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P character in my novel RAW novel - Chapter 13
제13화
13화. 도발엔 도발로(1)
아벨의 미소에 케이의 얼굴은 더없이 행복한 분홍빛으로 물든다.
“……감사해요.”
“내가 더 감사하지.”
그에 반해 다른 신입생들은 아벨과 케이를 바라보며 수군거릴 뿐이지 정작 다가올 생각은 없는 듯했다.
주변을 둘러보다 케이에게 말한다.
“우리 둘로도 충분할 거 같은데?”
케이도 다른 신입생들이 왜 아벨에게 다가오지 않는지 알고 있었기에, 우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상관없어요.”
그런데 그때 카시드가 다가왔다.
“함께해도 되겠습니까?”
물론 제국의 귀족이 아니기에 황후나 황비들의 영향을 덜 받긴 할 것이었다.
‘예상외군.’
철가면이었을 때는 아벨을 개무시했었지만 지금은 흥미가 생긴듯했다.
‘지산도?’
카시드가 가자, 벌써부터 친해진 지산도 따라오는 듯했다.
“카시드가 간다면 나도 함께해야겠지.”
그리고 지산에 이어 이번에도 예상외의 인물이 물어왔다.
“저도 같이…….”
바로 로디아였다.
“…….”
아벨은 굳이 오겠다는 사람을 말릴 생각 없었다.
그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여 허락한다.
“좋을 대로.”
“그럼 안내는 제가 해드리지요.”
케이의 오빠인 죠슈아가 소설에서처럼 케이가 걱정돼 다가온 것이었다.
“오라버니! 도대체 어디 있다 오신 거예요!”
죠슈아는 가문의 명을 어긴 철부지 여동생을 보고는 한숨을 후우― 하고 내쉬었다.
케이에게 대답 대신 아벨에게 먼저 예를 갖춘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벨 저하. 죠슈아 아슈트반이라 하옵니다.”
“그래. 반갑다.”
주원은 죠슈아에 대해 엄청난 호감을 갖고 있었다.
그는 훗날 가문의 명을 어기면서까지 아벨을 도와 마족과 함께 싸우는 자였으니.
‘대단히 훈남이군.’
죠슈아는 케이의 오빠답게 훤칠한 키에 굉장한 미남이었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죠슈아.’
호감 때문이었는지 아벨은 자기도 모르게 죠슈아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
그 눈빛에 조금의 의아함을 느끼던 죠슈아가 아벨에게 말한다.
“그럼 다 모인 것 같은데, 이만 출발하시죠.”
아직 한 명 더 남았었다.
‘아직 한 명 더 남았지.’
“나, 나도! 나도 도와줄게!”
바로 윌리엄이었다.
아벨을 추악한 계략으로 인도할 새끼 악마가 진짜 마지막 멤버였던 것이었다.
죠슈아가 조금은 놀란 얼굴로 윌리엄을 바라보았다. 황실 자제들이 아벨을 꺼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윌리엄 저하. 여긴 저 혼자 맡아도 되는데 말입니다.”
죠슈아는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는 그저 아벨에게 다가가지 말라는 명만 받았을 뿐이었다.
‘당연히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해 말하지 않았겠지.’
세르지와 윌리엄은 죠슈아의 정의로운 성정을 잘 알고 있었기에, 자신들이 꾸미는 그 더러운 일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걸 확신하고는, 앞으로 있을 일을 일부러 말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아니야. 죠슈아. 나도 도와줄게. 혼자선 힘들 거야.”
그때 사회자인 플로리안이 입을 열었다.
“여러분 다 만드셨습니까?”
어느 정도 조가 다 만들어진 듯했다.
“지금이 7시이니 정확히 9시까지 모이도록 하겠습니다. 남은 선배님들이 신입생 여러분들을 위한 파티를 정성껏 준비하고 있을 테니. 그럼 아무 걱정 말고 재밌게들 구경하시다 돌아오시면 되겠습니다.”
플로리안의 말이 끝나자마자, 윌리엄이 열정적으로 나서서 말한다.
“그럼 우선 너희들이 공부할 곳부터 가볼까?”
현 위치는 입학식이 있었던 강당이었다.
윌리엄이 가장 먼저 1학년 건물에 대해 말한 이유는, 강당과 1학년 건물이 둘 다 서쪽 끝에 위치해 있어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루드스는 신입생인 1학년부터 시작해 졸업반인 5학년에 이르기까지, 선배들이나 후배들의 방해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학년마다 각각의 건물들을 만들어 놓았었다.
강당을 나왔었는데, 이미 하늘은 어두워져 있었고 루드스의 건물들은 불빛을 반짝이며 아름다운 장관을 펼쳐냈었다.
그 모습을 본 윌리엄이 신나하며 말한다.
“루드스의 건물들이 하나같이 죽이지 않아?! 근데 사실은 건물 안 시설들이 더 죽인다거! 하하하―!”
대륙 최고 가문들의 자제들만이 입학 가능한 루드스였기에 그 건물과 장비의 퀄리티들이 다른 아카데미에 비해 차원이 달랐던 것이었다.
‘학비가 비쌀 만해.’
그래서 전에 말했다시피 평민이 장학금으로 입학하려면 그 재능이 경천동지할 정도여야 했었다.
‘내년에 한 명 들어왔었지.’
재능만 있다면 입학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기에, 이번 신입생들 중에는 없었지만 내년에 엄청난 재능을 지닌 평민 검사가 한 명 들어오게 됐었다.
아벨은 내년에 들어올 그 엄청난 검사를 떠올리며 윌리엄이 하는 말을 대충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었다.
물론 윌리엄도 괘씸하게도 아벨을 없는 사람 취급하며 다른 이들에게만 설명하고 있었지만.
“아 그리고 루드스에선 무조건 하나의 동아리를 들어야 하는 거 알고 있지? 모두 생각해둔 동아리 있어?”
그 물음에 지산이 묻는다.
“추천해 주실 만한 동아리가 있습니까?”
“당연히 있지! 먼저 몇 개만 말하자면 검사들의 모임인 검사부劍士部, 마법사들의 모임인 마법부魔法部, 무투사들의 모임인 무투부武闘部, 신관들의 모임인 신학부神學部, 루드스 내 권력자들의 모임인 집행부執行部까지! 아! 집행부는 이중 가입이 가능하니까 다른 곳에 들어갔어도 또 들어갈 수 있어. 물론 집행부는 아무나 받아주진 않지만 말야. 하하― 그래서 난 검사부이기도 하고 집행부이기도 해. 하하하하―”
이번엔 카시드가 물었다.
“듣기로는 학생회가 있다고 들었는데, 집행부랑 다른 겁니까?”
“오 좋은 질문이야. 학생회는 단순하게 말해 학생회장과 각 반 반장들의 모임이고, 집행부는 반장은 아니지만 대륙의 차기 리더가 될 학생들의 모임이랄까? 카시드 넌 아덴의 왕자니까 가능할 거야. 네 형과 누나들도 집행부니까 말야.”
“음― 이해했습니다.”
“응. 뭐 그런 건 차차 알아 가면 되고. 아무튼 이외에도 각종 동아리들이 많이 있지만 난 역시 각자의 무술에 맞는 동아리가 좋다고 생각해. 그래야 방과 후에 서로 절차탁마하면서 더욱 실력을 기를 수 있거든.”
그러면서 윌리엄은 음침하게 미소를 흘리며 아벨의 옆에서 걷고 있던 케이에게 묻는다.
“케이 영애께서는 검사이시니 검사부로 오시겠죠? 죠슈아도 검사부고 말이에요.”
확실히 신입생들은 윌리엄이 말한 대로 자신의 무술에 도움이 되는 동아리에 들길 바랐었다.
아니라면 인맥에 도움이 될 만한 동아리에 들어가거나.
케이는 윌리엄을 외면한 채 말한다.
“몰라요. 아직 정하지 않았어요.”
“꼭 검사부로 오셔야 해요! 그래야 저 역시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으니 말이에요!”
그 음흉한 표정을 보며 아벨은 정말 끔찍하다고 생각했다.
케이는 대답 대신 아벨에게 묻는다.
“아벨 저하께서는 생각해두신 동아리가 있으신가요?”
아벨을 멀리하라는 명을 받은 재학생들이 아벨을 받아주지 않을 게 뻔했었다.
그래서 소설 속 아벨은 계속해서 거부당하다가, 함께 동아리를 찾던 케이의 인맥으로 간신히 부원 3명으로 유지 중이던 원예부園藝部에 들어가게 된다.
“날 받아주는 곳이 있을지 모르겠군.”
그 말에 윌리엄이 깜짝 놀라며 말을 끊는다.
“어어어어! 저기 보인다! 너희 1학년 건물이!”
새하얀 3층 건물이었는데, 한 건물당 하나씩 거대한 실내외 연무장을 갖추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 건물 안에는 식당을 포함해, 뭐든 바로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자체 시설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옆으로 2학년, 3학년, 4학년, 5학년 건물들이, 그리고 저기 보이는 건물이 교수님들과 교직원들 건물이고, 옆의 건물은 학생회와 동아리가 있는 건물. 교수님 건물 뒤에 보이는 신전처럼 생긴 건물은 바로 대륙 최고의 도서관이라 불리는 센텐티아 도서관이야.”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마도구들에 의해 자동으로 불이 켜졌다.
“여기 첫 번째 강의실이 너희 엘리트들 A반 강의실이야. 어때? 근사하지?”
성적순으로 A, B, C, D, E 각각 35명씩 받았었는데, 아벨은 황자이기에 1등부터 34등까지 있던 A반에 속하게 됐다.
‘맨 뒤 구석에 앉는 게 좋겠군.’
계단식 강의실이었다.
어차피 눈이 좋아 멀리 앉아도 보일 건 다 보였었다. 그렇다면 부담스러운 앞자리보다는 뒤에 앉는 게 좋을 듯했다.
“그리고 이번엔 도서관으로 가볼까?”
이어서 센텐티아 도서관으로 갔다.
무려 5층 건물이었을 뿐 아니라 루드스 내 그 어떤 건물보다 평수도 넓다 했었다.
“세상에서 이곳보다 더 큰 도서관은 대륙 중앙 마탑에 있는 베네틱툼 도서관밖에 없대. 어때 굉장하지?”
다들 윌리엄의 설명에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감탄했다.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자 끝없이 쌓여 있는 책의 향연을 볼 수 있었다.
‘정말 많긴 많군.’
센텐티아 도서관은 아벨이 루드스에서 특히 사랑했던 장소라 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케이와 여러 달콤했던 장면들을 만들어냈었지.’
어떻게 보자면 아벨에겐 정말 루드스에서의 시간만큼 행복했던 시절도 없었을 것이다.
‘이후론 지옥의 연속이었으니.’
물론 루드스에서도 형제들에게 여러 괴롭힘을 당하긴 하지만, 이후의 삶에 비하면 천국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루드스 행을 반긴 이유고.’
황후와 황비들, 형제들은 제국 아카데미 루드스야말로 아벨을 죽일 최적화된 장소라고 생각했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루드스야말로 아벨에게 꿈을 꾸게 한, 꿈을 이루게 한 장소였으니.
‘마치 이 에브니아 세상이 내게 그러하듯이.’
불현듯 찾아온 이 기회를 다시 한번 절대 놓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어떠한 일이 벌어지더라도.
“다음은 학생회와 동아리들이 있는 건물로 가볼까?”
전교생이 동아리에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했기에 동아리들이 있는 건물 역시 대단히 컸었다.
그 건물 앞에서 재학생들은 좌판을 깔고 열렬히 자신들의 동아리를 신입생들에게 소개하고 있었다.
“전투 축구부에서 열정 있고 패기 넘치는 신입생들을 모집합니다!”
“이봐! 헬스부 어때?! 요즘엔 여자나, 남자나 몸이 예뻐야지 인기가 있다고!”
“하늘의 별도 보고, 사랑하는 님도 보고! 썸 타기 좋은 동아리 1위에 뽑힌 별자리 관측부 입니다!”
“황금과도 같은 루드스 생활에서 여행을 빠트릴 수 없지! 여행부 어때?! 신입생들에게는 이동 워프 비용을 선배들이 반이나 내준다고!”
당연히 가장 인기 많은 검사부나, 마법부는 굳이 나와서 홍보활동을 하지 않았었다.
“당연히 인기가 많은 검사부나, 마법부는 동아리 부실 크기도 커. 아무튼 동아리 같은 경우는 다음에 찬찬히 둘러보는 거로 하고, 그럼 이번엔 기숙사로 가볼까? 너희들도 방은 다 정해졌겠지?”
성적순이라 상위 네 명이었던, 케이와 로디아, 카시드와 지산은 이미 같은 방으로 정해진 상태였었다.
“아벨이야 황자니까 따로 받았겠지만, 다들 2인 1실인 방에서 앞으로 5년간 살아가게 될 거야. 하긴 이런 때 아니면 언제 남하고 같이 살아보겠어? 나도 친구랑 한 번 같이 살아보고 싶었는데, 황실에서 허락해주지 않아서 말이지. 그건 좀 많이 아쉬워.”
카시드가 동의한다.
“확실히 좀 아쉽긴 하겠습니다. 혼자 사는 게 심심할 수도 있거든요.”
“맞아. 진짜 심심해. 물론 나나 아벨이나 밤에도 외출이 자유롭긴 한데. 아무튼 밤새 친구랑 아무 말이나 떠들고 싶을 때가 있거든.”
강의실 건물들과 기숙사 건물들 사이에 강당과 교수실 건물과 센텐티아 도서관, 동아리 건물이 있다고 보면 됐었다.
“저기 바로 보이는 게 남자 기숙사 건물들, 큰길 건너편 건물들이 여자 기숙사 건물들, 그리고 그 옆 작은 건물들이 황실 자제들이 사는 건물들이야.”
기숙사 동마다 운동 시설이라든지, 편의 시설들이 모두 완벽히 갖추어져 있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무기와 마법 상점으로 가볼까? 기숙사 건물들 바로 뒤에 있어서 좀만 걸어가면 있어.”
그런데 잘 가다가 갑자기 멈춰 선다.
“이쪽으로 쭉 가면 바로 나오긴 하는데, 거기 말고 다른 길도 있어. 그 길로 가볼까 하는데 다들 어때?”
“네? 아 뭐 네.”
다들 딱히 좋아하지도, 그렇다고 싫어하는 표정도 아니었었다.
그냥 알아서 하라는 듯한, 조금은 퉁명스러운 얼굴들이다.
윌리엄은 그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추가 설명을 한다.
“사실 그 길이 분위기가 굉장히 로맨틱하고 좋아서, 썸을 타는 사이거나, 연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거든. 그래서 너희들에게 이참에 가르쳐 주려고. 나중에 썸녀나, 여자친구 생기면 꼭 한 번 가보라고 말야.”
지산이 의뭉스런 웃음을 흘리며 묻는다.
“흐흐― 저하께선 자주 가시나 봅니다.”
그러자 윌리엄이 화들짝 놀라서 소리친다.
“아, 아니야! 난 아직 여자랑 가본 적은 없어! 물론 앞으로 꼭 가볼 생각이지만! 아무튼! 나만 따라오라고!”
그러면서 케이를 지긋이 바라봐서 그저 역겨울 뿐이다.
‘저 새끼도 참. 모쏠 티 엄청 내는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윌리엄의 뒤를 따라간다.
“와…….”
누군가의 감탄사처럼, 그 길은 확실히 은은히 빛나는 가로등과 바닥에 박혀있는 마력석 덕분에, 누구라도 감상에 빠질 듯한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확실히 유명한 길이긴 했어.’
그리고 확실히 이 길은 루드스 학생들 사이에서 굉장히 유명한 길이었었다.
바로 평생의 연인을 만들어 준다는 ‘인연因緣의 길’이라고 불리며.
‘오늘만큼은 그 목적으로 쓰이지 않겠지만.’
그래서 더 기대되던 지금 이 시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