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P character in my novel RAW novel - Chapter 132
제132화
132화. 이젠 돌아가야 할 때야(1)
아벨이 그제야 굳게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그 조건이 뭔가?”
“……?!”
아벨의 반말에 그 현명해 보이던 얼굴을 구겼지만 이내 그것이 도발이라고 생각하고는 피식― 실소하며 말한다.
“좋아. 좋아. 용서해 주지. 오늘만큼은 말이다.”
“무슨 용서? 아, 내 반말? 난 더러운 것들에게는 존중을 안 하는 성격이거든. 더러운 것들에게까지 존중할 필요는 없잖아? 안 그래? 아무튼 더러운 네놈과 오래 대화하고 싶지 않으니 어서 그 조건이라는 것이나 말해보아라.”
“뭐……? 이 인간 새끼가…….”
결국 로드는 아벨의 그 덤덤한 모습과 재수 없는 말투에 위대한 드래곤들의 왕으로서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흥분하고 만다.
구오오오오오오오―!
이번엔 로드가 금빛 아우라를 뿜어내자, 마왕은 이 흥미로운 모습에 씨익― 미소 지으며 로드 대신 자신이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베리알의 메마른 보랏빛 입술이 열린다.
“우린 정의 무투회를 열거다. 바로 이 땅에서 말야. 그때 네놈이 인간 대표로 참가해줘야겠어.”
“……?!”
다들 조금은 놀란 눈치였다.
정의 무투회라니.
그런데 이 마족의 땅에서?
“그래도 네놈을 배려해서 20위권 아래의 마족들만 출전시키겠다. 어떠냐?.”
“나와 마족들만 출전하는 건가?”
“뭐 물론 다른 인간들도 출전시켜도 된다.”
화신체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아벨이 화신체가 누구인지 안다는 것은 모르고 한 말이었으니.
아벨은 조건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다. 그럼 내가 인간의 대표이니 내가 정해도 되겠지? 출전할 인간들을 말이다.”
“그래. 그래도 한 가지 팁을 주자면 가능한 많은 인간들을 출전시키는 게 좋을 거다. 인간들의 수는 자유롭게 허용해 줄 테니.”
“그 부분은 알아서 하겠다.”
“그래? 뭐 후후―”
“그리고 드래곤들은?”
“드래곤들은 출전하지 않는다. 물론 관전은 할 수도 있다. 개입은 불가능하고 말이다.”
“좋아. 그래야지.”
순조롭게 마무리되어가는 것 같았다.
이제 정말 언제 열 것인지만 정하면 될 듯했다.
아벨은 예의 그 덤덤한 얼굴로 말한다.
“개최는 5년 뒤에 하는 것으로 하자. 아무래도 준비가 필요하니까 말야.”
20위권 아래의 마족이라면 12성 후반부터 시작이었던 것이었다. 전에 아벨을 한 방에 나가떨어지게 한 푸르손이 딱 20위이었다. 솔직히 용사의 무구 덕분에 어느 정도 버티겠으나 지금으로선 결코 이길 수 없었다.
당연하게도 베리알은 고개를 젓는다.
“안 돼. 5년 뒤는 너무 늦어. 1년 뒤로 하지.”
“3년.”
조금 고민하는 듯하더니.
“좋다. 3년으로 하자.”
아벨을 무시한 결과였다.
현재 아벨이 12성만 된다면 용사의 무구를 써서 충분히 20위권 안이라면 이길 수 있었다.
아마도 용사의 무구를 쓴 아벨을 보지 못해 제대로 된 판단을 못 한 것 같았다. 그리고 3년 안에 12성이 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것도 있었고.
아벨은 속으로 용사의 무구의 힘을, 자신의 본 힘을 다 드러내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네놈들을 우리가 어떻게 믿지? 네놈들이 또 더러운 수작을 부릴 수도 있잖아?”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한다.
“네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이 자리에서 하면 되지.”
피식―
“그렇군.”
그때 분노를 삭이고 있던 로드가 공간을 열어 맹세의 마법에 필요한 양피지를 꺼내 아벨에게 건네준다.
“우리 셋만 하면 되겠지?”
“그래. 셋만 하면 되겠지. 이후에 아르시아를 바로 돌려주는 조건으로.”
“알겠다.”
그렇게 인간과 드래곤과 마족 간 최초로 맹세의 마법을 통한 협상이 체결되었었다.
* * *
제국의 두 검술 명가이자 대귀족 가문이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는 말은 전 대륙을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 이유가 아벨과 연관이 된 것 때문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그것에 대한 생각은 크게 두 분류로 나뉘었다.
“이 더러운 마족 새끼들! 아벨 저하와 붙으면 못 이기겠으니까 이런 역겨운 짓을 저지르는군!”
“그러게 말이야! 역시 마족답게 더럽다니까!”
“X신 새끼들 쫄아가지고는!”
“더러운 새끼들!”
“역겨운 새끼들!”
“도대체! 왜 신들께선 그딴 것들을 살려두시는 건지!”
반면 다른 한쪽은.
“아벨 저하와 거리를 둬야 하는 거 아냐?”
“가문이 걸린 일이니까.”
“맞아. 가문에 피해를 줄 수는 없지.”
“마멸단을 탈퇴해야 하나 봐.”
“하지만. 우리는 맹세의 마법으로 묶여 있잖아.”
“말만 하라더니…… 에휴…… 믿을 수가 없어…….”
한쪽은 마족들의 비열한 짓을 비난했고, 한쪽은 아벨이 너무 나대니까 이런 일이 벌어진 것 아니냐면서 오히려 아벨에게 책임을 물었다.
그렇게 양쪽이 갈라져 서로 설왕설래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한 가지 소문이 엄청난 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저하께서 두 가문의 복수를 위해 마왕을 직접 만나고 오셨대!”
그 소문을 들은 대륙의 사람들은 다시 한 번 불타오를 수밖에 없었다.
듣고 그냥 넘기기에는 너무나 자극적이었던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러던 중 아벨이 그 분위기가 좀 더 활활 타오를 수 있게 기름을 들이부었으니.
“3년 뒤 12월 25일에 타르타로스 대지에서 정의의 신 타티스의 입회 아래 마족들과 정의 무투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인간과 마족의 한판 승부로 말이다. 그때 나는 인간의 대표로 출전할 것인데, 나를 도울 정의로운 자들이 필요하다.”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과 마족의 한판 승부라니.
“의지가 있는 자들은 2년 10개월 뒤, 10월 5일 정의의 날에 폰투스에서 보자. 그때 나와 함께 갈 자들을 선발할 것이니.”
그러면서 아벨은 그 전까진 서로 공격하지 않기로 맹세를 했다고 말하며, 마족의 공격을 걱정하지 말고 그 날을 위해 수련에 전념하라고 했다.
그래서 대륙의 재능 있는 자들은 마족과의 한판 승부를 위해, 아벨의 말을 믿고 수련에 전념하게 된다.
아벨과 함께 이 에브니아 대륙에서 그 역겨운 마족들을 멸살하기 위해서.
그리고 아벨도 죠슈아와 마고스, 쥬디스 그리고 사나와 케이, 마지막으로 다행히 황궁에 있어서 살아남은 아들에게 폰투스의 모든 걸 이양한 조니 자작과 함께 에디린의 통나무집에서 수련에 수련을 거듭했다.
7인의 성검사들도 부르려고 하다가 3년이란 시간 동안 그들이 크게 성장할 것 같지도 않았고 그들에게 쏟을 힘을 죠슈아에게 몰아주는 게 낫다고 판단해 결국 부르지 않았다.
“제대로 안 해?! 너네 진짜 다 죽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현재 에디린이 검술 교관 역으로 검사들을 혹독하게 가르치고 있었다.
“너네 이딴 식으로 계속했다간 마족 한 마리도 못 이긴다고!”
“마고스! 너는 그딴 식으로 하니까 만년 11성이지! 이게 안 돼?! 이게?! 그냥 삭삭 이렇게 하면 되잖아?! 이게 안 되냐고?!”
“야 조니! 넌 진짜 뭐하냐?! 안 일어나?! 그날 생각 안 나?! 거기 가서도 이렇게 주저앉아 있을 거야?!”
“이게 진짜 미쳤네! 죠슈아! 제일 약한 놈이 제일 열심히 안 하면 어쩌자는 거야?! 어?! 하기 싫어?!”
“케이! 넌 대체 왜 여기서 다른 애들을 방해하는 거야?! 이딴 식으로 하려면 당장 때려치우라니까?!”
“아벨 너도 마찬가지야! 넌 나한테만 집중하면 된다고! 다른 애들한테까지 집중하니까 발전이 늦는 거 아냐!”
“아오! 이 답답이들! 내가 발로 검을 휘둘러도 너네보단 낫겠다!”
꼰대력이 만렙이 된 에디린이었다.
하지만 확실히 효과가 있었으니.
그로부터 2년 9개월이 지난 지금은 마고스는 드디어 12성의 벽을 넘게 되었고 그토록 보고 싶었던 월광참검의 마지막도 볼 수 있었던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조니 자작도 11성 후반에 이르게 됐었고 죠슈아도 엄청난 속도로 성장해 10성을, 케이는 8성을 넘길 수 있었다.
물론 이번 일에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었던 아벨의 성취도 12성의 벽을 깰 수 있었다. 마법들도 지옥불꽃과 절대방어만큼은 12성 최대에 올랐고 말이다. 그리고 이후 그동안 오러 하트의 한계치를 초월하여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저 잠재되어만 있었던 에이션트 드래곤 하트의 마나 모두 에디린의 도움으로 온전히 받아들이게 되었으니. 인간들 중 가히 최강이라 부를 수 있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또한 마법사들, 쥬디스와 사나 역시 비트칸의 지도에 의해 각각 10 서클과 9 서클에 오르면서, 함께했던 일행 모두 어느 정도 정의 무투회에 대한 준비를 갖췄다 할 수 있었다.
‘에디린이 없었으면 절대 불가능했을 거야.’
그랬다.
에디린이 없었으면 절대 그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할 수 없었다.
‘훗― 어찌 보면 에디린이 내 머릿속을 봐서 다행이군.’
아벨과 함께 지구로 가고자 하는 그 열렬한 소망 때문에 에디린은 비트칸이 진심 미쳤다고 생각할 정도로 물심양면으로 인간들을 도왔다. 심지어 비트칸을 닦달해 그동안 모아놨었던 드래곤 하트들을 내놓게 할 정도로 말이다.
그런 미친 모습을 보일 때마다 비트칸은 경악을 하며 에디린에게 따져 물었다.
“이런 미친! 너 진짜 왜 그래?! 뭐 정말 잘못 먹었어?!”
그런 물음을 받을 때면 에디린은 얼굴이 시뻘게져 매번 똑같은 답을 했었다.
“쪽팔려서 그런다! 쪽팔려서! 우리 신들의 대리인이자 이 에브니아의 진정한 주인인 드래곤들이 그런 추잡한 수를 썼다는 게 말야! 이참에 그 꼴 보기 싫은 마족들을 다 죽이자고! 인간들을 통해!”
그 말도 일리가 있었기에 들어주긴 들어줬다만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제길! 이게 뭔 일이람!”
그렇게 에디린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인간들은 갈수록 강해져만 갔다.
하지만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니.
드륵―
아벨은 아르시아를 보기 위해 여자들의 방에 들어갔다.
“…….”
그녀는 현재 그때의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려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멍하니 앉아 창밖만 바라볼 뿐이다.
‘그래도 많이 나아졌어.’
처음엔 실어증뿐만 아니라 식음도 전폐하여 죽으려고만 했었다. 아벨이 억지로 음식을 손수 먹이고 에디린의 명에 따라 손수 목욕도 시키려고 하니, 그제야 먹는 것과 씻는 것이 해결됐던 것뿐이었다.
케이는 그 장면을 직접 목격한 것은 아니었으나, 아르시아는 자신의 눈으로 가족들이 죽어가는 걸 직접 보았었기에 그 충격이 훨씬 컸었던 것이었다.
‘당연히 쉽지 않겠지…….’
에디린의 말로는 실어증은 이미 완치됐지만, 그저 자신의 의지로 말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었다.
그래서 아벨은 아르시아를 더욱 안쓰럽게 바라봤다.
‘행복하게만 해주고 싶었는데…….’
모두가 행복하게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엔 실패하고 말았다.
케이도 오빠 죠슈아를 제외하고는 모두를 잃지 않았던가.
그리고 독기를 품고 복수를 부르짖으며 혹독하게 검술을 수련하고 있었고.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다 잘되어 가고 있다고 믿었었다.
정말 생각대로 일이 술술 풀려나가 오히려 얼떨떨할 때가 많았었다.
그러다 보니 방심하고 말았다.
그런 자신을 자책한다.
‘아르시아…… 네게 미안하다…….’
가까이 다가가도 아벨을 향해 돌아보지 않는다.
가만히 앉아있는 그녀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의 희고 아름다운 손을 자신의 거친 손으로 잡고는 아주 조심스럽게 쓰다듬는다.
“……아르시아…….”
사실 오늘 아벨은 그녀의 실어증을 고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제 곧 다시 세상으로 나가야 했던 것이었다.
아벨 외의 사람의 손은, 심지어 여자들의 손도 결단코 거부하였기에 아벨이 없으면 그녀는 다시 죽음의 세계로 눈을 돌릴지도 몰랐다.
그러니 함께 나가야 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참에 마음의 병도 함께 고치고 말이다.
‘절대 이대로 둘 수는 없어.’
절대 이대로 둘 수는 없었다.
절대.
케이, 사나, 아르시아.
이 세 여자를 책임지기로 한 이상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책임질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