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acle of the Villainous Baby RAW novel - chapter (112)
악당 아기님이 예언을 함 113화(112/125)
버니가 타박타박 걸어 샬로네의 앞을 가로막곤 울먹거리며 샬로네를 끌어안았다.
“흐엥. 버니 교육 아빠가 다 했는데. 아빠는 천한 서민이구나앙……. 언니잉, 버니 너무 슬퍼엉.”
“허……. 제 말은 그러니까 키리엘 공자님이 아니라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당신이 그렇다는 거예요! 당신이 집안 망신을 다 시키고 있다고요!”
“아닌뎅? 버니 완전 엄청나고, 왕왕 큰 킹왕짱 불사조도 있는 천재 버닌데?”
버니가 눈을 깜빡거리며 활짝 웃는 낯으로 설명했다.
가슴을 앞으로 쭉 내밀고 작게 쥔 주먹으로 가슴까지 팡팡 때려 보이는 행동에서 뿌듯함까지 물씬 엿보였다.
버니의 말에 대화를 나누던 어린 영애의 입가가 잘게 경련했다. 소녀가 주먹을 꽉 쥐더니 울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불사조? 그딴 게 뭘 어쨌다는 거죠? 진짜라는 증거도 없잖아요. 당신이 불사조라고 부른 것뿐이지.”
“아닌뎅? 버니, 불사조 흑염룡이라고 부르는뎅.”
또다시 이상한 말을 내뱉는 버니의 행동에 영애들이 말문이 막힌 듯 입술만 뻐끔거렸다.
“아니! 애, 애초에 당신이 그렇게 주제도 모르고 구니까, 샬로네 영애가 설 곳이 없어지는 거예요. 천박하게 구니까 샬로네 영애까지 욕을 먹는 거라고요.”
“아닌뎅? 언니 설 곳 왕 대박 많은뎅? 요기, 요기, 저기, 저어어기, 여기두, 저기두……. 혹시 킹왕짱 커다란 돌이라 왕왕 큰 발이야? 저기두 요기도 못 서?”
“아니! 이게 그런 의미가 아니잖아요!”
버니가 손가락으로 연회장의 빈 바닥을 쏙쏙 가리키며 말하자, 버니를 쏘아붙이던 영애들이 답답했던 모양인지 주먹을 쥐고 제 가슴을 퍽퍽 내리치기 시작했다.
버니가 흐느적거리며 샬로네에게 다가가 그녀에게 몸을 딱 붙이더니 입을 열었다.
“에휴휴. 언니잉~ 버니 왕왕 속상. 돌멩이라 그런지 얘네 말두 제대로 못 해. 막 바보 같구……. 그래두 버니 왕 큰 어른이니까 이해하려고 노력하는데…….”
쉽지가 않다, 쉽지가 않아.
버니는 무슨 세상 다 산 노인처럼 작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어깨를 으쓱였다.
“사회생활이라는 게 요런 걸까?”
어깨를 으쓱인 버니의 말에 샬로네가 말없이 버니를 내려다보았다.
천의 얼굴을 가진 것도 아닐진대, 이 꼬맹이는 어떻게 이렇게 태연하고 뻔뻔할 수 있는 걸까?
‘사악한 마족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연기까지 이렇게 수준급일 줄은 몰랐다.
은근히 사람 속을 살살 긁는 것이 하루 이틀 해 본 솜씨가 아니었다.
문제는 왜 버니의 그 행동에 자신도 괜히 통쾌함이 느껴지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사실 당하는 처지가 되면 샬로네도 가슴을 주먹으로 퍽퍽 내리쳤을 텐데.
“있지, 버니 위치는 버니도 엄청 잘 알아.”
방긋방긋 웃으며 천진한 낯으로 샬로네의 팔을 끌어안고 있던 버니가 내뱉은 말에 영애들이 멈칫했다.
“저렇게 어릴 때 때 밟아 두는 게 좋아요. 영애에 대한 고마움을 알게 해야죠. 자기가 무슨 혜택을 받고 있는지, 그게 누구 덕분인지,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말이에요.”
조금 전, 저들끼리 중얼거린 말을 떠올린 그들이 창백한 낯으로 버니를 보았다. 분명 꽤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버니가 마치 그 말을 들은 것처럼 말하고 있었던 탓이다.
그리고 그 시선이 등줄기를 섬뜩하게 하는 게… 어딘가 오싹한 느낌마저 들었다.
“버니, 너희 머리 꼭대기!”
“돼, 됐어요. 평민들끼리 아주 잘 어울리네요. 수준을 알겠군요, 샬로네 영애!”
어?
“그리고 당신!”
버니 이 장면 예전에 루리엘이 말해 준 동화책에서 본 적 있어.
버니가 상대의 손가락이 코앞까지 다가온 것을 보곤 냉큼 입을 열었다.
“버니, 다음에 만날 땐 가만두지 않을 거야?!”
버니는 눈을 반짝이며 몸을 들썩거리더니, 이내 기대감에 가득 찬 표정으로 세 영애를 바라보았며 말했다.
동시에 버니에게 정확히 자신이 하려던 말을 빼앗겨 말문이 턱 막힌 영애가 입술을 뻐끔거리다가 주먹을 꽉 쥐곤 후다닥 뒤로 물러났다.
“아뇨?! 가만둘 거거든요! 아는 척도 안 할 거예요! 말 섞다간 내 수준도 낮아지겠어. 얼른 가요, 다들.”
“아! 네, 그러죠. 저, 저도 상대 안 할 거예요!”
“맞아요! 멍청해지겠어.”
버니가 눈을 깜빡이며 손가락으로 그들을 가리키곤 입을 열었다.
“어, 도망친다.”
“그러게.”
한편의 신파극을 눈앞에서 본 샬로네가 피식 웃었다. 앞에서 은근히 버니를 깎아내리는 것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차라리 잘된 일…….
거기까지 생각하던 샬로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곤 머리를 휘휘 흔들었다.
‘마음에 안 들기는 뭐가 안 들어?!’
저 애들이랑 편을 먹어서 이 애의 기를 죽여 놨어야 했는데, 대체 뭘 즐긴 거지?
이제야 정신을 차린 샬로네가 두 손으로 제 머리를 감싸 쥐며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버니가 샬로네의 소맷자락을 쭉쭉 잡아당겼다.
“샤로롱, 쟤네 이제 버니 아는 체도 안 한대. 혹시 버니 왕따?”
“뭐…….”
샬로네가 슬쩍 주변을 둘러봤다.
은근히 바글거리던 주변이 조금 조용해졌다.
슬금슬금 멀어지고 있는 영애와 영식들이 보였다. 이렇게 큰 소리를 냈으니 주변에 안 들렸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지.
“그래, 너 왕따.”
“허억!”
샬로네의 단호한 말에 버니가 아주 큰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입을 떡 벌렸다.
“그리고 덕분에 나도 왕따가 된 것 같네.”
샬로네가 어깨를 으쓱이며 한숨을 푹 내쉬곤, 키리엘에게 돌아가자고 말을 건네려는 때였다.
“어머, 샬로네? 세상에. 너 혹시 샬로네니?”
“네, 누구…….”
고개를 돌린 샬로네의 눈이 확 커지더니 이윽고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새하얀 머리카락이 넘실거린다. 샬로네를 발견한 주홍빛 눈동자가 다정하게 휘어졌다.
샬로네는 입술을 뻐끔거리며 당혹스러운 낯을 하더니, 곧이어 어색한 웃음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마… 아니, 어, 어머니.”
“세상에……. 연회에 참석한다고 하더니 이 연회였구나. 이렇게 보게 되어 반갑구나.”
갑자기 나타난 차분한 드레스를 입은 여자와 바짝 얼어붙은 샬로네의 모습에 버니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다.
딱딱하게 굳은 샬로네의 몸.
놀란 듯 한껏 커진 동그란 눈.
그리고…….
‘하양 머리 여자, 뭔가 찌릿찌릿 꾸링내.’
머리를 왼쪽으로 뒀다가 오른쪽으로 뒀다가 좌우로 바쁘게 움직이던 버니가 팔짱을 끼곤 사뭇 진지한 낯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
“여긴 어쩐 일로…….”
“요즘 갈라나 자작 부인의 말동무 겸 하녀 일을 하고 있거든. 널 떠나보내고 잠시 마음을 정리하면서 말이다. 유디아 공작가로 가기 전에 귀족가에 적응하기도 해야 하고 말이지……. 그러다 자작 부인께서 오늘 연회에 초대받으셔서 함께 오게 됐단다.”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하얀 머리카락의 여자가 말할 때마다 찌릿찌릿하고 찌이잉한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돌려 무언가 잘못을 저지른 어린아이처럼 굳어 있는 샬로네를 힐끗 본 버니가 눈을 깜빡깜빡했다.
“아!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기쁜 일인데 잠시 엄마를 위해서 시간을 좀 내줄 수 있겠니? 오랜만에 만난 딸이랑 회포를 좀 풀고 싶구나. 물론 나도 갈라나 부인께 말씀을 드리고 오마.”
생긋 웃은 여자가 샬로네의 뺨을 손바닥으로 나긋하게 쓸어내리는 것을 본 버니는 생각을 마쳤다.
‘뭔가 나쁘고 이상한 인간.’
이윽고 판단을 마친 버니가 샬로네의 소맷자락을 붙잡아 당겼다.
“샤로롱 버니 거. 버니랑 아빠한테 가여.”
“음?”
오로지 샬로네에게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여자가 그제야 버니를 발견한 듯 고개를 갸웃하곤 시선을 내렸다.
“넌… 누구니?”
“버닌데영!”
“버니? 버니라고? 네가 말이니? 세상에……. 네가 버니 유디아라고?”
눈을 동그랗게 뜬 여자가 아주 충격적이란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버니의 앞에 쪼그려 앉으려는 순간이었다.
흠칫 놀란 샬로네가 급히 여자의 소맷자락을 붙잡았다.
“테, 테라스로 가요. 어머니. 얘는 상대할 필요 없어요.”
쩌적.
샬로네의 차가운 말에 버니가 입을 떡 벌리며 얼어붙었다.
으이잉……?
쪼그려 앉으려던 하얀 머리카락의 여자가 눈을 가늘게 뜨곤 샬로네를 보더니, 가벼이 고개를 끄덕이며 빙긋 웃었다. 쪼그리려던 몸을 다시 바로 세운 여자가 버니에게서 한 걸음 물러났다.
“너는 따라오지 말고 저기 구석에나 박혀 있든가.”
샬로네의 서늘한 말에 버니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찌릿찌릿.
피부도 찌릿찌릿한데…….
‘…심장도 찌릿찌릿.’
멀어져 가는 샬로네와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버니가 눈을 깜빡이곤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호뭉이 버니한테 흐물흐물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하지만 찌릿찌릿은 거짓말할 때 느껴지는 건데, 이상하다.
‘아빠한테 말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