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nly Hunter with no level limit RAW novel - Chapter 99
22화 다시 한 번 과거로, 그리고 길드원(3)
*A반 실전훈련담당으로 새로운 선생님이 왔다고 한다.
그 선생은 첫날을 제외하고는 학생들을 A급 게이트 앞에 집합하라는 말만 남기고, 게이트 앞으로 출근했다고 한다.
놀라운 사실은 그 선생이 A반의 학생들을 전부 휘어잡았다고 한다.
그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하지만, 그 선생의 얼굴을 본 사람은 A반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 B급 이하의 학생들과는 면식이 없는 것도 당연했지만, 그 학생은 아니었다.
분명 태현의 얼굴을 본 적이 있다.
물론 자신의 패기에 눌려서 도망간 어른이라고 인지가 되어있을 뿐.
“어··· 이게 무슨···.”
하얗게 질린 얼굴로 바들바들 떠는 학생의 모습이 참 볼만했다.
추가로 자신에게 다가와 학생을 곁눈질하는 장은아의 모습에 학생은 눈을 내리깔고, 시선을 마주치려고 하지 않았다.
‘벌써부터 강약약강··· 아니지, 원래 이런 녀석인 거겠지.’
태현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녀석이 길드에 들어가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서면, 온갖 갑질을 다 하고도 남을 것이다.
물론 위에 사람들에게는 알랑방귀를 열심히 뀌겠지만.
“다시 물어볼게. 너 진짜 죽고 싶어서 덤비냐?”
태현의 말에 학생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시선은 땅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학생이 힘겹게 고개를 양 옆으로 돌렸다.
“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음? 선생님? 얘가 뭐 잘못했어요?”
장은아는 모르겠다는 얼굴로 태현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보니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고, 그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나한테 시비를 걸었던 학생이야. 그것도 2번째지?”
“······.”
“정말이야?”
장은아가 사실이냐는 얼굴로 학생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 턱을 잡고 들어올렸다.
녀석의 눈에서는 어느새 공포가 가득했다.
“···죄송합니다.”
“묻잖아. 선생님한테 시비를 건 게 사실이냐니까?”
“······.”
“좋게 말할 때, 대답해. 괜히 뒤지게 맞은 뒤에 말하지 말고.”
“···네.”
힘겹게 긍정을 표시하는 학생.
“됐어. 괜히 일 벌리지 말고, 간단하게 조언만 해주고 수료식으로 넘어가라.”
태현은 그 말을 남기고는 A반의 건물로 걸음을 옮겼다.
장은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학생을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폭력을 사용하지는 않겠지만, 협박을 통해 학생이 나대지 못하도록 만들어주겠지.
‘괜찮군.’
굳이 나설 필요도 없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A반에 도착하자 학생들이 두 눈을 크게 뜨고는 격하게 반겨주었다.
“선생님!”
“왜 이제 오셨어요!”
1달 전만 하더라도, 자신에게 흉흉한 눈빛을 보내던 녀석들이 이렇게 반겨주다니, 왠지 이상한 기분이다.
그러나 태현은 그들의 인사를 가볍게 일축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자, 길드에서 러브콜이 왔다고 들었다. 내 말 맞지?”
“···네.”
학생들의 대답이 조금 작아졌다.
“그럼 각자 길드들을 선택해서 입단할 수 있도록 해. 너희들은 헌터야. 그 힘은 몬스터를 사냥해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힘이야. 항시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라.”
힘이 없었던 시절과 힘이 생겨서 몬스터를 사냥했던 시절이 맞물린 진심어린 충고였다.
헌터는 어쩔 수 없이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될 때가 존재한다.
태현은 그걸 미리 경험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말할 수 있었다.
“···사실 선생님께서 계신 길드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네.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고 들었어요.”
학생들의 대답은 의외였다.
굳이 다른 대형 길드가 아닌, 자신이 세운 신생길드로 오겠다고?
‘다른 길드들이 제시한 금액이 만만치 않을 텐데.’
“굳이 내 길드로 오겠다는 이유가 뭐냐? 우리 길드는 너희들 챙겨줄 돈 없다.”
태현이 선을 그었다.
돈과 명예.
적어도 자신의 길드에서는 그것들을 챙겨주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오겠다면 말리지는 않는다.
“······.”
그의 예상대로 학생들은 말이 없었다.
잠시 고민하는 모습.
당연히 다른 길드로 가겠다는 말이 나올 줄 알았다.
“괜찮아요. 굶어죽지 않을 정도로만 챙겨주셔도 충분해요. 선생님이 마스터로 계신 왕국 길드에 들어가고 싶어요.”
“저도···.”
“저도 무조건 들어가고 싶습니다!”
‘이것들이 미쳤나?’
어디 A급 헌터가 굶어죽지 않을 정도의 봉급만 받고, 일할 수 있을까?
그것도 목숨을 건 레이드를?
태현은 어이가 없는 눈으로 학생들을 훑었다.
“대우 좋은 곳으로 가라. 목숨을 걸고 싸우는 만큼 대우라도 잘 받아야 될 거 아니야?”
“대우보다는 강한 마스터 밑에서 있고 싶어서요.”
장은희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넌 애초에 데려갈 생각이었는데.’
그녀라면 환영이다.
S급 헌터가 늘어나면 길드의 입지 역시 상승할 테니까.
태현은 고민했다.
아직 미성년자인 학생들이 많다.
적어도 레이드를 돌기 위해서는 20살 이상이 되어야지 가능하다.
그동안은 길드에서 지원을 해줘야하는데, 저 많은 인원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지원도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
‘어? 자금이면, 그걸로도 해결이 가능하지 않나?’
순간 태현의 뇌리에 하나의 생각이 번개같이 꽂혔다.
“흠··· 좋아. 우리 길드에 오겠다면, 환영해줘야지.”
“정말요?”
학생들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정말 1달 전에 그 오만한 녀석들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물론 이런 모습은 자신에게만 보여주는 것이겠지.
아직까지는 다른 이들에게는 오만한 태도를 보여줄 것이 분명하다.
“그래. 대신에 교육은 철저히 받아야 될 거다. 각오된 사람만 나와.”
학생들은 고민할 것도 없이 전부 손을 들었다.
레이드의 위험성을 알려준 사람.
사람을 공격하려했던 자신들을 바로잡아준 사람.
A급 게이트가 S급이 되어버리면서 죽음의 문턱까지 갈 뻔한 자신들을 구해준 사람.
뭐가 되었든 간에 그의 밑에서 헌터로 활약하고 싶었다.
일전에는 돈과 명예를 쫓았다면, 지금은 다르다.
그와 같은 헌터가 되고 싶다는 마음.
그런 마음으로 모두가 손을 들었다.
“···참나, 알겠다.”
태현은 한숨을 내쉬고는 임지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은 6번정도 울려서야 전화가 연결되었다.
-어, 왜?
-우리 길드에 학생들이 들어올 거다.
-알고 있다.
-뭐?
태현이 놀란 듯, 반문했다.
-알고 있다고. 그 녀석들 내가 부마스터인 걸 알고서는 어찌나 들어오고 싶다고 난리를 치던지··· 어휴.
-···그래서 벌써 처리했냐?
-설마~ 마스터의 승인도 없이 어떻게 처리해? 일단 준비는 다 해놓고, 네가 허락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지.
-자금은 감당 가능하고?
-···당연히 네가 허락했다는 건, 그것까지 염두에 뒀다는 거잖아?
-에라이 미친놈아.
태현은 욕을 한 번 날려주고는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그래. 오늘 수료식 마치자마자 왕국 길드에 등록할 거야. 불만 없겠지?”
“네!”
학생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미국 관리국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특히 윌슨의 얼굴은 가관이었다.
얼굴에 주름은 이전보다 확연하게 증가했고, 구겨진 얼굴은 펴질 줄 몰랐다.
“젠장··· 어떻게 클리어했지?”
한국의 레이드는 실패로 돌아갔어야 한다.
지원단 헌터를 포함한 한국의 S급 헌터들은 그대로 죽었어야 되는데, 일이 이상하게 흘러갔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S급 게이트를 클리어한 것은 놀랍게도 사실이었다.
겨우 S급 헌터 8명으로 게이트를 단기간에 클리어했다고?
분명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갓 급 헌터.
갓 급이 개입하지 않고서야 이런 일은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뭐가 아쉬워서 한국의 레이드를 돕겠는가?
자국에서도 갓 급이 함부로 움직이는 것을 꺼려하는 마당에 말이다.
“분명 누군가 개입을 한 거야. 그런데 그게 누군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게 문제지.”
윌슨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무도 듣는 이가 없었다.
“진도윤···.”
진도윤.
지원단 헌터의 등급을 속였다는 이유로 한국에서 데리고 있겠다며 협박을 가했다.
결국 미국 관리국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괘씸했다.
한국 관리국, 그것도 그 밑의 부장급이 미국 관리국을 협박해?
“흥, 그래도 이제 2일 뒤다. 비무대회가 개최만 되면, 지원단 헌터들은 다시 우리 품으로 돌아올 거야.”
돌아오게 된다면, 전원 사살.
계획대로 흘러가야만 한다.
일부러 비무대회도 일주일 앞당겼다.
그러니 개최만 된다면, 미국 관리국은 한국 관리국의 요구에 응한 게 되니 거리낄 게 없어진다.
“절대 가만두지 않는다.”
특히 진도윤까지.
윌슨의 눈동자는 어느새 분노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비무대회가 열리기까지 2일이 남았다.
태현은 일정에 맞춰 공항으로 향했다.
“이야··· 네가 출전한다는 건, 아직까지 믿기지가 않네.”
임지성은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그가 비무대회에 출전한다는 사실이 아직까지 믿기지 않았다.
“왜요?”
“사장님이 출전하는 게 이상한 건 아니잖아요?”
그 뒤에는 장은아와 장은희가 졸졸 따라왔다.
S급 헌터이기도 하고, 이번에 비무대회에 출전하지는 않지만 같이 대동하기로 결정됐다.
다른 A급 헌터인 학생들도 대동하기를 원했지만, 인원이 너무 많아지면, 그건 그거대로 곤란해지니 말이다.
“괜히 사건 일으키지 말고, 조용히 따라와.”
태현은 그 말을 남기고, 공항에서 대기 중인 헌터들을 한 차례 훑었다.
천검, 화백, 고구려, 연화, 엑스 등 수많은 길드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이번에 비무대회에 참가하기로 한 길드들이 많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일주일이나 앞당겨졌는데도, 취소하는 이들이 없다고 들었다.
“한태현 헌터님!”
“엇!”
태현을 발견한 길드들은 재빨리 그에게 다가와 반가움을 표시했다.
“오랜만입니다.”
그에게 다가온 인원들은 익숙한 인물들이었다.
천태도.
백승한.
채연화.
채민희.
오지은.
최강식.
성수연.
박준형까지.
하나같이 S급 레이드에서 만났던 인물들밖에 없었다.
그 외의 헌터들은 태현에게 쉽사리 다가오지 못했다.
그의 무위를 아는 이들은 자신들의 대표가 아는 척을 했으니 자연스레 뒤로 빠졌고, 그를 모르는 이는 신기한 눈으로 멀찍이 떨어져서 그를 위아래로 살폈으니까.
“크흠! 지원수준은 어떻게 좀 마음에 드십니까?”
천태도가 은근히 물어왔다.
이번 학생들을 왕국으로 편입시키면서 들어가는 수많은 비용을 천검이 맡아주었기 때문이다.
일전에 그에게 도움을 받을 일이 3가지가 있었는데, 이번에 하나를 사용했다.
덕분에 학생들의 지원은 최상등급으로 이루어졌다.
도움을 받을 생각이나 1인당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전부 청구했기 때문이다.
천검 입장에서는 갑작스럽겠지만, 태현과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이니 나쁠 건 없다고 판단했다.
“덕분에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태현이 미소지은 채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하하하! 아닙니다!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천태도의 입꼬리가 귀에 걸릴 정도로 찢어졌다.
“그보다 뒤에 있는 분들은?”
채민희가 장 자매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임지성이야 면식이 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장 자매들은 아니었다.
그녀는 학교에 시선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S급 헌터인 장 자매들의 이름만 알 뿐이지.
얼굴은 자세히 몰랐다.
그런 그녀를 위해 태현이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이번에 왕국으로 들어오게 된, 장은아, 장은희 헌터입니다.”
“아~ 그렇구나.”
간단한 소개를 마쳤다.
태현은 그런 와중에 웃음을 참느라 죽는 줄 알았다.
채민희가 눈을 가늘게 뜨고는 장은아와 장은희를 힐끔 바라보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자, 그럼 슬슬 움직이죠.”
백승한의 말에 헌터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야 할 때다.
임지성은 어느새 표를 들고 흔들어보였다.
‘이제 슬슬 시작인가.’
태현이 눈을 지그시 감았다.
헌터비무대회에서 벌어질 일들을 생각하면, 아무리 그라도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