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P character in my novel RAW novel - Chapter 78
제78화
78화. 정의 무투회 출전(3)
얀 국왕은 딸의 사랑스런 모습에 좀처럼 입가의 미소를 지우지 못했다.
기분 좋은 미소를 유지한 채 묻는다.
“아무튼 그럼 좀 어떠느냐? 아벨 황자는?”
새초롬하게 째려보며 말한다.
“몰라요. 뭐 알아서 잘하겠죠. 항상 알아서 잘해왔으니.”
딸의 시큰둥한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기에 얀 국왕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역시’라는 듯이 말한다.
“그래? 그럼 다행이구나.”
“뭐 이번엔 자신의 주무기까지 쓰신다니까 그렇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주무기?”
“네. 사실 저하께서는 제국의 4대 황제이셨던 아서 폐하의 용골검과 용혈갑을 가지고 계시거든요. 이때까진 쓰시지 않으셨지만, 이번엔 쓰실 거라고 하더라구요.”
“아!”
그 두 무구에 대해선 미스라임 왕실도 잘 알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황자의 흑풍흡검을 극대화 시킬 수 있겠구나!”
처음엔 시큰둥했었지만 얀 국왕의 조금은 과장된 반응에 이젠 신나하며 아벨을 자랑한다.
“네. 그리고 저하의 성취가 8성에 육박해서, 흑풍흡검과 용골검, 용혈갑이라면 9성 검사도 충분히 이기실 거예요. 그건 제가 확실히 장담할 수 있어요.”
사나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미스라임 왕실의 모든 사람뿐만 아니라 시중을 들던 사용인들까지도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허허…… 이거이거 내 상상을 훨씬 상회하는구나.”
얀 국왕의 감탄에 사나는 우쭐해져서 케이에게 묻는다.
“쫌 능력 있긴 해요. 우리 저하가. 그치?”
사나의 물음에 케이도 자부심이 넘쳐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대답한다.
“응. 맞아. 능력이 넘쳐흐르셔.”
두 소녀는 자신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자랑하며 얼굴을 행복함으로 물들였다.
그 모습을 본 얀 국왕은 ‘그래. 여기서 타협을 해도 되겠다.’ 라는 생각을 한다.
‘저 정도 외모에 저 정도 재능과 능력이라면…… 음…… 역시 어쩔 수 없는 건가…….’
딸을 위해서 다른 불필요한 가지들은 다 쳐내 주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딸아이가 더 큰 상처를 받을 것 같았다.
‘러네이라는 여자와도 친하게 지낸다던데…… 이거 참 애가 너무 착해서 문제야.’
사나가 너무 착해서 자신의 자리를 양보할까 봐 걱정이었다.
‘아벨. 네가 잘 알아서 하겠지만, 혹여나 사나 눈에 눈물이 나게 한다면.’
그렇다면.
‘네 눈에선 피눈물이 날 거라는 걸 잊지 말아라.’
이미 아벨과 사나의 결혼은 확정적이기에 하는 다짐이었다.
‘아무튼 그나저나 정말 지독하게도 늦게 오는군.’
황실의 위엄을 보이기 위해 일부러 늦게 나오는 것이었다. 다른 왕국들은 개장 직후 들어오게 했었고 자기네는 본선 진출자가 정해졌을 때나 왔었다.
얀 국왕은 따분함을 없애기 위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사나를 정말 사랑스럽다는 듯이 계속해서 지긋이 바라봤다.
그리고는 마음속으로 자신들이 섬기는 지혜의 신 에크네에게 사나의 행복을 빈다.
* * *
그렇게 2시간쯤 더 지났을까?
그제야 황제를 비롯한 황실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이번에 황실에서 출전한 자는 아벨 혼자였었기에, 그러니 아벨 빼고 황실의 인원 모두가 왔다는 말이었다.
황제가 등장하자 최상류층 석에 있던 모든 이들이 즉각 자리에서 일어나서 제국의 주인에게 예를 갖췄다.
파우스 황제는 그들을 예의 병약한 안색으로 둘러보며 말한다.
“다들 앉으시오.”
“네. 폐하.”
허락이 떨어지자 모두 자리에 앉는다.
사나와 케이는 자리에 앉으며 수잔 황비를 보기 위해 황실 사람들을 살펴보았는데.
하베츠는 들어올 때부터 잘 벼린 검날과 같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미스라임 측을 노려보며 대단히 불만족스럽다는 얼굴을 보이고 있었다.
반면 세르지와 레이첼은 생각 외로 차분해 보였었고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윌리엄은 케이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뭔가를 말하고 싶은데 말하지 못해 답답해 죽겠다는 모습이다.
그런 윌리엄을 무시하고 이어 시선을 옮겨 황후와 황비들을 보니, 다이나 황후는 익히 알고 있던 대로 ‘철혈황후’라는 이명답게 매우 차가운 냉혈한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바로 옆에 앉은 캐서린 2 황비는 항상 자신이 가장 위에 있어야 한다는 듯한 아주 오만한 모습을, 셀비 3 황비는 맹렬히 타오르는 불꽃 같은 모습을 보여, 역시 셋 다 그 기세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걸 바로 느낄 수 있었다.
확실히 그 가운데 착하고 상냥한 수잔 황비는 기가 눌릴 수밖에 없는 것 같았다.
사나와 케이는 그 모습을 보고 안쓰러워 가슴이 먹먹하고 갑갑해지는 걸 느꼈다.
‘힘내세요! 제가 나중에 몇 배로 효도할게요!’
‘어머님! 어머님을 위해 제가 기도드릴게요!’
두 소녀가 수잔 황비를 응원하고 있을 때, 수잔 황비는 자신보다 아벨의 안위를 걱정하며, 아들을 위해 주신 아그네스께 기도드리고 있었다.
‘주신 아그네스여 제발, 제발 아벨을 저 사악한 것들로부터 지켜 보호하여주시옵소서…….’
이번 정의 무투회 때 어떻게든 성녀 다프네와 동행하려고 했었지만, 황제부터 시작해 모든 황실의 인원들이 반대하는 바람에 결국 무산되고 말았었다.
‘다프네 님만 계셨어도 아벨에게 큰일은 없을 텐데…….’
그들이 분명 아벨을 이번 기회에 없애려고 할 것이었기에 수잔 황비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었다.
‘반드시…… 반드시 미스라임으로 보내야 해……!’
현재 수잔 황비는 아벨을 사나와 최대한 빨리 혼인시켜 루드스를 자퇴시키려 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아벨의 루드스 졸업은 하등 필요 없는 것이었으니 말이었다.
그저 빨리 미스라임으로 떠나길 바랐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던 적들은 정말 그렇게 된다면 더는 아벨을 직접적으로 공격할 수 없었기에 이번 기회에 반드시 죽이고 싶어 했었다.
아니면 팔, 다리 하나라도 잘라 병신을 만들든가.
‘제발…… 제발 주신 아그네스시여…….’
두 눈을 꼭 감고 간절히 기도드리고 있을 때, 그때 드디어 사회자가 무투회장에 오르고 있었다.
황제가 나타난 그때가 무투회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사회자는 무투회장 정중앙에 올라 확성기를 들고 개회를 선언한다.
“에브니아의 태양이시자 온 대륙의 축복이신 파우스 황제 폐하께서 입장하셨으니! 모두가 그토록 고대하던 제961회 정의 무투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와와와와와와와와―!
짝짝짝짝짝짝짝짝―!
그 개회 선언에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와 천지를 울리는 함성이 호미키디움 무투회장에 울려 퍼진다.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황제 폐하의 개회사 들으시겠습니다!”
뿌우우우우―!
그때 뿔나팔 소리와 함께 관중석의 소음들이 순식간에 잠잠해졌다. 그리고는 모든 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황제를 향해 몸을 돌린다.
그 고요함 속에서 황제가 확성기를 사용해 말한다.
“오늘 이 자리는 누가 대륙의 신들 중 최고의 신인 정의의 신 타티스의 선택을 받았는지, 가장 사랑받고 있는지 알아보는 자리다.”
꿀꺽―
관중석의 누군가의 굵은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사위가 고요했다.
“그러니 생사를 걸고 싸워라. 뼈가 부러지고 살이 잘려나가도 상대를 반드시 이겨, 에브니아 모든 신에게, 그들 중 최고의 신인 정의의 신 타티스에게 자신이야말로 당신의 모든 축복과 은혜를 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려 주어라.”
오오오오오오오오오―!
경기장 전체가 조금씩 달아오르며 고조되고 있다.
그렇게 고조되는 가운데 황제는 휙―! 하고 오른손을 뻗어 어느 한 곳을 가리키며 소리친다.
“그리고 쟁취해라! 정의의 신께서 이번 우승자에게 내리시는 축복과 은혜의 실체를!”
황제가 가리킨 곳에는 새빨갛고 커다란 보석이 있었는데 누가 봐도 그 보석은 아주 큰 심장처럼 보인다.
관중석에서 누군가가 소리친다.
“드래곤 하트다! 정말이었어! 이번 우승자에겐 드래곤 하트를 준다는 소문이!”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역시 황제 폐하가 최고시다!”
“정의의 수호자! 파우스 황제 폐하 만세!”
“위대한 황금 독수리 만세!”
그렇게 한동안 찬사를 듣던 황제는 마지막 말로 개회사를 마친다.
“그러니! 그러니 모두의 기대에 걸맞은 생사를 건 혈투를 기대하겠다! 당장 시작하라!”
뿌우우우우우우―!
다시 한 번 뿔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번엔 조용히 하라고 하기보다는 더욱 함성과 열을 올리라는 의미에서 울린 것이었다.
그 기대에 맞게 사방에서 다시 한 번 천지를 울리는 함성이 울려 퍼진다.
우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
“황제 폐하의 명이시다! 어서 나와 싸워라!”
“어서 빨리 보고 싶다! 사회자 빨리 진행해라!”
“이날을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 모른다고!”
이제는 사회자가 그 바통을 이어받아 들뜬 군중들에게 다시 한 번 소리친다.
“이번 ‘정의 무투회’에는 전 대륙의 30살 이하의 최고의 신성新星들이 무려 238명이나 참가하여 현재 예선전을 지하 무투회장에서 막 끝낸 참입니다!”
그 지하 무투회장에서 최종 16명을 뽑아 지상에서 최후의 결전을 벌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회자 말대로 최종 진출이 다 정해졌었고 말이다.
* * *
30분 전.
아벨은 황자이기에 자동 본선 진출이었다. 그래서 다른 참가자들과는 다르게 현재 자신의 대기실에서 쉬고 있었다.
똑똑―
‘……?’
누군가 방문한 것 같았다.
‘러네이인가?’
웬만한 친분이 없는 이상 다른 이의 대기실에 찾아가는 것은 굉장한 무례였었다.
“들어와라.”
드륵―
허락이 떨어지자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의외의 인물이 들어온다.
거대한 키의 우아한 금발을 가진 매우 살기 짙은 눈빛을 지닌 미남자가 아벨을 향해 예를 갖춘다.
예를 갖추는 그를 향해 천혜안을 쓴다.
『이름 – 로만 드로즈도프
정보 – 검술 명가 드로즈도프 공작가 소속 자작. 훗날 ‘7인의 성검사’ 중 한 명이며 ‘멸망자’라는 이명을 가짐. 9성 검사.』
‘로만.’
로만 드로즈도프였다.
검술 명가 드로즈도프 공작가에서 가장 밀고 있는 신성.
고작 스물여섯에 9성 검사가 된 대륙 최고의 재능.
실제로는 처음 보았기에 모르는 척 묻는다.
“누구지?”
“로만 드로즈도프가 황자 저하를 뵙습니다.”
그의 대답에 무심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로만 자작이었군. 그런데 무슨 일인가?”
그 큰 키로 묵빛 용혈갑을 입은 아벨을 싸늘한 얼굴로 내려다보며.
“제안을 하나 드릴까 해서 말입니다.”
“제안?”
이채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무슨 개소리를 하나 궁금했던 것이었다.
“팔 하나로 끝내는 게 어떠신가 해서 말입니다. 황태자 저하께서는 목을 자르라고 하시는데, 제 명예상 명백한 약자를 죽이는 건 용납할 수 없어서 말입니다.”
그 당돌한 망발에 헛웃음이 나온다.
“훗― 그것참 고마운 소리군.”
“저하께 결코 나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럼 어떤 팔을 잘라줄 건가? 오른팔? 아님 날 좀 더 생각해서 왼팔?”
“목숨과 바꾸는 것이니 왼팔로는 힘들겠습니다. 저하.”
그 웃기지도 않은 개소리에 얼굴을 싸늘히 굳히며.
“그런데 나에게 이러한 호의를 베푸는 이유가 뭔가? 분명 자네도 자네의 일을 완수하지 못한다면 형님께 치도곤당할 텐데 말이지. 이번에 자네를 끌어들이기 위해 무리해서 드래곤 하트까지 걸었다고.”
“아까도 말했듯이 제 명예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래? 그런 이유라면 자네에게 정말 고맙군.”
“그렇다면 제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까?”
“나도 고민할 시간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자네와 내가 무조건 붙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아벨의 대답에 ‘그 정도야.’ 하는 표정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잘 생각해보시길.”
그 말을 끝으로 예를 갖추고 돌아가는 로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