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acle of the Villainous Baby RAW novel - chapter (115)
악당 아기님이 예언을 함 116화(115/125)
“잠깐! 잠깐만, 버니.”
어딘가 다급한 표정의 로엘이었다.
“로엘?”
“무슨 소리야. 버니 거는 나뿐인 거 아니었어? 쟤는 왜 필요한데?!”
로엘과 손을 맞잡은 버니가 눈을 깜빡였다.
“로엘, 버니 거 맞는데?”
“근데 쟤는 대체 왜?”
로엘이 흔들리는 시선으로 시먼 로티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시먼 로티스도 입을 떡 벌린 채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는 샬로네를 향해 두 팔을 저으며 연신 그런 거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횡설수설 변명하느라 바빠 보였다는 말이다.
“쟤도 오늘부터 버니 거 하라고 하려고.”
“지, 지금 그러면 나랑 쟤, 두 명이랑 결혼하겠다는 거야? 제국은 공식적으로 일부일처제야. 알고 있어?”
뜬금없는 로엘의 질문에 버니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냐하면 시뭉이랑 결혼할 사람은 이미 호뭉이로 정해져 있고, 버니도 이미 결혼할 사람이 정해져 있으니까.
‘일부일처제는 또 뭘까?’
로엘은 맨날 이상한 말 해.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버니는 일단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로엘을 위해서 입을 열었다.
“버니, 결혼은 로엘이랑 하는데?”
“그, 그러니까 결혼은 나랑 하고 쟤랑은 바람피우려고……?”
떨림이 섞인 목소리로 묻는 로엘의 눈가가 살짝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바람?”
“그러니까 결혼은 나랑 하고, 밖에서는 쟤랑 노는 거야? 둘이 맛있는 것도 먹고, 손도 잡고, 뽀뽀도 하고, 같이 연극도 보고, 낮잠도 자고……?”
작게 중얼거리던 로엘이 손에 힘을 꽉 주었다.
맞잡고 있는 손이 꾸욱 조여 온다.
“로엘?”
물론, 버니는 전혀 아프지 않았다. 왜냐하면 버니가 로엘보다 훨씬 힘이 세기 때문이다.
“어?”
고개를 든 버니가 눈을 동그랗게 뜸과 동시에, 로엘의 머리 위로 짙은 그림자가 졌다.
톡!
정수리에 닿아 오는 미약하고 따끔한 감각에 로엘이 흠칫 놀라 고개를 들었다.
눈가가 발갛게 달아오른 로엘이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니…….”
“이 어미가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여기서 대체 뭘 하는 거니, 로엘.”
그제야 로엘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느새 좌중은 꽤 조용해져 있었고, 여기저기서 수많은 시선이 느껴졌다.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로엘이 발갛게 물든 눈을 소매로 북북 문지르더니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냥 버니랑 잠깐 얘기하고 있었어요.”
로엘이 버니의 손을 조심스럽게 놓으며 말했다.
일단 지금은 마련된 상석으로 가야 하기에 더 여기서 노닥거릴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연회는 황족들이 전부 출석한 뒤 자리에 앉아야만 시작되니까.
“이따 보자, 버니.”
눈두덩을 벅벅 문지르곤 아무렇지 않은 척 퍽 의연하게 말을 한 로엘이 몸을 돌리는 것을 본 버니가 탁, 로엘의 손목을 붙잡았다.
“로엘.”
갑작스럽게 붙잡힌 손목에 로엘이 화들짝 놀라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곤 고개를 돌려 버니를 보았다.
“응? 왜?”
버니는 물끄러미 로엘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있잖아. 버니, 결혼도 노는 것도 맛있는 거 먹기도 연극도 낮잠도 손잡기도 로엘이랑 해. 시뭉이랑은 안 해.”
버니의 말에 로엘이 멈칫했다.
곧 소년의 눈이 살짝 커지더니, 이윽고 얼굴이 확 밝아졌다.
어느새 다가온 키리엘 유디아가 작게 웃음을 터뜨리는 황후를 보곤 눈앞의 풍경에 조용히 이마를 짚었다.
‘치정…….’
아니, 8살짜리에게 치정이라는 말을 쓸 수는 없겠지만, 이 애들이 어리지 않았다면 꽤 이목을 끌었을 상황이 아닌가.
그는 시선을 옮겨 샬로네의 앞에서 어쩔 줄 모르고 있는 시먼 로티스를 보곤, 다시 고개를 돌려 감동한 듯 어느새 붉은 눈동자를 반짝거리고 있는 로엘도 보았다.
‘…황가와는 깊게 연을 맺고 싶지 않았는데.’
어째, 이러다간 가문에 둘밖에 없는 여자아이가 전부 황가와 얽힐 판이었다.
“물론, 버니는 엄청난 마성의 버니라서 시뭉이도 버니 거 되겠지만 버니 거 1번은 로엘이니까.”
코를 쓱 문지르며 대답하는 버니가 어깨를 으쓱였다.
자신감이 넘치는 건 좋은 일이고, 생각해 보면 딱히 틀린 말도 아닌데…….
아빠로서 봐도 솔직히 아주 살짝 얄미운 감도 있긴 했다.
“내가 더 힘낼게! 유일한 1번이 될 수 있게!”
그러나 황태자는 상관없던 모양이다.
“우음. 하지만… 버니, 완전 마성이라 인기 만점인데?”
“나도 마성의 황태자가 되면 되잖아!”
그래, 어쩌면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제 딸일지도 모르겠다.
키리엘은 갈수록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는 대화에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귀엽지 않나?”
곁에 있던 황후의 말에, 키리엘이 흘긋 그녀를 보곤 무심한 낯으로 입을 열었다.
“제 딸이 좀 귀엽긴 합니다.”
“내 아들도 귀엽지. 보게, 뺨이 발그레 달아오른 거 말이야.”
“제 딸이 더 귀엽습니다. …엉뚱한 면이 말이죠.”
키리엘이 황후의 말에 대답하곤 성큼성큼 버니에게로 다가갔다. 뒤쪽에서 느껴지는 황제의 시선이 꽤 뜨거웠다.
“마성의 로엘?”
“응. 나 마성의 로엘이 돼서 버니를 유일한 1번으로 삼을 테니까, 버니도 내가 마성의 로엘이 되면 나를 유일한 1번으로 삼아 주는 건 어때?”
“버니 왕 큰 어른 되면 엄청난 마성의 여자가… 아얏!”
돌연 머리에 닿은 따끔한 감각에 버니가 양손으로 정수리를 붙잡곤 고개를 들었다.
“버니, 황태자에게 이상한 거 그만 주입시키고 이리 오렴. 연회가 시작되지 못하고 있잖니.”
“버니 이상한 거 주입 안 했어여. 그냥 버니 왕 큰 어른 되면 마성의 여자가 될 거라고…….”
“이상한 말도 그만하고.”
“웁!”
키리엘이 버니를 달랑 들어 품에 안아 들곤, 입에 초콜릿을 넣어 주며 말했다.
‘팡팡 쪼꼬!’
키리엘에게 안긴 채 발을 동동 구르던 버니의 눈이 반짝 빛났다.
“알았지? 얌전히 있기다.”
“네엥.”
키리엘이 버니를 가볍게 추스르곤 몸을 돌려 그런 거 아니라는 변명을 10분째 하는 시먼 로티스를 슬쩍 보곤 샬로네에게 손을 내밀었다.
“샬로네도 이리 오렴.”
키리엘이 내민 손을 본 샬로네의 눈이 살짝 커졌다.
“…네.”
작게 고개를 끄덕인 샬로네가 고개를 돌려 시먼 로티스를 보곤 살짝 고개를 숙였다.
“저, 일단 이만 가 볼게요.”
“아……! 네, 제가 오래 붙잡았죠? 죄송합니다. 너무 횡설수설했네요. 당황해서 그만……. 제가 나중에 제대로 찾아뵙고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습니다.”
얼굴을 거칠게 문지른 시먼 로티스가 앞머리를 슬쩍 내리며 건네는 말에, 샬로네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
사과는 이미 10분 동안 질리게 들었던 탓이다.
“아뇨, 사과는 충분히 받아서 이제 괜찮아요.”
“그럼…….”
“다음에는 그냥 친구로서 초대해 주시면 좋겠어요.”
샬로네의 말에 시먼 로티스의 눈이 확 커지더니 이윽고 뺨이 붉게 물들었다.
붉게 물든 얼굴이 곧 터질 것 같은 소년이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네, 네. 꼭 그럴게요.”
그 모습을 키리엘의 품에 안겨서 보던 버니가 흐뭇하게 웃었다.
‘버니, 훌륭한 사랑의 큐피드.’
절대로 초콜릿을 먹었을 때의 시뭉이가 궁금해서 벌인 일은 아니었다.
버니는 입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며 팡팡 터지기 시작하는 초콜릿에 기분 좋은 미소를 띠다가 멈칫했다.
“…….”
테라스로 나가는 문 앞에 선 하얀 머리의 여자가 버니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까 호뭉이랑 있었던 아줌마.’
찌릿찌릿하고 이상한데… 루리엘과 비슷한 느낌의 사람.
그녀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한참이나 버니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몸을 돌려 연회장을 벗어났다.
“너 대체 뭐니? 혹시… 빙의자니?”
키리엘의 목을 끌어안은 채 어깨에 뺨을 기댄 버니가 아까 여자가 했던 질문을 떠올리곤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빙의자…….’
낯설면서도 낯익은 게 어디에선가 들어 본 기억이 있는 말이었다.
‘빙글빙글 의자……?’
…는 아니겠지.
버니, 이제 어른 버니니까 저런 말장난에는 속지 않을 거다.
버니가 고개를 툭 기울이곤 가물가물 감기는 눈을 느리게 감았다.
“그거 아세요, 아기님? 저는 처음에 제가 왜 이런 거지 같은 이름도 없는 엑스트라에 빙의해서 이 고생을 하는지 몰랐는데……. 아기님을 만나고 나니까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아우웅?”
“괜찮아요. 아기님은 제가 어떻게든 행복하게 해드릴게요. 그러니까… 아기님은 제 구원자가 되어 주세요.”
“아우!”
문득 떠오른 기어다니지도 못했던 아주아주 어린 시절의 기억에 버니가 눈을 반짝 떴다.
‘빙의!’
루리엘도 ‘빙의’라는 걸 했다고 했었다.
버니의 고개가 기울어졌다.
‘빙의가 뭐지?’
버니는 오늘 집에 돌아가면 루리엘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키리엘의 품을 파고들었다.
‘따뜻해.’
언제 안겨도 포근한 품이었다.