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P character in my novel RAW novel - Chapter 77
제77화
77화. 정의 무투회 출전(2)
아벨은 돌아가는 사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마도 감시인들이 이 모든 광경을 보고 있을 것이었다.
‘저놈들 때문에도 쥬디스를 부를 수 없었지.’
사나라면 그냥 남녀관계라고 생각하겠으나, 교수의 출입은 대단히 큰 문제라고 여길 것이다.
아벨은 사나가 여자 기숙사 모퉁이로 사라지는 걸 보고는 문을 닫는다.
덜컥―
문을 닫자마자.
수악―
그리고는 감시인들의 눈이 없는 곳으로 순간이동을 써서 사나의 뒤를 쫓는다.
수악― 수악― 수악―
사나가 다시 시야에 들어오는 곳까지 이동해서는 완전히 기숙사 안으로 안전하게 들어가는 걸 확인한다.
아무리 사나가 미스라임의 공주라 다른 아이들보다는 안전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걱정이 됐었다.
사나가 안전하게 들어간 걸 확인한 후에야 아벨은 곧장 다시 순간이동을 해 세르지의 기숙사로 이동한다.
수악― 수악― 수악― 수악―
세르지의 기숙사에 들어가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아벨을 반긴다.
“왔구나.”
“네. 형님.”
“그래. 어서 와서 앉아라.”
아벨은 세르지가 마련한 자리에 앉았는데, 앉자마자 세르지가 물었다.
“어떠냐? 컨디션은? 바로 내일이지 않더냐?”
걱정 말라는 듯이 자신 있게 대답한다.
“완벽합니다. 더없이 좋을 만큼.”
그 말에 함박웃음을 터트린다.
“그래?! 하하―! 뭐 당연하겠지! 네가 힘을 숨겨서 그렇지 로만 따위가 상대나 되겠느냐!”
“안 그래도 이번에 뇌전마검을 쓸 생각입니다.”
“뇌전마검을?!”
“7성으로 9성을 이기려면 뇌전마검의 힘이 필요할 거라 생각돼서 말입니다.”
“이번에 드러내도 괜찮겠느냐?”
“네. 사실 일부러 쓰는 것도 있습니다. 하베츠의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서 말입니다. 분명 제가 뇌전마검을 쓰면 하베츠에게서 분명한 반응이 나올 것입니다.”
“그렇겠지…… 그 새끼는 너에 대한 질투심으로 똘똘 뭉쳐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형님께서 아이작 백작에게 이제 때가 됐음을 알리고, 하베츠의 가드들을 막아줄 인원 두세 명 정도를 추려달라고 부탁해주셨으면 합니다.”
“드디어!”
“네. 드디어 때가 이른 거 같습니다. 분명 하베츠는 자신이 루드스에 있을 동안, 즉 저를 루드스 내에서 죽여야 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래서 형님을 설득하려 하겠죠. 루드스에서 합공하자고 말입니다. 그때 형님은 그 말에 넘어가는 척하며, 그 결전의 순간에 이르렀을 때 저와 함께 하베츠를 공격하면 될 것입니다.”
짝―!
기쁜 마음에 크게 박수를 쳤다.
“좋다! 좋아! 정말 이 모든 게 정의의 신의 도우심 같구나!”
그 말에 피식― 실소를 흘리며.
“맞습니다. 분명 정의의 신께서 우릴 돕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번 정의 무투회에 웬만해선 나가지 않으려 했는데, 오히려 우리에게 기회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그때 문득 세르지의 머릿속에 좋지 않은 생각이 스쳐 갔다.
“그런데…… 그런데 정말 만에 하나 하베츠가 그런 생각을 가지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지만 그것 역시 생각해둔 바였다.
“걱정 마시지요. 그래 봤자 명을 조금 더 늘릴 뿐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도 제가 생각해둔 게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에게 그 계획이 무산 됐을 때의 다른 계획을 설명하는 아벨이었다.
* * *
아벨은 정의 무투회에 참가하기 위해 마차를 이용해야만 했었다. 자신의 외모뿐만 아니라 함께하는 여자들의 외모 때문이라도 꼭 필요했었던 것이었다.
마차 안에서 아벨은 기분 좋게 두근대는 가슴을 느끼고 있었다.
‘기대되는군.’
이번 정의 무투회에는 소설 세계관에서 강자라는 강자들은 대부분 출전하는 듯했다.
‘7인의 성검사 중 여섯을 볼 수 있다라.’
브릴튼 기사연합국의 훗날 ‘심판자’라고 불릴 클라우스 킨스키부터 시작해, 현재 가장 아벨을 귀찮게 하는 드래곤이자 ‘은백의 기사’라 불릴 제국의 러네이 코널리, 제국 제일의 검술명가 드로즈도프 공작가의 차기 가주인 ‘멸망자’로만 드로즈도프, 제국 마법명가의 이단아이자 ‘정의의 검’ 크리스찬 요한센, ‘용사의 검’이라 불릴 코렌트의 앤디 피츠, 아덴의 ‘바람의 기사’ 리차드 칼리언. 같은 아덴 출신의 ‘치유의 검사’ 챠빌 켄트릭만 제외하고 모두 나온 것이었다.
이 7인이 아벨의 밑에서 에브니아 대륙의 절대악絕對惡인 마족들을 죽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기에 세상 사람들에게서 성검사聖劍士란 칭호를 얻게 된 것이었다.
‘전부 12성 검사가 됐었어.’
이들과 검왕이라 불린 카시드와 제국의 황제가 됐었던 하베츠가 12성 최절정의 검사가 됐었다.
‘그래서 지금의 시대를 축복의 시대라고 부르지.’
사람들은 지금의 시대를 전쟁이 없어 ‘평화의 시대’라고 부르기도 했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재능 있는 자들이 많이 나타나 ‘축복의 시대’라고 부르기도 했었다.
현 최강자가 겨우 11성 검사임을 감안한다면, 훗날 12성 검사들이 홍수처럼 터져 나오던 지금의 시대는 ‘축복의 시대’가 확실히 맞는 표현이라 하겠다.
그래서 더욱 기대가 됐다.
미래의 12성 검사들 대부분이 출전했으니까.
‘진짜 나도 이세계 검사 다 됐다니까. 후후―’
그렇게 적당한 흥분 속에서 그들과의 치열한 싸움을 기대하고 있던 그때 케이가 아벨에게 조심스럽게 묻는다.
“컨디션은 좀 어떠세요……?”
아벨이 얼마나 강한지 러네이를 통해 확인했음에도 케이는 좀처럼 걱정을 없애지 못하는 듯했다.
그 걱정을 없애주기 위해 일부러 여유로운 미소를 보인다.
“오늘이야말로 최고의 컨디션이라 할 수 있겠군.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푹 잤었거든.”
아벨의 말에 러네이가 첨언한다.
“동생도 참 뭐가 그리 걱정스러워서. 이 언니가 저하의 앞을 싹 다 쓸어 놓고 닦아 놓을 텐데.”
“하지만 혹시나…….”
사나도 러네이의 말에 덧붙여 말한다.
“너무 걱정 마. 케이. 저하에겐 용골검과 용혈갑도 있으시니까. 그리고 결코 쉽게 당하실 정도로 약하시지도 않고.”
그녀들의 말에 케이는 자기 혼자만 걱정이 많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그래서 케이는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푹 내쉬며 ‘나도 그러지 말아야지…… 나도 그러지 말아야지…….’ 하며 주문을 외우듯 우물우물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마부가 도착을 알린다.
“저하. 도착하였습니다.”
그 말에 커튼을 걷어 밖의 광경을 바라본다.
엄청난 크기의 원형 경기장과 그 경기장에 들어가기 위해 엄청난 구름 인파가 모여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대단하군.’
정의 무투회는 제국의 수도 에스토시아의 남부에 위치한 세계 최대 크기의 원형 무투회장인 호미키디움에서 펼쳐졌었다.
입장료를 무려 10골드에서 최대 100,000골드나 받았음에도 사람들이 미어터질 정도였다. 그만큼 대륙 최고의 천재들의 싸움을 사람들은 기대하고 있었고, 열광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마차는 출전자 전용 출입구 앞에 도착해 있었다. 출전자들을 보려고 이곳에도 사람들이 엄청나게 모여 있었는데, 제국의 신성제국군에 의해 일정 선을 넘어올 수는 없었다.
내리기 전에 케이를 다시 한 번 안심시킨다.
“사나의 말대로 내가 그렇게 약하진 않으니, 정말 걱정 안 해도 된다.”
그 듬직한 말에도 케이는 여전히 불안해했었는데, 애써 괜찮은 척하며 아벨을 간절히 응원한다.
“……네. 알겠어요. 이제 더는 걱정 안 할게요. 저하께선 분명 잘 해내실 거니까요. 그리고 저 역시 저하를 위해서 내내 기도할 거구요. 아무튼 그러니 절대 다치시면 안 돼요. 절대. 아셨죠?”
애써 괜찮은 척하려는, 그 간절한 모습을 보고는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알겠다. 명심하겠다.”
그런 후 러네이를 바라보며 말한다.
“러네이 가자.”
“네. 저하. 출발하시죠.”
아벨이 러네이와 함께 마차에서 내려 출전자 출입구로 들어가자, 아벨을 알아보고는 여기저기서 아벨에 대한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벨 황자 저하시다!”
“저 여검사는 그 소문의 코널리 남작가의 영애?!”
“저하와 벌써 결혼했다는 그분?!”
“이미 자식도 있다던데?!”
“여윽시∼ 카사노바∼!”
전에는 아벨의 그 믿기지 않는 강함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았었다면, 요즘은 아벨 하면 죄다 여자와 관련된 이야기밖에 안 나왔었다.
아벨이 크게 신경 쓰지 않아서 곁에 있던 다른 이들도 겉으로는 별말을 안 했었지만, 속으로는 굉장히 속상해하고 있었다.
마차 안의 케이와 사나가 특히 그랬었다.
“저 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맞아! 저하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러니까! 저하는 그냥 가만히 계셨을 뿐인데!”
“내 말이! 정말 잘난 것도 죄라니까?!”
그렇게 사람들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으면서 두 사람은 사나의 자격으로 최상류층석으로 함께 이동했다.
케이가 그곳은 불편하다면서 적극 사양했었지만, 사나가 괜찮다고 친구랑 꼭 함께 오라고 아바마마가 그랬다면서 끝끝내 끌고 갔던 것이었다.
최상류층석은 충격완화 마법이 걸린 유리로 된 창이 있던 무투회장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한 실내석이었다.
그리고 적당히 시원한 온도도 맞추어져 있어 최적의 환경에서 볼 수 있다 하겠다.
두 사람은 미스라임 왕실이 배정받은 자리로 갔는데, 그곳은 제국의 황실 왼편에 위치하고 있었다. 오른편은 아덴이 자리 잡고 있었고 말이다.
아덴 왕실의 사람들은 다 들어온 듯 보였으나 황실의 사람들은 아직 아무도 오지 않은 듯했다. 주인이니 가장 늦게 들어올 것 같았다.
사나는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얀 국왕에게 인사한다.
“아바마마. 저 왔어요.”
얀 국왕은 사랑스런 딸을 대단히 반기며 다정스레 말한다.
“내 사랑하는 딸 왔느냐? 어서. 어서 여기 와서 앉아라.”
그 전에 케이를 얀 국왕에게 인사시킨다.
“그 전에 여기는 제가 그때 말했던 제 가장 친한 친구인 케이 아슈트반 영애예요. 케이 인사드려. 우리 아바마마야.”
사나의 소개로 케이는 아주 공손히 얀 국왕에게 예를 갖춘다.
“아슈트반의 영애 케이 아슈트반이라 해요. 만나 뵙게 돼서 정말 영광이에요.”
얀 국왕은 그런 케이를 조금은 동정심을 갖고 바라봤었는데, 이미 사나가 아벨의 짝으로 기정사실화 됐다 믿었기에 보일 수 있는 태도였다.
“그래그래. 너에 대해 사나에게 익히 들었다. 너도 어서 이리 와 앉아라.”
“네. 감사해요. 전하.”
얀 국왕과의 인사가 끝나자, 마리 왕비와 수네스, 루카, 반 왕자들이 사나에게 인사한다.
“어서 오렴. 딸아.”
“왔어? 빨리 와 앉아.”
“잘 지냈니? 아픈 덴 없었지?”
“아이고 우리 사나 얼굴이 반쪽이 됐네. 이게 다 그놈! 욱―”
3 왕자 반 카르하 왕자가 급발진을 하려 하자 2 왕자 루카 카르하가 급히 그의 입을 틀어막는다.
“흠흠―! 이놈이 뭘 잘 못 먹었나! 아무튼! 아무튼 사나 어서 와 앉아! 어서!”
그러면서 얀 국왕과 마리 왕비의 눈치를 봤는데, 역시나 대단히 살기 짙은 눈빛으로 째려보고 있었다.
아무튼 사나와 케이는 그들 모두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고는, 국왕이 손짓한 자리로 가 앉는다.
국왕이 손짓한 자리는 바로 자신의 옆이었는데, 아벨에 대해 서로 대화도 하며 함께 시합을 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사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아까 못했던 인사를 마저 이어 한다.
“잘 지내셨죠? 저 진짜 아바마마가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다구요.”
딸의 깜찍한 말에 헤벌쭉 미소를 짓는다.
“집 나가니까 고생이긴 하지?”
“뭐 좀 그렇긴 하죠?”
“하하― 그래도 좋은 추억이 될 테니. 좀만 힘을 내거라.”
그래도 아벨과 함께하고 있으니 힘들어도 행복하긴 할 거라 생각했다.
딸의 표정도 다행히 그러한 듯했고 말이다.
“뭐. 네. 알겠어요.”
“그래그래. 그런데 뭐 좀 마시겠느냐?”
“음― 그럴까요?”
시녀들이 옆에서 대기 중이었는데, 사나가 한 시녀에게 말한다.
“딸기 우유 좀 가져다줘요. 케이 너도 딸기 우유 마실 거지?”
“응. 나도 딸기 우유가 좋아.”
그 주문에 시녀가 부복하며 대답한다.
“네. 알겠습니다.”
시녀가 딸기 우유를 가지러 떠나자 얀 국왕이 묻는다.
“딸기 우유? 네가 딸기 우유를 좋아했더냐?”
“요즘 좋아하고 있거든요. 그치?”
“네. 요즘 저희들은 딸기 우유만 먹어요.”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본다.
“그래? 그래 그럼 다음에 왕궁에도 딸기 우유를 좀 준비해 둬야겠구나.”
“그러면 좋죠.”
“그래. 아무튼 그건 그렇고 사위는 준비 잘했더냐?”
얀 국왕은 이제 공식 석상에서도 아벨을 대놓고 사위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 뜬금없는 말에 사나는 민망해져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그래서 버럭 소리도 질렀다.
“아바마마! 아바마마도 참!”
“왜? 뭐 어떠냐? 너와 혼인할 거라는 건 세상이 다 아는데.”
이건 또 사나도 부정하지 않는다.
“아무튼!”
“그래. 아무튼 사위는 준비 잘했더냐?”
케이는 애써 침착하려고 했었는데, 이미 러네이와 사나를 자신과 같은 처지로 받아들였음에도 막상 또 대놓고 저런 소리를 들으니 감정 컨트롤이 잘 안 됐던 것이었다.
그냥 가족들 옆에서 볼 걸 하며 괜스레 후회되던 케이였다.
“몰라요! 아바마마께서 자꾸 그러시면 저 케이랑 다른 데 가서 볼 거예요!”
그렇게 위협을 하자, 그제야 딸의 요청을 받아들인다.
“알았다. 알았어. 오늘은 그만하겠다. 허허―”
그 툴툴대는 모습도 대단히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던 얀 국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