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nly Hunter with no level limit RAW novel - Chapter 91
20화 뜻 밖의 이득?(1)
*“만족하셨습니까?”
전화를 끊은 채병국이 앞에 앉아있는 이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마치 명령을 받고, 일부러 밝은 모습을 보였다는 것.
그 증거로 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기 시작했다.
“네. 잘하셨어요.”
앞에 앉아있는 이는 태현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만족감 서린 미소가 지어져있었다.
채병국은 다시 맞은편에 앉아 조심스레 찻잔을 들었다.
“정말이지요?”
“그럼 제가 거짓말 할 것 같습니까? S급 헌터들한테 이미 연락을 취하셨는데도, 물어보시다니.”
“아··· 아뇨. 아뇨. 당연히 진실이겠지요. 단지, 믿기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미국 관리국에서 약속을 어겼다.
S급 15명, A급 80명을 지원해준다는 약속을 말이다.
실제로 지원받은 인원은 A급 20명, B급 75명이라는 것만 보더라도, 그 속이 훤히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상황은 아주 심각하다고 볼 수 있었다.
“말씀하셨던 대로 제가 게이트에 출입했다는 소식은 극비사항으로 취급해주십시오.”
“음··· 그게 가능할까요? 보는 눈이 너무 많았습니다.”
“괜찮습니다. 생각 외로 제 의견에 모두가 동의해주셨기 때문이지요.”
당시 게이트를 빠져나오기 전.
태현은 모두에게 말했었다.
원래 이야기했던 대로 지원단 헌터들을 만행을 퍼트리는데 사용하고 버릴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헌터비무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입을 다물고 있을 것인지를.
당연히 이들의 대답은 후자였다.
한국의 헌터들 역시 초반에는 반발했지만, 그의 계획을 듣고는 생각을 바꾸었다.
“음··· 그래서 지원단 헌터를 저희 측에서 데리고 있게 해달라는 거군요?”
“그렇죠. 아마 이대로 돌아간다면, 무슨 수를 써서든 제가 게이트를 클리어 했다는 걸 알아내겠죠.”
공교롭게도 헌터비무대회는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 전까지 한극 측에서 지원단 헌터를 대접하겠답시고, 데리고 있으면 충분하다.
“그냥 두진 않을 거 같은데요···.”
“괜찮습니다. 아마 찬성하고도 남을 걸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어렵지 않습니다. 지원단 헌터를 거짓으로 보낸 것을 묵인하겠다는 조건으로 밀고 가면 됩니다.”
“······.”
현재 자신이 클리어 한 것은 모른다.
그러나 S급 게이트는 클리어 되었고, 지원단 헌터들도 모두 무사하다.
어찌 보더라도 거짓으로 지원을 보냈다는 것이 들킨 상황이다.
“제가 없었다면, 영영 몰랐겠죠?”
태현이 피식 웃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번 레이드는 대실패로 돌아가야만 한다.
그래서 미국 관리국이 한국을 지원했으나 안타깝게 되었다는 말과 함께 도움을 추가로 주겠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아래에 두겠다는 것이기도 했다.
이미 한국 관리국이 미국 관리국의 밑에 있다고 하더라도, 보다 확실하게 먹어치우기 위함이다.
겸사겸사 강국이 약국을 도와주었다가 피해를 보았다는 이유로 타국의 지원까지 받을 수 있는 건더기를 만들 수도 있었다.
“그렇긴 합니다만···.”
“그럼 바로 진행하면 되겠군요.”
“···알겠습니다. 대신 헌터비무대회에 출전하신다는 것이지요?”
“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번 게이트의 만행을 여지없이 드러내야죠. 후후.”
태현이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헌터비무대회는 참가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마음이 바뀌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헌터님을 믿고, 진행하겠습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채병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태현이 아니었더라면, 레이드는 실패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리고 S급 헌터를 전부 잃었을 것이다.
“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태현은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들어가십시오.”
용건이 끝났기에 채병국은 미련 없이 그를 놔주었다.
태현이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그대로 국장실을 빠져나왔다.
곧장 집으로 향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그의 걸음은 국장실을 빠져나오자마자 다시금 멈췄다.
“한태현 헌터님··· 잠시 이야기 좀 나누고 싶은데요.”
“진도윤 부장님?”
*진도윤과 태현은 신고센터장실로 향했다.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말에 거절하려고 했지만, 딱히 일정도 없어서 받아들였다.
책상에는 언제 준비했는지 페퍼민트차가 준비되어있었다.
센터장실에 오기만 하면 커피만 내어줬는데, 페퍼민트차라니.
조금 새로웠다.
“하실 말씀이 뭐죠?”
태현은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음··· 사실 문 밖에서 대기하다가 이야기를 엿듣고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말씀하세요.”
“네. 헌터비무대회에 출전하신다고 하셨지요?”
“그렇죠?”
진도윤이 찻잔을 입에 한 번 가져갔다.
목을 살짝 축이고는 찻잔을 다시 내려놓았다.
“비무대회까지 1달의 기간이 남았습니다. 혹시 그 기간 동안 일정이 있으신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물어보는 의도부터 말씀하셨으면 좋겠는데요?”
태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한국 각성자 연합 중·고등학교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
“모를 수가 있나요?”
그가 어깨를 한 번 으쓱여보였다.
4년 전에 설립되어 운영되는 학교.
19살 이전에 각성하는 학생들을 위해 마련된 학교다.
각성자와 비각성자가 같은 공간에서 수업을 받다보니까 여러 사건 사고들이 끊임없이 발생했다.
5년 전만 하더라도 비각성자인 학생의 사망소식이 간간히 들려왔다.
그렇기 때문에 4년 전.
19세 이전의 각성자들은 헌터로 바로 등록되지 않고, 학교를 통해 졸업을 해야지만 이후 길드에 등록되어 헌터로 활동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길드와 관리국 내에서 20세 미만의 헌터가 없는 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그런데 그런 학교를 왜 내 앞에서 꺼내지?’
궁금증이 어린 눈으로 그를 보고 있자, 진도윤이 천천히 입술을 뗐다.
“사실 이번에 1달 정도 실전훈련을 실시하려고 합니다.”
실전훈련.
학생들이 조를 편성해서 게이트를 클리어 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요?”
“그 실전훈련을 지도해주실 선생님이 필요한데, 헌터님께서 해주실 수는 없으신지···.”
“제가 해야 되는 이유가 있습니까?”
각성자들을 지도해줄 선생은 충분할 텐데?
“올해 S급 각성자가 2명 출현했습니다.”
“!”
2명.
S급 각성자가 2명이 추가된다는 것은 한국도 S급 헌터 보유 숫자가 두 자리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현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일란성 쌍둥이로 18살이 되었습니다.”
“쌍둥이가 같이 S급이 되었다라···.”
태현이 턱을 어루만졌다.
S급 헌터가 추가되었다는 소식은 좋은 일이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자신이 1달간 맡아줄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보통 선생이라면, 학생들보다 등급이 높은 걸 선호합니다만··· S급이다 보니 선택지가 많이 좁아지더군요.”
“그럼 다른 S급을 알아보지 그러셨어요?”
“그럴 생각이었지만, 가장 먼저 떠오른 게 헌터님이셨습니다.”
“저요?”
태현이 피식 웃었다.
자신이 가장 먼저 떠오른 이유가 무엇일까?
“네. 보시다시피 말씀드렸던 이유가 1달간 이론을 병행한 실전훈련이기 때문입니다. 게이트를 클리어 하는 것이죠.”
게이트.
그 단어에 태현의 구미가 당기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흥미가 생기네요.”
A급 게이트를 따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원들을 손실 없이 캐내고, 팔아넘겨서 순이익을 계산한다.
“네. 1달만 도와주신다면, 그 기간 동안 훈련 목적으로 한 A급 게이트를 무상으로 제공해드리겠습니다. 추가로 자원들 역시 왕국 길드가 전부 가져가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건 나쁘지 않군요.”
“또 있습니다. 학생들 중에서 쓸 만한 인재가 있다면, 그 인원을 가장 먼저 지명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파격적인 제안이다.
누가 듣더라도, 거절할 수 없는 제안.
태현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1달 동안 A급 게이트를 클리어 하려고 한 것이 사실이다.
250레벨을 달성해야지만, 에일린의 과거 다음 단계에 돌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레벨이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꿀 같은 제안을 해오니, 마음이 동했다.
“1달만이죠?”
“네.”
“그럼 6개월 간, 왕국 길드에 A급 게이트를 무상으로 제공해주실 수 있습니까?”
“바··· 반년이요?”
“네. 어쩌실래요?”
진도윤이 놀랐는지 눈을 크게 떴다.
이 정도 제안만 하더라도, 엄청난 것인데.
아직 태현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무리였다는 소리인가?
‘음··· 그래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녀석들을 컨트롤하려면··· 한태현 헌터님밖에 없다!’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관리국과 학교는 태현같은 강자가 필요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좋습니다! 반 년 간 제공하겠습니다. 부디 1달만 부탁드리겠습니다!”
“훗, 좋아요. 거래 완료입니다.”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오전이 되자마자 왕국 길드 사무실로 향했다.
“야!”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유지아가 급히 그에게 다가왔다.
“왜?”
태현은 허둥지둥 거리는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물었다.
“소식 들었어? 지성이가 이번에 S급 레이드에 참가했었잖아! 글쎄 사망자 없이 무사히 클리어했다더라!”
흥분했는지 호흡이 거칠었다.
태현은 피식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헝클어뜨렸다.
여자들은 머리를 만지는 걸 매우 싫어한다지?
“아아악! 머리 망가지잖아!”
예상대로의 반응이었다.
태현은 혀를 빼꼼 내밀고는 자리에 앉아서 업무를 보고 있는 임지성에게 다가갔다.
“마스터 왔는데, 아는 척도 안 해주냐?”
“···아. 쏘리.”
업무에 집중하던 나머지, 태현이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무안했는지 머쓱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녀석.
태현은 일어나지 말라는 말과 함께 그의 어깨에 손을 가볍게 올렸다.
“인원 선별은 어디까지 진행됐어?”
“음··· 아직 정하진 않았는데, 박성호 씨가 역할 분담을 잘 해주고 있어서 아직은 괜찮을 거 같아.”
태현이 고개를 돌려 박성호를 보았다.
그는 그의 시선을 피하고는 일에 열중했다.
‘그렇게 무서웠나.’
이해는 한다.
수하들이 가차 없이 굴렸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으니까.
태현은 당분간 그를 가만히 냅두기로 했다.
그보다 용건은 다른 게 아니었다.
“지원단 헌터들은 관리국에서 당분간 데리고 있기로 결정됐다.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다는 증거.”
“잘 됐네. 그보다 네가 그런 생각을 할 줄은 몰랐다.”
임지성이 픽 웃었다.
설마하니 헌터비무대회에 출전해서 미국 관리국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릴 생각을 할 줄이야.
역시 태현다웠다.
“쯧, 어차피 이대로 돌려보내도, 관리국에서 입 싹 닫게 만들 게 뻔하니까. 한국이 그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해도, 들은 척도 안 할 건데. 이렇게라도 해야지.”
“위험해지는 거 아닌가 몰라.”
조금 걱정도 되었다.
이번 일은 작은 일이 아니었다.
커도 너무 컸다.
그래서 걱정이 되었다.
“괜찮아. 그 부분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현재 상황은 나머지 길드들에게 전파해줘. 추가로 이번에 1달 간 학교에 좀 다녀와야 될 것 같다.”
“학교?”
“한국 각성자 연합 중·고등학교 알고 있지?”
“응.”
“거기 1달 간 선생으로 일하기로 했다.”
“···왜?”
굳이?
임지성의 눈빛에 그런 말이 담겨있었다.
“A급 게이트 6개월 무상 제공. 자원 역시 왕국 소유. 학교에서 쓸 만한 인재를 발견하면, 우리가 먼저 스카웃할 권리를 준다.”
“어?”
임지성의 눈이 커졌다.
말도 안 되는 조건들이었다.
“이런 조건으로 1달 간 일하기로 했다 이거지. 나쁘지 않잖아?”
“···정말이네. 진짜 파격적인 제안인데?”
“와! 정말이야?”
“!”
대화를 듣고 있던 유지아와 박성호도 놀란 눈이 되었다.
겨우 1달 일한 것 가지고, 6개월이나 A급 게이트를 무상 제공을 해준다니.
이러면, 반년 정도는 벌어들이는 수익이 어마어마할 것으로 보인다.
태현이 게이트 클리어를 쉬지 않고, 하는 편이기에 나오는 계산이다.
“그래. 물론 하루 종일 있는 것도 아니고, 수업 시간에만 들어갔다 나오면 되는 거니까.”
“그러면?”
“저녁 이후부터는 A급 게이트에 집중할 수 있다 이거지.”
그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어찌 되었든 돈이 굳었다.
아주 만족스러운 거래.
“흐음··· 학생들 다루기가 꽤 어려울 텐데.”
임지성은 걱정된다는 눈으로 태현을 보았다.
“괜찮아. 말 안 들으면, 살짝 조지면 돼.”
“······.”
아무래도 걱정해야 하는 건, 태현이 아니라 학생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