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P character in my novel RAW novel - Chapter 29
제29화
29화. 오케이 계획대로 되고 있어(1)
마족이 아벨을 공격했다는 이야기는 아벨의 생각대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
소설에서는 아벨과 케이만 살아남았었기에 두 사람의 입만 막았으면 됐었지만, 이번엔 살아남은 사람이 꽤나 많았고 입을 막기도 쉽지 않았던 것이었다.
정확히 아벨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렇다니까! 토마스가 직접 봤대! 진짜 마족을 말야!”
“머리가 수십 개가 달린 게 그렇게 역겨울 수 없다더군.”
“아니 근데…… 조원들은 죽어도 자기는 아무 상관없다라니…… 아벨 저하…… 그렇게 안 봤는데…….”
“너 대인전 때 못 봤어? 아직도 조지는 그때 일 때문에 저하를 볼 때마다 오줌을 지린대.”
“와 진짜? 완전 끔찍한데?”
“그치? 나 진짜 이제부터라도 아벨 저하 근처에 얼씬도 안 하려고. 이젠 그냥 무시하려고.”
“아벨 저하께서 이때까지 실력을 숨긴 거라며? 아벨 저하도 7성 검사라던데? 오러가 장난 아니래.”
“드래곤 하트에 대천사의 피를 동시 복용했으면 말 다했지. 제국기본검술 쓰는데 검기에 뇌기가 깃든다니까?”
“진짜 이래서 부모 잘 만나고 봐야 해.”
“내 말이.”
“근데 루드스의 위상도 옛말이네. 감히 마족 따위나 나타나게 하고.”
“진짜 이거 무서워서 야외수업하겠어?”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고 이미 황실에까지 루드스에 아벨을 죽이려 마족이 나타났다는 말이 돌았었다.
“폐하! 내일 당장 아벨을 보러 가야겠어요!”
파우스 황제는 골머리를 감싸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면서 수잔 황비의 눈치를 봤는데,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래도 안 다쳤다 하지 않소.”
그럼에도 수잔 황비는 결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다.
오히려 표독스런 눈빛으로 난감해하는 파우스 황제를 노려본다.
“하지만! 마족이잖아요! 마족! 어떻게! 어떻게 루드스에서 마족이 나타날 수 있어요?!”
파우스 황제는 성난 수잔 황비의 기분을 최대한 거스르지 않으려 노력한다.
“하위 마족이 인간계에 놀러 왔다 우연히 마주친 거라지 않소…… 그나저나 역시 마고스 백작이오. 안 그렇소? 마족을 단 일격으로 죽이다니.”
“폐하!”
황제는 수잔 황비와 아벨을 위하는 척 말한다.
“수잔. 아무도 다치지 않았잖소? 별거 아니라는 말이오. 그런데 황비가 불문율을 깨고 자식을 만나러 루드스에 간다면 그 누가 아벨을 좋게 보겠소.”
“어차피 지금도 아벨을 좋게 안 보잖아요! 그리고 뭐 어때요?! 어미가 자식 한 번 보겠다는데?!”
“수잔…….”
수잔은 그대로 벌떡 일어나더니.
“반드시 다녀오겠어요! 전 분명 폐하께 내일 다녀오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수, 수잔!”
덜컥―!
그러면서 황제의 방문을 거칠게 열고 나갔다.
“휴―”
황제가 한숨을 쉬며 옆에 대기하고 있던 집사에게 말한다.
“쿠웰 단장에게 언질을 줘놔라. 그리고 황후나 다른 황비들에겐 이 기회로 불문율을 깼다며 아벨을 압박하라고 하고. 그렇게 말하면 수잔 황비의 돌발행동을 용서해 줄 것이다.”
“네. 폐하.”
부복하며 나가는 집사였다.
나가는 집사를 본 황제는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그리고 창밖 어둠을 응시한다.
‘아벨. 네놈은 왜 보이나 안 보이나 날 괴롭히는 것이냐. 이 지긋지긋한 놈. 죽을 거면 제발 좀 빨리 죽든가.’
확실히 황제는 아벨을 이번에 죽이지 못해 대단히 아쉬워하고 있었다.
‘셋 다 한번 모이라고 해야겠어.’
황후와 황비들을 모아 다시 한번 분발을 촉구해야 함을 느끼던 파우스 황제였다.
* * *
그 시각 황제의 소원을 위해 세르지뿐만 아니라 윌리엄과 레이첼이 집행부 부실에서 모임을 열고 있었다.
레이첼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입을 연다.
“도대체 두 분께서 어떻게 준빌 하셨길래 아벨뿐만 아니라 다른 연놈들도 멀쩡히 살아 돌아온 건가요? 혹시 어디 마족 짝퉁 가져다 놓은 거 아닌가요?”
명백한 조롱이고 비웃음이다.
그 조롱과 비웃음에 세르지의 눈에서 서늘한 칼날 같은 살기가 번뜩인다.
“레이첼……!”
이번 일을 망친 데에 어느 정도 지분이 있던 윌리엄도 그 눈빛에 쫄아 다급히 레이첼을 말린다.
“레, 레이첼 왜 그래?!”
그러나 레이첼은 흥―! 콧방귀를 뀌더니.
“난 또 하도 자신만만하길래, 이제는 다 끝난 줄 알았지.”
쾅―!
“말 다 했어?!”
마고스는 케이가 사전에 경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총장에게까지만 말했었다. 그래서 그 사실이 아직 세르지에게까지 들어가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덕분에 세르지는 윌리엄을 탓할 수가 없었다.
레이첼도 그 사실을 몰랐기에 이렇게 당당하게 나댈 수 있던 것이었다.
“다 못했다면! 그렇다면 어쩔 건데요?!”
윌리엄이 필사적으로 레이첼을 껴안으며 소리쳤다.
“그만! 그만해! 레이첼! 그리고 형님도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아오! 저 암코양이 같은 년을 그냥!”
“흥―! 뭐요?! 한번 해볼래요?!”
그렇게 둘은 서로를 당장에라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행동으로는 옮기지 않았었는데, 일단은 윌리엄의 말이 맞은 것이었다.
지금은 둘이 싸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윌리엄은 진정되는 듯하자 안도의 한숨을 후― 내쉬며 말한다.
“……그나저나 이제 독도 안 통할 텐데…… 뭐 할 만한 거 없을까요……?”
그 답답한 말에 세르지가 버럭 소리친다.
“이 병신아! 황실에서 잠시 기다리라는 말 못 들었어?!”
“그럼 그냥 가만히만 있어요……?”
“그럼 어떡해?! 가만히 있으라는데! 너도 일단 닥치고 가만히 있어!”
벌떡―!
자리에서 거칠게 일어나며 집행부실을 나가는 세르지였다.
집행부실을 나가자 대기하고 있던 귀족들이 세르지를 향해 허리 숙이며 예를 갖췄다.
그들을 무시하며 그는 곧장 자신의 기숙사로 걸었다.
‘제길! 이 개새끼를 어떡해야 죽일 수 있는 거야!’
마족이라면 쉽게 죽일 수 있다 생각했었다.
하지만 보란 듯이 마족을 해치워냈다.
아무리 마고스의 도움을 받았더라도.
‘뭐 7성이라고?!’
돌아온 나딤의 보고엔 아벨이 분명 7성급 오러를 썼다고 했다.
이때까지 일부러 힘을 숨겨온 듯했다고 했다.
너무 빡쳐서 술이 필요했다.
독한 술이라도 마셔야 이 쌓이고 쌓인 분노를 풀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을 유일하게 인정하고 이해하는 친척이자 약혼녀 마리엘 요한센이 너무나도 보고 싶었지만, 그녀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제기랄!”
길가에서 소리를 지르자 주변 사람들이 세르지를 쳐다본다.
“뭘 쳐다봐! 새끼들아!”
그러자 쉬쉬하며 다들 갈 길을 갔다.
“이 망할 새끼들!”
세르지는 다시 한번 허공에다가 욕지거리를 내뱉고는 본인도 갈 길을 간다.
기숙사에 도착했다. 마도구에 손을 얹어 본인 확인을 마친 후, 열린 문으로 기숙사에 들어간다.
그런데 자동으로 켜져야 할 불이 켜지지 않는다.
“이건 또 왜 이래?!”
그때,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만다.
“뭐, 뭐야?!”
그리고 누군가가 소파에 앉아 자신을 기다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 *
‘때가 됐군.’
루드스에 들어오기 전부터 하베츠를 죽이기 위해, 그리고 마족 멸살의 사명을 원활하게 이루기 위해 세르지와 손을 잡을 생각이었다.
황제로 만들어 줄 테니 나를 좀 도우라고.
‘10인회에 대해서, 이 세계의 지배 원리에 대해 모르는 이때, 지금 이 시기에 계약을 맺는 게 가장 좋아.’
아직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이 시점이 가장 좋았다.
‘지금이라면 나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겠지.’
마족이라면 날 쉽게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웬만한 마족으로는, 또한 어설픈 공격으로는 절대 자신을 죽이지 못한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실력을 숨기고 있다는 것도.’
충분히 협상하기에 좋은 카드들이었다.
‘무엇보다 나는 세르지는 여자에 관심이 없어서 좋아.’
세르지는 양아치처럼 생긴 외모와는 달리 자신의 약혼녀인 마리엘 요한센만을 바라보고 사랑한 지고지순한 순정파였다.
마리엘 요한센 역시 세르지를 진심으로 사랑했었는데, 세르지가 하베츠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녀는 자결을 하여 세르지의 뒤를 따라갔을 정도였으니.
그러니 하베츠처럼 여색을 쫓다 부딪힐 일은 없었다.
‘물론 윌리엄도 케이 하나만을 바라보는 순정파이긴 하지만, 문제는 그 새낀 상대가 싫어하는데도 스토커처럼 쫓아다니며 괴롭힌다는 거지.’
윌리엄은 케이를 좋아해서 문제가 되는 것도 있었지만, 사실 그것보단 다른 더 큰 이유들이 있었다.
‘윌리엄과 손을 잡기에는 너무 멍청할 뿐만 아니라 셀비 3 황비가 야망이 너무 커.’
윌리엄의 어미인 셀비 3 황비는 윌리엄에게 황제 자리를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는 여자였다. 그녀는 자신을 위해 그저 아들딸들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니 세르지가 딱이야.’
아벨은 세르지를 기다리기 위해 마력을 가슴으로 이동시킨다.
수악―! 수악―! 수악―!
순간이동을 써 세르지의 기숙사 안으로 들어갔다.
세르지의 기숙사에 들어가자 탁! 하고 자동으로 불이 켜진다.
탕―! 탕―! 탕―!
마력탄들을 쏴 전등들을 꺼트린다.
다시 어둠이 내려앉았고 아벨은 소파에 앉아 기다렸다.
한 시간쯤 지나자.
덜꺽―
“이건 또 왜 이래?!”
세르지가 아벨의 기운을 느끼고는.
“뭐, 뭐야?!”
자리에 일어서며 말한다.
“형님. 접니다. 할 얘기가 있어 왔습니다.”
팟―! 불을 밝힐 아티팩트를 써 어둡던 기숙사를 밝혔다.
“너, 너 이 새끼 어떻게 들어왔어?!”
목소리에 당혹스러움과 두려움이 짙게 깔려있었다.
“형님. 제가 힘을 숨기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겁니다.”
“뭐라고?!”
착―!
손등에서 용골검이 튀어나왔다.
용골검을 소환하자마자 발검한다.
스릉―
“너, 너, 너 뭐하는 지, 짓이냐……?!”
뒷걸음질 치는 그에게 다가가며 용골검에 오러를 두른다.
파지지지지지지지직―!!
우우우우우우우우웅―!!
무려 9성의 뇌기가 실린 오러를.
기숙사 전체가 그 강력한 뇌기와 아우라를 뿜어내는 오러에 마치 뇌운雷雲 안에 들어온 것마냥 번쩍번쩍 스파크에 덮여있었다.
세르지의 아래턱이 당장에라도 빠질 것처럼 떡하니 벌어졌다.
“……이, 이럴 수가……!!”
사아아―
하지만 아벨은 이내 그 위압적인 오러를 없앤다.
스릉―
납검을 한 후.
착―!
다시 용골검을 손등으로 거둬드린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더 당황하기 전에 이곳에 온 이유를 설명한다.
“형님.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꿀꺽―
세르지는 자기도 모르게 굵은 침을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아벨의 말을 기다린다.
세르지를 위해서라도 아벨은 바로 말했다.
“제가 형님을 황제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
“제가 형님을 위해 하베츠를 죽여주겠다는 말입니다. 형님도 윌리엄이나 레이첼은 경쟁상대로도 보지 않을 테니, 그 연놈들은 둘째 치고.”
세르지는 행동이 좀 양아치 같을 뿐, 21살에 7 서클 마법사일 만큼 재능도 있고 머리도 있는 자였다.
아벨의 말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기회가 되는지 깨닫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정말이냐……?”
“전 황제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이럴 수가…….”
“그러니 형님이 제 부탁 몇 가지만 들어주신다면, 제가 하베츠를 죽이고 형님을 티레시아스 제국의 황제로 반드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세상에 공짜란 없었다.
큰 것을 주려는 사람은 반대로 큰 것을 얻으려는 법이었다.
세르지는 그 어느 때보다 냉정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조건이 뭔데?”
“첫 번째, 당연히 저와 어마마마의 안전을 지켜달라는 것.”
“그리고……?”
“제가 생각보다 마족에 증오가 깊어서 말입니다. 전 황좌를 포기하는 대신 이 에브니아 땅에서 마족을 멸살시킬 생각입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에 다시 한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뭐, 뭐?!”
“이건 형님께 결코 나쁜 이야기가 아닙니다. 형님이 황제이고 제가 마족을 멸살시킨다면, 형님의 이름은 제국을 넘어 이 대륙의 영광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입니다. 마치 건국황제 카인 아이테르너스나, 전쟁의 신 아서 아이테르너스처럼 말입니다. 다들 형님이 아벨에게 명해서 아벨이 인간의 절대 악絕對惡인 마족을 멸살한다 생각할 테니 말입니다.”
“아……!!”
“그러니 둘째가 바로, 제가 마족 멸살을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일 때 황제가 되신 형님께서 저를 좀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에브니아 대륙의 모든 마족을 저 혼자 죽이기는 솔직히 역부족이니 말입니다. 물론 그 외에도 우린 한몸이 될 것이니 서로가 적극 도우면 좋겠고 말입니다.”
세르지 입장에선 이만큼 좋은 조건도 없었다.
그래서 그의 입장에선 다른 건 생각할 수 없었다.
혹시나 해 조심스럽게 묻는다.
“정말…… 그것뿐이더냐……? 조건이……?”
“네. 그게 다입니다. 혹시나 제가 더 요구할 수도 있으니, 이 자리에서 맹세의 마법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맹세의 마법을 해야 형님께서도 저를 완전히 믿을 수 있을 테니.”
그러자 세르지는 화색이 되어 반긴다.
“좋다! 하겠다! 맹세의 마법을! 그리고 내가 널 반드시 도와주겠다!”
아벨은 준비해 둔 마법 양피지와 각자의 피를 담을 그릇을 꺼냈다. 윌리엄과 한 것처럼 손가락을 베 피를 내 마법 양피지에 적는다.
같은 내용의 두 피가 양피지에 담긴다.
마법이 발동되며 빛이 뿜어 나와 두 사람을 감쌌다.
‘역시 기분 나빠.’
그 거북한 기분이 끝이 나자 아벨은 맹세의 마법이 끝이 났다는 것을 깨닫는다.
“형님. 그리고 제가 하베츠를 죽이기 전까진 오늘의 이 협약을 비밀로 했으면 합니다.”
“어?”
“또한 앞으로도 지금처럼 저를 죽이기 위해 모의도 하고 작당도 해주셨으면 합니다. 괜찮습니다. 방금 보셨다시피 전 힘을 숨기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똑똑한 세르지는 곧장 아벨이 한 말의 의도를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훗날 하베츠를 확실히 죽이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관계는 숨길 필요가 있습니다. 심지어 어머니이신 캐서린 황비 마마께도 말입니다. 아군을 속여야 적도 속일 수 있는 법이니. 무엇보다 저와 연합했다는 게 알려지면 하베츠와 황후에게 형님께서 바로 공격당하실 겁니다.”
팟!
불빛을 내던 아티팩트에서 불빛이 사라진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미래의 황제시여.”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린 아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