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acle of the Villainous Baby RAW novel - chapter (109)
악당 아기님이 예언을 함 110화(109/125)
몸을 엄청나게 단련하면 돼요. 그냥 인간의 몸이라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뿐이거든요.
“으잉?”
근데 몸이 약하니 지금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죠. 애지중지하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운동하면 돼요. 처음에는 몸이 아파서 안 하려고 하겠지만… 결국, 굴리면 합니다.
버니가 눈을 깜빡이며 다음 줄로 시선을 내렸다.
아시죠? 아기님도 슬퍼도 괴로워도 비가 오는 날에도! 열심히 훈련하셨던 거.
루리엘의 말에 버니가 심각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버니, 아기였을 때 졸음이 쏟아져도 하늘에서 비가 내려도 눈이 내려도 고구마 돌보기를 멈추지 않았다.
삼시 세끼를 꼬박꼬박 먹고.
어푸어푸를 하고.
풍덩풍덩도 하고.
치카치카도 했다.
텃밭에 나가서 손이 시려도 고구마를 뽑아 루리엘에게 전달하는 것도 멈추지 않았고, 왕 센 버니가 되기 위해서 빵야빵야 마법을 쓰면서 앉았다 일어나기를 나이만큼 하는 것도 포기하지 않았다.
“버니, 시뭉이 데려와서 훈련시켜.”
그래서 시뭉이와 호뭉이를 반드시 결혼시킬 것이다.
그럼 호뭉이도 행복, 시뭉이도…… 아무튼 행복!
“아가씨, 슬슬 출발하실 시간이에요.”
“네엥!”
멜리사의 부름에 표정을 냉큼 바꾼 버니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뭔가 이상하단 말이야. 황태자가 살아 있다는 것도 의아했는데……. 아무것도 몰랐을 유디아 공작가에서 출자한 사업이 왜 이렇게 많지? 그것도 알짜배기로만…….”
새하얀 머리카락의 여자가 산처럼 쌓인 서류를 훑어보다가 눈을 가늘게 뜨곤 작게 중얼거렸다.
“…게다가 고대 엘프는 왜 벌써 발견된 거지?”
낮게 혀를 찬 여자가 입에 문 궐련을 깊게 빨아들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른 유디아 공작가로 가 봐야겠어. 뭔가 개입한 게 분명해.”
창백한 피부의 여자가 거울 앞에 서서 예쁘게 웃어 보였다.
새하얀 머리카락.
짙은 주홍빛 눈동자.
너무나도 익숙해졌지만, 제 것은 아닌 모든 것들. 그 모습이 이제는 끔찍하게만 보였다.
“기다리렴, 샬로네.”
치이익.
거울에 비치는 제 주홍빛 눈동자에 궐련을 비벼끈 그녀가 아랫입술을 가볍게 핥았다.
슬슬 준비할 때였다.
“이제 몇 년 안 남았어…….”
이것만 무사히 성공하면 드디어…….
“드디어 돌아갈 수 있어.”
하지만, 지금은 인내할 때였다.
차오르는 뿌듯함과 충만함에 황홀한 낯으로 웃음을 흘린 여자가 이윽고 몸을 돌려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러고 보니 황태자의 생일 연회에 초대받았다고 했던가? 오후쯤 한번 가 봐야겠네.”
샬로네에게서 온 편지를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빙글 돌린 여자는 웃음을 머금은 채 다리를 꼬았다.
* * *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그 사이로 문 앞을 지키는 병사들이 입장객을 호명하면 사람들이 새빨간 카펫을 밟으며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황성을 구경하겠다고 뛰쳐나가다가 붙잡혀 아빠 품에 안기게 된 버니도 호명에 모두와 함께 빨간 카펫을 밟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빠, 사람 엄청나게 많아여.”
“황태자의 몸이 회복되고 여는 첫 생일 연회라 그렇단다. 그동안은 너랑 둘이 보낸다고 계속 안 했었거든. 이젠 황태자로서 피할 수 없는 때가 된 거겠지.”
벌써 열셋이나 되었으니, 황태자의 의무를 행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열게 된 연회가 이번 생일 연회임이 분명했다.
“키리엘 유디아……?”
“유디아 공작이 참석하는 대신 공자를 보낸다는 소문이 돌더니 정말이었던 모양인데…….”
“이렇게 되면 키리엘 유디아가 차기 공작이 되는 건가?”
“근데 결혼도 안 하고 애만 넷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저 애들을 전부 입양한 건가?”
“아니, 둘은 입양아고 하나는 방계의 핏줄이라던데. 또 한 명은 제 형의 아인데 일단 맡아 두고 있는 거라고……. 그런데 뭐가 진짠지 가짠지는 모를 일이지.”
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저들끼리 속닥거리는 소리에 키리엘 유디아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럼 저 품에 안긴 저 애가 그 불사조를 소환했다는…….”
“근데 그게 정말이랍니까? 죽기 직전의 사람도 살리고 무슨 병도 다 치료한다던데. 물론, 애초에 본 사람이 거의 없다고는 하지만…….”
“확실히 오늘은 불사조같이 생긴 건 안 보이네요.”
“그래도 진짜라면 친하게 지내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데요…….”
“진짜라면 말이죠.”
물론, 감각이 예민하게 발달한 버니의 귀에도 목소리들이 쏙쏙 박혔다.
‘아빠 말 듣고 흑염룡 불사조 두고 오길 잘했어.’
다들 버니의 흑염룡 불사조에 엄청난 관심이 있을 거라고 했는데 정말이었다.
“아빠, 근데여.”
“응.”
“버니, 엄마는 언제 생겨여?”
뜬금없이 튀어나온 버니의 말에 적당히 빈자리로 걸어가던 키리엘이 순간 삐끗했다.
예전에 비슷한 말을 내뱉은 이후로는 이제 안 하나 싶었는데…….
“버니는 엄마가 가지고 싶어?”
“아녀, 아빠는 선택받지 못한 남자인데 그걸 세상 사람들이 다 알잖아여. 어, 그러면 어떡해여?”
버니의 말에 칼바드와 앨런이 힐긋힐긋 키리엘을 쳐다봤다.
키리엘이 말없이 버니의 등을 토닥거렸다.
엄마를 만들어 주겠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엄마는 영영 없을 거라고 말하기에는 동심을 파괴하는 것 같고.
이것도 저것도 선택하기가 썩 어려웠다.
“엄마는 좀 고민해 볼게…….”
키리엘이 버니의 등을 가볍게 토닥이며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엥.”
이내 빈 테이블 앞에 걸음을 멈춘 키리엘이 시선을 내려 아이들을 보았다.
칼바드와 앨런의 시선이 여기저기로 옮겨 가는 것이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이미 두 사람은 연회에 몇 번인가 참석한 경험이 있는 터라, 눈에 익은 또래의 영식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샬로네도 영애들이 여럿 모여 있는 곳에 시선을 두고 있었고 말이다.
그것을 어렵잖게 깨달은 키리엘이 버니를 추슬러 안으며 입을 열었다.
“황제에게 불려 가기 전까진 버니는 내가 돌볼 테니, 너희는 편히 연회를 즐겨도 된다.”
키리엘이 바동거리는 버니의 등을 토닥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앨런이 괜찮겠냐는 시선으로 버니와 키리엘을 번갈아 보았다.
키리엘이 피식 웃더니 앨런의 머리를 흐트러지지 않도록 가볍게 쓰다듬었다.
“네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네 여동생이 그렇게 어린애도 아니고.”
“버니, 어른이.”
옆에서 화음을 넣듯 냉큼 끼어드는 버니의 목소리에 앨런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어른 버니를 믿고 오빠는 잠깐 친구들 좀 보고 올게.”
“친구?”
“응, 얼마 전에 사귀었거든. 나중에 소개…….”
입술을 달싹이던 앨런이 버니의 동글동글한 눈과 눈을 마주치곤 순간 멈칫하며 눈동자를 굴리더니, 이내 환히 웃었다.
“…는 어렵겠지만, 멀리서 누가 누군지는 알려 줄 수 있어!”
버니가 너무 귀여운 탓에 자기 동생 삼고 싶다고 뺏어 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앨런이 냉큼 말머리를 돌렸다.
멋쩍은 듯 목덜미를 문지른 앨런이 금방 다녀오겠다면서 칼바드와 함께 영식들이 모여 있는 무리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또래들 사이에서도 키가 큰 두 아이의 모습을 보던 키리엘이 시선을 옮겨 샬로네를 보았다.
“너도 다녀오렴, 샬로네.”
“가도 되나요?”
“물론이지. 버니는 신경 쓰지 말려무나. 너무 어른스럽게 굴지 않아도 돼.”
샬로네가 고개를 끄덕였다.
멀어지는 아이들을 보며 버니가 키리엘의 목을 끌어안고 히히 웃음을 터뜨렸다.
“아빠 멋쟁이.”
“왜 갑자기 아빠가 멋쟁이야?”
“어린이만 넷인데 허리 안 부러지고 견뎌여.”
갑자기 또 무슨 소리인가 싶어 물끄러미 아이를 바라보니, 버니는 말없이 그의 어깨에 턱을 걸치곤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또 뭘 그렇게 물색하는 건지 물어도 되니?”
“비밀!”
차마 호뭉이의 결혼 상대인 시뭉이를 찾는다고는 말할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