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P character in my novel RAW novel - Chapter 167
제167화
167화. 그냥 다 죽어라(2)
브릴튼 기사연합국의 대영주들은 얼떨떨해하면서도 어이가 없다는 듯이 아벨을 바라본다.
인상을 쓰며 바라보는 그들에게 이곳에 온 목적을 지체하지 않고 바로 꺼낸다.
“여러분들과 동맹을 맺기 위해 왔습니다.”
“……?!”
“물론 맨입으로 맺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러기에는 우리 미스라임의 상황이 너무 안 좋으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은 가만히 있어도 얻을 게 많을 테고.”
아벨의 말이 맞았다.
그들은 가만히 있어도 얻을 게 많았다.
그러한 것을 다 앎에도 이렇게 아덴과의 전투가 끝난 지 몇 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찾아왔다는 것은 미스라임이 그만큼 위급하고 절박하다는 뜻일 것이다.
카르타고의 영주 조르조 톨로이가 묻는다.
“음― 동맹을 원한다라. 동맹을 맺은 뒤에는? 우리에게 원하는 것을 좀 더 명확하게 말해 주시오. 그래야 우리도 한번 고민해 볼 거 아니오.”
역시 이번에도 돌려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제국과 아덴, 그리고 코렌트와 바일이 동맹을 맺고 우리 미스라임을 공격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들도 첩자들에게 정보를 들어 알고 있던 내용이었다.
“솔직히 제 몸이 하나라 이들이 양동작전이나 양공작전을 펼친다면 미스라임도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을 찾아온 것입니다. 브릴튼이 제국을 공격해 그들의 힘을 분산시킬 수 있도록 말입니다. 양동작전이나 양공작전을 쓸 수 없도록, 그럴 정신 없도록만.”
아벨은 그들이 결정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자신감도 내비친다.
“아 그리고 물론 그 공격도 아주 잠시면 됩니다. 제가 그들을 이 세상에서 지워버리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
“들어서 아시겠지만 제가 아덴을 괴멸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그들의 미래도 별반 다를 게 없을 겁니다.”
확실히 아벨은 좋은 아군이 될 확률이 높았다.
그는 이 에브니아 대륙에서 그 누구보다 강한 존재였으니 말이다.
수장인 케인 리즈웰이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좋소. 이해했소. 그런데 아까 맨입으로는 부탁하지 않으신다고 하셨는데…….”
그렇다고 마냥 그냥 들어줄 수는 없었던 것이었다.
전쟁이라는 게, 적이 다른 곳에 분산되어 있어 본인들에게 유리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대승을 거둘 확률이 대단히 높다고 하더라도 시작하면 피해란 반드시 발생하는 법이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아벨 말대로 그들은 가만히 있어도 얻을 게 많았다.
“잘 아시겠지만 저는 강합니다. 아덴을 괴멸시킬 만큼, 마왕 포함한 마족 전부를 저 혼자서 없앴을 만큼. 그래서 말씀드리는 건데, 시간만 있다면 에브니아의 전 대륙의 모든 무인을 저 혼자서도 죽일 수 있습니다. 시간. 시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말입니다.”
광오한 말이었지만 그들은 마족 멸살 원정에 참여한 부하들에게 아벨에 대해 귀 따갑도록 들었다.
용사 아벨은 결코 인간의 범주에 놓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이번에도 아덴이 그에 의해 괴멸됐다는 소식을 듣고는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전 앞으로 이 대륙 전부를 굴복시킬 것인데, 만약 지금 동맹을 맺는다면 그때 브릴튼은 공격하지 않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덴을 드리겠습니다. 그 땅 전부. 물론 제국 땅도, 아덴과 붙어있는 예전 다닐레비우스 백작령이었던 영토를. 새로운 대륙의 정의를 세우기 위해서.”
제국을 13조각으로 나뉘었을 때 한 조각이 황궁이 있었던 수도라고 한다면, 나머지 열두 조각은 12 대귀족들이 나눠 가지고 있었다 할 정도로 거대한 크기의 땅이었다.
“……?!”
“뭐라고요?!”
“그렇게나 많이?!”
그러니 대영주들이 놀랄 수밖에 없다.
다닐레비우스의 옛 영토만 하더라도 자신들의 땅을 합친 것에 3분의 1 정도 되는 크기였다. 그런데 그것의 최소 다섯 배는 더 큰 아덴의 영토도 모두 다 준다고 한다.
케인 리즈웰이 얼떨떨해하며 말한다.
“허허…… 상당히 큰 걸 주시려 하는구려…….”
“그대들이 진짜 정의를 안다고 생각해서입니다. 가짜 정의가 아니라.”
그들은 주신 아그네스가 아닌 대륙의 하위 신들을 증오하던 자들이었다.
“진짜 정의와 가짜 정의라…….”
“전 주신 아그네스께서 선택한 용사로서 가짜 정의를 모두 없앨 것입니다.”
그 말인즉슨 주신 아그네스의 뜻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말도 됐다.
다들 그 말이 사실이냐 라는 듯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아벨을 바라본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단순히 미스라임과 다른 거대 국가들 간의 영토 전쟁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주신 아그네스의 뜻을 끌어왔으니 말이다.
“흐음…….”
솔직히 그들도 대륙의 하위 신들을 증오하듯이 그들의 손발이라 할 수 있는 거대 국가들을 경멸하고 있었다. 물론 그 거대 국가들에 미스라임도 포함됐었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 미스라임은 용사에 의해 달라졌다고 해도 무방했으니.
시르트의 영주 로빈 고젠슨이 말한다.
“난 찬성일세.”
그러자 줄줄이 동의의 뜻을 밝힌다.
“나도.”
“나 역시.”
모두가 찬성의 뜻을 표했다.
솔직히 크게 나쁠 것 없었던 것이었다. 제국이 미스라임에 집중하는 이상 그렇게 큰 피해를 감수할 필요도 없을 테고 말이다.
수장인 기사들의 왕 케인 리즈웰이 대표로 말한다.
“좋습니다. 용사의 뜻을 따르지요.”
그제야 아벨도 환히 미소 짓는다.
살짝 허리를 굽혀 예를 갖춘다.
“감사합니다.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럼 전 여러분들을 믿고 돌아가 보겠습니다.”
수악―!
곧바로 순간이동으로 사라진다.
사라진 아벨을 보고 이번에도 멍해진 그들이다.
“드래곤들처럼 순간이동을 쓴다더니…….”
“난 처음 보았네…….”
“나도…… 신기하군…….”
“그리고 12성 검사라면서……?”
“이야 정말 대단해. 나도 이 영주 자리만 아니었다면, 뇌전마검을 보여준다고 했을 때, 그때 찾아가서 그 전설의 검술서를 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마찬가지야. 그게 어찌나 궁금한지.”
“뇌전마검을 쓸 때 마치 뇌신이 강림한 것처럼 보인다던데?”
“근데 용사 외에 아무도 못 익혔다면서? 인간이 익힐 그런 검술이 아니라던데?”
“맞아. 인간이 쓸 수 있을 그런 검술이 아니라고 하더군.”
“흑풍흡검은 또 어떻고. 마치 거대한 폭풍들과 마주하는 듯하다더라고.”
“쯧쯧― 정보가 느리군. 이젠 그 검술 안 쓴다더라. 뇌전마검이 워낙 강력해서, 그것만으로도 적들이 한 방에 죽어서 말이지.”
“그래?”
그들은 자연스레 아벨을 화제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마치 처음 오라를 썼었던 순수했었던 젊은 청년으로 돌아간 듯이.
그들도 검사였던 것이었다.
강함을 숭상하던.
그때 대화가 너무 길어질 것 같자 오에아의 미야 자이츠 영주가 말한다.
“자자. 이럴 시간 없네. 우리도 어서 저 빌어먹을 제국 새X들을 혼내주러 가봐야지.”
“하하―! 내 대에서 저 탐나는 것을 얻게 될 줄이야!”
“흥분되는군.”
“좋아! 그럼 본격적으로 움직여볼까?!”
다들 미소가 만연한 얼굴로 당당히 회의실을 빠져나간다.
* * *
동맹국들은 역시 히튼이 미스라임의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그래도 가장 뚫기 수월한 곳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래서 히튼에서 20km 떨어진 곳에 코렌트와 바일의 군대들이 계속해서 모여드는 게 보였다.
반면 제국의 군대 수는 확실히 줄어든 상황이었다. 다름 아닌 브릴튼 기사연합국이 군사를 일으켜 공격을 가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을 막는 데에 어느 정도 군대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태오 국왕은 아벨의 공언대로 사지가 다 잘린 채로, 혀도 잘린 채로 나무 기둥에 매달려 전투가 벌어졌던 곳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죽은 사람처럼 낯빛은 창백하고 동공은 빛을 잃은 채.
“아벨 저하…… 이건 좀 너무 한 것 같아요…… 이러면 주신 아그네스의 뜻을 좇는다는 우리가 제국과 다를 게 뭐가 있을까요…….”
더없이 슬픈 표정의 다프네가 아벨에게 한 말이었다.
사실 다프네의 말이 맞았다. 아벨도 그때 욱해서 공언한 것이었다. 자신의 그 경솔한 말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 질책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다프네 님.”
“잘 생각하―”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
“반 왕자가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
그녀도 잘 알던 것이었다.
반 왕자의 그 엄청난 분노와 슬픔을.
뿐만 아니라 아비와 두 형을 잃은, 가족을 눈앞에서 잃은 자의 무거운 죄책감과 철천지원수에게 갚아줄 잔혹한 복수에 대한 커다란 의무도 말이다.
“……그렇지만 이번 전쟁이 끝나면 제가 반드시 저걸 없애겠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 마시지요.”
아벨의 말대로 지금은 불가능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답답해 깊은 한숨을 내쉰다.
“휴…… 모두가 주신 아그네스께서 주신 것에 만족하며 살면 좋을 텐데…….”
그녀도 알고 있었다.
시작은 미스라임이 했다는 걸.
물론 미스라임이 시작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아덴과 제국이 시작했었겠지만.
인간의 탐욕에 슬퍼하는 그녀였다.
그런 슬픈 눈빛을 보이는 다프네에게 아벨이 덤덤히 말한다.
“인간의 욕심은 밑이 깨진 항아리와 같은 것.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게 인간의 욕심입니다. 우리가 가만히 있었어도 그들의 욕심에 어차피 일어날 일.”
“네…… 그래서 더 안타까워요…….”
그때 대한민국이 떠오른다.
그곳도 검과 마법이 없다 할 뿐이지,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가야 만이 살 수 있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살벌한 전쟁이 매 순간 벌어지던 곳이었다.
그 더러운 기억에 미간을 대단히 찌푸린다.
“……그래도 이번 기회에 인간들의 욕심을 부추기던 그 잡신들을, 그것들에 휘둘리던 버러지 같은 것들 모두를 없앨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것을 위안으로 삼아야지요. 그것들만 사라져도 당분간은 욕심 때문에 전쟁이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멀리 계속해서 모여들고 있는 거대한 검은 무리를 바라본다.
원래는 10인회의 존재와 그들의 대화를 폭로하고 모두에게 올바른 길로 걸어갈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니, 저들은 언젠가는 또다시 힘을 갈구하며 그 힘을 줄 하위 신들에게 돌아갈 게 분명해 보인다.
새로운 시대의 혜택은 소수의 올바른 무인들과 평범한 백성들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한다.
‘어차피 모두가 자신들을 위해 싸우지 않는가?’
아벨 본인도 작가에게 받을 것들을 위해 싸우는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다른 이들도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것이고.
‘그러니 서로 미안할 필요 없다.’
그때 에디린이 다가왔다. 반면 다프네는 살짝 뒤로 물러났고.
에디린은 아벨의 옆에 서서 물끄러미 쳐다본다.
‘인간 주제에 잘 생기긴 겁나 잘생겼네.’
그런 싱거운 생각을 하며 생각에 잠긴 아벨에게 말을 건다.
“무슨 생각해?”
시선을 유지한 채 말한다.
“……어떻게 하면 저것들을 효과적으로, 최소한의 피해로 없앨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다 없애려고?”
“그래. 저들은 주신 아그네스께서 보낸 용사인 나를 죽이려는 자들. 결코 주신 아그네스께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 앞으로도 새로운 시대에 방해만 될 거다.”
“음― 하긴. 그러면 먼저 공격할 거야? 아니면 그냥 기다릴 거야?”
그들이 먼저 공격해 들어오는 게 좋았다. 그래야 미스라임의 마력포들과 아이스 골렘들을 적극 활용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마병대의 수가 적은 이상 기다리는 게 옳은 생각이었다.
“급할 거 없다. 어차피 저들도 이 추위를 오래 견디지 못할 것이니.”
역시 이곳도 눈의 나라 미스라임의 일부였던 곳.
아무리 중심부와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이곳이 다른 곳과는 달리 눈 폭풍이 내리지 않는 곳이라 하더라도 그 추위는 상상을 초월했었다.
눈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대신 살을 베는 듯한 칼바람이 온종일 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