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acle of the Villainous Baby RAW novel - chapter (101)
악당 아기님이 예언을 함 102화(101/125)
* * *
“버니, 샬로네.”
“느엥?”
“네?”
입에 넣으면 찐득거리며 사르르 녹아내리는 쪼꼬를 가득 뿌린 마시멜로를 오물거리던 버니가 입가에 초코를 잔뜩 묻히곤 반문했다.
힐긋 옆을 본 샬로네가 한숨을 푹 내쉬곤 손수건을 꺼내 버니의 입을 문질러 닦았다.
“뭘 먹을 땐 조심스럽게 먹는 게 격식 있고 우아한 거라고 했잖아. 넌 소공녀씩이나 되어선…….”
인자한 얼굴과는 다르게 퍽 거친 손길에 버니의 뽀얀 입술 부근이 살짝 붉게 상기됐다.
오리처럼 불룩 내민 입술을 쏙 집어넣으며 버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웅.”
샬로네에게 대답한 버니가 배시시 웃음을 흘리더니, 포크를 포기하고 손으로 마시멜로를 집어 입에 쏙 집어넣었다. 이번에는 입가엔 묻지 않았다.
“그렇다고 손으로 먹으라는 게 아니잖아!! 너 진짜 일부러 그러는 거지?! 물수건 좀 부탁드려요.”
반사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고개를 돌려 시녀에게 물수건을 요구한 샬로네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가 히죽히죽 웃고 있는 버니를 보곤 멈칫했다.
씰룩거리는 입꼬리가 어딘가 조금 얄밉다.
“자, 이제 네가 알아서 닦아!”
퉁명스럽게 소리친 뒤 버니에게 물수건을 던지듯 쥐여 준 샬로네가 고개를 휙 돌렸다. 귓불이 붉었다.
‘호뭉이, 툴툴거리지만 버니 엄청 좋아서 만날 때마다 쓰담쓰담 하는… 칼바드 같아.’
버니가 샬로네의 옆얼굴을 물끄러미 보며 물수건을 조몰락거리고 있으니, 키리엘이 조용히 그것을 가져가 버니의 손을 닦아 주었다.
“버니, 손으로 먹지 말고 포크로 먹으렴,”
“네엥.”
키리엘의 말에 버니가 내려놓은 포크를 다시 쥐고 한 달 만에 저택을 지배해 별채뿐만이 아니라 사교계에도 슬슬 퍼져 나가고 있다는 ‘핏자’를 푹 찔러 제 접시로 가져왔다.
마시멜로와 초콜릿이 묻은 포크에 핏자까지 묻는 순간이었다.
키리엘은 설핏 미간을 좁히며 그것을 잠시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황실에서 초대장이 왔는데, 갈 생각 있니?”
“황실 초대장이여?”
“그래. 황태자의 생일이라는구나. 데뷔탕트도 안 한 상태고, 둘 다 어리니 굳이 무조건 참석할 필요는 없지만…….”
“대비…탕트?”
또 나왔다.
버니가 모르는 인간 말.
팔짱을 낀 버니가 고개를 기울였다.
대비 탕트. 데비…… 데, 대빵 비싼 탕…… 탕탕이 트리. 탕탕이 트리? 대빵 비싼 탕탕이 트리는 뭐지?
“대비탕트가 아니라 데뷔탕트란다. 사교계에 처음 진출하는 아이들을 말하지. 보통은 14살 정도가 평균 나이란다. 빠르면 12살에 하기도 하고, 늦으면 아예 18살이 넘어서 하는 경우도 있지.”
샬로네는 10살이고, 버니는 8살이니 사실 한참 남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니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관계는 없었다.
“사교계…….”
버니가 눈을 끔뻑거리다 이해를 포기하고 포크로 푹 찍은 피자를 와앙 입에 넣어 뜯어먹었다.
“제가 참석해도 되는 건가요?”
“그래. 당연하지. 너도 유디아의 아이니까.”
키리엘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샬로네의 눈이 커졌다.
문득, 오래전 마녀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네 양부가 될 키리엘 유디아가 어떤 사람이냐고? 글쎄, 고독하고 불행한 남자지. 그를 품은 어미가 어릴 때 마족의 저주를 받아서 검은 머리와 붉은 눈을 가지고 태어난 비운의 천재.”
“어머니가 죽었어요?”
“그래, 죽었지. 그래서 그는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마족처럼 감정이 거세당한 것 같단다. 모든 것에 차갑고 건조하며 무심하지. 그렇게 바깥 활동이라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은둔하고 살면서 죽은 제 형… 그러니까 네게 피를 준 아비를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하지. 살아 있음에도 죽어있는 남자란다.”
“…그렇구나. 불쌍하신 분이네요.”
“그래, 그러니 네가 그를 살아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면 된단다. 사랑을 알려 주고 사랑하는 법을 알려 주고 너라는 존재로 치유해 주렴.”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저는… 다른 아이들처럼 태어난 게 아니라 어떻게 보면 그냥 만들어진 존재잖아요.”
“그러니까 네가 만들어진 인간이라는 사실은 초반엔 숨기는 게 좋을 거야. 모두가 널 사랑하게 되기 전까지는 말이야. 네가 만들어진 인형이라는 걸 알게 되면 모두가 꺼릴 테니까.”
“……!”
“그래… 어쩌면 그 마족 아이보다도 말이야.”
“…하지만.”
“맞아. 그렇게 되면 너는 죽게 되니까…… 잘해야겠지? 이렇게 말하긴 하지만, 걱정하지 말렴. 너는 할 수 있어. 너는 이 세계의 주인공이니까.”
마녀가 말하는 키리엘 유디아는 건조하고 무심하며 서늘한 감정이라고는 모르는 무채색의 인형 같은 남자였다.
하지만 그녀가 본 남자는 달랐다. 언뜻 무심하고 건조해 보이지만, 따뜻하고 다정하며 부드럽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배려심이 담겨 있었다.
‘게다가 데뷔탕트도 마녀가 해 준 얘기랑은 달라.’
데뷔탕트는 자신이 저택에 들어오고 2년쯤 지난, 12살쯤에 한다고 들었었는데 말이다.
‘이 모든 걸 정말 저 아이가 바꾼 건가?’
마녀가 본 것이 정말 미래라면, 그 미래를 저 아이가 바꿨다는 걸까?
‘어떻게?’
이렇게 보면 아무런 생각도 없이 행복하게만 자란 어린애처럼 보이는데.
아니면 사실 버니도 미래를 볼 수 있는 건 아닐까?
‘아니, 그럴 리가 없지.’
이 나사가 열 개쯤 풀린 것 같은 아이가 그런 깊은 생각이 가능했을 리가 없다.
분명히 전부 우연히 얻어걸린 것일 터. 마녀에게 말하면 어떻게든 해 줄 것이다.
‘아무튼 데뷔탕트는 조금 이르지만 나쁘지는 않아.’
오래전, 마녀는 데뷔탕트를 하게 되면 샬로네의 편이 훨씬 많아질 거라고 했다.
그로 인해 버니는 점점 더 고립되어 간다고 말이다.
내부에서 어렵다면 외부에서 편을 먼저 만들어 가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좋아. 어떻게든 내 힘으로 마족이라는 걸 밝혀 봐야지.’
그렇게 유디아 가문에서 내보내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잘 지켜야 하는 것은 분명했다.
선량하고 선하고 착한 샬로네.
그리고 본인의 성격을 참지 못해서 마족으로서의 모습과 마족으로서의 본성을 드러내는 버니.
이 구도만큼은 확실하게 지켜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 그 이상한 액체를 쓰지 않아도…….’
제힘으로 쫓아낼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임은 분명했다.
병을 던진 것을 누군가 보기라도 한다면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으니까.
‘그래, 그냥 내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 쓰지 않는 것뿐이야.’
절대로 얘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리고 이런 어린애의 정체를 밝혀서 쫓아내는 것에 정체 모를 존재의 도움을 받는 건 아주아주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니까 말이다.
생각하며 샬로네가 입을 열었다.
“괜찮다면 참가하고 싶어요.”
“그래, 그럼 그렇게 전해 두마.”
샬로네의 대답에 별달리 흥미 없이 심드렁해 보이던 버니도 눈을 반짝 빛냈다.
호뭉이가 가는 곳? 버니도 가야만 했다. 왜냐하면…….
‘버니, 호뭉이한테 점수 더 따서 해롱해롱 흐물흐물하게 만들어서 호뭉이랑 같이 주인공 해.’
사실 이미 호뭉이, 버니에게 해롱흐물은 한 것 같지만 해롱해롱 흐물흐물은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노력이 필요했다.
“로엘이 생일이에여?”
게다가 로엘이의 생일이면 가야 한다.
왜냐하면 로엘이는 버니의 생일마다 엄청나게 산더미 같은 쪼꼬를 비롯한 온갖 선물을 보내 주었기 때문이다.
‘버니 창고 방 세 개나 생겼어.’
로엘이 준 선물을 감당하지 못해서 말이다.
“그래, 그렇단다.”
“버니두 갈래여!”
꿀꺽, 음식을 다 삼킨 버니가 아랫입술을 핥곤 냉큼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밥 먹을 때 의자에서 일어나는 거 아니야, 앉으렴. 둘 다 참가한다고 전해 두마.”
“네엥.”
키리엘의 말에 버니가 대답하며 다시 얌전하게 앉았다.
“너희가 간다고 하면 아마 앨런과 칼바드도 간다고 하겠구나.”
“아빠는여?”
피식, 가볍게 웃은 키리엘이 버니의 머리를 한 차례 쓰다듬었다.
“자식들이 가는데 나도 당연히 가야지.”
그가 나직하게 읊조리곤 고개를 돌려 샬로네를 눈에 담으며 입을 열었다.
“버니를 잘 부탁하마, 물론, 갑자기 생긴 천방지축 여동생이 썩 익숙하진 않겠지만 말이야.”
“……!”
샬로네의 눈이 확 커졌다.
“…아, 네.”
주먹을 꽉 쥔 샬로네가 아랫입술을 꾹 깨물더니 간신히 대답했다.
어쩐지 목구멍이 턱하고 틀어막히는 기분이었다.
“으엥? 천방지축이가 뭐에여?”
“장난꾸러기 같은 게 있어.”
눈앞의 풍경도, 방 안의 온도도 모두 포근하고 따뜻한데 이상하게… 조금 추운 느낌이 든다고, 샬로네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