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P character in my novel RAW novel - Chapter 23
제23화
23화. 제대로 준비 안 해?(2)
첫 야외 수업이어서 그런지 그 주 내내 루드스가 보유하고 있던 마물들로 조 단위 전투를 연습해왔었다.
“그럼 조를 뽑도록 하겠다.”
마고스의 앞에는 전방, 후방, 힐러라고 쓰인 상자가 놓여 있었다.
조 구성은 주로 쓰는 무술에 따라 전방 2명, 후방 2명, 힐러 1명까지 해 총 5명으로 이루어졌다.
여기서 전방은 주로 탱커 역할을 하는 검사나 무투사가 되었고, 후방은 원거리 딜러 역할로 원거리에서 적을 공격할 수 있는 마법사나 궁수가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힐러는 말 그대로 치료 마법과 버프 마법이 가능한 신관들이 맡았고 말이다.
조의 인원은 제비뽑기로 정했었는데, 마고스는 상자에 손을 넣어 이름이 적힌 제비를 뽑는다.
“전방에 아벨 저하와 틸, 그리고 후방에 하이케와 로미, 마지막 힐러로 로디아. 호명된 학생은 앞으로.”
“넵! 교수님!”
이번에 가게 될 인공 던전인 인수텔 던전에선 초반엔 고블린, 중반부터는 골렘, 마지막엔 흡혈박쥐들이 나온다고 했다.
“오늘은 흡혈박쥐들을 상대로 연습하겠다. 흡혈박쥐들이 대단히 빨라 상대하기 까다롭겠지만, 후방의 마법사와 궁수, 힐러의 도움을 적절히 받는다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넵! 교수님!”
“그럼 시작하도록.”
조원들 중에선 로디아의 성적이 가장 좋았었다. 하지만 로디아는 그저 아벨을 바라볼 뿐이다.
로디아가 아벨을 바라볼 뿐 어떠한 말도 하지 않자, 어쩔 수 없이 아벨이 나서서 지시를 내린다.
“흡혈박쥐들은 사방에서 날아올 거다. 우선 방향을 정하자. 내가 교수님을 기준으로 정면과 우측면을 막겠다. 틸이 후면과 좌측면을 막아주도록.”
“넵! 저하!”
“그리고 하이케와 로미, 둘 다 적극적으로 공격마법을 시전하거라. 마력장벽은 로디아만으로도 충분할 듯하니. 로디아는 버프 마법을 거는 즉시 마력장벽으로 어려움에 처한 조원들을 도와주도록 하고.”
“넵! 저하! 맡겨만 주세요!”
지시가 끝나자마자 사방에서 흡혈박쥐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찌이익―!! 찌이이익―!!
그 소리가 실내 연무장 전체를 울렸다.
어림잡아도 수백 마리인 것 같았는데, 고작 다섯 학생을 노리고 날아오던 것이었다.
케이는 그 광경을 매우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잘하시겠지……?”
지산은 케이의 걱정에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하하― 케이. 너는 정말 걱정이 많은 소녀구나. 하하하―”
케이는 사뭇 진지했기에 지산의 너털웃음이 그리 좋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다.
“웃지 마. 왜 웃어?”
지산은 케이를 친여동생 바라보듯 했다.
“네가 저하를 하도 끔찍이도 생각하는 게 귀여워서 그런다. 하하―”
“뭐, 뭐?”
“케이. 너도 보지 않았는가? 저하께선 결코 약하시지 않다는 걸. 조금 귀차니즘이 있으시긴 하지만.”
카시드도 퉁명스레 말했다.
“지산 말이 맞아. 케이. 저하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강하시다. 그리고 문제 생길 거 같으면 대기하고 있는 마고스 교수님과 교직원들이 알아서 막아 줄 거고.”
큰 문제가 생길 거 같다면, 대기하고 있던 마고스와 교직원들이 막아주었던 것이었다.
교수가 아닌 일반 교직원들이라고 하더라도 대부분 7, 8성급 강자들이었기에 학생들 입장에선 맘 놓고 수업에 임할 수 있었다.
“그렇겠지……?”
“그래. 걱정 마라.”
테스트 때부터 시작해 쭉 봐온 바로는 아벨은 자신들의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는 거였다.
‘일부러 대충 하는 듯할 때도 있고.’
지금도 날아오는 흡혈박쥐들을 5성의 검기로 마치 가볍게 춤을 추듯 죽여가고 있었다.
‘버프 마법 때문인가?’
버프 마법 때문에 그런지 아벨의 움직임이라든지, 검의 속도라든지 대단히 빨라 보였다.
‘하지만 확연히 차이가 나.’
하지만 함께 버프 마법을 받았음에도 틸과 아벨의 실력 차가 확연히 보였었다.
틸이 흡혈박쥐의 공격에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심지어 아벨이 틸이 맡기로 한 좌측면까지 막아주기 시작한다.
아벨이 그렇게 정신없이 흡혈박쥐들을 막고 있으면, 마법사들이 2 서클 전류탄電流彈과 3 서클 낙뢰落雷를 아벨을 향해 몰려든 흡혈박쥐들에게 쏘았었다.
콰콰콰콰쾅―!!
마법들이 몰려든 흡혈박쥐들에게서 터져 나가자, 그 사체들이 조원들 머리 위로도 소낙비처럼 떨어져 내린다.
후두두두두―
그렇게 조원들에게도 흡혈박쥐들의 사체가 떨어져 피가 묻게 되자, 그 묻은 피의 혈향을 맡고는 조원들에게도 흡혈박쥐들이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찌지지지지직―!
물론 아벨에게 몰려든 것의 10분의 1도 안 됐었지만.
“꺅!”
“싫어! 싫다고!”
몰려드는 흡혈박쥐들에 패닉 상태가 된 마법사들에게 로디아가 소리친다.
“집중해! 저하 주변으로 계속 마법을 써!”
로디아는 몰려든 흡혈박쥐들에게서 조원들을 구하려고 조원들에게 마력장벽을 친다.
“내가 막아줄게! 어서! 저하 쪽으로 공격마법을 쓰라고!”
그때 아벨은 흡혈박쥐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기 위해 다른 조원들보다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찌찌직―!! 찌지지지직―!!
파지지지직―!
휘익―! 휘익―! 휘익―!
찌이이이……
몰려든 흡혈박쥐들을 향해 검을 휘두를 때마다 후드득― 떨어져 내린다.
죽어 떨어지는 흡혈박쥐들은 아벨의 검에 베인다기보다는 뇌기가 깃든 검기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해 죽어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마구잡이로 춤추듯이 휘둘러도 흡혈박쥐들을 상대할 수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아벨도 모든 흡혈박쥐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던 것은 아니었었다.
검기의 영향을 뚫고 들어와 아벨을 무는 박쥐들이 속출했다.
찌지직―!
콰직―! 콰직―!
그럼에도 아벨은 로디아의 회복마법을 믿는 것인지, 갑옷을 믿는 것인지 흡혈박쥐들의 공격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물든 말든 그저 검을 휘두를 뿐이다.
휘익―! 휘익―! 휘익―!
다들 그 광경을 보고는.
“역시 드래곤 하트가 쩔긴 쩔어. 제대로 된 검술도 없이 그냥 막 휘둘러도 후두두 죽어 나가네.”
“그니까. 나도 드래곤 하트만 먹었으면 저 정도는 충분할 텐데 말야.”
“드래곤 하트만 먹었나? 대천사의 피도 먹었는걸. 그래서 흡혈박쥐 독에 중독 안 되지. 저것 봐 오히려 깨문 흡혈박쥐가 떨어져 죽잖아?”
“물려도 내버려둔다고? 허 참.”
“와 진심 진짜 어이없네.”
“그니까. 그리고 검에 맞지도 않았는데 저렇게 떨어져 나가다니. 이게 말이 돼?”
“반칙이나 다름없군.”
“내 말이.”
홱―!
그런 헛소리들을 지껄이는 놈들을 케이는 무시무시하게 흘겨보았다.
지산이 그런 케이를 나무란다.
“아서라. 케이. 저런 덜떨어진 것들에 신경 쓸 필요 없다. 저 새끼들 그래도 저하 앞에선 빌빌대잖는가.”
조지 사건 이후 그 누구도 아벨 앞에서만큼은 건방 떨 수 없었다.
“속상해서 그렇지…… 저하가 지들한테 무슨 잘못을 그렇게 했다고…….”
“저하가 잘못한 것보다는, 저렇게 구시렁대면서 누군가의 악담을 하거나 비난하지 않으면, 분노를 표출하지 않으면 못 사는 놈들이니까 그런 거지.”
사람 같지 않은 아름다운 외모와 그에 걸맞은 엄청난 재능 때문에 질투한다고는 말하진 않았다.
케이 역시 아름다운 외모와 그에 걸맞은 출중한 재능을 가졌었기에 저들의 마음을 이해 못 한다 생각한 것이었다.
지산이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말한다.
“그리고 너에겐 기회가 되지 않겠는가? 저하가 저들 때문에 힘들어하신다면, 네가 살며시 다가가 옆에서 저하를 위로해주면 되지 않겠는가? 하하하―”
그러자 케이는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져 소리친다.
“지산! 무,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지만 결코 싫은 표정은 아니었다.
지산 대신 카시드가 짜증 난단 듯이 말한다.
“그만 놀려 지산. 아무튼 케이. 지산 말대로 저딴 새끼들은 너무 신경 쓰지 마. 아벨 저하께서도 저 정도는 아예 신경도 안 쓰는 듯하니.”
카시드의 말이 맞았다.
아벨은 신경도 안 썼다.
지산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인정했다.
“하긴 신경도 안 쓰시지. 나 같으면 당장에 다 때려눕혔을 텐데 말야. 아무튼 이제 마무리돼 가는군.”
아벨의 범위 넓은 검격으로 인해 장내는 마무리되어가고 있었다.
찌지지지지…….
마지막 흡혈박쥐가 아벨의 검기에 펑―! 하고 몸이 폭죽처럼 터져 비산한다.
헉―! 헉―! 헉―! 헉―! 헉―!
다들 흡혈박쥐들에 상당히 괴롭힘당한 듯했다.
끝나자마자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털썩― 바닥에 주저앉는다.
다행인 점은 겉모습만 흡혈박쥐들의 피와 사체로 엉망이었지, 속은 멀쩡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아벨과 로디아를 제외한 나머지 조원들은 처음 보는 수백 마리의 흡혈박쥐들에 진절머리가 난다는 얼굴이었다.
“우웩―!”
게다가 수백 마리의 흡혈박쥐들의 사체가 연무장 곳곳에 쌓여 있다 보니 그 비린내 나는 혈향을 견디지 못하고 점심때 먹은 것을 게워냈었다.
한 명이 구토하자 나머지 두 명도 구토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로디아는 그런 셋을 치료하기보다는 아벨을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다름 아닌 아벨의 엉망이 된 몸 때문이었다.
갑옷은 흡혈박쥐들의 무수한 공격에 이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그리고 물린 곳들에서 줄줄이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다행인 점은 알게 모르게 아그네스의 목걸이가 자연 치유를 하고 있어 상처가 아물고 있다는 점이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로디아를 향해.
“나는 괜찮으니, 우선 저들을 치료해 주거라.”
그래도 망설이는 듯하자.
“어서. 난 포션만으로도 충분하니.”
“……네. 저하. 그럼 조금만 기다리세요.”
여전히 구토하고 있는 셋을 향해 다가가 로디아가 회복마법을 시전 한다.
“……정의의 신 타티스에게 고하노니 당신을 위해 상처받은 영육을 치료하고자 하니―”
로디아의 몸에서 따뜻한 노란 빛이 흘러나와 주저앉아 구토하는 셋을 감싸 안았다.
그때 마고스가 교직원들과 함께 연무장 안으로 들어왔다.
교직원들은 마법과 장비들을 써 흡혈박쥐의 사체들을 처리했다.
마고스는 아벨의 갑옷이 엉망진창이 되었지만, 상처에서 피가 줄줄이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결코 어떠한 치명상도 입지 않은 걸 두 눈으로 확인한다.
“조원들을 위해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저하.”
“아닙니다.”
아니라고 말했지만 사실 아벨은 이 많은 흡혈박쥐들을 최대한 빨리 없애기 위해 나름 희생한 것이었다.
다른 조원들이 구토하며 힘겨워는 하고 있었지만, 아벨이 일부러 앞에서 흡혈박쥐에게 물려준 탓에 거의 공격 받지 않았었다.
그래서 그들이 마치 함께 싸우지 않은 것처럼 속은 굉장히 멀쩡한 상태인 것이었다.
그때 셋의 치료를 서둘러 마친 로디아가 아벨에게 뛰어와 말한다.
“죄송해요. 늦었어요. 이제 회복마법을 해드릴게요.”
고개를 젓는다.
“나는 괜찮다. 그것보다 너는 괜찮으냐?”
기습적인 질문에 로디아가 발그레 볼을 붉힌다.
“네? 아…… 네.”
아벨은 로디아가 괜찮다고 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래. 그럼 됐다. 이제 들어가자.”
“정말…… 정말 괜찮으세요?”
아벨이 물끄러미 로디아를 바라본다.
“대천사의 피를 마셔서 그런지 괜찮다. 필요하면 그때 말하겠다.”
아벨의 고집이 꺾이지 않을 것 같자 로디아는 한숨을 내쉰다.
“후…… 네. 저하. 알겠어요.”
그 말을 끝으로 아벨과 로디아는 대기석으로 올라갔다.
대기석에는 케이와 지산이 자리에 남아있었다.
다음 차례인 카시드는 이미 내려가고 없었다.
“저하! 정말 괜찮으세요?!”
“고생하셨습니다. 하핫― 조원들을 위해 엄청난 전투를 치르셨군요.”
고철이 된 갑옷과 넝마가 된 옷 때문에 그런 듯했다.
케이의 불안해하는 얼굴을 바라본다.
로디아에게 했던 말을 다시 반복한다.
“괜찮다. 대천사의 피 덕분에 크게 피해는 없다.”
“정말이시죠……?”
“그래. 그리고 로디아도 옆에 있으니 걱정 말아라.”
로디아가 옆에서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인다.
“저하. 언제든지 말씀만 해주세요.”
그러나 케이는 좀처럼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지, 아벨의 몸에 남겨진, 아직 사라지지 않은 상처들에 조심스럽게 손을 가져다 댄다.
“…….”
아벨이 그 절절한 눈빛과 떨리는 손을 바라보며 말한다.
“조금 긁혔긴 한데, 포션을 먹어서 그런지 다 나았다. 그리고 로디아가 버프 마법을 잘 걸어 준 덕에 치명상은 입지 않았어.”
로디아가 살짝 허릴 숙이며 말한다.
“별말씀을.”
케이도 이제야 안심이 되는 얼굴이다.
“그럼 이제 맘 편히 구경하도록 하자.”
그때 카시드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쎄에에엑―!
촤아아악―!
카시드는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 싸웠었다.
7성 마력을 실은 사자신검을 적극 구사하고 있었다.
‘죽은 자의 검’이란 이름답게 음산한 기운이 흡혈박쥐들 사이를 마구 헤집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