슈욱!
때마침, 안개 사이로 화살 3개가 태현의 가슴을 노리고 날아들어왔다.
가장 강한 인물을 먼저 죽일 생각으로 날아든 화살.
‘손으로 잡았다간 위험하다.’
그렇게 판단을 마치고, 검을 꺼내어 화살을 전부 박살냈다.
움직임을 쫓는 건, 어렵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보스를 조심하십시오. 일단 활을 사용합니다.”
태현이 헌터들에게 말했다.
그리고는 자객에게 보스의 움직임을 파악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곧장 주위로 흩어졌다.
비록 이들의 힘으로 보스를 저지하는 것은 어렵지만, 태현이 싸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에는 충분하리라.
덕배(테이머)는 리고르모와 라이그틸로를 소환해서 보스의 움직임을 저지하겠다며 움직였고,
아론(궁수)은 궁을 이용해서 보스를 상대했다.
그러나 독에 휩싸인 안개가 그들의 시야를 방해하면서 원할 한 전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고의적으로 만든 독 안개로군.’
이들 모두 S급에 준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시야에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은, 보스가 고의적으로 독 안개를 주위에 뿌려두었다는 소리가 된다.
아무래도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성아! 바람계열 마법 좀 사용해볼 수 있냐?”
“독 안개를 밀어버리라는 거지? 오케이! 해볼게!”
태현은 임지성에게 부탁을 하고는 곧장 앞을 향해 스프링마냥 튀어 나갔다.
유령검을 소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의 검이 허공을 가르기 시작했다.
마침 임지성의 바람 계열 마법도 발동되었다.
“젠장···.”
임지성이 신음을 흘렸다.
바람 계열 마법에도 독 안개가 흩어지기는커녕, 더욱 진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자신의 마법으로는 소용이 없는 모양.
“괜찮아!”
태현이 소리쳤다.
보스의 움직임을 눈치 챘기 때문이다.
현재 그의 능력치는 칭호의 효과까지 더해져 400이 넘어섰다.
상상을 초월한 능력치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포이즌 킹의 실루엣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여기군!’
태현의 검이 허공에 사선으로 베었다.
그러나 그 검은 애꿎은 것을 베어낸 것이 아닌, 포이즌 킹을 정확하게 겨냥했다.
“크익!”
괴기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태현이 확실하게 포이즌 킹에게 닿았다는 증거.
하지만, 그 목소리는 비명이 아니었다.
그저 놀람과 감탄이 섞인 목소리였다.
‘강하군.’
태현의 눈동자가 차가워졌다.
생각 외로 놈이 민첩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크아!”
그 순간, 포이즌 킹이 어디서 구해왔는지 검을 하나 빼들고는 태현을 공격했다.
“음?”
그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방금 공격은 자신이 포이즌 킹에게 가한 방법과 동일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사선으로 긋는 모습.
태현은 몸을 아래로 비틀어 여유롭게 피해냈다.
“크아아!”
자신의 공격이 허투루 돌아감에 포이즌 킹이 분개했다.
입을 벌려 기다란 혀를 날름거리는 모습이 징그럽게 느껴졌다.
날카로운 이빨에 침이 고인 것을 정면으로 마주하니 헛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태현의 인상이 무의식적으로 구겨졌다.
“에라이, 더러운 자식.”
그 말과 함께 다시금 검으로 포이즌 킹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놈은 분개한 와중에서도 태현의 공격을 흘리면서 반격했다.
“크아아!”
“짜증나게 하네.”
태현 역시 그의 반격을 여유롭게 피해내고, 다시금 반격했다.
서로의 검이 허공을 가르거나 맞부딪치며 쇳소리가 주위의 공간을 가득 채웠다.
“허···.”
S급 헌터들은 시야를 가린 안개 때문에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쇳소리만으로도 얼마나 큰 싸움을 벌이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기감이 뛰어난 채민희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로 지켜보았다.
‘뭐야? 아까와는 차원이 틀려···.’
S급 헌터는 아니었지만, 기감을 통해 태현이 어느 정도의 경지까지 올라왔는지 대충이나마 알 수 있었다.
다른 이들은 그가 G급이라고 했지만, 자세히 보면 G급은 아닌 듯했다.
무언가 조금 부족한 느낌.
그런데 지금은 그런 느낌을 찾을 수 없었다.
포이즌 킹을 바라보며 절망으로 인해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 했는데, 태현이 전부 끌어올린 힘은 포이즌 킹보다 조금 더 우세했다.
G급에 도달했다는 증거였다.
꿀꺽.
채민희가 마른 침을 한 번 삼켰다.
일전에 G급 헌터를 딱 한 번.
기회가 되어 마주 보고 짧게 대화를 나눴던 적이 있었다.
그 때 느꼈던 거대한 산.
기감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그런데 그런 기감이 지금 전투를 하고 있는 태현에게서 느껴졌다.
‘B급에서 G급까지···.’
성장형 헌터.
그것도 G급까지 성장하는 헌터다.
불분명 각성자가 괜히 불분명 각성자가 아니었다.
채민희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끊임없이 성장하는 모습에 동경심이 저절로 싹트기 시작했다.
확실히 그녀가 느끼는 대로 태현은 지금까지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전력으로 상대해야지만, 포이즌 킹을 압도할 수 있었다.
그만큼 강한 상대라는 증거.
‘강하다.’
태현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몬스터가 G급에 준하는 힘을 가지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크아아!”
포이즌 킹이 입에 독을 내뿜었다.
그러자 엉덩이에서 방귀를 뀌는 것 마냥, 독가스가 흘러나왔다.
아무래도 이 독 안개로 저런 방법으로 뿌려댄 것이리라.
‘괜찮은데?’
태현의 눈이 살짝 빛났다.
포이즌 킹.
G급은 아닌, S급의 몬스터.
S급의 힘을 가지고 있는 덕배(테이머)라면, 이 포이즌 킹을 테이밍할 수 있지 않을까?
당시 라이그틸로도 덕배보다 강했다.
그럼에도 테이밍이 가능했다.
‘덕배!’
‘네. 주군.’
‘목소리가 어째 좀 그렇다?’
덕배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
그렇기에 살짝 삐딱한 태도가 엿보였다.
‘아닙니다!’
덕배가 말투를 고쳐 잡았다.
‘이 놈, 테이밍 가능하겠냐?’
‘테이밍 말씀이십니까?’
‘그래.’
‘흠···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 생김새가 좀 어떤지···?’
안개 때문이기도 했고, 태현과 포이즌 킹이 검을 주고받는 스피드가 이들의 눈에 잡히지 않았다.
그렇기에 제대로 된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꽤 매력적이다. 보면 만족할 걸?’
‘그렇습니까?’
덕배의 목소리 톤이 조금 높아졌다.
흥미가 생긴 모양.
‘그래. 테이밍 할래?’
‘해도 되겠습니까?’
‘응. 대신, 철회하는 순간 넌 죽는 거야.’
‘···진짜 괜찮은 거 맞습니까?’
‘맞아.’
‘음··· 알겠습니다.’
덕배에게도 확답을 받았다.
태현의 입꼬리가 자연스레 올라갔다.
“네 놈 생김새가 좀 더럽긴 한데··· 도움은 될 것 같으니 살려는 줄게.”
“크아아!”
자신에 대한 욕이라는 것을 인식한 모양인지, 포이즌 킹의 포효가 아까보다 훨씬 커졌다.
“이제 봐주는 거 없다.”
태현이 이전보다 스피드를 올리며 포이즌 킹을 압박했다.
아까와는 다른 모습에 적잖이 당황한 모양인지, 포이즌 킹이 신음을 흘렸다.
그러나 그의 검이 계속해서 놈을 압박했고, 이내 가슴을 꿰뚫었다.
“크아악!”
“전력을 다해야 상대가 가능하다니··· 나도 아직 멀었구나.”
반면, 포이즌 킹에게 공격을 성공했음에도 태현은 아쉬운 마음에 혀를 찼다.
전력으로 공격해야 상대가 가능했다는 건, 아직 만족할 정도로 강해지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G급에 근접한 포이즌 킹.
그것을 모든 버프를 다 받은 상태임에도 전력으로 상대해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쿨럭···.”
포이즌 킹은 왼쪽 가슴이 꿰뚫림에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리고는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자신에게 힐을 걸었다.
“쯧, 넌 끝났어. 인마.”
태현은 포이즌 킹이 회복하기도 전에, 놈의 몸을 구석구석 찔렀다.
하나같이 치명타일 정도였는데, 유령검이 같이 공격했기 때문이었다.
“끄어억···.”
포이즌 킹이 힘겹게 고개를 들어 포효했다.
아직 포기하기는 싫은 모양.
이대로 죽음을 받아들이기가 믿기지 않는 듯 했다.
“이제 나를 위해 싸우게 될 거야.”
태현은 그 말과 함께 포이즌 킹의 목을 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