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acle of the Villainous Baby RAW novel - chapter (105)
악당 아기님이 예언을 함 106화(105/125)
* * *
그렇게 현재.
“로엘이 엄마. 버니, 안 예뻐여?”
“설마 그럴 리가 있겠니. 아주 예쁘단다, 버니.”
버니는 황후라는 폭탄을 끌고 나와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버니의 계획이었다.
왜냐하면 어른이 된 버니는 로엘이 황태자고, 황태자의 엄마는 엄청나게 높은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쟤들은 버니 안 예쁘대여.”
“그래. 이상한 일이구나. 이렇게 예쁜데 말이지.”
“푸핫, 예쁘다고요? 부인, 눈이 어떻게 됐나요? 아! 아니면 이게 뭐 시골 변두리의 유행 패션이라도 되나요?”
두 영애가 서로의 얼굴을 보며 낄낄거렸다.
황후가 가소롭지도 않다는 듯 픽, 웃음을 흘리더니 입을 열었다.
“보아하니 델리펀트 자작가의 자매인 것 같은데……. 입이 가벼운 건 어째 제 아비를 꼭 빼닮았구나.”
황후, 로잘린이 제 아버지를 언급하자 두 영애가 살짝 당황한 듯 멈칫한 두 영애가 입가에 힘을 주더니 목을 빳빳하게 세웠다.
그러더니 이윽고 사나운 낯으로 입을 연다.
“뭐, 뭐라고요?! 저희 아버지가 어때서 그렇죠? 당신, 아주 무례하기 짝이 없군요.”
“무례하고 방자한 건 너희다. 어떻게든 타인의 흠을 찾아 물어뜯으려는 승냥이 떼와 다를 것이 없지.”
부들거리는 상대를 물끄러미 보던 로잘린이 짧은 숨을 뱉더니, 낮게 혀를 차곤 손가락을 까딱했다.
그러자 뒤쪽에서 로잘린을 따라다니던 시녀들이 앞으로 나섰다.
“됐고, 더 말을 섞는 시간도 아깝구나. 꼴도 보기 싫으니 쫓아내도록.”
“네, 황후 폐하.”
시녀들이 허리를 숙이며 공손하게 대답하곤 두 영애에게 다가갔다.
황후라는 단어가 들리는 순간, 두 사람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제야 깊게 눌러쓴 챙 아래의 얼굴을 제대로 본 두 영애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화, 황후 폐하?”
“제 아비는 입은 가벼워도 눈썰미에 눈치라도 있거늘. 심보는 고얀 것들이 눈치마저 없으면 이리되는구나.”
쯧.
혀를 찬 로잘린이 정말 같잖은 것이라도 본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잠깐 그럼…….’
‘로엘이 엄마’라는 호칭이 설마 황태자 ‘로엘 라브디아 로티스’를 말하는 거였던가?
그제야 버니가 쉬이 입에 올리던 이름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인지를 깨달은 영애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화, 황후 폐하. 아닙니다. 이 여자애가 저희가 먼저 본 옷을 다시 돌려 달라며 고집을 부려서 말이 조금 세게 나간 것뿐입니다!”
자매 중 하나가 급히 목소리를 높이며 고개를 숙였다.
로잘린의 입가가 한 차례 크게 움찔거렸다.
서늘해진 눈이 순식간에 차갑게 내려앉는다. 싸늘한 시선에 두 영애는 그대로 굳어 버리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표정이 너무나 차가웠던 탓이다.
“내 말이 안 들리는 건가? 아니면 언제부터 자작 영애 따위가 내 말을 무시할 수 있게 됐지? 내가 그간 꽤 얌전하게 굴었던 모양이야. 감히…….”
로잘린의 눈이 한층 사나움을 담은 채 날카로워졌다.
“감히 내 앞에서……!”
로잘린의 사나운 목소리에 두 영애는 얼어붙은 듯 움직임을 뚝 멈췄다. 주변의 온도가 급격히 내려가는 것만 같았다.
이제 갓 사교계에 입성한 영애들이 견디기에는 차갑기 짝이 없는 시선이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어깨를 바르르 떤 이들이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물러나겠다고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뒤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분홍색과 흰색의 투톤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키가 웬만한 남자보다 훨씬 더 큰 여자가 몸에 딱 달라붙는 정장을 입은 채 성큼성큼 다가와 그들의 앞에 섰다.
영애들의 입이 한층 벌어졌다.
마담, 로벨리아.
트윈즈 부티크를 운영하는 쌍둥이 남매 중 한 명이었다.
공사가 다망하여 웬만해서는 얼굴 보기가 힘들다는 로벨리아의 모습에 두 영애가 순간 말을 잃었다.
“이런. 제 점원들이 바짝 굳어 있어서 무슨 일인가 했는데……. 뭔가 트러블이 있었던 모양이군요.”
“늦었군.”
“죄송합니다. 오는 길에 마차 사고가 나는 바람에, 그만 귀한 분을 기다리시게 하는 결례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여기는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황후 폐하.”
허리를 가볍게 숙여 보인 여자가 버니를 보곤 한쪽 눈을 찡긋하자, 버니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마찬가지로 그녀에게 찡긋해 주었다.
깜빡. 깜빡. 깜빡.
양쪽 눈을 열심히 깜빡거리는 것을 본 여자의 입가에 유쾌한 웃음이 번졌다.
그녀는 뒤에 있는 영애들을 본체만체하며, 버니의 앞에 쪼그려 앉아 시선을 맞추더니 활짝 웃었다.
“세상에, 버니 아가씨시죠? 뵙고 싶었어요.”
“버니여?”
“네. 몇 년 전에 여기저기에 사업 투자를 요청했었는데, 그때 큰 도움을 주신 게 유디아 공작가였거든요. 그때 버니 아가씨께서 이곳을 투자하라고 추천해 주셨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로벨리아의 설명에 버니가 턱을 문지르며 눈을 깜빡였다.
‘버니, 그런 엄청난 일 했었나……?’
그동안 루리엘이 알려 준 대박 투자 사업에 관해서 하도 여러 군데에 뿌리고 다녔더니 이런 게 있었나 싶었다.
‘게다가 아가 때면 버니 인간 글자 몰랐을 때.’
그러면 아마도 눈에 익은 글자만 딱딱 짚어 줬던 때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제는 예전처럼 짧지 않은 팔을 움직여 버겁지 않게 팔짱을 낀 버니가 아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버니, 그런 시절도 있었지…….’
인사도 두 팔을 펼쳐 파닥파닥하던 아가 시절.
“그랬구낭…….”
그때 버니는 조금 귀여웠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아무것도 모르는 때였으니까 말이다.
“아,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쟤들이 호뭉… 아니, 샤로롱 언니 괴롭혔어여. 옷 내놓으라고 때리구 욕하구 아빠가 사 준 옷인데 천박하댔어.”
물론 카탈로그를 펼쳐 둔 아빠가 어려워하는 터라, 그 무릎에 앉아서 실제로 디자인을 고른 것은 버니였지만 말이다.
일부러 그 부분은 쏙 뺐다.
‘혹시 호뭉이 맘에 안 들 수 있으니까.’
왜냐하면 사악하게 아빠 탓으로 돌려 호뭉이의 점수를 무럭무럭 따야만 하니까.
“어머, 저 옷이 천박하대요?”
버니의 말에 샬로네가 입은 옷을 보곤 눈을 동그랗게 뜬 로벨리아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두 영애 앞에 우뚝 섰다.
“두 분께선 미적 기준이 저랑 다르시네요. 그럼 저희 가게랑은 안 맞으시겠다~”
“…네? 아니, 그건 또 무슨……. 아니에요. 저희가 오늘은 실례해서 안 그래도 이만 가려고 했어요.”
“아뇨. 그게 아니라 저 옷, 제가 선물해 드린 옷이거든요. 귀여운 여자아이가 새로 온다고 키리엘 공자님께서 따로 부탁하셔서요.”
로벨리아의 말에 샬로네의 눈이 훅 커졌다.
이건 그녀가 공작저에 들어왔을 때부터 본래 옷장에 있던 옷이었다.
근데 설마 키리엘 유디아, 그 사람이 직접 주문을 넣어 준비한 것일 줄이야.
‘…뭐야.’
심장 한쪽이 간질간질한 기분에 샬로네는 간지러운 곳 위를 손바닥으로 꾹 눌렀다.
그사이 로벨리아는 두 영애의 뒷덜미를 잡아 달랑 들어 올렸다. 한 손에 한 명씩 말이다.
근육이 불룩 솟은 팔뚝을 본 버니의 입이 떡 벌어졌다.
‘왕왕 센 어른.’
버니는 슬쩍 시선을 내려 주먹을 꽉 쥔 채 팔에 힘을 빡 주었다.
‘…움.’
근육은커녕 말랑말랑한 살덩어리밖에 느껴지질 않았다.
‘버니, 어른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어른의 계단을 하나밖에 올라가지 못한 어린이.’
그러니까 버니도 왕 큰 대마왕이 되면 분명히 저런 우락부락한 근육을 가진 멋진 여자가 될 게 분명하다.
“꺄아아악!”
“뭐, 뭐 하시는 거죠?!”
두 영애가 뒷덜미가 잡힌 채 버둥거렸다.
“네네, 저희 가게랑은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이만 쫓아내려고 합니다. 앞으로는 저희 가게엔 오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제가 아무리 옷을 팔고 있다지만, 손님은 고르거든요. 입에 걸레를 문 천박한 고객은 저도 사양이에요~”
점원들이 문을 열어 주었고, 로벨리아는 친히 두 사람이 타고 온 마차에 그들을 던져 넣었다.
“참고로 방금 시비 건 어린 두 아가씨, 키리엘 공자님께서 애지중지하는 따님들이십니다.”
“키, 키리엘 공자님이요……?”
“그럼, 가서 댁네 아버지한테 잘 설명하세요. 뭐… 델리펀트 자작의 성격상 썩 곱게 넘어갈 것 같지는 않지만요.”
입을 떡 벌린 채 굳어 있는 두 사람을 두고 마차 문을 탁, 닫은 로벨리아가 마부에게 손을 휘휘 저었다.
“이분들 데리고 꺼져 주시겠어요~?”
화사하게 웃으며 내뱉은 로벨리아의 말에 마부는 엉겁결에 마차를 출발시켰다.
뒤쪽에서 버니가 빼꼼히 고개를 내민 채 키득키득 웃었다.
‘버니, 역시 엄청나게 사악한 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